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도훈 원장

기사입력 2012.04.06 10:37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B0112012040638250-2.jpg

    B0112012040638250-1.jpg

    “열이 나면 열이 있나보다”
    - 아프리카 말라위와 남아공서 경기도회 무료 진료 -

    지난 2월 2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의료진(각 의료단체 합동)이 아프리카의 말라위와 남아공에 경기도한의사회 대표로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말라위 음세체 마을 주민 진료

    마을 학교에 오전 9시쯤 도착했습니다. 학교 공터에 주민 300명 가량이 모여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의료진을 위해, 함께 노래를 불러 환영과 감사를 표했습니다. 노래가 끝날 즈음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말라위에서 비는 축복과 환영을 의미한다고 반긴다고 합니다.
    한국 의료진만 온줄 알았는데, 현지 말라위 의사(의사대리; Doctor Officer)들도 참여하고, 미국인 의사 부부도 진료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있던 교실엔 현지 의사, 미국 의사, 저, 이렇게 3명이 배치되었는데, 진료 책상은 2개라서, 저는 서서 협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진찰실로 쓰이는 교실은 비에 약해서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고, 진찰 중에도 비새는 곳을 피해서 책상을 이리 저리 옮겨야 했습니다.

    주민들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현지의사 이외에는 현지 치체와어-영어간의 통역들이 한 명씩 배치되었습니다. 주민은 현지어를 쓰고 통역이 의사와 주민 사이를 통역하느라 첫 환자의 경우 20분 가량 소요되었네요.

    주민들은 보건증을 가지고 다닙니다. 모든 보건기록을 이 보건증에 기록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그 보건증을 보면 예전에 어떤 병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보건증에 처방까지 써주면 그 보건증을 진료진 약국에 가져가서 약을 타게 되지요.

    첫번째 환자는 아이를 업은 엄마로, 허리가 아프다네요. 다리까지 저리고 허리를 굽히기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미국 의사는 여러 진찰 끝에 약처방과 함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다음 주에 병원에 꼭 가보라고 주문한 다음, 손을 환자의 머리 위에 얹고 안수기도로 마무리합니다.

    제가 허리디스크에 대한 운동법이라도 가르쳐 주고 싶었지만, 미국의사에 대한 예의도 있고, 주변에 교실을 가득 메운 대기자들 때문에 달리 공간도 없고, 통역자를 다음 환자 진찰 중에 빼내기도 곤란해서 그저 안타깝게 보내야 했습니다. 등에 업은 아기라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허리의 통증을 줄일 수 있을텐데….

    두번째 환자는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열이 높은 듯해서 체온을 재어보니 38도를 넘어갑니다. 눈꺼풀은 핏기가 없어 허옇고, 좌측 가슴 아래로 혹이 잡히니 말라리아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엄마에 업히고 손잡고 따라온 아이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옵니다. 앞으로 누워있을 엄마를 두고 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꼬. 눈물이 핑 돕니다.

    옆 좌석의 현지의사에게 아이 둘만이 앉아 있습니다. 보호자가 왜 없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고아라는 것을 이내 알았습니다. 작은 아이가 먹고 있던 옥수수를 놓쳐서 바닥으로 굴렀습니다. 울음을 터트리다가 교실 바닥에서 그 옥수수를 찾아 줍고는 행복한 얼굴로 변했습니다. 3~4cm 남은 옥수수 쪼가리가 이 아이의 오늘 끼니였던 것 같네요.

    •말라리아약 처방 기준

    말라리아환자가 많았었는데, 말라위 의사와 우리나라 의사의 진단 기준이 조금 달랐다네요. 말라위 의사는 고열이 있으면 무조건 말라리아로 보고 다른 확인 없이 말라리아약을 처방했고, 한국의사는 고열이 있더라도 빈혈 증상이 안보이면 말라리아약을 처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에이즈구분에 대한 견해

    저는 에이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마을에서 진료할 때 에이즈 환자의 구분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에이즈에 걸려 있어도 특이한 증상이 없고, 또 수시로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체계적인 에이즈 환자의 구분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에이즈 환자들의 관리가 과연 가능한 일일까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정보는, 아프리카의 가장 선진국인 남아공에서도, 국가 비밀처럼 숨기거나, 아니면 그 자료를 아예 만들려고 하지 않는 듯합니다. 에이즈 환자들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는 것이 이유라는데, 사회나 개인의 건강보다는 개인의 인권이 우선 가치로 여기나 봅니다.

    •에이즈나 말라리아에 대한 아프리카 주민의 대응

    이 병들에 대해 아프리카 주민들은 가볍게 여긴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감기에 걸린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합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특이한 증상이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서 기운이 없구나 하는 정도로 여기고, 에이즈 환자가 다른 병에 걸렸을 때 저항력이 약해 사망에 이르더라도 그 원인이 에이즈였는지의 구분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말라리아도 열이 나면 열이 있나보다 라고 여기면서 별 대응을 하지 않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어도 사망의 원인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죽음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듯합니다.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의료진을 만나 말라리아 진단을 받고 치료약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행운아에 속합니다. 그 사람이야 그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