백원우 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2013.06.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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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것(우리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시다

    자살률 1위, 출생률 최하위,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살기 싫다고 합니다. 자살로 이 세상을 떠나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울증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세계인신매매 연례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아닌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우리는 무엇인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 한사람의 탁월한 의술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생명이 귀중하게 취급되지 못하는 이 사회에 대해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을 때 의사들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우리 것에서 대안을 찾자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지난 100여년간 서양의 훌륭한 제도와 문화를 배워 왔습니다. 서양의 탄탄한 과학문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래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했습니다. 식민지 피지배국으로서 세계적으로 드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것은 비효율적이고, 버려야 할 낡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렇게 100년을 살아왔습니다. 한의학이나 국악은 의학이나 음악이 아니라, ‘한’ 이라고 하거나 ‘국’을 붙여서 특수한 것, 그래서 보존해야 할 것 정도로 취급당해 왔습니다.

    의학은 서양의학이 의술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했고, 음악이나 각종 문화들도 역시 서양문화들이 우리 것인양 행세해 왔습니다. 세계화시대를 맞이해서 서양문명은 더욱 더 보편성을 획득해 왔습니다.

    서양의 각종 문화 제도들은 우리 사회를 근대화하는데 일조했습니다(사실 근대화라는 개념 역시 서양식 역사 분류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유럽사회의 발전 방식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학자들이 논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문입니다).

    근대화는 서구화였고, 우리는 조국 근대화라는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 것을 버리면서 남을 것을 배우고 따라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서양에서 근대의 종말(終末)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근대적 유산으로부터 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근대적 유산들을 청산했고,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아직도 ‘서구화 = 잘사는 길’이라는 틀에 갇혀 있습니다.

    정치권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 선진국 정책이 벤치마킹 수준을 넘어 때로는 그대로 국가와 당의 정책이 되고, 북구 유럽을 부러워하고 미국 민주당을 배우라는 주장이 넘쳐납니다. 한국 정치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보다는 서구의 정치이론들이 더 정교하게 제시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우리도 이제 근대적 유산으로부터 탈피해서 새로운 사회로 진입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탈근대화는 일정 부분 탈서구화와 맞물려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보편주의로부터 일탈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탈근대의 흐름 중 하나인 다양성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우리는 우리 것에서 탈근대의 새로운 문명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병이 서양으로부터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양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 맞게 창조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받아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내지 못한 것입니다.

    불교문화든 유교문화든 이 한반도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우리를 살찌우고 건강하게 하면서 어느덧 우리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몸이 건강할 때 낯선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켜 보약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문명으로부터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때 받아들이는 주체가 튼튼해야 합니다. 허약하면 낯선 문명을 분별할 능력을 상실하고,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새로운 문명이 갖고 있는 건강함을 제대로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조선 말 파당과 정쟁으로 민생이 피폐해지고, 나라의 지도부와 국민들의 불신이 팽팽한 상태에서 서구식 문화는 강제적으로 이식되었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식된 서양문명은 일본에 의해 여러 번 굴절되고 왜곡된 지극히 비뚤어진 서구화- 근대화였습니다.

    일제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동족간의 이데올로기 전쟁과 분단의 비극 속에서, 허겁지겁 근대화 - 서구화를 위해 우리를 혹사시켰습니다.
    빛나는 근대화의 승리는 우리 것을 버리고 얻어낸 성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봉건잔재로부터 빨리 탈피해 조국을 근대화 시킨 지도자를 찬양하기도 합니다.

    당시 세계 시대적 상황과 피폐해진 한반도의 절심함 속에서 근대화 - 서구화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선택이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우리 것을 폄하하고 버리면서 탈근대의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것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넘어 온고창신(溫故創新)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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