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 교수

기사입력 2013.03.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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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시대의 의료과잉”
    귀락당 낙우재 편지 - 1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의 농경사회의 시조가락이 “새벽종이 울린다…”는 산업사회의 노동가로 바뀌면서 세상은 급격히 변했다.

    매년 봄이면 연중행사처럼 톱기사로 오르던 ‘맥령(보리고개)’도 어느덧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어느새 풍요는 결핍을 저만치 몰아냈다. 이 ‘풍요’가 ‘과잉’으로 탈바꿈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에 제작된 EBS 다큐멘터리 <감기>에 보면, 머리가 아프고 맑은 콧물이 난다고 말하는 연출된 가짜 환자가 등장한다. 그 가짜 환자는 먼저 여러 군데 한국 의사들을 찾아가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는다. 다음엔 네덜란드, 독일, 영국, 미국으로 날아가 각 나라의 의사들을 만나 똑같은 증세로 진료를 받는다.

    실험 결과 드러난 사실은 다수의 한국 의사들이 서양 의사들에 비해 감기 치료에 과도하게 많이, 그것도 항생제를 포함해서 자주 처방한다는 것이었다. 이 실험은 함께 고려되어야 할 여러 가지 중요한 변수들을 놓치고 있고 설계 자체가 정교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맹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현황의 씁쓸한 일면을 잘 보여 주었다. 코믹스런 설정에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었다. 왜, 한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과 달리 감기에 많은 약에다 항생제를 포함해 사용했을까? 사람의 몸과 감기라는 질병은 같은데 왜, 21세기 한국에서는 감기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미국과는 ‘다르게’ 치료되어야 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한국의 특수한 정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제도, 사람들의 정서 등등 모든 사회는 각기 독특한 제도와 습관과 가치관과 사회적 합의와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다. 감기라는 병이 같은 의미도 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거기에는 분명 존중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설명이 변명으로 들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들이 어렸을 때는 감기를 ‘곳불’이라 하여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하고 곳불(감기)이 들면 콩나물에 파를 넣어 펄펄 끓여서 거기에 고추가루를 넣어 훌훌 마시며 땀을 냈다. 그건 바이러스를 땀을 흘려 땀을 통해 체외로 몰아 내려는 것이다. 마치 병이나 그릇에 때나 지저분한 먼지가 있으면 물로 씻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의학에서는 기미론이 있는데 기는 약물의 성질 즉 열성(뜨거움), 한성(차거움), 온성(따뜻함), 량성(서늘함)을 말하는 것이고, 미는 맛으로 단맛, 쓴맛, 매운맛, 신맛, 담담한 맛을 말한다.

    그런데 맛에 따라서 약성이 다르다. 예컨데 감초의 맛은 달며 그 성질은 따뜻하고, 곰의 쓸개는 맛이 쓰며 성질은 찬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파나 고추는 그 맛이 맵고 성질이 더워 피부의 신경을 자극해 모공(땀구멍)을 벌려 땀을 흘리게 한다. 이때 땀이 나면 기화열로 인해 열이 내려간다. 우리 선조들이 이런 이치를 알아낸 것은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것이 아니라 자연의 현상을 우리 몸에 상응시킨 경험에 의해 얻어낸 산지식이다.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이며 또한 생명체다. 한약의 약물 또한 모두 천연 생약이며 생명체다. 때문에 자연의 생명체(몸)와 생명체(한약)가 만나는 데는 이질감이 없어 큰 저항이 없다. 친화성으로 부작용이 적다는 말이다. 그런데 양약은 천연물이 아닌 화학약품이다. 때문에 자연물인 우리 몸에 비천연의 화학약품이 들어가면 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설령 감기에 효과가 있더라도 반드시 거기에는 해로움이 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의사들은 위의 실험에서 본 것과 같이 많은 항생제를 쓰는 것일까? 여기에는 의사 환자 양쪽 모두에게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의료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여기서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아 과잉 진료를 받지 말고, 병원에 찾아가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몸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김포 허산자락 귀락당 낙우재에서 수염많은 한송 늙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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