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내경’의 저작시기
알기 쉬운 한의학-98
‘황제내경(黃帝內經)’은 동양의학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서적으로 의학자뿐만 아니라 동양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기본서로 인정되는 서적이다.
중국 고대의 전설적 제황인 삼황오제(三皇五帝) 중의 한 인물인 황제헌원(黃帝軒轅)과 그의 신하이며 천하의 명의(名醫)인 기백천사(岐伯天師)와의 의술(醫術)에 관한 토론형식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실재적 관점에서는 진한(秦漢)시대에 황제의 이름에 가탁(假託)하여 저작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 책은 원래 18권으로 전반 9권은 소문(素問), 후반 9권은 영추(靈樞)로 구분된다. 소문은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등 자연학에 입각한 병리학설을 주로 하고 실제치료에 대한 기록도 있지만 이론적인 면을 강조하여 서술되었고, 영추는 침구(鍼灸)와 도인(導引) 등의 쉽게 말하면 물리요법을 상세하게 기술하여 이 분야의 근간을 확립하였다.
현존하는 내경으로는 당(唐)나라의 왕빙(王氷)이 주석(注釋)을 가한 24권본이 있으며, 이보다 앞서 수(隋)나라의 양상선(楊上善)이 편집한 《황제내경태소(黃帝內經太素)》 30권이 있었으나 소실되고 전해지지 않는다.
중국의 진한(秦漢)시대(기원전 2~3세기)에 저작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저작시기는 밝혀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황제내경의 재해석과 고천문학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연구를 통하여 구체적인 저작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되었다.
<영추(靈樞) 76 위기행(衛氣行)>을 살펴보면 “子午爲經, 卯酉爲緯 (중략) 房昴爲緯, 虛張爲經”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이를 해석해 보면 “자오(子午)는 남북(南北)의 두 극에 해당하여 경(經:세로)이 되고, 묘유(卯酉)는 동서(東西)에 해당하여 위(緯:가로)가 된다. (중략) 방수(房宿)는 묘(卯:동쪽)의 자리에 있고 묘수(昴宿)는 유(酉:서쪽)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위(緯:가로)가 되며 허수(虛宿)는 자(子:북쪽)의 자리에 있고 장수(張宿)의 오(午:남쪽)에 있기 때문에 경(經:세로)이 된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
동양의 별자리 즉 고천문학의 내용이 반영되어 그 의미를 단순한 해석에서 알기 어려우나 구체적으로 내용을 풀어서 이해해 보면 황제내경이 저작될 당시에 동양의 별자리인 28수의 방(房), 묘(昴), 장(張), 허(虛)가 우주의 동서남북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황제내경의 저작시기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방(房), 묘(昴), 장(張), 허(虛)가 우주의 동서남북에 포진해 있는 시기를 확인하면 된다. 여기에 필요한 내용이 지구과학 시간에 많이 들어본 세차운동이라는 개념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로 기울어져 있고 이 자전축이 팽이처럼 움직이면서 한바퀴 돌아가는 주기가 형성되고 그 주기가 25,800년으로 밝혀져 있다. 이 개념을 적용하여 방(房), 묘(昴), 장(張), 허(虛)가 동서남북에 포진한 시기를 추적하여 확인해 본 결과 정확히 진한(秦漢)시대에 해당됨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황제내경의 역사성을 재확인하는 과학적 근거라는 의미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