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타임머신

기사입력 2009.12.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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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 가슴에서 꽃피다”

    사람의 젖가슴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흉곽에 붙어 있다. 참고로 소는 하복부에 붙어 있고 여우 원숭이는 사타구니에 있으며 고래는 대음순에 붙어 있다. 가슴은 심장 위에 있으면서 마음자리로 인식된다. ‘가슴이 설렌다, 가슴이 미어진다’, 뿐만이 아니라 ‘복장이 터진다’는 말까지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은 마음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유방이 가슴에 붙어 있어서인지 유방질환을 치료하는 병리적 규명도 신경증의 일부로 파악된다. “부인이 근심하고 성내며 억울한 일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면 젖 속에서 자라새끼나 바둑돌과 같은 멍울이 생긴다”라고 동의보감은 기록하고 있다.

    치료실례도 적고 있다. “어떤 부인이 나이 60에 성질이 급하고 질투심이 많았다. 갑자기 왼쪽 유방에 바둑돌만한 멍울이 생겼는데 아프지는 않았다. 마땅히 기를 통하게 하고 혈을 잘 돌게 하며 반드시 성정과 환자의 감정에 맞추어 주어야 낫는다. 곧 인삼을 달인 물에 기를 열어주는 청피와 생강즙을 복용시키니 곧 나았다”로 기록하고 있다.

    한의학적 원리도 비슷하게 이런 생리를 경락학적으로 설명한다. 유방의 두드러진 살 부분을 지나가는 경락은 소화기를 뜻하는 위장경락이고 젖꼭지 부분을 통과하는 것은 간경락으로 유즙의 분비를 촉진한다. 간은 스트레스나 자율신경을 조절한다고 믿어지는데 근심과 스트레스는 간의 기를 막히게 하고 유선의 통로를 막아서 내부 순환 장애를 유발하고 멍울을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위장은 위장의 역할이 있고 간은 간의 역할이 있다. 여성성을 총괄하여 간과 위장의 역할을 조정하는 총사령관은 충맥이다. 충맥은 아랫배에서 출발하며 상승하면서 때에 맞게 피를 비어있는 곳에 내려 채우고 다시 상승한다. 충맥은 여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비워진 자궁에 먼저 혈액을 공급하고 남으면 젖가슴에 피를 공급하며 다시 상승하여 뇌에 혈액을 공급한다.

    전체적인 혈액량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뇌가 많은 혈액량을 소모하면 자궁과 젖가슴은 비워져 생리도 고르지 못하고 젖가슴은 빈약해진다. 이런 생리·병리적 관점에서 침구경락학은 가슴의 크기에 대해 설명한다.

    경락이 단순히 기의 통로로 말해지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체 생명력인 원기의 통로다. 생명력이라 하면 모호하지만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고라니의 가지뿔은 너비가 3.6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뿔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시용으로 커진 것이다. 생식을 위한 생명력이 필요에 의해 구조적 변화를 유발하는 추진력으로 엄청난 뿔로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의 힘이 바로 생명력이며 원기이다. 침구학이 이 원기를 이끌어 내는 방식은 심플하다. 찌르는 자극으로 신경계를 흥분시키고 면역이 이물질이라 규정하여 원기의 이동을 촉진시킨다. 마지막으로 호르몬이 균형적인 에너지의 재분배를 완성하면서 이전의 평형상태로 돌아간다. 면역신경호르몬의 합동작용을 유발하여 에너지의 집중과 선택을 만드는 셈이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따르면 유방도 여러 가지 족보로 나뉜다. 유두함몰이 일어난 젖은 귀웅젖이고 그중에도 최고는 대접처럼 생겨서 아래로 처지지 않고 탄탄한 것이 최고라 하여 대접젖이 최고로 친다. 젖가슴을 둘러싼 고유의 명칭도 재미있다. 젖가슴이 코게 내민 부드러운 부분은 젖통이, 젖무덤, 젖몸이고 젖꼭지 주위의 거무스름한 부분은 젖꽃판, 젖무리라 하며 젖꼭지 주위의 좁쌀처럼 솟은 부분은 옴이라 한다. 잘은 모르지만 요즘 한방 일각에서 경락으로 유방성형을 말하는 것도 이런 원리적 기초와 미학에 입각한다. 대부분 충맥의 기점인 공손혈과 위장경락의 자극을 통해 이루어진다.

    약물은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없을까. 일본 한의사 시수도명이라는 분이 쓴 한방치료백화에는 민들레, 특히 흰민들레를 특효로 적고 있다. 사실 민들레 잎을 잘라보면 하얀 흰즙이 나오는데 유액과 비슷하다. 비슷한 기능의 식물이 비슷한 인체의 기능을 보충한다는 이류보류의 원리로 유선 관련 질환을 고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임산부의 젖앓이, 젖몸살을 치료하는 것으로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은 다투어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인 처방도 있다. 민들레의 한약명은 포공영이다. 처방에는 포공영, 산약, 당귀, 향부자, 목단피를 복용한다고 적고 있으며 남자가 마셔도 유방이 부풀어 오른다고 적고 있다. 사실 유방의 크기는 유선조직과 지방조직이 결정하는데 유선조직의 발달을 촉진하는 민들레의 약효는 일면 솔깃한 측면이 있다.

    민들레의 원래 이름은 일설에 ‘문둘레’이다. 문만 나서면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나온 명칭이다. 지금은 외래종에 밀려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어 들었다. 일편단심 민들레란 말처럼 외래종이나 근친의 꽃씨를 받아들이지 않는 고고함이 처녀생식으로 개체수를 근근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래종과 토종의 가장 큰 차이는 꽃받침에 있다. 토종은 꽃받침이 가지런히 위로 붙어 있는 반면 외래종은 밑으로 쳐져 있어 확연히 구분된다. 이 글을 적고 나면 멸종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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