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7

기사입력 2004.05.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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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수련의 황지혜

    병원은 인간시장을 방불케 하듯 다양한 인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저마다 병을 앓고 있어 심각한 분위기의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삶의 희망’을 일깨워 주듯이 병원분위기를 활기차게 가꿔주는 환자들도 있다.

    2주 동안 몸무게가 4kg이 빠진 아줌마 비만환자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공중에 발차기를 해대고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줘 폭소를 자아냈던 아저씨 중풍환자가 그런 경우였다. 특히 눈에 띄게 줄어든 뱃살과 날이 갈수록 굳은 의지를 보이며 기운 넘쳐하는 아주머니를 볼 때면 인턴들의 기분은 한없이 좋아지곤 했다. 더구나 살이 빠져갈 때마다 “감사하다”며 안겨주시는 간식거리는 인턴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었다.

    일이 적응이 되고 나니 환자들과 대화할 시간이 조금씩 늘어가고 부담감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게 됐다. 그래서인지 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대화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의 문을 여시며 회복의지를 보여주시는 환자분들을 보며 ‘心醫’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러나 암 환자는 언제나 ‘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하는 서글픈 마음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특히 직접적으로 대해본 건 두 번째 위암환자(말기)였는데, 이미 병세가 너무 깊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의사로서 한계를 느끼게 했다. 공부를 좀더 열심히 해서 무언가 도움이 되자는 초등학생 같은 순수한 마음뿐이다. 물론 실력이 뒤따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니 조금 여유가 생길수록 실력을 닦는데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육체의 병은 마음이 편안해야 호전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그러나 아직까지 마음을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신이지만,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만은 간절하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다. 곳곳에서 동기들의 소식을 들어보면 저마다 취직을 해 환자들과 부대끼며 보람을 찾곤 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책에 파묻히거나 강의를 들으러 간다고 한다. 나 자신 역시 부족함만을 느낄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내자! 인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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