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 치료는 한의학과 무관한 신기술이 아니다”
- 세계레이저치료학회 2010년 학술대회 참관기 -
필자는 우석대학교 한방병원 한방내과 장인수 교수님과 함께 최근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세계 레이저치료 학회(World Assocication for Laser Therapy: WALT)에서 주최한 2010년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WALT는 저레벨레이저치료(Low Level Laser Therapy: LLLT)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학회이며 수술용 레이저와 치료레이저 분야를 아우르는 학회로, 2년마다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행사가 열린 노르웨이 베르겐은 북유럽 노르웨이의 서해안에 위치하는 도시로, 과거 한자동맹 당시 북유럽 무역업의 관문도시였으며 오랜 기간 동안 노르웨이의 수도였다. 지금도 노르웨이 피요르드 관광의 거점으로 유명하며 수도 오슬로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필자의 눈에 비친 베르겐은 항구를 끼고 있는 해안도시여서 정박해 있는 배와 이곳의 명물인 수백년된 전통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왔고,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과 역시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 150여편의 레이저 치료 최신 동향 발표
과거에는 북해어장에서 잡히는 풍부한 대구와 각종 생필품 및 사치품을 교역하러 각국에서 모인 상인들로 북적이던 곳이 지금은 피요르드 관광을 나선 관광객들로 붐비는 여전히 국제적인 도시였다.
5~10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필자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대부분 따뜻한 겨울옷차림이라면 현지인들은 얇은 초가을 옷이거나 젊은이들은 반팔에 반바지를 걸친 운동복차림이어서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2010 WALT 학술대회는 학회 회장인 베르겐대학의 Jan M. Bjordal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이번 대회는 레이저 치료의 최신 동향과 그간의 성과에 대한 기조발표에 이어서 세부분야별로 발표와 Workshop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세부적으로 치과영역, 근골격계, 염증과 조직, 통증과 스포츠의학, 상처재생, 치료용량과 기초의학 분야로 나뉘어 4일간 130여편의 발표와 20편 이상의 포스터 발표가 빽빽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참석한 연구자들도 25개국에서 왔다고 한다.
레이저 치료계의 권위자들의 연구 발표가 이어졌다.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성한 연구 활동을 보이며 레이저 치료의 밑바탕을 일궈온 러시아의 연구자 Tina Karu의 강연은 레이저 치료의 생체효과 메커니즘의 핵심인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산 촉진이라는 주제로, 논문과 책으로 접하던 그녀의 최신연구 동향을 알 수 있어서 의미가 깊었다.
그리고 하버드의대 Michael R. Hamblin 교수의 발표에서는 치료레이저의 에너지 용량에 따라서 치료효과가 특정 패턴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 레이저 치료시 용량 설정에 근거를 제시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발표로 호주의 Roberta Chow의 강연이 있었다. 그녀는 호주에서 치료레이저를 이용해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임상의로 2009년 저명한 학회지인 Lancet에 Neck pain에 대한 레이저 치료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메타분석 논문을 기고한 뛰어난 연구자이기도 했다.
밝은 인상의 여성으로 자신감 있는 말투와 조리있는 설명으로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자신들의 연구를 게재하게 된 과정을 극적으로 설명해서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하였다. 10번이 넘도록 재교정과 논문 반려, 추가연구를 반복해서 공동연구자들조차 지쳐있었지만 끈기있게 추진해 결국 세계적인 저널인 Lancet에 레이저논문을 실리게 했다는 점에서 감동마저 느껴졌다.
세계적인 연구자, 뛰어난 연구는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롭게 느꼈고, 명성 뒤에 감춰진 연구자의 노력과 인고의 시간들이 느껴졌다. 이제 겨우 학위과정을 마치고 연구자의 길에 뛰어든 필자에게 앞으로의 방향과 과정을 미리 살펴본 듯해서 큰 도움이 되었고, 자극이 되었다.
** 경맥레이저 이용한 중풍 예방 및 치료법 발표
이번 대회에서 장인수 교수님과 필자는 임상연구 1편과 포스터 1편을 발표했다. 장인수 교수님은 ‘경맥레이저의 항혈전 효과’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경맥레이저를 이용해 중풍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은 그간 한의학 임상에서도 시도되고 있으나 치료방식에 기준이 없고 효과성의 근거가 약해서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레이저가 미토콘드리아의 세포호흡을 촉진해서 에너지 생산을 촉진한다는 기전이 정립되고, 이를 이용한 중풍 급성기 치료의 대규모 임상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중풍 치료에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이 대두될 것이며, 이번 연구는 치료에 앞선 예방에 대해서 다룬 것으로 충분히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으리라 예상하였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하버드의대 Hamblin 교수의 질문에 이어서 중풍 급성기의 레이저 치료 연구를 수행했던 이스라엘의 Uri Oron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의 질문에 설명과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학회 참가를 준비하면서 연구를 진행할 때보다 더 깊이 있는 부분까지 이해하고 보완할 수 있었고, 질의 응답과 토론을 통해서 앞으로의 연구 진행방향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발표자체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얻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레이저 연구계에 이름을 알리고 연구자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진전이 있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 다녀오고 나서 아쉬웠던 점은 한의사 참가자가 필자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라 국내 한의계에서 레이저 치료의 임상과 연구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 한의 임상 레이저 치료 아직 갈 길 멀어
한의계에 레이저 치료가 소개된 지 30여년이 지났음에도 치료법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제한적인 적응증에만 사용되며, 치료효과에도 논란이 있음을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국외에서는 효과의 기전 규명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위한 용량이 연구가 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통증, 염증, 재활, 스포츠의학, 중풍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영역에서 효과성을 입증해 나가며 레이저 치료의 영역을 확립해가고 있음을 보았다.
레이저 치료는 한의학과 무관한 신기술이 아니다. 한의학적으로도 빛을 이용한 치료의 한 갈래로서 이론적 바탕이 있으며, 경맥이나 경혈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식의 레이저침으로 이미 이용해왔던 치료법다. 레이저침은 특히 비침습, 무통증, 무감염의 이점이 있는 치료법이다. 국외의 최신 연구와 임상을 배워 치료 메커니즘을 우리식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한의학적 임상 적응증을 개발하여 적용 영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양적·질적으로 수준높은 연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레이저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자료가 모이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쌓아간다면, 잘못된 상식이나 오해로 인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한의학적 치료방법의 하나로 레이저 치료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