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3.06.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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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내 자신의 노예감독이 되어라”
    귀락당 낙우재 편지-9

    어렸을 때 읽었던 <고지식한 경찰견>이란 우화 이야기다. 어느 도시에 살고 있던 한 마리 경찰견이, 어떤 죄를 지은 사나이를 뒤쫓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경찰견은 그 사나이를 쫓느라고 많은 지역을 지나서 뉴욕에까지 갔다. 마침 자신이 좋아 하는 투견 대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경찰견은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뒤쫓고 있는 사나이가 유럽으로 달아날 낌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나이를 태운 배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쉘부르에 닿았다. 그리고는 파리를 지나 런던에서 에딘버러까지 뒤쫓았다. 에딘버러에서는 때마침 세계 양 대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경찰견은 역시 참석할 수가 없었다. 사나이는 다시 다른 곳으로 도망쳤고, 경찰견은 그 사나이를 뒤쫓아 차례차례 도시를 돌아서 피파크에 닿았다.

    거기서도 유명한 피파크 사냥개들과 경쟁해 볼 틈도 없이 사나이를 뒤쫓아 신시내티로, 이어서 세인트루이스에서 캔자스시티로, 또 되돌아 다시 신시내티로,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끝내는 본래 그 경찰견이 살고 있던 도시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 사나이는 그 도시에서 재판을 받은 결과 그만 무죄가 되어 버렸다. 경찰견은 덕택에 발은 납작해지고, 이제는 거북이보다 빠른 짐승을 쫓아가지도 못할 만큼 녹초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그동안 내내 땅에다 코를 바짝 대고 뒤쫓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곳도 구경할 기쁨을 맛보지 못했으니 이 얼마나 가엾은 일인가?

    우리는 그동안 이 경찰견과 같이 우왕좌왕하며 바쁘게 살아 왔다. 그러나 아무런 결과가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죽어라 공부하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아이들처럼 제자리를 맴돌았다. 두렵고 허황한 나머지 이젠 지친 몸이 되었다. 공황장애에 우울증에 탈진증후군에 섬유통증증후군에 복합성 국소통증증후군 기타 등등 이상한 병들도 다 많다. 이런 병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잘못된 고정관념과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지금이라도 고치는 것이 남은 인생을 사는데 행복하다.

    사회가 내버려 두질 않는다고 투덜대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각자 자신들이 선호하여 선택한 삶이고 생활 방식이다. 하지만, 바쁘지 않으면 전쟁에서 뒤처지는 것 같고 직장에서 잘리거나 굶어 죽게 될 것 같았다. 이내 막연한 불안감이 덮쳤다. 그래서 또,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스스로 다그쳤다.

    그러고 보면 우린 경찰견처럼 무언가의 노예가 되어 살아 왔다. 인생이란 빨리 가서 어디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가는 여정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빨리가 아니라 느리게 아주 느리게 세상을 관조하며 즐겁게 사는 삶이 더욱 아름답다. 그러니 가장 힘든 것은 내가 내 자신의 노예감독일 때이다.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자! 사랑해!!!

    -김포 허산자락 귀락당 낙우재에서 포옹 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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