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연 원장

기사입력 2013.01.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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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도 쑥쑥 자라는 아이들~!
    개원가 일기

    아이들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키만 크는 게 아니라 마음도 자란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빨리 자라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던 아이가 이제는 어린이집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단다….

    오늘도 예약시간에 맞춰 준성이가 왔다.
    준성이는 진료할 때마다 주문사항이 많아서 항상 나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이다.

    “오늘은 귀 먼저 볼 거예요”, “오늘은 코는 안 뺄 거예요”, “오늘은 오른쪽만 코 뺄 거예요”….
    그리고 진료가 끝나고서 치료실에 가서는 간호사와 실랑이를 벌인다.
    “오늘은 이거 안 하고 저거 할 거예요”, “오늘은 포도맛 사탕으로 주세요”….

    이렇게 항상 정신없이 진료를 보는 준성이가 오늘은 너~~무 점잖게 인사를 하고 얌전히 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가 따라 들어오고 있었는데, 여자 아이를 확인한 나를 보더니 엄마가 바로 말씀하셨다.

    “선생님, 준성이 여자친구도 같이 왔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준성이가 바로 말을 이었다.

    “선생님, 민서예요. 오늘 저랑 같이 왔어요.”
    “어머! 우리 준성이 여자친구랑 같이 왔구나. 민서야, 안녕!”

    인사를 하고 진료를 시작하자 오늘의 준성이는 어제의 그 준성이가 아니었다.
    갑자기 매너남으로 변해서 자상하게 여자친구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민서야, 이제 진찰하는데 청진 먼저 할 거야.”
    “이제는 ‘아’하면 된다.”
    “이제 귀 볼 거야.”
    “이제 코 보고 콧물도 뺄 거야. 하나도 안 아파.”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어진 나는 ‘준성아, 정말 안 아파?’라고 짓궂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여자친구를 보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

    “민서야, 준성이 잘하지?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여자친구의 등장으로 어깨가 으쓱해진 준성이는 오늘의 진료를 아주 조용히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렇게 사랑이 힘은 대단하다. 개구쟁이 남자친구를 하루 아침에 매너남으로 바꿔놓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아이도 있었으니...
    수빈이는 우리 소아과 최고의 애교걸이다.
    그래서 수빈이와 함께 오는 아빠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으시는데, 사실 수빈이의 눈웃음과 애교에 나도 넘어갈 정도이니 아빠는 오죽하실까?
    그런데, 이런 수빈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남자아이인데 그 아이 얘기만 나오면 수빈이 얼굴이 복숭아색으로 발갛게 변할 정도로 너무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행복했던 수빈이가 시무룩해서 왔다.
    수빈이한테 이유를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놀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바로 아버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더 의아했는데….

    “권수빈이 권정환이를 좋아하거든요.”
    “네?”

    처음에는 무슨 말씀인지 못 알아들었는데 얘기를 더 들어보니, 수빈이가 정환이를 좋아하는데 둘 다 권씨인지라 정환이 할아버님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동성동본은 안 된다’라고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시는 아버님은 얼굴이 너무 좋아보이시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이렇게 사랑에 울고 웃었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시간이 맞지 않아 여자친구와 함께 오지 않는 준성이는 어제의 준성이로 돌아가서 오늘도 나와 실랑이를 벌이다 갔고, 애교걸 수빈이는 집안의 반대가 없는 다른 성씨의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늘도 아이들은 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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