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의 儒醫列傳 18

기사입력 2006.05.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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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醫寶鑑’으로 濟民의 뜻을 펼친 儒醫

    李以斗는 자가 瑞七, 호가 西坡로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었다. 그는 天文, 地理, 卜筮, 算術에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경상북도 칠곡 태생인 그가 어떤 벼슬을 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아 행적을 추적하기에 자료상 미비하지만, 아마도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지방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는 일에 종사하였을 것이다.

    의학에 투신한 것도 사회적 입신양명보다는 濟民에 더욱 깊은 뜻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東醫寶鑑’을 다년간 연구한 끝에 그 가운데 가장 긴요한 것들을 한데 모아 여기에 자신의 의견을 붙였는데, 이 때 약물의 君臣佐使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중량을 달리하거나 가감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東醫寶鑑’ 원저에 나오는 처방의 뒤에 새로운 처방을 덧붙이기도 하였고, 기타 雜方과 俗方을 그 뒤에 붙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원고를 모아 ‘醫鑑刪定要訣’이라는 이름의 책을 내게 되었다. 책 이름대로 이 책은 “‘東醫寶鑑’을 깍아서 정해놓은 要訣”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李以斗의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그의 嗣孫인 李相駿이 崔鍾應의 서문을 붙여 1930년에 간행하게 되어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다. 모두 3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거의 ‘東醫寶鑑’의 목차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몇 가지의 차이가 보인다.

    먼저 湯液篇, 鍼灸篇이 생략되어 있고, 대부분의 내용을 醫論이 과감하게 생략되고 처방만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별된 처방의 내용 안에 관련 醫論을 附記하는 형식으로 간편화를 도모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東醫寶鑑’의 원래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군데에서 관련 문장을 끌어다가 자신의 논리에 따라 새로 엮어내고 있다. 그리고 각 門이 끝나는 부분에 설명을 생략한 單味藥材가 부기되어 있다. 이로 볼 때 이 책이 단순히 ‘東醫寶鑑’을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醫家들의 학습과 用藥의 요점을 기록하여 치료에 요령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東醫寶鑑’이 간행되어 한국 한의학의 독자적 전통이 마련된 후에 한의학이 보다 더 깊이 민중 속에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은 李以斗와 같은 민중 속에서 廣濟를 위해 노력한 醫人들의 노력 때문이 아니겠는가. 李以斗를 통해 우리는 ‘東醫寶鑑’이 간행된 후 조선 후기 지식인 사회에서 ‘東醫寶鑑’이 얼마나 애독된 서적이었는가를 견주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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