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원가 일기
한 여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나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 동양학 공부를 했었고 아이와 함께 있던 밝은 모습의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웃는 모습이 해맑은 그녀를 보며 ‘그가 참 좋은 아내를 얻었구나’ 생각했다. 그녀의 부고 소식은 정말 뜻밖이었다. 그녀는 유방암을 앓았다고 한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통곡을 하시며 나오셨다. 그 뒤로 초췌한 그가 죄인의 표정으로 따라 나왔다. 지금 네살인 둘째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초기상태에서 발견을 했는데 출산까지 수술을 미루고, 출산 후에는 아프지도 않고 편해서 또 미루었단다. 2년 전부터는 전이가 되어서 수술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만 받았단다. 아쉬운 점이 많아서 어머니는 사위를 원망하고 계셨다.
지인들이 함께 서서 향을 피우는데 참고 있던 그가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정말 죽을 줄은 몰랐어요. 그냥 계속 살아있을 줄 알았어요. 몸이 식으면서 죽어가고 있었던 건데, 그냥 그렇게 계속 있을 줄 알았어요….’
죽음이 우리 삶에 참 가까이 있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는 살아있어야 할텐데….
장례식장에 다녀온 때문일까… 얼마 전부터 아팠던 한 부분이 갑자기 나쁘게 느껴졌다. 나도 유방암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며 두려움이 밀려왔다.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닌데 혹시 암이 아닐까하는 생각만으로도 갑자기 너무 두려워졌다. 그러니 진짜로 암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두려움은 어느 정도일까…감히 상상을 못할 정도일 것이다.
밤새 뒤척이며 생각했다. 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 엄마가 정말 사랑했다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고.
연로하신 부모님… 남은 생을 편히 사실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드리고 싶고.
남편… 다정하게 아내가 챙겨주는 삶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고….
또 한의사로서 암치료에 대해 생각해오던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내 몸의 변화를 끝까지 자세하게 기록해 놓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이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한 환자분께 연락이 왔다. 작년에 위암수술을 하시고 항암치료를 받으신 후 잘 지내고 계셨는데 이번 검사 결과 재발된 것이다. 다시 한번 첫번째 항암치료를 받으신 후 이제 항암제 투여는 안 하시겠다고 하신다.
이분은 성직자이시다. 재발 방지가 확실하지 않은 항암치료로 제대로 활동하기도 어려운 삶보다는 건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운동, 식사를 관리하시고 활기찬 삶을 살기로 결정하셨다고 한다. 뭐라고 대답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그저 ‘만약 저라고 해도 그렇게 하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암 치료를 잘 하시는 선배님들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같이 가보자고 말씀도 드려보았다. 이 분은 치료 잘한다고 하는 곳마다 따라다니면 끝이 없다며 안 가시겠다고 하신다.
매일 뜸뜨시고 1주일에 한번씩 침을 맞고 계신다. 뭔가 더 많은 것을 못해드리는 것이 안타깝다. 암환자의 치료에 대해 다시 한번 가이드라인을 정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더 미루지 말고 여름이 끝나기 전에 생애전환기 검사를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