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현 한의사

기사입력 2010.02.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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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한의학 旅行 17

    사람들은 언제부터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음률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위안을 받기 시작했을까? 필자가 수없이 방문했던 박물관들에 진열된 수많은 유물에서도,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만났던 거대한 유적들에 새겨진 상형문자에서도, 먹고 살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뛰어 넘는 음악과 예술을 항상 발견할 수 있었다.

    산모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울음소리로서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듯 음악이란 언어에 앞서는 본능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유럽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필자의 유럽 첫 도시였던 라트비아 리가 올드타운의 어느 광장에서 들었던 길거리 음악가의 첼로 연주가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너무 배가 고파 만원이 훌쩍 넘는 햄버거를 사먹고 속 쓰려하며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들려오던 첼로 소리. 단지 모든 것이 비싸고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삭막해 보였던 거리가 신기하게도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길거리에서 음악이 들려오면 그것을 따라가기 시작했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 털썩 앉아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멍하게 그 음악을 듣기도 했다.

    이렇게 길거리 음악을 예상치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서 유럽여행이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그 이후로 필자는 각 나라를 들를 때마다 공연을 찾아 다녔다. 스페인의 플라멩코, 리스본의 파두,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의 오페라 등 말로만 듣던 그 음악들을 실제로 들을 수 있어 정말 감동적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음악을 감상할 기회도 많았지만,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끔 찾아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참 많이 불렀던 기억이 난다. 즐거울 때, 때로는 너무나 힘겨울 때 동행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한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었다.

    필자는 노래를 그리 즐겨 부르는 편이 아니었다.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아 친구들과 놀 때도 항상 노래방은 되도록 피하고자 했었다. 노래방은 음악 경연장이었고, 노래는 항상 시험과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여행 길에서 음악의 너무나 당연한 의미를 깨달았다.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전하고 공유하는 그 무언가라는 것을. 음악은 영혼과 바로 맞닿아 있는, 그리고 표현함으로써 그를 자유롭게 만드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 필자는 인도여행의 블랙홀 중 하나로 꼽히는 바라나시에 와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푸근해져 장기 체류하기 십상인 도시들,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 힘든 속칭 ‘블랙홀’이 있다. 세계에는 많은 블랙홀들이 있는데, 이들은 물가가 싸고 푸근한 사람들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바라나시가 특별한 이유는 역시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많은 교습소들이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배울 수 있다.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시타르, 아프리카 드럼 젬베, 기교와 테크닉이 필요한 타블라 등 다소 생소한 악기뿐만 아니라 피리, 기타 등 일반적인 악기 교습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보컬 트레이닝과 댄스교습까지 가능해서 장기 여행자들을 고민에 빠뜨린다.



    교습을 받고 난 다음,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갠지스 강가에 나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느덧 몽환적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때로 홀로 연습하고 있으면 다른 악기를 가진 여행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자연스럽게 멋진 강변 콘서트가 펼쳐지기도 한다. 음악을 듣고 모여들어 음악으로 한 마음 된다는 것, 너무나 멋진 일이 아닌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더 자기 안으로만 파고 들어가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스로를 가두면 가둘수록 괴로워지고, 그 괴로움은 곧 병이 된다.

    이런 단절로 생긴 병이라면 음악이 무언가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필자는 음악치료라는 분야가 단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만들기만 하는 단순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말로 치료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그 이상의 무언가로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다. 음악과 예술은 무엇보다도 영혼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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