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47

기사입력 2010.01.12 07:54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B0112010011228488-1.jpg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一焉.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도(道)도 크고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왕 또한 크니 이 세상에 네 가지 큰 것이 있어서 왕도 그 하나를 차지하거니와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왕(王)’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세상에서 패권을 잡은 왕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도와도 같이 하고(同於道), 덕하고도 같이 하고(同於德), 잃은 것하고 같이 하는(同於失) 아상(我相)이 없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또 ‘크다(大)’고 한 것은 크다 작다 하는 감각적 분별지(分別智)가 아니다.

    거기에는 ‘서(逝)’라든가, ‘원(遠)’이라던가,‘반(反)’이라던가 하는 그 모든 개념이 융합해 있는 것이다. 세상에 도(道)와 천(天)과 지(地)와 왕(王)이라는 네 가지 큰 것(大)이 있는데 이 네 가지가 따로 있어서 절대성을 가지고 패권을 다투거나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모두 도에, 도는 또 자연에 일치하고 있으니까 그걸 굳이 말로 표현한다면 ‘크다(大)’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감각으로는 하늘도 있고 땅도 있고 또 생각으로는 도도 있고 왕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감각과 생각의 경계를 넘어선 곳에서 그 모두가 하나가 된다. 바로 그것을 ‘인법지(人法地)’하고 ‘지법천(地法天)’하고 ‘천법도(天法道)’하고 ‘도법자연(道法自然)’한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도’는 크다. 도를 본받는 하늘도 크다. 도를 본받음으로 위대해진 하늘(天法道), 그 하늘을 본받는 땅(地法天)도 크다.

    도를 본받음으로 위대해진 하늘, 그 하늘을 본받음으로 위대해진 땅, 그 땅을 본받는 사람도 크다. 결국 모든 위대함의 근원은 ‘도’다. 사람의 위대함도 땅과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 도를 본받는데서 비롯된다. 도는 무엇을 본받는가? 도는‘자연(自然)’을 본받는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이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산천초목과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문자대로 ‘스스로 그러함’이다. 영어로 ‘self-so’ 또는‘spontaneity’로 번역하기도 한다. 따라서‘자연을 본받는다’함은‘스스로 그렇게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노자』 중에서 ‘도’를 원리적으로 설명할 경우, 그것이 『장자』의 ‘도’에 대한 논술과 내용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자구의 표현까지도 공통되고 유사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노자』 제1장의 ‘비상도(非常道)’와 『장자』의‘도로하지 않는 도’, 『노자』 제21장의 “그 가운데 정기가 있다.… 그 가운데 신이 있다”와 『장자』의 “또한 정기가 있고, 신이 있다” 따위와 같은 것이다.

    이처럼 이 장의‘천지 앞에 먼저 생긴다(先天地生)’가 『장자』의 「지북유편(知北遊篇)」 등에 그대로 나오고, ‘자지왈도(字之曰道)’,‘강위지명왈대(强爲之名曰大)’와 비슷한 사상이 『장자』의「즉양편(卽陽篇)」에 나오며,‘천대지대왕역대(天大地大王亦大)’와 비슷한 사상이 『장자』의 「천도편(天道篇)」에 나온다. 따라서 ‘도’철학의 기본적 성격을 고찰하려면 노장의 도의 기본적 성격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