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회장

기사입력 2011.04.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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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한의학
    개원가 일기

    요즘 꽃샘추위로 인해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한의학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근심어린 마음이 든다.

    한의학계에 모처럼 봄과 같은 청량한 소식이 들린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이 세계보건기구(WHO) 전통의학 분야의 협력센터로 지정되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에 이어 3번째로 지정되어 한의계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전통의학시장에서 한의학의 국제적 위상에 맞는 사명감과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20번째의 지정이지만 한의학이 세계전통의학시장의 구심점인 역할은 물론이고 국가성장산업의 근간(根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래에는 우리 한의학계에 봄의 향기처럼 맑고 밝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

    지난 2월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는 금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약 1조99억원을 투자하여 한의약산업시장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1)

    우리 정부의 한의약 육성과 발전의 과정을 보면 1993년 ‘한약분쟁’이라는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1996년 11월 복지부 내에 한방정책관실이 설치된 후 1998년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2010프로젝트)’을 진행하였지만, 7년간 119억원에 불과한 예산을 집행해 상징적인 의미로만 존재한 것이 아닌지 회의(懷疑)가 든다.

    그리고 2004년 8월 한의약육성법이 발효된 후 2005년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05 ~ ‘10)’이 종합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면서 14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으나 완료시점인 지난해에 30% 수준인 429억원을 집행해 한의학의 발전이 기대이상 개선되지 못한 채 구두선으로만 끝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4대 분야별 과제를 보면 ‘한의약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한의약의 역할을 비롯한 한의약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한의약 공공보건의료 역할 강화 및 한의약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 조성 등이 제시되었으며, ‘한약(재) 품질관리체계’를 위해 한약(재) 유통체계 선진화와 한약안전관리 체계 과학화로 한약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의약 연구개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한의약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한의약 연구개발 지원인프라 확충을 계획하고, ‘한의약산업 발전 및 글로벌화’를 위해 한의약 클러스터 조성과 한의약산업 활성화 지원 등이 중점과제로 제시되어 육성해 갈 계획이라고 보도되었다.

    이처럼 훌륭하고 다양한 사업계획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실행이 없거나 외부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무늬만 있는 한의약 육성2)이 될 것이 자명하다. 아무쪼록 정부와 한의학계는 우리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의 바람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민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를3) 살펴보면 한방의료기관의 한방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55.9%로 가장 높았으며, 불만족도는 한의원(한방병원)이 7.9%로 가장 낮게 집계됐다. 의료서비스에서 우리 한의사는 국민에게 높은 도덕성과 신뢰를 보여준 의미라 여겨진다.

    그러나 한방치료의 불만족인 요인은 비싼 치료비와 치료효과에 불신을 비롯한 한의사마다 다른 치료법이나 복용의 불편함과 치료시술의 고통 등의 이유들이 제시됐다.4) 이는 한약 가격이나 치료비, 진단의 객관화 및 보편성 등에 개별 한의사와 의료수요자 사이에 이해의 차이가 존재하는 한편 한의약에 대한 객관화와 과학화 등을 위시한 제형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의약서비스가 전체 의약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의료서비스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32조4996억여원에 이르는 가운데 한방의료서비스에 지출된 급여비는 1조2526억여원으로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5)

    이처럼 우리 한의학계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비롯한 언론과 양의학계의 의도적인 한의학 폄훼 등과 같은 실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개원가의 경제적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하고 후배 한의사들의 취업난 등도 나타나 총체적 위기를 초래하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방의료기관의 접근성을 높여 우리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한약제제 보험급여 확대나 한방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적극 마련하는 지혜 또한 필요하다.6)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우리 한의사가 설 땅이 사라져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한의학을 책임지지 못하여 우리 모두가 자괴감(自愧感)이라는 패닉(panic)에 빠질까 두려운 심정이다.

    한의학은 인체를 전일관(全一觀)으로 인식하여 음양(陰陽)의 조화와 기혈(氣血)의 순환으로 인체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자연 치유력인 면역력을 증강(增强)하므로, 임상적으로는 현대인의 생활습관병이나 만성·퇴행성 및 면역계통 질환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양생의학(養生醫學)이며 음양의학(陰陽醫學)인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한의학은 잠재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 지식산업으로 손색이 없음에도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기대욕구에 비해 정부의 경제적·법적·제도적 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안타까운 형편이다.

    그러므로 21세기 인류의 질병 정복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정책 수립으로 한의학을 발전·육성하여 개원가의 경영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한의약산업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우리 한의사가 기부와 봉사하는 삶을 실행하여 한의학의 정신마저 퍼뜨려 준다면 스마트(smart) 한의학으로 우뚝 솟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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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2차 계획기간(‘11년 ~ ‘15년) 중 총 투자 규모는 약 1조99억원으로 위축된 한의약시장을 살리고, 한의약의 과학화·산업화·세계화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한의약 의료서비스 선진화, 한약 품질관리체계 강화, R&D지원 확대 및 한의약산업 글로벌화 등 4개 분야 26개 과제로 구성. 분야별로는 의료서비스 분야 1647억원, 한약(재) 관리 1626억원, 연구개발 3412억원, 산업화 3414억원 등으로 계획.

    2) 한의약 육성 발전을 위한 사업 예산의 확보, 종합계획의 수립에 따른 효율적이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 이를테면 한의약품이나 한방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발 허가뿐만 아니라 한의약치료기술개발의 인프라 조성이 요구됨.

    3) 만족도는 종합병원(52.7%), 병(의)원(47.6%), 치과병(의)원(44.2%), 약국(한약국)(57.6%)으로, 불만족도의 경우 종합병원 14.6%, 병의원 9.3%, 치과병의원 17.5%, 한약국을 포함한 약국은 9.6%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조사에서 1999년, 2003년, 2006년, 2008년에 이어 2010년까지 5회 연속 한방의료서비스 분야의 만족도가 ‘1위’로 나타남.

    4)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치료를 받아볼 기회가 없거나, 양방치료에 익숙함과 건강기능식품의 복용과 치료효과의 불신, 비과학적 인식 등의 요인들이 제시됨.

    5)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0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0년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43조628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조2891억원이 증가(10.9%). 이 가운데 요양급여비 32조4966억원 중 종합병원급 이상 10조4014억원으로 전체 급여비의 32.0%, 의원급은 9조2167억원으로 28.4%, 약국은 8조3201억원으로 25.6%. 한의원은 1조1588억원으로 3.6%, 한방병원은 938억원으로 0.3%를 차지,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전체 점유율은 3.9% 이다.

    6) 한방의료기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수다. 한방치료기술의 보험 영역 확대를 비롯한 현대적 의료기기 활용, 의료기사지도권 확보나 한약이력추적관리제도의 입법과 한약재 중금속 기준의 완화, 및 한의사 수의 수급조정 등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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