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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환 역사편찬위원장 “한의신문은 역사의 우물”[한의신문]대한한의사협회 가양동 시대의 막을 연 ‘한의사회관’. 회관의 개관이 있기까지의 역사적 발자취를 꼼꼼하게 기록한 <대한한의사협회 회관건립사(2006년 刊)>와 113년이라는 협회의 어제와 오늘을 집대성한 <1898~2011 대한한의사협회사(2012년 刊)>. 이 두 권의 위대한 기록물 뒤에는 늘 박순환 위원장이 있었다. 박순환 원장(성남시 여래한의원/사진)은 대한한의사협회 회관건립사 발간 위원장과 역사편찬위원장을 각각 맡아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가 방대한 자료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역사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사료(史料)의 탐색이 주효했고, 가치 있는 사료의 상당 부분은 <한의신문>에서 길러 냈다고 했다. 그에게 한의신문은 곧 역사의 우물이었다. 그로부터 한의신문과 함께했던 기록의 여정을 들어봤다. <회관건립사>와 <대한한의사협회사(이하 협회사)>가 발간된 지도 벌써 각각 20년과 14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현재의 관점으로 그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던 소회를 물었다. “지나고 보니 참 감개무량하다. 신축 한의사회관 건립은 전 회원의 염원이 깃든 역사적 대사(大事)였고, 협회사(協會史)를 새롭게 정리하는 과업은 한의학의 뿌리를 제대로 찾기 위한 험난한 탐험 같았다. 방대한 역사의 기록을 묶어 책으로 펴내는 일은 후대를 위한 사명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다시 생각해도 두 권의 책을 발간할 당시의 벅찬 감동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대한한의사협회사 역사편찬위원회 회의> 그는 또 <회관건립사> 발간위원들과 <협회사> 편찬위원들의 아낌없는 협력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회관건립사 발간 소위원회의 이수완·이종안·위성현·정기영·하재규 위원과 협회사 역사편찬위원회 김남일·박왕용 부위원장을 비롯한 안상우·김선제·이종안·위성현·김은기·강연석·정기영·하재규 위원 등 많은 분들의 열정 덕분에 내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록의 부재와 기록의 파편화 두 권의 책을 발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떤 자료는 너무 방대했고, 또 어떤 자료는 매우 부재했다. 이에 더해 각각의 자료들 대부분이 파편화돼 있어 어디서, 무엇부터 정리할지가 무척 막막했다. “책을 펴낸 분들은 알 것이다. 에세이를 펴내고자 하면 대주제와 소주제를 분리해 살을 붙여 나가면 되지만, 역사책은 그럴 수 없다. 분명한 사실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은 ‘기록의 부재’와 ‘기록의 파편화’였다.” 기록물이 아닌 말로 풀어낸 증언들은 편향과 왜곡되기 쉬웠고, 개인들이 소장한 자료는 마치 숨바꼭질하듯 쉽게 찾아 낼 수가 없었다. <회관건립사>는 치열했던 건립 회의 과정, 기금 모금 현황, 시공사의 역할 등 세세한 타임라인의 정확한 고증이 필요했고, <협회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고증할 수 있는 확실한 자료가 뒷받침돼야만 했다. “그때 매우 큰 도움을 준 게 ‘한의신문’이었다. 한의신문의 기록은 그 자체가 한의계 역사의 타임머신이자 깊은 우물과도 같았다. 그곳서 물을 길러오듯 필요한 자료를 건져 올리면 됐다. 기억의 한계에 부딪히거나 자료의 공백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마다 한의신문의 옛 기록들은 명쾌한 내비게이션이 돼 주었다.” <대한한의사협회사와 회관건립사> 그는 <회관건립사>를 집필하면서 한의신문 기사 중 회관 건립 기금 모금에 동참한 회원들의 명단과 그에 얽힌 미담 인터뷰들을 십분 활용했고, <협회사>를 만들 때는 <대한한의사협회 사십년사(1989년 刊·편찬위원장 한대희)>의 기록과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지루하게 이어졌던 한약분쟁사를 비롯해 한의계 질곡의 세월을 낱낱이 기록한 한의신문의 옛 기록들을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객관적 사료는 사명을 완수하게 한 고마운 대상" “한의신문의 기록은 가장 신뢰할 만한 1차 사료였다. 1994년 4월27일 회관이전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한 때부터 시작해 성금모금, 부지매입, 시공과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고,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른 한의사들의 투쟁 역사가 실시간으로 기록돼 있었던 덕분에 두 권의 책이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회관건립사 발간위원과 협회사 역사편찬위원들의 헌신, 그리고 한의신문을 비롯한 각종 객관적 사료는 그의 사명을 완수케 한 고마운 대상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못내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협회사>를 힘들게 발간해 놓고도 공개적인 출판기념회조차 갖지 못했던 점이다. “<협회사>가 완성됐던 2012년 당시 회원들의 관심사는 온통 천연물신약 백지화에 쏠려 있었다. 투쟁은 투쟁대로 하되 이 건은 별개로 봐주길 기대했다. 한의학이 외세(外勢)에 밀려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발전을 거듭한 113년의 협회 역사를 널리 알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는 당시 중앙비대위와 시각이 달라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일지만 그 역시 우리 한의계 역사의 일부이다.” <대한의사총합소 제2대 이학호 회장 묘소> 그는 <협회사>를 저술할 때 특히 기억나는 점으로 1898년 10월 결성된 대한의사총합소(大韓醫士總合所)가 대한한의사협회(大韓韓醫師協會)의 모체란 사실을 확인하고, 초대회장 최규헌(崔奎憲/의생면허 97번)과 제2대 회장 이학호(李鶴浩/의생면허 113번)의 공로가 대단했다는 것과 그분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 것을 꼽았다. “두 분의 업적은 찬연(燦然)한데 사후(死後) 행적이 묘연(杳然)했다. 최 회장은 각종 기록을 검토하고 문중에게도 문의했지마 유감스럽게도 마지막 연고지를 찾을 수 없었다. 이 회장은 수소문 끝에 증조부가 한국천주교 최초의 영세자인 이승훈(李承薰/베드로;1756~1801)이란 사실을 <평창이씨 익평공파> 문중에서 알아냈고 어렵사리 증손자인 이대균(李大均/경기산본 거주)씨를 만났다. 그를 통해 경기도 시흥시 군자동 산 177번지 <평창이씨 익평공파> 선산(先山)과 이학호 회장의 산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는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역사를 증명" 그는 요즘 들어 <회관건립사>와 <협회사>를 가끔씩 펼쳐 보곤 한단다. “그럴 때마다 한의사협회와 한의학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 선후배 동료들이 참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느낀다. 두 권의 기록물에서 한의계 투쟁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 기록물은 한의사협회와 한의사들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고 고증하는 역사의 보고(寶庫)다. 역사는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그 역사를 증명한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사편찬위원회 주관 학술발표회> <한의신문>, <회관건립사>, <협회사> 등 기록물이 갖는 특징은 특정한 시대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데 있다. <회관건립사>와 <협회사>는 그에게 자식과도 같은 애정의 대상이다. 그 자식들의 산파이자, 삼신할미인 한의신문. 한의신문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건넬 좋은 말을 부탁했다. “한의신문은 한의사들의 일기장이자 역사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물론 앞으로 걸어갈 10년 뒤, 30년 뒤의 발자취를 기록할 사서(史書)인 셈이다. 독자들께서 더욱더 관심 가져 주시고, 아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의신문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 하는가. 젊은 독자나, 연륜이 오래된 독자나 그 바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 왔겠지만 어찌됐든 한의사협회를 대변하는 대변지의 역할은 변할 수가 없다. 거기에 더해 한의계의 올바른 여론을 모으고, 전달하는 정론지(正論紙)로 중심을 잘 잡아가야 한다. 시대의 흐름상 인터넷신문의 중요성이 부각되더라도 ‘정확한 기록’이라는 본질은 변할 수 없다. 좋은 날이든, 그렇지 않은 날이든 늘 한의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
‘제75회 전일본침구학회 학술대회’를 다녀와서[한의신문]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일본 오카야마 컨벤션센터에서 제75회 전일본침구학회 학술대회(The 75th Annual Congress of The Japan Society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가 개최됐다. 올해 학술대회는 ‘환자에게 다가가는 의료(Patient-centered care)–의사와 침구사의 협력’을 주제로 열렸으며, 일본 전역의 침구사와 의사, 연구자들이 참석해 침구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침구치료 자체의 효과를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의료체계 안에서 침구의료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학회 측은 의사와 침구사의 협력을 통해 환자 중심 의료를 구현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으며, 이를 주제로 다양한 강연과 심포지엄을 구성했다. 학회에서는 코로나19 후유증 진료와 침구치료의 역할, 한약을 활용한 통합진료, 총합진료(General Medicine)와 침구의 협력 모델 등 다양한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또한 파킨슨병 최신 치료, 두통 진단과 치료, 침구치료 근거(Evidence) 구축 등 임상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주제들이 폭넓게 다뤄졌다. 특히 심포지엄에서는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침구원의 협력, 진료 가이드라인 기반 침구치료, 암 환자 지지·완화의료에서의 침구치료 역할 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암성 통증, 호흡기 질환 완화치료, 만성통증 관리 등 현대 의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침구의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외에도 AI를 활용한 침구교육, 스포츠 현장에서의 다직종 협력, 미용침, 소아침, 위험관리 교육, 증례보고 작성법 워크숍 등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임상가와 연구자, 학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학술 교류의 장이 조성됐다. 이러한 국제 학술 교류의 장에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과 부산대학교한방병원 연구진도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 한의학의 임상 경험과 연구 역량을 소개했다. 침구의학과 김건형 교수는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 for Amputees’와 ‘Acupuncture and 5-Year Mortality in Traumatic Amputees’를 주제로 구두 발표를 진행했으며, 이 연구는 절단 환자의 장기 예후와 통합의료적 접근 가능성을 제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침구의학과 오유나 교수는 ‘퇴행성 요추 및 경추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의 타당성: 무작위 대조 예비 임상연구’를 발표하였으며, 침도요법의 안전성과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Feasibility of Thread-Embedding Acupuncture for Degenerative Lumbar Spinal Stenosis’ 연구를 통해 퇴행성 요추관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매선치료의 활용 가능성 또한 소개했다. 필자는 ‘Role of Acupuncture in Humanitarian Crisis Settings’를 주제로 재난·인도주의 위기 상황에서 침구치료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고찰했으며, ‘Rapid Improvement in Bell's Palsy: Two Case Reports Treated with Integrated Traditional Korean Medicine’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통해 통합 한의치료를 받은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증례를 소개했다. 이번 학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침구의학이 단순히 통증 조절을 위한 보조적 치료를 넘어, 만성질환 관리, 암 환자 지지요법, 신경재활, 재난의료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임상 경험을 과학적 근거로 연결하려는 연구자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침구의학이 현대 의료체계 안에서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오카야마 학술대회는 의사와 침구사의 협력을 통해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고자 하는 일본 침구계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향후 한국과 일본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학술 교류를 통해 침구의학의 근거 창출과 국제적 확산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승양익기의 분자생물학적 해석과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의 본질[한의신문] 한의원에서 기력 보강과 면역력 증강을 위해 가장 다빈도로 처방되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수백 년간 처방의 핵심 기전을 ‘승양익기(升陽益氣)’라는 단어로 설명해 왔다. 인삼과 황기가 몸의 에너지를 채우고, 승마(升麻)와 시호(柴胡)라는 약재가 처진 장기와 청양(淸陽)의 기운을 머리끝까지 들어 올린다는 해석이다. 과거 수백 년 간 보중익기탕을 처방한 한의사들은 인체 내부의 복잡한 대사 조절 현상을 직관적인 관념어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제한이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전통적 묘사를 넘어, 현대 세포생리학과 약리학의 관점에서 그 이면에 숨겨진 분자생물학적 약리 기전을 정교하게 규명을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보중익기탕 속 승마와 시호가 발휘하는 진짜 과학적 실체를 어떻게 규명해야 하는가? 승마·시호는 대사 과열을 제어하는 ‘청음화 보정 장치’ 보중익기탕의 두 약재는 단순히 기운을 위로 올리는 촉진제가 아니다. 보기(補氣) 약재들이 체내 대사를 급격히 밀어붙일 때 발생하는 온도의 변화와 생리적 대사 반응을 분자 수준에서 조율하는 고도의 ‘청음화(淸陰火) 보정 시스템’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체력이 극도로 떨어진 만성 피로 상태에서는 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방전되어 있다. 이때 보중익기탕에 들어있는 인삼, 황기 같은 강력한 補氣 약재들이 투입되면 세포는 생체 에너지인 ATP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한다. 멈춰 서던 대사 엔진이 급격히 가동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포가 급격한 대사 활성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간혹 대사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교감신경이 자극받고 혈관이 수축하며, 세포들은 염증성 신호 전달 물질(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는 처방의 창시자인 이동원(李東垣)이 기력 고갈로 인해 유발되는 비정상적인 체온 상승 현상으로 정의한 ‘기허발열(氣虛發熱)’이자, 내부 대사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화(陰火)’의 실체다. 즉, 선조들이 말한 음화는 대사 촉진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종의 생리적 과열 현상이다. 바로 이 대사 과열의 순간, 소수점 용량 단위로 정교하게 설계된 미량의 승마와 시호가 처방 내부에서 안전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 최신 논문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시호의 사이코사포닌 성분은 뇌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에 작용해 과흥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고 설정 온도를 낮춘다. 동시에 승마의 유효 성분들은 세포 내 유전자를 차단해 세포가 뿜어내는 음화(陰火) 유발 물질의 증폭을 강력하게 제어한다. ‘승양익기’에서 ‘면역·대사 조절’로 해석의 확장 결국 보중익기탕의 본질은 엔진을 돌리는 약재(인삼·황기)와 그로 인한 대사 과열 현상을 미세하게 꺼주는 약재(시호·승마)가 상호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전신 항상성을 찾아주는 ‘자가 보정형 면역 대사 조절제’인 것이다. 국내 유수 대학들의 전사체(RNA) 분석과 세포막 이온 통로(TRPV4) 연구 등을 고찰하여 보면 대학들의 논문들 역시 한약의 이러한 ‘대사 자가 보정 메커니즘’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한의학계와 대중 모두가 반복적이며 단순한 암기와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맑은 기운이 위로 올라간다’는 상징적 표현을 ‘보기(補氣)를 통해 일어나는 기허발열과 음화를 제어하는 청미열(淸微熱) 혹은 청음화(淸陰火)’라는 한의학적 병리관으로 바꿀 때, 처방 본연의 구조적 언어로 온전하게 번역하고 확장할 때, 보중익기탕이 가지는 효능에 대한 대중의 실질적인 이해와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7)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5년 당시 대한한의학회 이사장 이종형 교수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제4차 세계침구학술대회에 참가한 후에 1975년 3월15일자 한의사협보(훗날 한의신문)에 ‘귀국보고서’를 정리해서 게재했다. 시간 순서로 넘버링하면서 적은 내용을 날짜에 따라서 이종형 교수의 기사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 한국대표단 일행 17명(단장 한요욱)은 1975년 2월14일 KAL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1975년 2월1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시에 도착. 도착 즉시 제4차 세계침구학술대회(WCA) 개최 장소인 씨저퍼렉스 호텔로 출두하여 대회 집행위에 참가 등록. ◯ 1975년 2월17일 오후 6시30분부터 대회장에서 개최된 라스베가스 시장의 환영연회에 참석하여 각국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였음. ◯ 2월18일 상오 8시 대회강당에서 개최된 개회식에 참석. 네바다주 부지사 로버트 로스의 환영인사와 대회장 크렘스 박사의 개회선언, 조영식 명예대회장의 환영인사가 있었음. 참석 인원 약 1000명. 오후 1시부터 학술 발표가 개최됨(한국은 2월19일부터 발표). A, B, C, D, E의 Room별로 발표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됨. 오후 6시30분 네바다주 한의사회 주최 연회에 한국대표들이 초청되어 참가. 재미 중국인, 한국인 한의사와 대만 대표단, 한국 대표단 등 모두 100여 명. 오후 7시에 세계침구학술대회 대표자회의를 개최. 한국 대표 한요욱·이종형, 일본 대표 目下晴都·黑須幸男, 프랑스 대표, 알젠틴 대표, 스페인 대표 등 참석. 사회는 미국 王家駿. 대표자 회의에서 다음 사항을 결정함. ①차기 대회는 일본 동경으로 결정 ②6차 대회는 알젠틴 ③한국에 세계침구학술대회 사무국 총본부가 설치되어 있음을 재인식 ④상설사무국본부의 운영비 및 예산안은 일본과 상의하여 결정한 후 예산액을 징수키로 함 ⑤경락경혈부호 미결사항(2개항)은 일본측이 한국안의 1개항(방광경)을 수락함으로써 1개항만 남게 되었고 나머지 1개항은 추후 재론키로 함. ◯ 2월19일 한국대표들의 학술발표가 Room E에서 있었음. 참가자 1인당 15분씩해서 한국대표를 포함 모두 100인의 발표가 진행. 오후 7시 대회장 연회홀에서 학술대회 집행부가 주최하는 대연회에 참가. 1000명 정도 참석. 한요욱 회장과 조영식 총장의 축사가 있었고, 감사장, 선물교환 등이 있었음. 한국 대표단이 준비한 ‘국제동양의학회’ 취지문을 각국 참가자들에게 배포하여 미국, 호주, 스페인 등 다수 참가국들로부 가입하겠다는 언약을 받음. ◯ 2월20일 오전 9시 대회 대강당에서 경희대팀의 필름 상영과 발표가 있었음. 500명 정도 참석. 오후 1시 프론티어호텔에서 서울특별시한의사회와 네바다주 한의사회간에 자매결연이 체결됨. ◯ 2월21일 뉴욕에 도착하여 22일 오후 7시 중국인 中醫師 吳海峰의 초대로 저녁식사. ◯ 2월23일 워싱턴시에 도착. 24일 헤밀턴묘지의 한국참전용사의 묘역을 참배. ◯ 2월25일 로스엔젤레스 도착. 26일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한의사협회 재미특별지부를 결성하고 지부장에 李俊弼을 인준한 후 支部旗를 수여함. ◯ 2월26일 오후 7시 로스엔젤스 한국문화원 강당에서 교포 약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세계침구학술대회 참가보고회를 개최함.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김혜경 본디올강남한의원장 여자 46세. 2022년 8월29일 내원. 【形】 160cm, 48kg. 瘦人, 얼굴 긴 편, 이마 넓다. 관골 발달, 코 발달. 【色】 얼굴이 흰 바탕에 누런색. 手掌 黃赤. 【旣往歷】 ① 셋째 임신 시 신우신염 앓았다. ② 13년 전부터 갑상선기능 저하증으로 신지로이드 복용한다. ③ 초경 14세. 출산 아들 3회. 1회 유산(임신 6개월에 계류유산). 【生活歷】 전에는 사회복지사로 상담 많이 했다. 현재 부동산 상담(9∼16시). 【症】 ① 만성피로. 무기력하다. ② 현훈, 피곤 시 속이 울렁거림. ③ 자도 피곤하다. 수면(12∼7시). 꿈이 많다. ④ 소변 자주. 방광염 자주 걸린다(찌릿 뻐근). ⑤ 소화불량. 멀미. ⑥ 대하 약간 노란색, 방광염시는 진한 노란색. ⑦ 생리 규칙적(28일)인데 초경부터 생리통은 있어서 진통제 복용한다. 【治療 및 經過】 ① 2022년 8월29일. 반하백출천마탕 ex제 10일분. 동의보감 前陰門의 가미소요산 가미방 1제(부인문의 가미소요산 가 지모, 지골피, 차전자). ② 10월5일. 만성 피로, 무기력, 소화불량이 덜했다. 방광염증상이 오다가 괜찮았다. 생활상 변화가 많아서 신경 많이 썼다. 감기 들었다가 이제 끝물이다. 기침만 조금 한다. 前陰門의 가미소요산 가미방 1제. ③ 11월7일. 많이 좋아졌다. 기운이 난다. 방광염 증상이 많이 덜하다. 상동처방 1제. ④ 12월9일. 방광염 양호. 몸이 많이 좋아졌다. 멀미, 울렁거림 없다. 아침기상도 수월하고 의욕이 생긴다. 잘 잔다. 부인문의 가미소요산 1제. ⑤ 2023년 2월25일. 47세. 1달간 독감 걸렸었다. 새로 일을 시작해서 피로하다. 부인문의 가미소요산 2제. ⑥ 11월21일. 머리 많이 써서 힘들다. 자도 피곤하고 컴퓨터를 집중해서 많이 한다. 左 옆구리 쪽 허리가 아프다. 방광염증상 있었다. 등, 어깨 불편. 소화가 안 된다. 잔기침 나온다. 컨디션 떨어지면 춥다. 갑상선기능 저하증 약 계속 먹고 있다. 쌍화탕 배통방(쌍화탕 가 지모 황백 강활 방풍 계지 천마 세신) 1제. ⑦ 2024년 1월16일. 48세. 허리 아픈 것 양호. 잔기침 양호. 한약 먹고 굉장히 좋았다. 소화도 좋다. 목이 잠기고 이물감은 아직 조금 남았다. 쌍화탕 합 곽향정기산 2제. ⑧ 3월23일. 목이 잠기고 이물감 있는 것 양호. 생리통 없고 갑상선 저하 있다. 2∼3주 전부터 약간 심장이 벌렁거리고 불안할 때 있고 무기력하고 자도 또 자고 싶다. 부인문 가미소요산 1제. ⑨ 2025년 2월18일. 49세. 3달간 메일 5km씩 30분 정도 달리기 했다. 무기력해서 달리기했는데 더 힘들다. 피곤 시 대변이 힘들다. 허리 숙일 때 아프다. 곡선으로 꼬부라진다. 8시간 자도 피곤하다. 생리 26일 주기로 한다. 사업이 어려워서 신경 많이 쓴다. 잘 때 이를 악물어서 이가 아프고 손에 힘이 들어간다. 가미소요산 합 감맥대조탕(소맥3돈) 2제. ⑩ 4월2일. 그동안 몸이 좋다가 코로나 걸린 지 3∼4일 경과. 코 막히고 근육통, 기침, 가래 있다. 열은 37.7도. 입맛 없고 메스껍고 두통 심하고 약간 어지럽다. 어제 밤부터 코로나 약 먹었다. 땀 약간 난다. 오후가 힘들다. 코로나 약 먹고 두드러기 났다. 인삼양위탕 가 시호 1.5돈, 황금 1돈 1제. ⑪ 4월8일. 약이 너무 좋다. 2일 정도 먹으면서 부터 많이 편해졌다. ⑫ 5월12일. 전화로 아들 약 주문하면서 지난번 코로나 때 한약 먹고 후유증 없이 잘 넘어갔고 몸이 너무 좋다. ⑬ 2026년 1월12일.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이사하느라 힘들었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다(모친이 8년간 우울증. 이제는 치매가 와서 치매병원 입원함). 정수리 왼쪽에 원형탈모 생겼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어머니 모시고 있다가 처음 떼어놓아서 힘들다. 연민, 서운함 있다. 지쳐서 잔다. 소변에 거품. 대변 힘들다. 左 관자놀이 부위의 머리 혈관이 두드러졌다. 2kg 빠졌다. 허리도 아프다. 기립성 현훈. 발목이 붓고 얼굴도 붓는다. 아침에 기상 힘들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청심보혈탕 1제. 【考察】 상기환자는 몸은 마르고 얼굴이 긴데 관골이 큰 편이며, 이마가 넓고 코가 발달하고 얼굴색은 희면서 누런색을 띠는 여자로 脈은 微弱하다. 주소증은 만성 피로와 무기력하고 방광염에 자주 걸리는 것이며, 소화기능도 좋지 않고 갑상선기능 저하로 13년째 약을 복용 중이다. 스트레스를 잘 받고 체력은 약한데 아들 셋을 기르면서 남편과 부동산 일을 하고 집안일도 다 챙기면서 굉장히 힘들게 생활하지만, 완벽하려는 氣科의 성향이 있어 책임감 있게 모든 일을 잘 하려고 애쓰고 산다. 생긴 형상과 갱년기에 가까운 나이를 고려하고 정신적으로나 생활 자체가 모두 무리하면서 살아서 陰血이 부족해지기 쉽다고 보고 가미소요산을 기본방으로 선방하였다. 힘들면 방광염 증상이 자주 있는데 세균성 방광염은 아니고 체력저하와 과민해서 오는 것이라 동의보감 前陰門의 陰腫陰痒陰瘡陰冷交接出血에 나오는 가미소요산에 지모, 지골피, 차전자를 가미하는 처방을 투여하여 방광염, 피로, 무기력한 것 등이 개선되었다. 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일을 하여 등, 허리가 아플 때는 쌍화탕 背痛方(쌍화탕 加 지모, 황백, 강활, 방풍, 계지, 천마, 세신)을 처방하였고, 무리하고 신경을 써서 피로와 목에 이물감이 있을 때는 체력보강과 氣鬱을 풀어줄 수 있는 쌍화탕 합 곽향정기산을 처방하였다. 코로나의 여러 증상과 양약 복용으로 인한 두드러기에는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을 처방하였더니 이틀 정도 복용하면서부터 많이 좋아진다고 전화하였다. 이사 후 과로와 모친이 치매라 치매병원 입원시킨 후로 정서적 불안, 원형 탈모 등의 심적 불편증상이 있어 청심보혈탕을 처방하여 마음이 안정되었다. 【參考文獻】 ①『동의보감. 前陰. p841.』 陰腫陰痒陰瘡陰冷交接出血 - 陰門이 붓고 아프지만 막히지는 않은 상태에서 한열이 있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는 않을 때는 가미소요산(처방은 부인문에 나옴) 지모, 지골피, 차전자를 넣어 써야한다. ②『임상한의사를 위한 형상의학. 가미소요산. p382.』 # 가미소요산: 혈허로 번열, 조열, 도한, 담수가 있어 허로와 유사한 것을 치료한다. 백작약, 백출 각 1.2돈, 지모, 지골피, 당귀 각 1돈, 백복령, 맥문동, 생지황 각 8푼, 치자, 황백 각 5푼, 길경, 감초 각 3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다. * 形象: 1. 얼굴에 틀이 있다. 뼈대가 발달하고 특히 관골이 있다. 강하게 생긴 골격이 발달한 사람. 2. 頭小身大(몸통이 큰 사람) * 해설: 사물탕 합 이진탕을 쓸 경우보다 虛한 경우이며 얼굴에 주름이 있거나 부족증상이 나타나거나 기능 저하증에 쓴다. ③『임상한의사를 위한 형상의학. 인삼양위탕. p601.』 # 인삼양위탕 구성 및 방해 상한 음증이나, 겉으로 풍한에 상하거나, 날 것이나 찬 음식에 속을 상하여 오한이 심하고 열이 심하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신 것을 치료한다. 창출 1.5돈, 진피, 후박, 반하강제 각 1.25돈, 복령, 곽향 각 1돈, 인삼, 초과, 甘草炙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오매 1개를 넣어 물에 달여 먹는다. 약간씩 땀을 계속 흘리면 저절로 풀린다. 만약 남은 열이 있을 때는 삼소음으로 천천히 조리한다. * 동의보감 참조조문 寒門: 傷寒陰症, 感寒及四時傷寒. 內傷門: 辨內外傷症. 痎瘧門: 寒瘧, 痎瘧(露薑養胃湯+대추 2, 오매 1) 寒熱似瘧. * 形象: 얼굴이 左右氣血로 넓적한 둥근형. 濕體로 입과 눈이 발달한 사람, 몸통이 발달하고 뱃구레가 크다. 얼굴이 둥글고 누렇고 푸석푸석하다. * 症狀: 脾胃문제로 脈도 中焦에 해당하는 脈象 및 脈動이 나온다. 冷帶下와 요실금 같은 소변문제가 있고 몸이 무겁고 몸과 얼굴이 붓는다. 內傷과 外感에 사용한다. : 頭痛, 身痛, 發熱. * 해설 ① 뱃구레가 크고 소화불량, 식후 혼곤의 경우: 몸통이 큰 사람으로 코가 크면 육군자탕, 향사육군자탕, 입이 크면 인삼양위탕을 쓴다. ② 인체에서 生血生氣하는 기관은 얼굴에서는 코와 입에 해당한다. ③ 濕을 제거한다. ④ 부드럽게 생긴 사람에게 쓰는 처방이다. * 인삼양위탕 가 시호 2∼3돈, 황금 1∼1.5돈 적용증: 옆구리가 결릴 때, 미열이 날 때, 학질처럼 열이 오르고 食滯 비슷하며, 소화가 안 되고 오심, 구역, 전신통과 현훈이 심하며 때론 脈이 數하기도 한다. 양약을 長服하거나 多腹한 경우에 藥毒을 해독하는 의미로도 쓴다. -
이제는 한국이 답할 차례… 환자 중심 협진, 대만에서 찾은 해답강서원 수원특례시한의사회장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경기도한의사회 국제부회장) 경기도한의사회가 대만 신죽시중의사공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장면은 국의절 행사 자체였다. 대만에서는 국의절이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직접 참석해 중의학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치하하고, 국가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중의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로 라이칭더 총통이 직접 축사를 전하는 모습은 한국 의료계 입장에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물론 대만 역시 중의학과 서양의학 간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는 중의약을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의료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한국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환자 중심”보다 직역 논리… 한국 협진의 현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과 의료기술을 갖춘 국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의료 전달체계 왜곡과 지역의료 붕괴, 만성질환 증가,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의료인력 문제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대만 의료인들과 나눈 대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대만은 의대·중의대·중서결합대 등을 아우르는 비교적 유연한 의료 인력 양성 체계를 통해 다양한 의료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다. 서양의학과 중의학의 강점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설계돼 있었고, 이는 환자 중심의 통합적 치료로 이어지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의학은 오랜 임상 경험과 축적된 치료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도적 제한 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감염병 대응, 공공보건, 만성질환 관리, 지역돌봄 등 한의학이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현실의 벽은 높다. 실제 코로나19 시기에도 한의계는 다양한 치료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제도적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핵심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의료정책은 종종 직역 논리에 갇혀 국민 건강이라는 본래 목적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협진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와 규제, 정치적 논리 속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재택의료·돌봄·예방까지… 대만이 보여준 미래의료 중의약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협진은 특정 직역의 양보나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의료체계의 방향이라는 점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혈압·당뇨병·근골격계 질환·치매·우울·수면장애 등 복합 만성질환은 단순 약물 처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방·관리·생활습관 개선·돌봄·정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한의학은 충분한 경쟁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대만은 중의재택의료와 장기요양 정책을 연계해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중의사가 요양시설과 돌봄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노인 건강관리와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고 있었고, 예방 중심 건강관리 프로그램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의 통합돌봄 정책과도 충분히 연결 가능한 모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제 협력이다. 대만은 정치적 제약으로 인해 WHO와 WHA에 정식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대응과 중의약 연구, 공공보건 데이터 축적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의료와 보건은 인류 보편의 가치와 직결된 영역이다. 그렇기에 국제사회 역시 정치적 갈등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보건 협력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도한의사회와 대만 신죽시중의사공회의 교류 역시 단순 친선 교류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재택의료, 장기요양, 학교주치의 사업, 예방 중심 건강관리 모델 등 다양한 정책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배우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 한의약과 대만 중의약이 공동 연구와 산업 협력, 국제 보건 프로젝트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국제 보건협력의 새로운 가능성… 한국·대만 교류의 의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의 변화다. 이제 한의학을 ‘과거의 의료’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의학은 예방·관리·돌봄·만성질환 대응이라는 미래 의료의 핵심 과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 건강관리와 재택의료, 통합돌봄 영역에서는 더 큰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은 용기 있게 방향을 전환하는 일이다. 한의학을 배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활용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특정 직역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국민 건강과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한 시대적 과제다. 대만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한국이 답할 차례다. -
한의원 세무 1:1 맞춤 퍼스널티칭이주현 세무사/세무법인 엑스퍼트 창원점 5월과 6월은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확인하고,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개인 결산의 달이다. 벌어들인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뿌듯함도 잠시 납부해야할 세금에 대한 압박감이 극심하기도 하다. 이번호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들도 받을 수 있는 각종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혜택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을 다른 말로 하면 ‘노란우산공제’라고 한다. 노란우산공제는 개인사업자들의 목돈 마련 및 노후 자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납입시 소득공제 혜택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어 가입해둔다면 세 부담 절감 측면뿐만 아니라, 노후 보장을 위해서라도 가입을 추천하고 싶은 제도다. ☞ 노란우산공제의 이점 노란우산공제의 이점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① 복리이자 적용 노후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장기 유지할 목적이라면 복리의 효과를 제공하는 노란우산공제의 혜택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복리는 원금에 대한 이자에 대해서도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장기적으로 갈수록 이자수령액이 급등하는 효과가 있다. ② 압류, 양도, 담보제공 금지 노란우산공제에 납입되어 있는 금액은 압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안전하게 사업 재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 소득공제 금액 노란우산공제에 납입하는 금액은 다음의 금액을 한도로 종합소득세 신고 시 소득금액에서 차감할 수 있다. ◎ 연금계좌 세액공제 연금저축 계좌란 일정기간 납입 후 연금 형태로 인출할 경우 연금소득으로 과세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연금저축도 노란우산공제와 마찬가지로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인데, 연금저축 납입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위의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노란우산공제는 소득금액에 따라 공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금액이 크다면 연금저축 계좌 및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해서 세제 혜택을 극대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세액공제 혜택 해당 계좌에 납입한 금액의 12% 또는 15%를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한다 [연금저축계좌 납입액 (600만원 한도) + 퇴직연금계좌 납입액] (900만원 한도) *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12%가 아닌 15%를 공제한다. ◎ 수령시 과세효과 위에서 설명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제도는 사실상 세금을 면제해주는 혜택은 아니고, 세금이연 혜택으로 볼 수 있는데,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통해 공제받은 세액은 차후에 납입 했던 금액을 수령할 때 과세된다. 납부할 세액이 적어서, 공제받지 않았던 부분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과세문제가 없지만,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았다면 나중에 연금 형태로든 연금 외 형태로든 납입액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노란우산공제부금은 법에 정해진 사유로 수령하는 경우 퇴직소득으로 분류과세되어 세부담이 적고, 법에 정해진 사유 외의 사유로 수령하더라도 기타소득으로 15% 분리과세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연금계좌에서 수령하는 금액 또한, 연금으로 수령시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며, 연 1500만원 이하로 수령하는 경우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세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불리한 제도가 아니다. 마치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유사한 소득수준을 가진 분들이라도 납부세액에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곤 한다. 그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대부분 소득공제나 세액공제의 전략적 활용 여부에 있다. 위에서 말한 공제제도는 대부분 과세이연의 성격을 가진 제도이긴 하지만, 화폐의 시간가치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 절감한 100만원과 미래의 100만원의 가치는 결코 같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번 2026년 종합소득세는 이러한 공제항목을 꼼꼼히 점검하여, 극대화된 절세 효과를 누리길 바란다. [세무법인 엑스퍼트 창원점 이주현 세무사 카카오톡채널] https://pf.kakao.com/_xgJrFK, E-Mail: sjtax0701@gmail.com, 연락처: 055-282-7331 -
과세이연 및 분리과세를 통한 복리효과 극대화 전략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제마 원장은 개원 7년 차에 접어들며 본업으로 버는 돈은 제법 늘었지만, 정작 모아둔 자산은 생각만큼 불어나지 않아 고민이 깊다. 동기인 김제니 원장은 몇 해 전부터 연금저축계좌와 IRP(개인형퇴직연금), 그리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차곡차곡 돈을 넣어 왔는데, 비슷한 수익률에도 자신보다 훨씬 빠르게 목돈을 굴리고 있다고 한다. 제마도 “세금 혜택이 있는 계좌”라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막상 세 계좌가 어떻게 다른지, 무엇부터 채워야 하는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본업으로 높은 종합소득을 올리는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세 계좌의 정체를, 하나씩 짚어 보자. 세 계좌의 세제혜택, 한눈에 비교하기 세 계좌는 모두 “세금을 깎아 주거나 미뤄 주는” 그릇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혜택을 주는 방식과 돈을 꺼내는 규칙이 서로 다르다. 먼저 큰 그림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금저축계좌와 IRP는 납입한 해에 연말정산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두 계좌를 합쳐 연 900만 원까지(연금저축계좌는 그중 600만 원 한도) 납입액의 13.2%,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 4,500만 원) 이하라면 16.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900만 원을 꽉 채우면 적게는 118만 8,000원, 많게는 148만 5,000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반면 ISA는 납입 단계의 세액공제는 없지만, 계좌 안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비과세와 저율 분리과세를 누릴 수 있다. 과세이연이 주는 복리효과 - 조용하지만 강력한 무기 연금저축계좌와 IRP가 공유하는 진짜 위력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과세이연’에 있다. 과세이연이란, 계좌 안에서 발생한 이자·배당·매매차익에 대해 그때그때 세금을 떼지 않고, 먼 훗날 연금으로 꺼내 쓰는 시점까지 과세를 미뤄 주는 것을 말한다. 언뜻 “어차피 나중에 낼 세금”이라고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 증권계좌에서는 펀드나 ETF에서 배당금이 입금될 때마다, 또 과세대상 수익이 실현될 때마다 15.4%(지방세 포함)를 먼저 떼고, 남은 돈만 재투자된다. 매년 수익의 일부가 세금으로 빠져나가니, 그만큼 다음 해에 굴릴 원금이 줄어든다. 그런데 과세이연 계좌에서는 세금으로 떼였을 그 돈까지 고스란히 계좌에 남아 다시 수익을 낳는다. 이른바 ‘세전(稅前)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매년 2,000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이 발생하여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최고세율에 근접하는 세금 부담을 하였을 수 있으나, 이를 과세이연한 채 세전 소득으로 복리효과를 누리다가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점에 3~5% 수준의 저율과세만을 적용받는다. 복리효과는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1~3년의 단기간에는 그 차이가 작아 체감하기 어렵지만, 장기투자 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1억 원을 매년 7%의 수익으로 30년간 굴린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 계좌에서 매년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뗀다면 실효수익률은 약 5.9%로 떨어져, 30년 뒤 잔액은 약 5억 6천만 원이 된다. 반면 과세이연 계좌에서 세금을 떼지 않고 온전히 7%로 굴리면 같은 기간 잔액은 약 7억 6천만 원에 이른다. 약 2억 원, 비율로는 35%가량 더 많은 돈이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만약 연금으로 수령할 때까지 기다리면 3.3~5.5%의 낮은 세금을 내므로, 세제혜택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충분한 시간동안 복리로 돈이 불어나면, 중도인출로 세금이 추징되어도 이익이라는 계산이 선다. 특히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중도인출을 할 때 세제혜택을 받지 않고 납입한 원금부터 아무런 추징 없이 인출이 되므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조금 더 살펴보자. 연금저축과 IRP — 닮은 듯 다른 인출 규칙 세제혜택이 강력한 대신, 두 계좌에는 돈을 꺼내는 데 제약이 따른다. 연금저축계좌는 중도에 자유롭게 출금할 수 있다. 일부 인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런데 인출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① 당해 연도 납입분, ② 그 전에 납입한 원본이면서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원, ③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의 순서로 빠져나간다. 앞쪽의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돈’을 꺼낼 때는 아무런 추징이 없다. 다만 뒤쪽의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은 개인이 스스로 노후대비를 하기로 약속하고 받은 세제혜택을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 즉, 앞서 받은 혜택에 상응하는 세금이 추징된다. 개략적으로 기타소득세 16.5%에 약간의 가산세가 붙는다. IRP 계좌의 중도인출은 이보다 엄격하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의 요양 의료비, 개인회생·파산, 천재지변 등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할 때에만 중도인출이 허용되고, 그러한 사유 없는 인출은 불가능하다. 목돈이 필요하면 계좌 전체를 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 전부에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되므로, 그동안 받은 세제혜택을 뛰어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IRP는 ‘은퇴 전까지는 손대지 않을 노후자금을 장기투자할 용도’로 활용하고, 일부 유동적으로 활용할 자금은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SA — 분리과세, 그리고 한도를 넓히는 우회로 ISA는 과세이연이 아니라 ‘비과세와 분리과세’로 혜택을 준다. 계좌 안에서 발생한 손익을 통산한 뒤, 순이익 중 200만 원(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 원)까지는 비과세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9.9%로 분리과세한다. 한편, ISA는 의무가입기간 3년을 채우면(혹은 만기가 도래하면) 해지할 수 있는데, 이렇게 3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한 자금은 60일 이내에 전액 연금저축계좌나 IRP로 옮길 수 있다. 그리고 옮긴 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연말정산을 통해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보았듯 연금저축·IRP의 과세이연 혜택이 워낙 강력해서, 정부는 이와 같은 연금성 계좌의 납입 한도를 통합하여 연 1,800만 원으로 제한해 두었. 그런데 ISA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전하면, 이 연간 납입한도와 별도로 상당한 자금을 과세이연 계좌에 추가로 납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ISA를 ‘연금계좌로 들어가는 자금을 3년간 분리과세로 키워 두는 대기실’로 활용하면, 과세이연을 받으며 굴리는 자금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다만 의무가입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하면 충분한 복리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에 상응하는 세금을 추징당한다. 즉, 일반 계좌로 굴린 것과 다름없거나 그보다 못한 결과를 받아드는 셈이다. 천재지변, 퇴직, 사업장 폐업, 3개월 이상의 입원·요양을 요하는 질병, 사망·해외이주 등 부득이한 사유라면 혜택을 유지한 채 해지가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최소 3년은 묻어 둘 각오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제마 원장에게 김제니 원장이 제마보다 빠르게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종목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과세이연이 되는 좋은 투자 도구를 선택한 데 있다. 특히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로 세전 복리효과를 오랜 기간 충실히 누리면, 투자한 기초자산의 수익률이 동일하더라도 복리효과를 통한 혜택을 보다 크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리는 시간이 빚어내는 마법이고,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는 그 마법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
“땀방울과 하얀 가루가 날리는 체조장 뒤에서 이뤄진 한의진료”[한의신문] 아시아 전역에서 모인 체조 선수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2026 싱가포르 기계체조 오픈(Singapore Gymnastics Open)’. 본 대회는 5일부터 7일까지 치러졌지만, 선수들의 현장 적응 훈련은 그보다 앞선 2일부터 시작됐다. 필자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의 전담 의무진(Team Medical Staff) 자격으로 비샨 스포츠홀(Bishan Sports Hall) 기구 뒤를 지켰다. 대한침도의학회 소속 한의사이자 선수트레이너(AT)로서, 이번 파견은 나의 임상적 시야를 한층 넓혀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마주한 또 하나의 의료 지원 해외 원정 경기에서 팀 전담 의료진의 역할은 체육관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파견 일정이 시작되자마자, 코치님 한 분이 급성 질환으로 인해 현지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여자 기계체조에서 코치의 역할이 단순한 지도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고난도 기술을 수행할 때, 코치는 매트 가까이에서 동작을 주시하며 필요 시 즉각적으로 보조하고 위험한 상황을 방지한다. 특히 마루, 이단평행봉, 도마처럼 순간적인 판단과 안전 확보가 중요한 종목에서는 코치의 존재가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과 실제 부상 예방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낯선 외국의 응급실, 익숙하지 않은 의료 시스템, 빠르게 이어지는 진료 절차 속에서 나는 코치님과 동행해 현지 의료진과 소통했다. 의학 용어와 진료 과정, 처치 방향을 전달하고 설명하며 코치님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팀 닥터의 역할은 선수의 통증을 줄이는 일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안전하게 훈련과 경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료적 안전망을 지키는 일임을 다시 느꼈다.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 곁에서 2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 사전 훈련 기간은 선수들에게 현장 적응의 시간이자, 동시에 통증과 싸우는 시간이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몸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잔여 통증을 안고 있었다. 나는 훈련 전후로 선수들의 통증 부위, 관절 가동성, 근육 긴장도, 피로 누적 정도를 확인하며 부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체조 선수들의 몸은 도약, 착지, 회전, 지지 동작이 반복되면서 어깨, 손목, 허리, 고관절, 발목 등에 높은 부하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 반복적인 미세 손상과 보상 움직임, 연부조직의 과긴장과 유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침도 치료의 관점은 체조 선수들의 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통증이 나타난 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부위에 부담이 집중되었는지, 어떤 움직임에서 다시 통증이 유발되는지, 제한된 관절 움직임과 연부조직의 긴장이 경기 수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살피게 된다. 평소 정기 의무지원 과정에서 침도 치료를 포함한 한의학적 관리를 꾸준히 시행해 온 경험은, 국제대회 현장에서도 선수의 몸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처치를 선택하는 데 큰 기반이 되었다.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은 본 대회가 시작된 당일이었다. 평소 어깨 상태가 좋지 않던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결림과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종목과 종목 사이,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즉시 어깨 상태를 평가하고, 관절 가동성 및 주변 연부조직의 긴장도를 확인한 뒤 수기 치료 등 현장에서 시행할 수 있는 처치를 진행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통증이 즉각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선수의 통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제한된 환경과 시간 안에서 부상 악화를 막고 선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경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순간 현장 의무지원이란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때로는 즉각적인 회복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선수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고 위험 요소를 줄이며, 경기 중 필요한 결정을 함께 버텨주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료적 역할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뭉쳐 단체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기에, 낯선 환경 속에서 함께 고군분투했던 의료진으로서의 긍지와 뿌듯함은 더욱 배가되었다. 세계 체조 현장에서 마주한 의료 지원의 차이 대회 일정 중 캐나다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팀을 지도하고 있는 코치를 비롯해 현지 코치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성실한 경기 태도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전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각국의 스포츠 의료지원 체계로 이어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싱가포르팀에는 아직 체조 종목 내 전담 의료진이 따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스포츠 선진국인 캐나다에서는 팀 내에 최소 1명 이상의 전담 의료진이 상주하며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회복 과정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내가 이번 대회에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의 전담 의무진으로 동행했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단순히 대회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합류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살피고 관리해 온 의료진이 국제대회 현장까지 함께했다는 점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이 대화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기술 지도만큼이나 지속적인 의료 지원과 부상 예방 체계가 필수적이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 현장에서도 전담 의료진의 역할이 더욱 자연스럽고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싱가포르를 넘어, 격주 수요일의 체육관으로 싱가포르 파견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 격주 수요일마다 대한침도의학회 소속 여러 원장님들과 수원북중학교 체육관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과 관내 초·중·고 체조 유망주들을 위해 진행 중인 정기 의무 지원은, 반복 훈련 속에서 누적되는 선수들의 통증과 몸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살피는 시간이다. 특히 부상 예방과 경기력 유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침도 치료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샨 스포츠홀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 낯선 현지 병원에서의 긴박했던 소통, 그리고 격주 수요일 수원 체조장에서 맡는 익숙한 하얀 가루 냄새. 이 모든 궤적 속에서 나는 엘리트 스포츠 한의학, 특히 침도 치료가 스포츠 현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의사 동료들이 이 가슴 뛰는 현장에 함께하길 바란다. 그리고 침도 치료를 비롯한 한의학이 대한민국 체조 발전의 든든한 조력자로, 선수들의 가장 가까운 의료적 동반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
“위기 속에서 증명한 25년 신뢰, 한의계와 아름다운 동행 이어가”[편집자주] 전통 한의학 제품부터 첨단 의료기기까지 한의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다양한 한의약 관련 용품을 공급해온 세진메디칼약품㈜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다. 본란에서는 이종철 대표로부터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소회를 비롯해 향후 사업계획 및 한의약 산업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창립 25주년을 맞은 감회는? “먼저 강산이 두 번 반 바뀔 동안 한의계와 동고동락할 수 있었음에 깊은 감사를 느끼며, 지나온 25년을 돌이켜보면 감개무량하다. 한 분야에서 25년을 버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한결같은 믿음으로 세진메디칼약품을 찾아준 한의사 회원 여러분의 성원과 함께 현장에서 발로 뛴 임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세월의 무게를 넘어, 한의학의 역사와 늘 함께 호흡해 왔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과 더불어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Q. 세진메디칼약품㈜를 소개한다면? “세진메디칼약품㈜는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임상 현장에 필수적인 침, 뜸, 부항 및 한방 파스류 등 고품질의 한의약 용품 공급과 함께 자체 브랜드 개발 노력으로 탄생한 ‘세진침’과 ‘한방파프 자생고’는 전국 한의의료기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한의계의 트렌드에 맞춘 첨단 영상 진단장비(초음파)와 피부미용장비, 물리치료기기까지 공급하는 한의약 종합 의료기기 및 의약품 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안전한 제품,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전국 한의의료기관에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2006년부터 온라인시스템인 ‘한의나라(www.haninara.co.kr)’를 구축, 한의학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Q. 걸어온 25년이 순탄치 만은 않았을 것 같다. “25년 외길이 늘 탄탄대로 일 수는 없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신뢰’와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어려움을 헤쳐왔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그리고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물류 대란에 이르기까지 경영 환경의 변화는 늘 큰 도전이었지만, 이러한 고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뢰 경영’에 있다. 원가 상승 압박 속에서도 한의의료기관 공급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했고, 거래처들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품질을 점검하고 한의사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던 것이 오히려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Q. 회사를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면?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제품은 환자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되기에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는 것이 최대의 철칙이다. 그래서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있더라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원칙은 ‘상생’이다. 납품 제조업체와 유통사인 우리 회사,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한의사가 모두 함께 성장해야만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믿는다. 눈앞의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동반 성장을 유통의 본질로 삼으면서 회사를 운영해가고 있다.” Q. 한의계에 어려움에 항상 발벗고 나서고 있다. “기업이라면 이윤 추구는 당연한 목표지만, 그 이윤은 결국 한의계라는 토양이 건강할 때만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인해 물류 마비와 원자재 수급 불안이 닥쳤을 때, 저희가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며 선제적으로 대량의 물량을 확보한 것 역시 ‘원장님들이 진료에만 전념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전국한의학학술대회 후원 역시 임상과 학술이 발전해야 한의학의 미래가 열린다는 생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한의계의 크고 작은 일에 동참하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한의계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동반자적 도리’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나가려고 한다.” Q. 현재 중점 추진 부분과 향후 계획은? “먼저 유통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더욱 신속하고 편리하게 주문 및 배송 현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받아볼 수 있도록 모바일 환경 및 온라인시스템 고도화 등 유통 플랫폼의 디지털 혁신을 진행 중이다. 또한 진료 영역 확대를 위한 의료장비 공급의 안정화를 위해선 전통적인 소모품 공급에 안주하지 않고, 최신 임상가의 트렌드를 반영해 초음파 등 영상 진단 장비의 라인업 및 피부미용 관련 사업을 강화해 한의원의 진료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유통채널의 다각화를 통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효율화를 넘어, 향후 글로벌 플랫폼과의 연계로 한의약 관련 제품의 저변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Q. 한의계와 관련 산업계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한의약의 외연 확장을 위해선 산·학·연의 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한의계와 산업계의 동반성장은 반드시 가야할 방향이다. 서양의학의 발전 뒤에는 거대한 글로벌 제약·의료기기 산업의 뒷받침이 있었다. 한의학 역시 뛰어난 임상 효과를 세계적으로 증명하고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선 이를 제품화하고 유통하는 산업계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임상 현장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산업계의 기술력과 만나고, 이것이 다시 좋은 제품으로 환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한의계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의약 산업 발전에 필요한 부분은? “현재 한의 의료기기 개발이나 현대화된 한약제제 유통에는 여전히 많은 제도적 제약이 따르고 있다. 한의약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정부 차원의 규제 혁파와 R&D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또한 산업계 스스로도 영세성을 벗어나 철저하게 표준화되고 검증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임상 현장의 신뢰를 얻는 체질 개선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의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한의사 회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위기 속에서도 늘 기회가 있듯이, 지금의 어려움 역시 회원분들의 지혜로 잘 극복해 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25년간 한의사 회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던 세진메디칼약품㈜은 앞으로도 한의사 회원의 가장 든든한 임상 파트너이자 한의계 발전의 버팀목으로 언제나 곁에 머물며 더 편리한 디지털 유통 서비스와 안전하고 좋은 제품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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