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食療라는 새로운 치료영역을 개척한 儒醫
‘성종실록’ 1487년 4월27일에 右贊成 孫舜孝가 ‘食療纂要’라는 책을 성종에게 올리는 기록이 보인다. 이 책은 본래 醫員 全循義가 편찬한 것을 孫舜孝가 尙州에서 慶尙道 監司로 있을 때 간행한 것이었다. 이 책에 대해 성종은 “이 책은 보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내가 매우 가상하게 여긴다”라고 칭찬하고 있다.
‘食療纂要’에는 음식물로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세조부터 성종년간에 御醫로 활동했던 全循義가 지은 醫書이다. 여러 대에 걸쳐서 醫官으로 근무하면서 생긴 食療知識을 이 책에 풀어 놓은 것이다.
그는 세종년간에는 ‘醫方類聚’의 편찬에도 참여하였고, 金義孫과 함께 ‘鍼灸擇日編集’이라는 침구서적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醫書의 편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그의 학술적 능력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그가 당시 누대에 걸쳐 조선을 대표하는 醫家로 이름이 높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몇 년전 과학국가박사인 이종호에 의해 제기된 문종독살설의 배후로 全循義가 지목된 적이 있다. 세조는 단종을 죽인 인물로서, 단종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형인 문종까지 죽였다는 것인데, 이종호의 주장에 따르면 문종의 주치의인 全循義가 종기에 걸린 문종에게 독성이 강한 꿩고기를 처방한 것은 병을 악화시키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 인물로 수양대군을 지목하고 있다. 그 근거 중의 하나가 사간원 등에서 全循義의 치료에 대해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이것은 묵살이 되고 나중에 오히려 정2품인 資憲大夫에까지 올라가게 된 사실이다.
정치적 격변기에 의학이 역사의 변화를 유도해낸 사실들이 기록 속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때 한번 살펴볼만한 주장일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