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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료봉사 아니더라도 의료봉사 필요로 하는 곳 많아!"[편집자주]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KOMSTA)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KOMSTA는 ‘서남권글로벌센터’, ‘강동외국인노동자센터’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들을 위한 무료한의진료를 펼치고 있다. KOMSTA 김병완 이사는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서 봉사활동을 멈출 순 없다”며 “코로나19 종식 이전까지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봉사활동에 대한 김 이사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Q. 어떠한 인연으로 KOMSTA 활동을 하게 됐는지? 한의대생이 돼 가져보는 첫 번째의 꿈과 관련이 있다. 학업에 집중해 좋은 의료인이 되고, 그 후에 여유가 생긴다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꿈, 그 꿈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매개체가 KOMSTA였다. 한의학에 입문하고, 한의사로서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보냈다. 지난 20년간 ‘과연 나는 내가 꿈꿨던 삶을 살고 있는가’, ‘현재, 후회는 없는가’, ‘이 방식대로 계속해서 살아갈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을 마음속으로 곱씹곤 했다. 그 때, 후배 원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형, 해외의료봉사 저랑 함께 가보지 않으실래요?”, 그 한마디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한의약의료봉사를 원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다. 얼떨결에 ‘긍정’의 신호를 보냈고, 짧은 시간 동안 분주하게 준비해서 첫 해외의료봉사지로 떠나게 됐다. Q. 기억에 남는 해외봉사가 있다면? 스리랑카에서의 해외의료봉사가 기억에 남는다. 13년도 제124차 스리랑카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의 진료부장으로서 11명의 KOMSTA 파견단원들과 한의학, 침구학 교육을 수료한 스리랑카 아유르베딕 의사 12명, 코리안 클리닉 한규언 원장과 함께 스리랑카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하게 됐다. 7박 8일을 지내는 동안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배려와 융숭한 대접으로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스리랑카 로컬은 우리나라 70년대 농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민들은 노동으로 햇볕에 그을렸지만 건강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진료 후 건네는 파스와 약을 받으면 이미 완치가 된 마냥 신나하는 표정을 보였다. 한의약해외의료봉사가 이곳에서 나날이 입소문을 타더니 환자들이 줄지어 늘어났고,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이들의 바람만큼 의료혜택을 베풀 수 있을까?’하는 생각들이 스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마을 주민들의 배려로 환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마을 이장님을 비롯한 청년들의 도움 덕에 순조롭게 봉사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열흘간의 해외봉사를 마치고 생각의 동굴로 나를 몰아넣었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음식 이 부질없는 것들에 너무나도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좀 더 나를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봉사활동을 더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Q.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재는 해외의료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KOMSTA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 매년 해외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해외의료봉사가 제한적인 현재는 국내의료봉사에 주력하고 있다. KOMSTA는 ‘서남권글로벌센터’, ‘강동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그리고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서남권글로벌센터는 국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주민들에게 △원스톱 전문상담 △한국어교육 △문화체험교실 △무료진료(한·양방, 치과진료 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으며, 강동구에서 진행하는 ‘강동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는 몸이 불편한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무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나 또한 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월 1~2회 시간을 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많은 분들께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는지 물어보시는데 봉사를 해보신 경험이 있는 한의사 선생님들이나 봉사경험이 없어도 임상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지원하는 봉사자가 부족하지 않아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다. 현 시점에서 해외의료봉사는 힘들지만 국내에도 여전히 의료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니 함께 봉사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Q. 봉사 그리고 의료인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는지? 봉사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으로 표현돼 있다.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있지만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속으로 떳떳함을 안고 미소는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나도 봉사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생계를 위해 ‘업’을 가지게 된다. 대개 수능점수가 ‘업’과의 인연을 만들어줘 평생 가기도 하지만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료인은 정말 나를 닦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여기는 ‘업’이다. 이보다 더 좋은 ‘업’이 있을까? 조그만 이익에 얼굴 붉히는 변질된 ‘봉사’가 아닌 숭고한 ‘봉사’, 그 단어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보고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봉사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KOMSTA와 함께 가자! -
대전자생한방병원, 서구 월평1동에 장학금 전달대전자생한방병원(병원장 김창연)이 24일 대전서구 월평1동 행정복지센터에 ‘제7회 자생 희망드림’ 장학금 150만 원을 전달했다. 대전자생한방병원의 희망드림 장학금은 매년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키워가는 잠재된 가능성이 있는 저소득 가정 청소년을 추천하고 있으며, 이번에 월평1동 저소득 학생 3명이 선정됐다. 김창연 병원장은 “희망드림 장학금 사업은 자생의료재단에서 매년 실시해 오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올해에도 전국 28여 명의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한호동 월평1동장은 “이번 장학금은 어려운 청소년들이 앞으로 학업에 정진하고 올바른 성장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도움을 주신 대전자생한방병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 담화문첩약건강보험 관련 투표에 기권을 선택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찬성과 반대, 모두 한의계에 손해입니다.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혁용입니다. 지난 12월 10일에 대의원 총회 서면결의를 통해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최종 시행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는 회원투표 발의의 건’ 의안이 의결되었습니다. 이에 대의원총회 의결에 따라 금일 전회원투표를 공지하면서, 회원 여러분께 부탁의 말씀 올립니다. 먼저, 새로 시행된 첩약건강보험의 불편함과 만족스럽지 못한 수가 및 시행절차 등으로 인해 회원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대의원총회의 결정은 협회의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며 대단히 중요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찬반투표라는 형식에서 기인한 필연적 모순도 있음을 고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벌써 이번 회원투표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나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지난 8년 전처럼 다시 사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재협상이란 투표상의 단서를 달아놓았더라도, 외부에는 반대가 폐기처럼 비춰질까 두렵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13년, 이번과 같은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을 한 번 거부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투표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주변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실제 복지부에서는 첩약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다음주 화요일 중앙회와 전국 시도지부당 1인씩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반대에 부대조건으로 달려 있는 '재협상'이라는 과정 역시 개선의 실익을 보려면 조용히 협상을 통해 가야지, 떠들썩한 이슈로 부각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로 작용합니다. 더욱이 의사, 약사라는 강력한 반대세력이 존재하는 현실에선 더욱 더 그렇습니다. 만약 찬성으로 의결된다면, 지금 협상안에 만족한다는 뜻이 되어 앞으로의 추가적인 개선 협상에 장애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번 전회원투표는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아예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판단은 대부분의 보험관련 전현직 한의계 일꾼들의 뜻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뜻을 담아, 투표 불참으로 기권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첩약 건강보험 진입이라는 과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0년 한약분쟁 당시부터 꾸준히 요구해오던 과제이며, 이제 그 첫 발을 막 뗀 상황입니다. 비록 그 시작의 과정에서 적잖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어 회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대의원총회 의결과정, 지부 설문조사, 분회 사전투표 등의 결과를 보면서 첩약건보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회원 분들께서 바라는 것은 ‘첩약건보 폐기’가 아니라 ‘첩약건보 제도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번에 실시된 설문조사와 같은 다양한 방법 등을 통해 시행안의 개선 근거를 마련한 후에,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회원 분들의 불만과 우려사항을 설문조사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취합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한의계의 의권을 지켜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2월 24일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혁용 -
다뤄본 적 있는 실험기기로 좋은 성과 얻어 뿌듯[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최근 대한한의학회의 미래인재육성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혜진(경희한의대·본과 4년) 학생에게 수상 소감과 주제 선정 계기,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혜진 학생은 ‘담뱃갑 경고그림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금연유도 효과’ 논문으로 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Q. 수상 소감은.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서 매우 영광이다. 한의사 국가고시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의 여유 없이 준비하던 중에 예상하지 못했던 큰 상을 받게 되어 긍정적인 기운을 얻고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었다. 저의 논문 초록과 발표 동영상을 좋게 평가해주시고 상을 주신 미래인재육성프로젝트 심사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미래인재육성프로젝트 연구부문에 올해 1저자로 작성한 SCIE급 논문 2편을 제출했다. 논문 초록 평가인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심사를 위해 발표 동영상을 만들면서 연구 초반부터 찬찬히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이왕 만드는 거 열심히 만들자는 생각에 연구의 배경, 실험과정, 결과 분석, 고찰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다 보니 영상제작 시간이 좀 소요되긴 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 뿌듯하다. Q. 연구 대상을 '담뱃갑 경고 그림'로 잡게 된 배경은. 경희한의대 '학부생 연구조교 프로그램'을 통해 경혈학교실 채윤병 교수님의 인지의과학 연구실에서 본과 2학년 겨울방학부터 연구 지도를 받게 됐다. 교수님 연구실에는 인지의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기기들이 있는데, 마침 제가 한 번 다뤄본 경험이 있는 실험기기인 ‘시선움직임 추적기(eye tracker)’가 있어 이 기기로 실험을 진행하게 됐다. 기기를 사용한 실험을 설계하기 위해 주제를 고민하다가 교수님이 사전에 다루셨던 연구 주제인 '금연'과 관련짓기로 했다. 우리나라 금연 캠페인에 대해 조사하던 중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담뱃갑 경고 그림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경고 그림이 금연 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마침 본과 2학년 때 보건법규와 예방의학을 배우면서 의료정책의 근거가 되는 실험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Q. 연구결과와 시사점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담뱃갑 경고그림은 ‘신체건강 위협형’ 그림과 ‘사회관계 위협형’ 그림의 2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종류의 담뱃갑 경고그림이 금연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선움직임추적기 기록과 설문지 결과를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두 종류의 담뱃갑 경고그림이 포함된 담뱃갑 이미지를 보여주고, 금연의지와 불쾌함 정도를 평가하며 시선움직임추적기를 통해 참가자들의 시선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흡연자는 사회관계위협형 그림을 볼 때 불쾌함을 느낄수록 금연의 의도가 높아졌고, 비흡연자의 경우 신체건강위협형 그림을 볼 때 불쾌함을 느낄수록 금연유지 의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해당 그림에 대한 시각주의가 적은 점도 금연유지 의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두 종류의 담뱃갑 경고그림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금연의도에 다른 방식으로 미치는 점을 고려해 금연 캠페인이 진행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Q. 담뱃갑 경고 그림 연구를 한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금연 치료에 사용되는 이침 치료와 연결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과 이침 치료의 조합이 금연 의지에 효과적인지 실험을 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Q. 프로젝트에 제출한 다른 논문을 소개한다면. 제목은 ‘지난 20년간 뜸 치료 임상연구 동향에 대한 계량서지학적 분석’이다. 계량서지학적 분석법을 활용해 지난 20년간 뜸 치료 임상연구의 주요 국가, 연구기관, 연구자, 연구 주제 및 키워드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계량서지학은 수학, 통계 도구를 이용해 특정 분야에 출간된 많은 양의 문헌을 정성·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향후 정책 수립과 임상지침을 위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최근에는 분석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발달해 각 문헌 사이의 관계를 편리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저는 ‘VOS Viewer’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했고, 뜸 연구의 키워드 변화추이를 분석해 연구 동향의 거시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뜸 연구의 주요 타깃 질환은 40개의 주요 키워드 중에 포함된 통증, 염증성 장질환, 태아역위, 염증, 과민성대장증후군, 골관절염, 뇌졸중 등이다. 대부분이 신경계 질환이나 염증성 질환과 관련이 있었으며 인용지수에 의한 연구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골관절염 관련 연구가 가장 인용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에 따른 추이를 보면 초기에는 진통, 태아역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연구가 이뤄진데 반해 비교적 최근에는 침구요법, 프로토콜 등의 임상연구 관련된 내용이 진행된 것으로 됐다. 이 논문을 통해 지난 20년간의 뜸 연구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뜸 연구의 신규 연구 주제는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방향을 설정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은. 국시 합격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련의를 해서 임상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 하지만 임상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게 되더라도 연구는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학부시절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논문을 작성한 소중한 경험을 이어나가 좁게는 한의계에, 넓게는 인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 논문을 쓰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연구실 교수님들과 연구원 분들께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토론을 통해 내용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좋은 연구 결과와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향후 연구에 참여하거나 진행하게 된다면, 이러한 점을 잊지 않고 협동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는 연구자가 되겠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예전에는 논문이 무사히 게재된 것만으로도 좋은 성과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미래인재육성프로젝트를 통해 제 연구를 소개하는 소중한 경험을 가지게 되어 좋았다. 이 경험을 되새겨 더욱 성장하는 한의학도가 되겠다. 작년과 같이 전국한의학학술대회의 발표장에서 포스터 발표를 했다면 제 연구에 대한 피드백을 현장에서 듣고, 다른 지원자 분들의 발표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을 텐데 올해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온라인 플랫폼 ‘한의플래닛’에 올라온 다른 지원자 분들의 발표 동영상을 모두 봤는데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고 연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한의사가 된 후에도 열정이 넘치는 동료 한의사분들과 함께 좋은 연구를 함께하고 교류를 통해 같이 발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2년 남짓 저를 지도하시고 가르침을 주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 채윤병 교수님과, 논문작성시 통계 분석에 큰 도움을 주신 경혈학교실 이인선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남기고 싶다. 저도 언젠가 교수님들처럼 후배 한의학도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
한약처방 본초학적 해설⑧#편저자 주 :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여기에 해당되는 처방 및 Ext제제등에 대하여 본초학적 입장에서 객관적인 분석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기획됐다. 아울러 해당처방에서의 논란대상 한약재 1종의 관능감별point를 중점적으로 제시코자 한다. 주영승 교수(우석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淸熱調血湯의 처방 의미] : 중국의 古今醫鑑에 기록된 처방으로, 이후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기재돼 있다. 처방명의 淸熱은 ‘熱을 淸泄시킨다’는 의미이며, 調血은 ‘血液을 조절한다’는 의미로서, 동의보감 婦人門에서 月經不調에 사용된 처방이다. [淸熱調血湯의 구성] 처방을 구성하고 있는 11종 한약재의 본초학적인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氣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溫性5 凉性4 平性2로서, 寒熱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2)味를 기준으로 분석하면(중복 포함), 辛味7 苦味7 甘味4 酸味1로서 주로 辛苦甘 3味이다. 3)歸經을 기준으로 분석하면(중복 포함), 肝(膽)12 心6 脾5 腎2 등으로서 주로 肝心脾 3經이다. 4)효능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活血祛瘀性5 淸熱性3 補益性2 理氣(順氣)性1로 구성돼 있다. 淸熱調血湯 구성약물의 본초학적 내용을 生理痛을 기준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1)기미: 氣를 보면 상대적으로 약간의 溫性을 띠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寒熱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본 처방이 淸熱과 調血의 각각에 적합한 氣를 확보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된 味가 辛苦甘 3味인 것은 辛(行氣) 苦(淸熱降火) 甘(緩急滋補)의 역할이 충분히 반영된 내용이다. 2)귀경: 주된 귀경이 肝心脾 3經인 것은 肝(肝藏血) 心(心主血) 脾(脾統血)에서 보듯이, 血에 대한 주관 귀경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효능: 본 처방의 주된 목표점이 活血祛瘀임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生理痛은 血滯가 원인인 生理前痛과 生理中痛 및 血虛(생리양이 적고 색깔이 淡한 것)가 원인인 生理後痛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본 처방 대상은 生理前痛이며 주된 치료대상이 血滯(瘀血)로서 ‘血滯卽痛’ 원리에 부합함을 알 수 있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도 본 처방을 설명함에 있어 ‘經水가 올 때에 腹中이 陣痛한 것은 氣血이 俱實한 症’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4)아울러 丹溪心法에서 언급하고 있는, ‘月事가 고르지 못한데 痛症을 겸한 症이 있고 發熱이 되는 수도 있으며…생리주기가 정상간격보다 빠른 것은 熱이요…疼痛이 일상적이거나 생리 전에 痛症이 심한 것은 血積한 症이요…생리 중에 發熱하는 것이 있으니, 생리주기가 정상간격보다 빠른 것은 血虛하여 積이 있는 症이요’, ‘월경 때에 腹痛이 있는 증은 血澁한 것이니…’ 등의 내용을 근간으로, 본 처방내용을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즉 生理前痛은 기본적으로 血積(血滯, 血澁)이며, 동반하는 發熱과 생리주기가 빨라지는 것은 血虛(血澁)로 인한 血積에 해당된다고 귀결된다. 5)또한 동의학사전 및 한의학대사전의 ‘氣血이 장애되고 瘀血이 생겨 달거리가 있기 전과 있을 때에 아랫배가 아프고 피색이 검붉으면서 덩어리가 섞여 나오는데 쓴다’에 기준하면, 당연히 생리 중에 瘀血癍을 수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淸熱調血湯은 월경 전 생리통(生理前痛)의 원인인 血滯(瘀血)를 없애기 위한 活血祛瘀의 처방이다, 아울러 생리주기가 빨라지고 發熱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부수증상은 血虛(血澁)으로 인한 血積이니,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補血을 목적으로 하는 四物湯에서 熟地黃을 生乾地黃으로 바꾸고 성질이 차가운 약재를 배합하고 있다. 1)구체적으로는 淸熱調血湯의 대상약물을 재분류하면, 活血祛瘀藥(川芎 桃仁 紅花 蓬朮 玄胡索)으로 血滯(瘀血)에 대응했으며, 補血藥(四物湯-當歸 川芎 白芍藥 生乾地黃)으로 血虛(血澁)에 대응했고, 淸熱藥(生乾地黃, 黃連, 牧丹皮)으로 생리주기가 빨라지는 것과 發熱에 대응했다. 또한 氣病의 總司요 婦科의 主師로서 順肝氣鬱滯藥으로 調經止痛하는 香附子를 사용했는데, 이는 氣는 血의 師가 되므로 氣行하면 血行하고 肝氣가 調和하면 血行하여 鬱滯의 질환이 없어지게 되어, 肝氣가 鬱滯되어 생긴 胸脇脘腹脹痛과 婦女의 月經不調, 痛經과 胎前後의 諸疾에 常用하는 要藥인 원리에 부합된다. 따라서 淸熱調血湯은 생리통 특히 生理前痛을 비롯한 經閉通用方에 해당된다고 정리되어진다. 2)유일하게 ‘熱이 있는 경우에는 柴胡 黃芩을 추가’하라는 언급이 있는 동양의학대사전의 내용 분석: 柴胡는 發散風熱藥으로서 肝膽少陽經의 寒熱往來의 主藥이며, 黃芩은 淸熱燥濕藥으로 淸心肺火의 약물로서 여기에서는 같은 효능군의 黃連의 淸熱降火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生理前痛 중의 發熱에 대처하기 위한 의미있는 배합으로 생각된다. 3)보다 높은 약효발현을 위한 약물 선택 ①當歸: 當歸 3종류의 효능에서, 活血止痛의 강도는 우리나라의 土當歸 Angelica gigas > 일당귀 A. acutiloba > 중국당귀 A. sinensis 의 순서이므로, 본 처방에서는 土當歸(참당귀)를 사용함이 처방취지에 합당하다. 하지만 정상범위를 넘어서는 血虛로 인한 血澁이라면 補血力이 강한 일당귀 혹은 중국당귀로의 변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生理前痛이 심해지면서 虛症으로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通經之劑만 사용하지 말고 補血行血약물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②生乾地黃: 지황 Rehmannia glutinosa은 생품인 生地黃, 자연조건에서 건조한 生乾地黃, 인위적인 열을 가하여 건조한 乾生地黃, 술과 陳皮 砂仁 등을 섞어 여러 번 酒蒸한 熟地黃으로 구분하고 있다. 위의 순서대로 한의학적 氣味는 寒→微溫 苦→甘으로 변하며, 효능은 淸熱凉血→滋陰補血로 바뀐다는 점에서, 이의 원리를 본 처방에 적용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즉 본 처방에서의 生乾地黃이 調血 通經 凉血의 목적에 부응하고 있지만, 凉血에 치중한다면 生地黃사용을, 血虛로 인한 血澁이라면 補血力이 강한 熟地黃으로 변환이 가능할 것이다. 2.淸熱調血湯의 실체 이상을 근거로 淸熱調血湯의 생리통 사용근거는 다음과 같다. 1)淸熱調血湯의 적응증으로 서술된 ‘經水가 올 때에 腹中이 陣痛한 것은 氣血이 俱實한 症’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 胞門의 ‘調血治法’에 소개되어 있으며, 이는 월경 전 생리통(生理前痛)에 해당되는 처방으로 최종 정리된다. 2)아울러 생리시 나타나는 부수증상(생리주기가 빨라지고 發熱感 등)이 있는 경우 추가약물(柴胡 黃芩 등)의 사용이 권장된다. 아울러 생리통이 심해져서 肢節痛 頭痛에 까지 미칠 경우에는, 일상적인 三稜 牛膝 등을 포함한 活血祛瘀藥을 적극 활용한다면 생리통 치료를 위한 본 처방의 효능발현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기고내용과 의견을 달리하는 고견과 우선취급을 원하는 한방약물처방을 제안해주시길 바랍니다. jys9875@hanmail.net, 전화 (063)290-1561 -
건보공단, 해양경찰청 감사장 ‘수상’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하 건보공단)은 지난 9일 해양경찰청과 협력해 해양쓰레기 줄이기 홍보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해양경찰청(청장 김홍희)으로부터 감사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속적 노력에도 해양쓰레기 문제는 난항을 겪고 있고, 국민의 관심과 동참 없이는 풀기 어렵다 판단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철청은 지난 9월19일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을 맞아 해양쓰레기 대국민 인식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홍보를 진행했다. 이에 동참한 건보공단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월 발송하는 4대 사회보험 고지서 홍보지면을 활용, 지난 10월 ‘바다야 사랑해!’ 대국민 홍보를 추진한 바 있으며, 이 같은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해양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를 수상하게 됐다. 김용익 이사장은 “정부와 협력해서 해양 등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 사회적 가치에 맞는 공공기관 본연의 임무로서 매우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으며, 함께 꾸준히 추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건보공단은 앞으로도 정부 및 공공기관과 협력해 코로나19 예방수칙 준수, 겨울철 산불예방, 봄철 미세먼지, 여름철 풍수해 등 국민 건강과 생활안전에 직결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익 홍보를 매월 테마별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신미숙 여의도책방-12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세밑(the end of the year)’의 무드란 응당 불콰해진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크리스마스 전후와 뒤섞여 어느 가게를 들르든지 볼륨을 달리한 캐롤이 끊이지 않아야 하는 법인데, 2020년은 끝까지 이렇게 찜찜하게 끝날 모양이다. 비대면, 언택트 그리고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온갖 학술대회와 신간 도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물론 미리미리 준비하는 미덕은 무조건 옳은 일이지만 닥터 파우치(Dr. Anthony Fauci)가 경고했듯이 백신을 맞더라도 2021년 연말까지는 마스크를 써야할 지도 모를 일이고 일일 확진자수 그래프는 아직도 정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가파른 그래서 상당히 불안한 우상향이다. 당분간 이 모드가 지속될 것은 자명해 보이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계절성 요인으로 인한 3차 팬데믹을 우리도 예외없이 맞이한 것이니 모두가 힘들겠지만 그래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만이 최선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우린 1년째 마스크를 쓴 채로 살고있으니 코로나 예방하느라 경미한 호흡곤란과 잦은 피부트러블 그리고 홧병 발병 일보직전에 도달해 버린 셈이다. 故 임 교수가 출간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2년 전 12월의 마지막 날, 습관적으로 보는 저녁뉴스에서 서울시내 대학병원의 한 임상교수가 환자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속보를 접했다. 정신과 전문의로 20여년간 우울증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진지한 표정의 얼굴 사진 위로 그의 이름 석자가 무겁게 자막을 채우고 있었다. 가끔, 아주 가끔 예상치 못한 환자들 때문에 심한 당혹감을 느끼는 일이 발생하기는 해도 환자가 의사를 살해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일상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환자를 맞이해야 하는 이 평범한 진료실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 곳인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2019년의 봄이 한참 무르익을 때까지도 이상하게 위 사건이 잊혀지지 않았던 나는 YES24에 해당 교수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혹시 우울증 관련해서든 뭐든 이 분이 쓴 책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2016년 5월 출간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라는 단행본을 발견할 수 있었고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2012년 6월 어느 날 일정이 겹쳐서 3시간 밖에 잠을 청하지 못한 채 새벽 골프 시간을 맞추느라 일찍 집을 나서서 골프까지는 무사히 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마치 누가 허리를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조금 쉬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지만, 도무지 효과가 없었다. 단 10분을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점차 심해져 갔다. 신경 차단 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없었다. MRI 사진을 본 의사들마다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척추를 전공한 신경외과 의사이자 나의 친한 친구는 바로 수술을 하라고 했고, 또 다른 전문의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는 정도이니 조금만 버텨 보라고 했다. // 이런 경우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의 말을 따르게 되어 있다. 이미 출국 날짜까지 정하고 비행기표도 사놓은 상태였던 나는 수술로 인해 그토록 기다렸던 해외 연수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수술을 하지 않고 버텨 보기로 결정했다. ‘오늘 자고 나면 내일은 통증이 덜하겠지’하는 기대를 안고 오지 않는 잠을 힘들게 청했지만 깨고 나면 통증은 변함없이 나를 찾아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은 더 심해져 갔다. 때때로 마치 발가락 사이를 도끼로 내리찍어 발이 쪼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고기 불판 위에 발을 올려놓은 것처럼 발바닥이 뜨거워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험을 계속하게 되었다. 어떤 날은 두꺼운 얼음 위에 맨발로 서 있는 것처럼 다리가 시리기도 했다. 진통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지나감에 따라 내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점차 사그라들었고 나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 연수하러 온 미국 대학측에 양해를 구하고 출근하는 날을 최소한으로 줄인 다음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심지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국 내 한의원을 찾아가 침을 맞기도 했다.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근거해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훈련을 받아왔고 내가 가르치는 의과 대학생과 전공의들에게도 늘 이러한 면을 강조해 왔던 내가 장모님이 보내 주신 한약을 먹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다는 것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방 치료뿐 아니라 카이로프랙틱 치료, 운동 치료, 가바펜틴(Gabapentin)을 비롯한 처방약의 복용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함께 시도했다. 의과대학 시절 열렬한 유물론자이자 무신론자였던 내가 샌디에이고의 한인 성당에 나가 세례를 받고 열심히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수술이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와 달리 나는 수술 후 두 달이 지나 가족들이 기다리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리고 또 다른 6개월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수술 후에도 계속되는 증상에 새롭게 나타난 증상까지 결부되자, 나는 절망하게 되었다. 모두들 이제 허리는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3년이 되어 가는데도 계속 아프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전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하기가 싫었다. // 수술과 약물, 각종 비수술적 치료, 물리 치료, 필라테스, 퍼스널 트레이닝, 기도, 명상 심지어는 침과 한약까지… 통증에 좋다는 온갖 방법을 다 사용했는데도 기대만큼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자, 나 역시 끝없이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닥친 것인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왜 이 병이 낫지 않을까? 왜 내게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 대체 왜? 왜? 왜? 임 교수는 2012년 6월 갑자기 발병한 요통으로 2016년 5월 이 책을 낼 때까지 엄청난 고생을 하던 상태였다. 2018년 12월 끔찍한 일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어쩌면 그의 만성 요통은 그대로였을지 모른다. 칼을 들고 쫓아오는 조현병 환자로부터 간호사를 피신시킨 이후에야 필사적으로 그 장소를 벗어나야 했다면 전력질주를 하기에 허리나 다리의 통증 혹은 이상감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을까라고 상상하니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졌다. 자신의 낫지 않는 통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환자들…의료인의 의무는? 수술에도, 한방 치료에도, 그 이외의 온갖 치료에도 별 호전이 없었다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숱하게 많이 만나왔다.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그들은 그리고 보호자들은 초진 때부터 혹은 치료 개시 이후 호전의 기색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순간부터 불신의 기색을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나의 실력을 의심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척추수술 실패증후군(FBSS; 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은 나의 연구테마 중 하나이며 치료 성공 케이스들의 논문을 제시하면서까지 환자와의 타협점을 조정, 재조정 해가며 끈질기게 치료를 이어가곤 했었다. 물론 호전의 예도 많았고 실패의 예는 여지없이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유명하다는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들도 실패한 케이스인데 일개 한의사인 나 따위가 뭘 어떻게 바꿀 수 있었겠냐는 자조섞인 위로로 그 순간을 잊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 까다로운 환자들의 스타일을 탓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저렇게 예민하니 수술도 부작용이 난 게지.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아플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뭐가 저리 변덕스러울까’ 등등. 잘 나으면 내 덕이고 경과가 나쁘면 환자 탓이기도 했다. 그러다 임 교수님의 책에서 몇 개월째 통증이 지속되자 자살을 시도하려 했었다는 대목과 수술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여전했을 때의 환자들이 가질 수 있는 우울감에 대한 기록과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숱한 노력들을 읽으며 날마다 만나는 모든 특히 수년 전 시작된 여러 부위의 반복되는 통증과 저림으로 내 진료실을 방문 중인 다양한 환자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원래 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래된 연인들의 심드렁한 그것처럼 이젠 어떤 호소를 해도 그냥저냥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함만 살짝 해소시켜주고 환자들을 그저 불평불만 없이 진료실을 나설 수 있도록 기분만 좀 맞춰줄 수 있다면 난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전공인 ‘재활(再活; 다시 살려내기)’의 근본적인 의무를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는 자각에 이르자 갑자기 몹시도 부끄러워졌다. 환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인의 역할 ‘다짐’ 2020년 9월 25일, 사망 2년만에 임 교수 관련된 뉴스가 하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구조 행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복지부 의사상자 심의위원회가 2019년 4월 26일과 6월 25일 열린 회의에서 임 교수에 대한 의사자 지위를 불인정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있었는데 유족측의 소송 끝에 행정 법원의 최종 결정으로 의사자로 선정되었다는 뉴스였다. 승소 법률에 따라 예우 및 보상금 지급이 결정되었으니 늦었지만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월 13일은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1030명으로 기록된 날이었다. 일요일 오전 연합뉴스(채널 23)로 코로나 뉴스를 보면서도 하단 자막의 한 줄짜리 단신들을 훑어보는 습관 덕에 내 눈이 딱 포착했던 기사 제목은 ‘약침으로 말기암 치료한다고 진료비 가로챈 한의사 실형’이었다. 해당 기사를 찾아보니 검증받지 않은 치료법을 허락받지 않은 시술법으로 과장광고하여 환자와 보호자들을 유인했고 절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을 상대로 속임수를 썼고 고액의 치료비를 받아냈으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오랜 기간 피해자들과 원만한 화해에 이르지도 못했다는 판사의 질타가 있었음을 간략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이 기사에 단 한 마디도 쉽사리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프로포폴 사망 환자 바다에 유기한 의사 징역 4년(2017년 12월 20일)’, ‘수면 내시경을 받은 40대 여성 환자를 45분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의사 입건(2018년 4월 25일)’, ‘어깨 환자에 장침 찔러 폐 뚫은 한의사 벌금 500만원(2020년 12월 12일)’ 등의 뉴스를 접한 일반인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만한 합리적인 변명을 동료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감히 그리고 과연 보탤 수 있을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2월 11일부터 단식 중이신 의원 한 분이 요통과 발바닥 통증으로 내원하셨다(이 글이 게재된 날에는 의원님의 단식이 종료되었기를 바라며…). 지난 4·15 이후 초선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신, 지역에서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청소년, 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활동을 오랜 기간 해 오셨던 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모든 건강 관련 조언과 실질적 치료를 해 주신 고마운 한의사 선생님이 계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오랜 기간 가족주치의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이셨는데 도시를 떠나 시골로, 그 이후에는 시골을 떠나 섬으로 한의원을 옮기시는 바람에 더 이상 기댈 한의사 선생님이 없어서 고민이라며 지역에 추천할 만한 한의사가 있는지도 물어보셨다. 의원님이 들려주신 그 주치의 한의사 선생님과의 아름답고 따뜻한 에피소드들은 올 한해 접한 한의사 관련 온갖 나쁜 뉴스들로 심난했었던 나를 위로해주기 충분했다.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의 사진과 경구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했던 2020년이었다(www.nanum.com). 지난 1년간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에 실린 12개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힘든 순간마다 큰 위로와 응원이 되었던 박노해 시인의 몇 개의 글귀를 공유하고자 한다. ‘선하고 강인하게 의롭고 위엄있게’, ‘신뢰의 기반은 진정한 자기 실력, 결과에 대한 책임’, ‘생각이 깊고 마음이 곧고 사랑이 강한 그대의 어깨 위에 늘 무지개 뜨기를’,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 해도 내일은 해가 뜬다. 세계는 다시 새로워진다’ -
“한의학,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저를 성장시켰어요”본란에서는 대한한의학회 제19회 학술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양재하 대구한의대 교수에게 수상 소감과 한의학에 관심갖게 된 계기, 연구 주제 선정 이유 등을 들어봤다. 양 교수는 ‘궁상핵에서 측좌핵으로의 엔도르핀성 신경 활성을 통한 침 자극의 알코올 의존성 감소 효과’ 논문으로 상을 수상했다. <편집자주>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대구한의대에서 연구교수를 하고 있는 양재하라고 한다. 지난해 8월 34년간 교수로 근무했던 대구한의대 한의과대학에서 퇴임했다. 코카인 및 알코올 중독 동물 모델에서 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한 침 자극의 중독제어 작용 및 기전 연구를 하고 있고, 학부생들에게 양방생리학 강의를 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약학을 전공했지만 대구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침술과 마음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돼 현재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해 오면서 한의학을 사랑하게 됐다. 한의학이 저를 학문적이나 인간적으로 성장시켜줬다. Q. 수상 소감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데 이런 훌륭한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연구에 더욱 정진해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대한한의학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Q. 처음 한의학을 접한 계기는? 대학원에서 우연히 침 진통에 대한 신경기전 연구 논문을 접했다. 경혈자극이 뇌에 작용해 마음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약물중독에 대한 경혈자극의 치료 작용 및 신경기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침 자극이 직접적으로 뇌 신경회로를 활성화해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생화학적 균형을 이루게 하고 가역적인 뇌 기능 이상을 교정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갔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약물중독을 위한 중요한 연구 방법인 자가 투여 방법을 실시했는데, 국내 처음이다 보니 활용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침술 연구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치가 큰 연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명감과 보람을 갖고 연구했다. Q. 침 자극과 알코올 의존성을 다뤘다. 알코올 의존증은 재발률이 매우 높은 뇌 질환이다. 금단 현상인 불안 증상이 다시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일으켜 재발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연구 초기에는 침 자극으로 불안을 줄여 재발을 치료하는 뇌 기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수행 과정에서 혈자리인 ‘신문혈’을 침으로 자극했는데, 이 시도가 알코올 의존 동물의 중뇌 변연도파민 신경계에서 도파민 분비 결핍과 민감화 반응을 제어하는 양방향 효과가 있음을 관찰했다. 이후 중독 치료에서 침술의 양방향 역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알코올 의존시 알코올 갈망에 대한 신경기전은 뇌 보상신경회로인 중뇌 변연도파민 신경계가 활성이 저하되는 동시에 민감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렇듯 서로 상반되는 알코올 의존 이론은 한의학의 음양 이론으로 볼 수 있다. 침술이 음양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상반되는 중독 형성기전에서 확인했고, 이에 침술의 양방향 작용기전 연구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Q. 이번 연구 결과의 시사점은? 이번 연구는 신문혈 침자극이 시상하부 궁상핵의 ‘베터-엔도르핀’ 신경을 통해 활성이 저하된 중뇌변연도파민신경을 회복함으로써 알코올 의존증을 억제하고, 그 결과 알코올 갈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에 사용된 알코올 의존증 동물 모델은 알코올 사용 장애자의 알코올 의존증을 잘 나타내고 있으므로, 침술은 비약물적 치료방법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Q. 향후 연구 계획은? 동물모델을 이용한 기초연구로는 중독 치료에서 침술의 양방향 역할에 대한 기전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임상연구로는 사회적 음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뇌영상, 알코올 갈망 등 선행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자에 대한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해온 지난 시간이 모두 보람찬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생소했던 한의학에 대해 주변의 많은 분들과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매력을 느꼈다. 특히 경락경혈학에서 경혈과 정신과의 관계는 한의학만이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지식체계다. 저의 큰 관심사이기도 한 이 주제는 한의학 연구 발전에도 중요한 과제이며, 한의학을 글로벌 의학으로 성장시킬 주제가 될 것이다. 어려운 연구 분야지만 창의적인 연구 분야로 조금씩 결실을 맺으면, 한의학 연구가 다른 생명의학 연구 분야에 비해 연구 규모나 연구비 지원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9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東醫寶鑑』에는 『周易參同契』(이하 略語로 『參同契』라 함)와 관련이 있는 문장 가운데 【形氣之始】(內景篇, 身形門)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參同契註曰形氣未具曰鴻濛具而未離曰混論易曰易有太極是生兩儀易猶鴻濛也太極猶混淪也乾坤者太極之變也合之爲太極分之爲乾坤故合乾坤而言之謂之混淪分乾坤而言之謂之天地列子曰太初氣之始也太始形之始也亦類此.” 『參同契』는 한나라시대 魏伯陽이 지은 『周易』으로 丹學成仙하는 방법을 풀이한 책이다. 여기에서 『周易』의 卦爻象이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外丹, 內丹學派를 불문하고 중요한 이론적 전거가 된 서적이다. ‘參同契’라는 용어의 의미에 대해서 彭曉는 『周易參同契鼎器歌明鏡圖』에서 “參同契者, 參, 雜也; 同, 通也; 契, 合也; 謂與諸丹經理通而義合也”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이 책이 周易理論, 黃老學說, 煉丹術의 세가지를 하나로 합쳐 만든 서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形氣之始】의 문장은 남송시대 陳顯微의 저술인 『周易參同契解』의 일부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이 문장은 『參同契』의 “於是仲尼讚鴻濛, 乾坤德洞虛. 稽古當元皇. 關雎建始初. 冠婚氣相紐. 元年乃芽滋”라는 문장에 대한 주석의 일부이다. 여기에 허준이 사이에 있는 문장을 삭제하고 『周易參同契解』에 나오는 주석의 뒷부분에 있는 “列子曰太初氣之始也太始形之始也”와 이어 버리고 “亦類此”라는 문장을 뒷부분에 삽입하였다. 陳顯微의 『周易參同契解』는 內丹을 위주로 주석을 붙인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吾身” 즉 인체를 『參同契』를 이해하는 중요한 전거로 삼고 있다는 것에 있다. 『四庫全書總目提要』에서 이 책에 대해 “以其詮釋詳明, 在參同契諸注之中猶爲善本, 故存備言內丹者之一家”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內丹으로 『參同契』를 주석한 대표서적이라는 의미이다. 『東醫寶鑑』身形門의 제일 첫 소절인 【形氣之始】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乾鑿度云天形出乎乾有太易太初太始太素夫太易者未見氣也太初者氣之始也太始者形之始也太素者質之始也形氣已具而痾痾者瘵瘵者病病由是萌生焉人生從乎太易病從乎太素○參同契註曰形氣未具曰鴻濛具而未離曰混論易曰易有太極是生兩儀易猶鴻濛也太極猶混淪也乾坤者太極之變也合之爲太極分之爲乾坤故合乾坤而言之謂之混淪分乾坤而言之謂之天地列子曰太初氣之始也太始形之始也亦類此.” 위의 글이 『東醫寶鑑』身形門의 제일 앞부분을 장식하게 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살펴보고자 한다. ‘形氣之始’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주의 기원으로부터 논의의 시작을 열고 있다. 이것은 질병을 중심으로 놓고 기전과 증상, 처방을 이어나가는 기존 의서들의 편집체계와는 사뭇 차이가 나는 구성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 부분에서 이러한 우주의 발생,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바로 다음 글의 제목인 【胎孕之始】와 논리적 연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胎孕之始】에서는 父母가 성교를 통해서 자식을 잉태하고 10개월간의 임신기간동안의 변화를 거쳐 출산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위주이다. 【形氣之始】와 【胎孕之始】는 논리적인 연계고리로 이어져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形氣之始】에서 의도적으로 乾坤과 形氣를 부각시켜 드러내놓고 있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乾坤은 太極의 변화로 드러나는 것으로서 만물 속에서는 天地이며 인간세상에서는 男女이다. 形氣는 아무것도 없는 太易의 상태로부터 출발되어 기운의 발생과 離合 등을 거쳐 구성되어진 현상세계의 원질이다. 이것이 乾坤의 화합으로 말미암아 인체의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주의 발생과정과 소통되게 되는 공통분모가 되는 것이다. -
아듀! 2020 코로나19 경자년(庚子年)2020 경자년(庚子年)은 누가 뭐라 하든 ‘코로나19’의 해다.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공식 계정을 통해 2020년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IT 기업들이 줄줄이 댓글을 달았는데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망쳐버린 2020년을 풍자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는 컴퓨터에서 방금 입력한 명령어를 취소하는 단축키인 ‘Ctrl+Z(컨트롤+Z)’ 단어를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가 없었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다. 유튜브는 ‘Unsubscribe(구독 취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DELETE(삭제)’, 샤오미는 ‘Reboot(재시작)’를 올려 코로나19 전염병이 덮친 2020년을 없던 셈치고 싶은 심정을 나타내 보였다. 이는 국내 여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케이스탯리서치가 성인남녀 1110명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올해의 사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응답자 66%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은 ‘코로나19’였다. 이렇듯 코로나19는 올 한해 국내외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사회 현상과 무관하게 한의사협회 회무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어떤 사업들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정확한 여론 조사나 통계 결과로 꼽힌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코로나19 전화상담 한의진료센터와 첩약보험 시업사업 시행이 대표적으로 거론될 듯하다. 3월 9일부터 운영한 한의진료센터는 지난 5월 말 기준 확진자 1만1441명 중 20.3%에 해당하는 2326명을 진료했으며, 이 가운데 재진환자 수는 9594명에 달했고 처방 수는 8391건을 기록했다. 청폐배독탕, 자음보폐탕, 익기보폐탕 등 무료 한약 처방에 대한 확진자들의 치료 만족도 또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11월 20일부터 전국 단위로는 사상 처음 시행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도 올 한해 한의사협회의 회무 중심에 놓여 있었다. 이 사업은 양의계의 지속적인 발목잡기를 극복하고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 월경통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9023개 한의원이 참여하여 운영 중이다. 다만 이 사업은 세부적인 운영 방법을 놓고 한의계 내부의 논란이 대두돼 있으며, 향후 전 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 새해 벽두의 한의계 회무 방향을 가늠케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마무리,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한의학과 의학의 통합교육 추진 중단 등 여러 사업들이 올 한해를 관통하는 회무 중심축들이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말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걸어 나가 한의약의 르네상스를 이루는 전기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