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회장

기사입력 2010.08.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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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의서도 반환할 때다”
    - 간이벽온방, 향약구급방, 동의보감 등 일본서 소장
    - 유출문화재 반환으로 좋은 이웃나라로 발전되길…

    지난 10일 한·일 강제병합(1910년 8월29일) 100년 담화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한·일 병합조약에 대해 “3·1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는 지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담화내용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세기 초 일본은 군사적·경제적·외교적 우위에 있던 상황에서 병합조약을 불법적으로 강압하여 이뤄졌다는 엄연한 사실. 한·일 두 나라 깊은 앙금의 역사 문제를 획기적으로 타개할 수도 있었던 좋은 기회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역사적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두 나라는 진정한 화해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후 지속적으로 양국간의 긴밀한 대화와 열린 마음을 지닌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강제병합 100년 담화’를 무라야마 담화를 기조로 한 것도 ‘병합조약의 강제성’이라는 표현을 기대한 우리와 달리 에둘러서 언급하는 선에 그친 것은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강제병합’이라는 것을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인식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본다면 소원(疏遠)한 관계는 해결의 기미가 열리지 않을까 한다.

    간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일본 궁내청에 소장된 조선왕실의궤1) 등 일본 정부가 소장한 한국 문화재를 인도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는 한국 국회와 민간단체의 반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담화에 일본이 소장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의지를 밝힌 것만 보면 그나마 과거보다 진전된 역사인식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이 약탈한 문화재에 대한 반환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본에 있는 우리 한의서의 반환도 기대된다. 일본은 올해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표기를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등 역사 왜곡이 계속된다면 사과 담화와 문화재 인도의 의미는 사실상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 일본정부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한다면 그 진실성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지는 것은 나만의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조선왕실의궤를 보관 중인 일본 궁내청이 인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한국문화재에 대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간 총리가 한국에 돌려주겠다고 밝힌 조선왕실의궤 외에도 수많은 우리나라 문화재가 남아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재를 돌려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한국문화재가 도쿄국립박물관과 도쿄내각문고, 텐리(天理)대 중앙도서관 등 250여곳, 6만1409점이 남아있다고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밝히고 있다.

    한국문화재 중 일본에 유출된 한의서의 실태를 살펴보면, 궁내청 서릉부에는 간이벽온방(簡易 瘟方), 고본응골방(古本鷹 方), 고사촬요(攷事撮要), 동의보감(東醫寶鑑), 신증응골방(新增鷹 方), 신편집성마의방(新編集成馬醫方), 응골총론화해(鷹 叢論和解), 의림유증집요(醫林類證集要), 의방유취(醫方類聚), 의방활투(醫方活套), 의종손익(醫宗損益), 제중신편(濟衆新編),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등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국보급인 의방유취(醫方類聚)2)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치가 있다.

    궁내청 이외에도 일본 국회도서관은 동의보감(東醫寶鑑), 제영신편(濟瓔新編), 경험방휘편(經驗方彙編),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 등을 소장하고, 오사카부립 중지도도서관3), 나고야 봉좌문고4) 등의 여러 곳에서 많은 종류의 한의서가 소장되고 있다는 사실(史實)이다.

    지난해에는 17세기에 편찬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한국의 7번째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됨에 따라 한국의 기록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된 사실만 봐도 한국인의 문화적 자존심을 느끼게 한다.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21세기 인류의 치료의학이나 예방의학으로써 자리를 잡는 등 우리 한의학의 가치는 전 세계가 인정하지 않았는가!

    지난 1일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역사적 사건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인 계기가 된 이 마당에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금년은 일본에 불법으로 유출된 한의서를 포함한 모든 문화재들이 함께 반환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이루어 지 길 바란다.

    한·일이 공동조사를 거쳐 자세한 현황을 파악, 목록을 체계화하여 불법 유출된 문화재의 반환으로 좋은 이웃나라로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일본 정부의 한국 문화재 반환 입장 발표를 근거로 우리 한의서의 반환이 같이 이루어져 한·일 두 나라가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조상의 지혜와 혼이 담긴 우리의 문화재가 고향산천에 돌아오지 못하고 남의 나라에 있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상하는 일이다.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우리 모두가 조상의 삶과 얼이 담긴 문화재에 대해 깊은 인식과 자긍심, 책임감 그리고 주체성을 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후손에 부끄럽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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