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43

기사입력 2009.11.0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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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從事於道者, 道者, 同於道, 德者, 同於德, 失者, 同於失.

    모든 일을 도(道)에 쫓아서 하는 사람은 도를 지닌 사람하고는 도로 어울리고 덕이 있는 사람하고는 덕으로 어울리고 도와 덕을 잃은 사람하고는 그 잃은 것으로 어울린다.

    이런 사람은 ‘너’와 ‘내’가 따로 없다. ‘화기광(和其光)하니 동기진(同其塵)하라’는 말이다. 바울로 성인도 “실상 나는 모든 이에 대해서 자유로운 몸이지만 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하여 나 자신은 모든 이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을 얻기 위하여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이 되었습니다. 비록 나 자신은 율법 아래 있는 몸이 아니지만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얻기 위하여 율법 아래 있는 이들에게는 율법 아래 있는 몸이 되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율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법안에 있는 몸이지만 율법이 없는 이들을 얻기 위하여 율법이 없는 이들에게 율법이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허약한 이들을 얻기 위하여 허약한 이들에게는 허약한 몸이 되었습니다. 나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다만 몇 사람이라도 꼭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고린도인에게 보낸 첫째 편지 제9장 끝부분). 그럼, 사기꾼에게는 사기꾼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그러나 어울리되 같아지지는 말아야 한다.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이 변화된다. “누가 능히 혼탁한 것과 함께 하면서 고요하여 그 혼탁한 것을 천천히 맑게 하겠느냐(熟能濁以靜之徐淸)”고 했을 때 바로 도(道)에 훌륭한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사기꾼들하고는 어울리지만 같은 사기꾼이 되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사기꾼들 하고만이 아니라 이른바 성인군자나 정의파들 하고도 그래야 한다.

    요즘 과거사 청산이니 해서 온통 시끄러운데 그들은 자신들의 정의만을 고집하여 끝까지 상대방을 매도하려고 한다.

    도를 지닌 사람은 그 사람들과 어울려서 불의를 질책하고 고쳐나가려고 애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협력해서는 안된다. 모두가 자기와 한 몸인데 끝까지 매도할 수 있겠는가? 병(病)도 마찬가지다.

    서양의학에서는 병이 들면 병을 몰아낸다고 항생제나 독한 약을 쓰는데 한의학에서는 병과 함께 잘 어울리도록 하는 치료법을 쓴다. 병과 싸우다 보면 상대도 견뎌내려는 내성이 생겨 기승을 부려 더 싸우게 된다. 편안하게 해줘야 병도 낫는다.

    그것이 ‘실자(失者)를 동어실(同於失)한다’는 말이다. 도고 덕이고 없는 무뢰한들을 평안하게 해준다는 말이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을 이해하고 위로해 풀어주면 그들의 그런 행위가 저절로 없어진다. 그들을 감싸안기 위해서는 그들이 입고 있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예수님의 ‘화육(化肉)’이 바로 그것이다.

    예수님께서 짐을 진자들아 내게로 오라 내가 쉬게 하리라 하셨는데, 세상에서는 힘없는 자들이 죄인이요 악인으로 몰리고 있지 않는가? 예수님은 헐벗고 배고픈 자들에게 자꾸 나누어 주라고 하셨다. 인도의 성녀 마더 테레사도 모든 생명을 위해서 나누라고, 나눠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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