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주부터 원칙대로 미복귀 전공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한의신문=강준혁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1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전공의 여러분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비운 지 한 달이 넘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전공의 여러분은 3월 안으로 돌아오셔야 한다”면서 “그 결정이 더 늦어질수록 의사로서의 개인 경력에도, 여러분의 장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수련병원은 3월 말까지 수련상황관리시스템에 전공의 임용 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분들이 3월 말까지 수련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아 임용 등록이 되지 못할 경우 인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에 레지던트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한 달 이상 수련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3월부터 근무를 하지 않고 있는 레지던트가 면허정지 3개월 처분까지 받게 될 경우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므로 레지던트를 수료하는 해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환자를 위해 여러분의 빈자리까지 감당하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여러분 자신을 위해 지금 즉시 수련받고 있는 병원으로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박 차관은 “지금 이 상황까지 이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동료를 따라 병원을 떠난 전공의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많은 고민도 있을 것이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박 차관은 “이제 그런 여러 가지 고민을 내려놓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시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연구, 기술 중심에서 보건의료체계로”[한의신문=주혜지 기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재태·이하 NECA)이 20일 ‘보건의료연구, 기술 중심에서 보건의료체계로’를 주제로 연례학술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NECA는 매년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보건의료계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고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번 연례학술회의는 개원 15주년을 맞아 거시적인 보건의료 정책 동향과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NECA의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연례학술회의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의 변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및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서 과학적 근거와 정책을 연결하는 커넥팅 허브(connecting hub)로서 NECA의 발전 방향을 제안하는 고려대 양성일 특임교수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기조연설에 이어 첫 번째 세션에서는 ‘보건의료 혁신 과제와 NECA의 역할’을 주제로 보건의료체계를 둘러싼 거시적인 변화 속에서 정책 근거 마련을 위한 NECA의 역할을 제안하는 발표가 진행됐다. 고려대 안덕선 명예교수는 ‘지속가능한 의료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의료인력 조정에 대한 문제를 예로 들며, 합의된 의료 이념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되는 의료생태계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다양한 중재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투명하고 사회적으로 신뢰할 만한 중재기구로의 역할을 NECA가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오주환 교수는 ‘가치기반 의료의 도입, 건강성과 비교평가의 영향’ 발표를 통해 행위량 기반 지불보상제에서 공유자원인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사용 여부와 치료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가치기반 의료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한 현 상황을 제시했다. 끝으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NECA가 건강성과 비교평가, 환자가 관심을 갖는 영역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윤석준 교수는 ‘수요자 중심 보건의료전달체계, 그 흐름과 방향’에서 일차의료를 통한 복합만성질환 환자의 건강 향상 효과를 살펴봄으로써 한국형 의료전달체계 수립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던 연구 경험을 공유하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들을 NECA에서 더욱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김한숙 과장과 경희대 오인환 교수, 헬스경향 한정선 기자는 NECA에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연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을 주문했으며, 지금까지 NECA가 꾸준히 쌓아온 과학적 근거가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키는 정책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래의료와 새로운 NECA’를 주제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 동향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NECA의 역할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은 ‘Digital Healthcare 2024: Age of Generation AI’를 통해 의료현장의 의료진 진료 보조부터 지자체 독거노인 돌봄까지 보건의료 효율화를 위해 기술적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생성형 AI의 발전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백남종 이사장은 ‘더 나은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미래 의료기술 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국외 사례를 들며 원격의료,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기기 등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제도와 가치 지표를 소개했다. 울산대 임영석 교수는 ‘공익적 보건의료연구의 현재와 발전방향’에서 병원 단위에서 의료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질 높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 주도 공익적 임상시험에 대해 연구제반사항을 총괄 지원하는 Academic Research Office (ARO)가 체계적으로 조직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임상연구 수행부터 임상진료지침 개발, 정책 근거 마련 등 다방면에서 기능하고 있는 NECA가 ARO 역할의 적임자라고 말하며 연구 지원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임상연구의 요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홍승령 과장, 울산대 송재관 교수,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이 참여한 패널 토론에서는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와 의료기술 개발 지원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다짐과 보건의료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계하는 플랫폼으로서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사업단(PACEN)의 지향점, 디지털 헬스케어의 안전성과 임상적 효과를 소비자와 환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이번 발표 및 토론 영상은 추후 NECA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학술회의 발표자료집은 NECA 누리집(www.neca.re.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재태 원장은 “오늘 연례학술회의는 각계 전문가들과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거시적인 보건의료 동향과 변화를 살펴보고 사회적으로 NECA에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을 조명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면서 “보건의료 정책 분야에서도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서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과 미래 의료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힘쓰는 연구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50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1월 개시한 이 칼럼이 벌써 50번째를 맞이하였다. 100회를 쓰기로 약속했으니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한의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책들을 한 두 권 추천하면서 시사성을 첨가하고 한의학에 대한 비평을 하면서도 한의사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 연재를 시작하며 세운 나만의 작은 원칙이다. 그러나 글재주는 빈약하고 식견은 깊지 않아 매번 고충이 많다. 주제는 고만고만 했으며 한의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책들을 골라내기 역시 쉽지가 않아 그저 그런 책들을 어쩔 수 없이 추천하는 경우도 많았다. 명언집에서 보았던 “Believe you can and you’re halfway there(by Theodore Roosevelt)”라는 문장처럼 할 수 있었다고 믿었기에 그래도 50번째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주 1회, 한의신문의 발행 빈도이다. 매주 한의신문을 차곡차곡 받아보며 고스란히 우편함에 쌓아 두었다가 봉투도 뜯지 않은 채 원내 종이쓰레기 박스에 바로 내버리는 한의사들도 많을 것이다. 신문 관계자들은 서운하겠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중동도 아니 보는 이 시대에 인쇄물로 배송된 한의신문까지 차분하게 챙겨보는 회원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온라인 뉴스레터로 읽어도 충분하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가끔 제자들 중에, “앗! 교수님!!”이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내 글의 한 귀퉁이의 사진을 증거물로 찍어서 카톡으로 송부해오는 자들이 있다. 캠핑 와서 고기 구워 먹으려고 기름 튐 방지용으로 챙겨온 한의신문을 펼치다가 내 얼굴을 발견하고 차마 바닥에는 깔지 못하고 내 페이지만 고이 따로 접어두었다면서 “교수님, 바쁘실 텐데 어찌 이런 업무까지 하시나이까?”라고 묻길래 “4년 넘게 쓰고 있었소만!!”이라고 대답했다. “에고고.. 죄송합니다. 한의신문까지 챙겨 볼 시간이 없네요.” “그래 그래, 돈 버느라 바쁘지, 뭐. 다 이해하네. 식기 전에 마저 고기부터 드시게나!!”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반가운 대화 속에서 한의신문의 다양한 용도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 다시 다가온 총선의 모습 정치의 현장 한 복판에 있다보니 이 기간 동안 총선 1회, 대선 1회, 지방선거 1회가 지나갔고 환자로 내원한 많은 관계자들을 통해 이 큰 선거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총선을 1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도달했다. 이번에도 공천을 확정받은 정치 신인들의 직업란은 늘 그랬듯이 의사와 변호사들이 즐비하다. 거대 양당은 아니지만 한의사 몇 분도 소수 정당의 비례에 이름을 올린 듯하여 내심 반가움이 앞선다. 힘 없는 비례의원으로라도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오랜만에 탄생한다면 사적인 삶은 잠시 멈춰두고 공익을 위한 공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고단한 의원 생활을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년 넘게 경향신문에 칼럼을 쓴 모 대학 의대의 기초학 교실의 한 교수님. 소재 탐색에 열을 올리고 생각의 열매가 익어가는 즐거운 과정을 머리 속으로 즐기다가 신들린 듯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그 수많은 주옥 같은 글들을 월 2회, 10년씩이나 썼는 데도 가족들을 포함한 지인들, 학교 교직원들은 물론이고 학생들 그 어느 누구도 공감과 지지 혹은 존경을 표현하지 않음은 물론 칼럼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더란다. ‘이런 무식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지성인들이라면 마땅히 읽어야 하는 이토록 수준 높은 비판과 유머를 겸비한 놀라운 칼럼을 안 읽다니!’와 같은 서운한 감정이 가시질 않았었다가 정작 본인이 그 코너를 종료하고 나니 본인의 이름이 더 이상 실리지 않는 그 신문은 물론이고 후임자 칼럼에 대한 관심 역시 생겨나지 않더라는 경험을 한 이후, ‘내가 쓰는 글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나와 편집자 뿐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한의신문의 내 글을 읽는 자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결코(!!)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며, 이 칼럼을 종료한 이후라 하더라도 한의신문의 다양한 소식에 눈과 귀를 주 1회 정도는 집중해볼 생각이다. 한 달에 1회씩, 월말고사를 치루는 기분으로 마주하는 이 즐거운 긴장을 유지한 결과 전반전을 무사히 마쳤으니 남은 후반전도 100회에 이르는 그 날까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 정신으로 버텨낼 것이다. 곧 천만관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재현 감독의 최신작 『파묘』를 보며 나는 PAUSE 버튼을 누른 채 메모를 하고 싶은 두 개의 장면이 있었다. 첫번째는 영화 도입부에 나온다. 밑도 끝도 없이 부자인 사람들은 그 집안에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이 멈추지 않자 현대의학의 모든 조치를 동원했고 의사들을 통한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자 용하다는 무당 화림을 부르게 된다. 화림(김고은)은 본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사람들은 빛에 비쳐 보이는 것만 믿지만, 사실 어둠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귀신, 악마, 요괴, 도깨비 여러 가지로 불리는 그것들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오고 싶어하지만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편법을 써서 빛의 세상에 나오기도 하는데, 그 때는 빛과 어둠, 과학과 미신 그 사이에 있는 나를 찾는다. 나는 무당 이화림이다.” 두번째 장면은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나온다. 영화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1장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제6장은 쇠말뚝(鐵針)이다. 6장에서 일본 귀신 오니에게서 공격을 받은 상덕(최민식)은 피를 토하면서 도굴꾼들의 책에 그려져 있던 오행 상극도를 떠올리며 “물과 불은 상극이다. 쇠의 상극은 나무다. 그러니 불타는 칼의 상극은 물에 젖은 나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사와 동시에 피에 젖은 나무 자루를 오니의 왼쪽 어깨를 반복해서 내려치니 결국 오니의 상체는 날아가고 마침내 오니는 소멸한다. 뭘 저리 구질구질하게 한줄한줄 다 설명하고 있냐는 불평불만의 감상평도 많았지만 자극적인 화면에 덧입혀진 최민식 배우의 목소리, 특히 그 오행상극을 설명하는 대목은 내게는 너무도 극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2024년 한의학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화림은 과학과 미신 사이에 있는 자가 무당이라 설명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한의사를 의미하는 용어로 ‘한무당’이라는 멸칭이 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통용된 지는 꽤 되었다. 의사들 보기에 한의사라는 집단은 과학과 비과학 사이에서 본인들도 의사라고 주장하는 자들 정도로 정의되는 듯하다. 의사들이 진단도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빅파이브 대학병원을 거치고 와서도 별다른 진단 치료가 없는 경우,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let it be’와 ‘wait and see’ 원칙을 환자들에게 하달하고 이 때부터 보호자들은 한의사부터 무당까지 용하다는 곳이라면 아무리 험한 곳이라도 찾게 마련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양오행 비웃으며 한의사들을 한무당이라 조롱하는 의사들의 댓글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의사들이 무당이 아니듯, 의사 너희들도 모두 과학자는 아니쟎아?!”라는 반문이 들기도 했다. 2000년 2월 인턴 시절, 인터넷이 지금보다는 조악했었던 그리고 스마트폰 따위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시절 한무당이나 한까 혹은 한방사라는 단어는 없었다. 한의사들이 한무당 소리 들을 때까지 한의협이나 한의학회는 뭘 했냐고 물을 수도 없다. 이 현상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의계에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몇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본다. 한약분쟁 당시 잠시 제기되었던 의료일원화 논의가 그랬고 약사의 한조시 실시, 한약학과 설치, 국립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건립 등의 시기가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한의계에는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한의대 인기가 최고였다고 평가되는 2004년 전후에 그 때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자들이 한의계 지도부에 소수라도 있었더라면 2024년 한의학은 달라졌을까? 한의계에 희망의 봄날을 가져 올 터닝포인트는 아직 가능한가? 지난해 12월27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신속한 치대 정원 감축 정책이 필요하며, 치과대학 신설 정책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치과의사는 심각한 과잉공급 상태임이 정부 연구 결과에 의해 증명된 상태로 치과의사의 과잉공급으로 치과 병의원의 폐업률 증가, 과다경쟁으로 인한 네트워크, 기업화 등 영리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되면서 과잉진료와 불법의료광고 등 환자 유인, 알선 행위가 증가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인한 불시폐업, 먹튀치과 현상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저수가를 앞세운 허위 과장 광고 및 과잉 진료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신규개업대비 폐업률은 2021년 61%(개업 833, 폐업 506)에서 2022년 67%(개업 800, 폐업 536)로 1년간 6% 증가한 폐업률을 인용하고 있다. 치협의 성명서에서 ‘치과의사’를 ‘한의사’로 바꾸더라도 의미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는다. 폐업률이나 과잉진료, 과다경쟁, 경영악화, 국민피해 등의 원인과 결과 역시 비슷하여 한의협의 것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성명서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의협은 어떤 성명서를 준비해야 할까? 마지막까지 등록금 장사를 해먹겠다는 재단의 절박함과 12개 한의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 교직원들의 생존권 때문에 졸업만할 뿐 대량 실업과 개업직후 폐업을 마주해야 하는 해마다 양산될 800명 전후의 예비 한의사들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정원 축소 규모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며 다같이 생존하자는 방안을 제시할 줄 아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성명서가 부럽기만 하다. 부러운 건 치협 이외에도 또 있다. “태어나서 한의사 처음 보는데 우리들처럼 사람처럼 생겼군요”라는 막말을 내 면전에 시전하는 자들이 다름 아닌 부산대 의전 교수진에 소속되어 있다. 이토록 고결한(?) 인격자들이 유난히 득실대는 곳이 한국 의사들이다. 일본에는 한의사가 없어서인지, 임상가로서 한의학을 적극 응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실용서를 내는 의사들의 책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물론 주류 의사들의 트렌드는 아닐 것이다. 비주류 소수지만 이러한 의사들이 일본에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이다. 현역 의사가 생각하는 한의학의 특징은?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다나카 요시오, 한국경제 신문, 2021년 8월, 원저는 2019년 12월 출간)라는 책의 “4부, 저는 병을 통해 오히려 건강해졌습니다” 챕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함께 사용합니다(서양의학은 병을 치료하는 게 목적이고, 동양의학은 환자를 치료하는 게 목적이다. 병에 따라 정해진 치료와 투약을 수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병이라도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맞춤치료를 하고 싶다) / 자연 치유력을 활용합니다(침과 뜸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자연 치유력이 눈을 뜨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침 치료는 안면신경통 등의 신경계 질병과 최근 늘고 있는 우울증, 불면증에 특히 효과가 좋다) /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합니다(약은 자연 치유력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처방되어야 하고, 환자도 그 점을 의식해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최종적으로 지키는 것은 본인이 갖고 있는 자연 치유력이니 그 힘을 믿고 어떻게 하면 자연 치유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치료를 받거나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 질병의 경미한 신호에 주의를 기울입니다(몸이 약해 늘 여기저기 아픈 사람이 의외로 오래 사는 것은 건강에 자신이 없어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민감해도 좋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제가 “갱년기 여성의 무너진 호르몬 밸런스, 한의학으로 치료하다”인 『마흔 아홉, 한의원에 갑니다』(타카하시 히로코, 군자 출판사, 2022년 11월, 원저는 2016년 2월)라는 또 다른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의학이 갱년기의 증상에 딱 들어맞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이다. 미병을 치료한다. 하나의 한약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몸과 마음, 환경을 하나로써 생각한다. 원재료의 모습이 보인다. 서양의학에서 갱년기 증상의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호르몬 보충요법 및 저용량 경구피임제가 있지만 호르몬 보충요법은 불안 및 우울 상태 등 갱년기 세대의 마음의 증상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몸을 부자연스럽게 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 연령에 맞는 건강으로 나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한의학의 생각법이다. 책의 제7장에서는 저자의 진료실을 내원하는 여성 환자분들 대다수가 지니고 있는 두통, 변비, 피부건조의 3대 증상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서양의학에서는 유전자 수준에서 병태의 해석이 진전되고 신약이 점점 개발되고 있지만 이 3가지의 아주 흔한 증상은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이며 이 3가지에도 한약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의 위기…우리의 결말은 무엇일까? 어떤 현상이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다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그 시점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동명의 저서(The Tipping Point, Hachette Book, 2001년 5월)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책의 부제는 “How little things can make a big difference”이고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왜 어떤 것을 뜨고 어떤 것은 사라지는가? 유행의 출현, 범죄의 증감,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극적인 전환, 그 외 매일의 삶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한 순간의 변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사회적 전염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한의대는 한 때 왜 유행이었고 한의사라는 직군은 지금 왜 극한의 위기인가? 이 균열적인 현상의 그 시작은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눈치를 못 챘을 뿐!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폭발 직전의 상황이 그 순간이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용도폐기 혹은 기사회생? 한의계의 터닝포인트와 티핑포인트는 과연 우리 모두를 어떤 결말로 데려다 놓을 것인가?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35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로부터 의료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분쟁의 원인과 효과적인 대응책을 살펴본다. 병원 사건 관련 단상 필자가 경찰 재직 시 시청으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됐다. 고발내용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조무사의 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에서 의뢰한 고발장이 시청을 거쳐 곧바로 경찰로 접수됐다. 의료기관, 특히 로컬 의원에서 간호조무사는 일이 많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를 의미하므로 간호조무사는 의사 또는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사의 업무를 한다.(의료법 제80조의 2) 따라서 간호조무사가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는 물론 간호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다만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의료법 제80조의 2, 2항) 조무사는 정규 간호대학을 나와야 간호사자격을 취득하는 간호사보다는 자격취득이 어렵지 않고, 나아가 취업관련 교육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로컬의원에서 선호한다. 의원급과 요양병원에서 경비절약차원으로 조무사를 고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무사는 내원환자 안내, 환자의 접수와 수납업무, 각종 문서관리·보관 등 병원원무업무보조와 병원사용 약품 소독 보관·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실제 사례에서 간호조무사가 1) 의사의 지시에 따라 눈썹 문신, 보톡스, 필러시술을 한 경우, 피부레이저 시술을 한 경우에는 비록 의사의 지시에 따라 했더라도 조무사의 업무범위가 아니므로 무면허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특히 한방병원의 경우 간호조무사가 물리치료를 한 경우에도 유죄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속칭 의료용 마약수면제인 프로포폴 주사의 경우 의사는 반드시 마취전에 환자를 문진 또는 진찰하고 환자마다 개별적으로 마취제의 투약여부와 그 용량을 결정(환자에게 설명 및 동의,관련의무(특히 부작용), 투약 시 환자가 진정되는 깊이를 파악하고 약의 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의사가 직접 투여하는 것이 원칙(투여량 기록 및 남은잔량 폐기후 기록유지)이다. 간호조무사에게 미리 확보한 정맥로를 통해 마취제를 투여하게 하더라도 의사가 현장에 참여해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를 위반해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위임할 때에는 조무사와 함께 무면허위료행위 및 교사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대법원 2012도 16119). 더불어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 관련 간호조무사가 실습의료기관 이수를 받아야 하고, 이와 관련 실습이수증명서를 발급(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규칙 제9조 3호)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간호조무사교육양성학원장과 의료기관이 결탁하여 소정의 실습교육을 받지 않고도 받은 것처럼 이수증명서를 발급받아 처벌된 사례도 있는 점을 감안해 증명서 발급관련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고령화, 치매 인구의 증가로 인해 간병병동 서비스확대에 따른 간호조무사의 활동 분야가 확대와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간병인(요양보호사), 간호사의 업무영역 관련 명확한 업무조정, 자격취득, 법령정비 등이 요구된다. 아울러 간호조무사 채용 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근무시간, 휴일, 휴게시간보장, 퇴직금 지급, 환자 및 의료기록 관련 개인정보보호 등 세부적인 계약서 체결이 필요하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17)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66년 9월1일 부산시한의사회에서 간행한 『부산한의학회보』 제23호에는 부산시한의사회에서 그해 7월25일 저녁 8시에 본회 회관 사무실에서 개최한 제1회 한의학 학술좌담회의 기사가 게재돼 있다. 이날 참석자는 朴泰洙, 金鍾汰, 朴致陽, 金命燉, 崔洪培, 金世求, 車準煥, 金玉龍(이상 학술부원), 梁鎬晋, 車寅煥, 李圭封, 趙鳳淵, 尹鍾玉(이상 일반회원) 등이었다. 논의된 두 개의 주제는 첫째, 고혈압증의 임상치료, 둘째, 담석증의 임상치료였다. 아래에 이 가운데 고혈압에 대해서 논의한 내용을 인물별로 정리해서 소개한다. ○양호진: 風, 痰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투약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박태수: 중풍의 전조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박치양: 類中風八證 가운데 火中, 濕中, 氣中을 고혈압증과 연관시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경성으로 나타나는 고혈압증에는 사물안신탕, 腎性에는 자음시키는 약물이 잘 듣는다. ○김명돈: 고혈압을 통치할 수 있는 처방은 加味地黃湯이라고 생각한다. ○윤종옥: 본태성 고혈압에 시호용골모려탕을 2제 써서 완치하였고 반하백출천마탕으로 치료시킨 예가 있다. ○김옥룡: 形盛氣盛者에는 防風通聖散이 효과가 있는 약으로 본다. ○조봉연: 고혈압 환자의 便通이 순조롭지 않을 때는 大七氣湯에 人蔘을 2∼3전 가해서 6첩 먼저 복용하고, 귀비탕 6첩 정도 투약하면 혈압이 강하합니다. ○사회자(사회자가 누구였는지 기록이 없음): 고혈압의 기준이 이전에 비해서 많이 엄격해지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이 경험한 것으로 산후 腎性高血壓에 金匱腎氣丸 20첩으로 완치, 본태성 고혈압으로 인정되는 부인환자에게 順肝益氣湯(辨證方藥正傳)去人蔘加玄蔘 二錢, 天麻一錢 40첩으로 경과가 대단히 좋았다. 신경성으로 인정되는 부인환자에게 滋陰健脾湯에 加人蔘 三錢 80첩으로 완치. 血管更化性에 荊防地黃湯(東醫壽世保元)과 開氣消痰湯 本方에 加玄蔘, 麥門冬 各二錢으로 경과가 호전되었다. ○김세구: 중년 이상이 되면 기혈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腠理가 空疏한대다가 七情勞力飮食內傷元氣되고 陰虛火動이 되어 腎水가 부족되어 水升火降이 못되고 오직 火氣만이 炎上하게 되는 것이다. 고혈압증은 한의학에 中風의 한 전조증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인은 火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혈압의 치료는 順氣, 降火, 息風을 원칙으로 하고, 본태성 고혈압은 장차 중풍이 우려되므로 愈風湯과 天麻丸이 통치할 수 있다. ○예방처방 天麻丸: 숙지황 四兩, 강활 三兩半, 당귀 二兩半, 천마, 우슬, 비해, 현삼, 두충, 독활 各 一兩五錢, 부자포 五錢. 右爲末蜜丸梧子大 每百丸 空心溫酒白湯服用. 愈風湯: 창출, 석고, 생지황 各七分, 강활, 방풍, 당귀, 만형자, 천궁, 세신, 황기, 지각, 인삼, 마황, 백지, 감국, 박하, 구기자, 시호, 지모, 지골피, 두충, 강활, 진교, 황금, 백작약, 감초 各五分, 육계 삼분 薑三片, 水煎服用. -
Data의 위력,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이선동 원장 서울 영등포구 행파한의원 전 상지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계가 무력감에 빠져있다 의학적 존재감이 적다. 과거를 그리워 하는 한의사들이 많다.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끝난 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한의사 숫자나 한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한의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의대 정원문제로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공백기에 한의사 참여를 주장하지만 사회적 호응이 없다. 한의사는 의사의 대체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한의학 관련한 유효한 data가 없기 때문이다. no data는 no problem하며 no action한다. data의 위력이다. data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data가 한의계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data는 변화이며 동력이며 확장력이다. 또한 data는 가능 불가능, 확실 불확실,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저자는 교수로 긴 시간 재직 후 이제 5년째 임상 초보 한의사이다. 현장에서 겪는 가장 시급하고 큰 문제는 환자치료의 표준적이고 괜찮은 임상지침서가 없어 치료할 때마다 이런저런 책, 논문을 뒤적이며 치료법, 처방을 찾는 일이다. 심지어 일부 질병에 대해서 내 스스로 적절한 지침서를 만들고 있다. 환자에게 치료방법, 치료기간, 결과, 예후를 치료 전에 정확하게 알려주는 증거기반 유효한 자료, 지침서가 없기 때문이다. 각자 이렇게 진료과정에서 해결하다 보니 치료방법도, 결과도 제각각이다. 환자의 질병 관련한 믿을만한 지침서 가 있어야 한다. 이것에 근거하여 치료하고 치료기간, 결과나 예후 등을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 후에나 알 수 있고, 치료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치료자나 환자나 모두 불안하다. 한의학은 의학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불확실성은 특히 한의학의 발전이나 변화에 큰 장애물이며, 안정적으로 임상하는 데 심각한 문제다. 특히 소비자들에게는 한의학에 대한 불신, 불만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data는 근거, 증거이며 모든 것의 시작점이며 기본기초다. 또한 확실성, 신뢰성, 정확성, 예측성, 반복성, 대표성을 의미한다. 한의계는 객관성이 높은 대표성 있는신뢰할 만한 data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보건복지부에서 전 국민 대상으로 2년마다 나오는 한방의료 이용 실태 및 한약재 이용조사 정도이며 각 질병별 한의학 관련 기본통계는 아예 없다. 치료기술만 중시하거나, 한의계의 무관심이나 노력부족이 크며, 증, 증후의학이 갖는 독특한 한의학 자체 문제, 역학 통계학 같은 의학 방법론을 소홀히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의학은 일반적으로 관찰, 가설수립, 가설검증, 일반화 및 법칙확립 과정을 통해 발전, 변화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은 data존재다. data는 비교와 더 나음이며, 객관적 중립적으로 드러냄을 말하며 표준화 안정화, 재현성, 예측성이며, 신뢰, 믿음, 합리성, 과학성을 말한다. 현대는 단연코 AI시대다 AI는 data와 동일어다. data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유명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사피엔스, 호모데우스 저자)는 “21c 에는 data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부상할 것이다. 부와 권력의 원천인 data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가 바뀔 것이다”라고 했다. 당연하고 지당한 언급이다. 여기에 보건의료도 포함된다. 보건의료는 그 특성상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다. 의학, 한의학은 불확실성을 무시하거나, 확실함으로 가장하거나 그동안의 관습에 순응, 회피, 없애는 경향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서양의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data중심의 증거기반의료(ebm)로 전환 하였으나, 한의학은 치료기술, 주관적 경험중심의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의 침체, 불신, 외면의 원인은 오직 data에 있다. data없는 의학은 problem, action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인간중심, 양생 및 예방의학, 건강증진, 안전성, 개체성, 비침습성을 중시하는 장점이 매우 많은 의학이다. 비교적 간단한 치료방법을 통해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비용 효과적이다.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도 있다. 장점이 이처럼 많은 의학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묻혀있거나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분야를 data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의계의 많은 시행착오나 오류, 편향은 상당부분이 data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의학의 선순환, 발전, 변화의 핵심 동력은 data에 있다. data의 위력을 알아야 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개의 유효한 근거인 data의 힘이 100, 1000배 크다. 한의계의 미래는 “have data”에 달려있다. data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
생활습관병 치료 전략 6[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넘침 현상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간세포가 빵빵한 풍선처럼 당과 지방으로 가득 차 있습 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이 들어가게 문을 열라고 세포에 신호를 보냅니다. 간세포가 넘쳐 거부한 포도당을 혈액 속에 남겨 두면 인슐린 저항 현상이 발생합니다. 꽉 막힌 간의 긴장을 풀기 위해 새로 생성된 지방이 다른 기관으로 방출되면 췌장이 막혀 인슐린 분비가 감소합니다. 음식량 섭취가 갑자기 심하게 줄면 약 24시간 이내에 인체의 간 글리코겐 저장소가 고갈됩니다. 그러고 나면 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을 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몸은 지방세포에 저장된 지방보다 접근하기가 쉬운 간과 기타 장기의 지방을 먼저 태웁니다. 복부 장기 안과 주변에 낀 지방이 대사증후군을 일으 키죠. 따라서 내장 안팎의 지방을 제거하면 전체 지방량이 현저하게 감소하기도 훨씬 전에 제2형 당뇨병이 낫습니다. 환자는 여전히 100kg이 넘는 과체중일지라도 비만대사수술 후 몇 주 이내에 당뇨병이 낫습니다. 장기에서 지방을 제거하면 대사가 빠르게 개선됩니다. 췌장에 과하게 낀 지방을 제거하면 베타세포 기능 장애가 해결됩니다. 인슐린 분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팽팽한 풍선에서 공기가 빠지듯 간에서 과도한 지방을 제거 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줄어듭니다. 이러한 수술 성공 사례들로 제2형 당뇨병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제2형 당뇨병이 나이를 먹듯이 반드시 진행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2형 당뇨병은 대부분 고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고 심한 음식 섭취량 감소가 제2형 당뇨병을 호전시키는 이유는 부풀어 오른 간과 췌장 세포 내에 저장된 지방을 몸이 어쩔 수 없이 태우기 때문입니다. 몸이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과도한 당과 지방을 태우면 병이 낫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수술에는 큰 대가가 따릅니다. 그렇다면 수술 비용과 합병증 없이 지방을 모두 태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질 제한식입니다. 탄수 화물에서 식이섬유를 뺀 것을 ‘당질’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그러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흔한 대학병 원에서 당뇨약 먹기 시작하는 환자에게 알려준 당뇨 식단이 왜 안 되고, 당질 제한식이야만 할까요? 자,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당뇨병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당뇨병을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당뇨약을 오래 먹으면, 인슐린을 계속 투여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했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당뇨 식단은 당뇨약(=사실 혈당 강하제죠. 당뇨병 자체를 치료하지 않고 우선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을 먹으면서 당뇨를 관리하는 식단입니다. 꼼꼼히 그 식단을 살펴보면 저칼로리 식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흰쌀밥 대신에 현미밥 드시라고 하거나 기껏해야 GI지수가 낮은 것을 권합니다. 우리 앞에 있는 환자가 왜 한의원에 찾아 오셨느냐면, 이제 그것 안 하려고 온 겁니다. 병원에서 검사해서 당뇨약 복용해야 한다고 해서 당뇨약을 계속 복용하고 온갖 방송, 인터넷에서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 보조식품을 사서 섭취하고 매일 운동한다고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해마다 당뇨약 용량이 늘어서 한의원에 찾아오셨다는 사실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환자가 이제 혈당강하제를 먹으면서 소극적으로 혈당치를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당뇨약을 줄이고 더 나아가 당뇨약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혈당 관리가 되게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야금야금 더당뇨병이 심해져 미래에 찾아올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당뇨 식단은 당뇨 관리 식단입니다. 그것을 넘어선 식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의사들은 기능질환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양방에서 그냥 수치만 낮추는 약을 처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들은 환자의 신체 기능을 다시 회복해서 환자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도록 하는 치료를 합니다. 우리는 당뇨병을 치료합니다. 결국 가설은 간과 췌장이 쉬도록 해서 다시 정상적인 인슐린 저항성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도한 당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그래야 간과 췌장이 쉬어서 기능을 회복합니다. 내장 지방도 없애야 합니다. 내장 지방을 없애려면 어떻게 할까요? 지방 연소를 시키려면 당질제한이 필수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이 지방 먹으면 체지방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당질이 체지방을 늘립니다. 탄수화물을 섭취해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데 남은 게 지방으로 간에 축적이 됩니다. 지방 연소를 위해서는 탄수화물 제한부터 들어가야 하기에 결국 적극적인 당질 제한이 답입니다. 3대 영양소로 불리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가운데 급격히 혈당치를 올리는 것은 탄수화물뿐입니다. 단백 질도 탄수화물만큼은 아니지만 인슐린을 자극합니다. 최근 미국심장병학회의 중성지방에 관한 과학적 성명 에는 지방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것보다 2형 당뇨병 환자의 지방 관리에 적합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Circulation 2011, 123, 2292). 그러므로 탄수화물을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을 적당량 섭취하고, 좋은 지방을 충분히 먹으면서 간헐적 단식을 하면 됩니다. 이때 탄수화물을 최대한 얼마까지 줄이고 적당량의 당질을 섭취해야 할까요? 갑작스러운 음식량 감소를 유발하는 칼로리 제한식보다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당질 제한식을 제안한 의사가 번스타인입니다. <번스타인 박사의 당뇨병 해결(Dr. Bernstein’s Diabetes Solution)>이라는 책에서 당질 제한식을 제안했습니다. 번스타인은 탄수화물이라고 표현했지만,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를 뺀 ‘당질’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겁니다. 번스타인은 “당질 제한식은 탄수화물 하루 섭취량을 130g 이하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번스타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당질 제한식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앳킨스 식사요법입니다. 이 식사요법을 제정한 앳킨스 박사는 식사로 섭취하는 당질량이 적으면 적을수록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 식사요법 도입기에는 상당히 엄격한 당질 제한식을 실행했는데, 숫자로 말한다면 한 끼 당질 량을 7g 이내, 하루 20g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그 후 한 끼 당질량을 약 20g 이내로 다시 조정했습니다. 케톤체(당질 제한이 엄격하면 케톤체라는 게 생기는데, 엄격한 당질 제한식을 했을 때에는 본원에 서는 케톤체를 혈액검사로 확인합니다. 케톤체 이야기는 추후에 하겠습니다)가 증가하는 것은 하루 당질량이 50g 이하인 경우입니다. 한 끼로 환산하면 약17g이 되므로 한 끼 당질량은 20g 이하입니다. 앳킨스 방식으로는 채소를 거의 먹을 수 없습니다. 비타민이 부족해지기 쉬워 전용 영양 보조제를 구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번스타인 방식으로는 잎채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비타민이 부족해질 일이 거의 없고 별다른 제한 없이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의원에서 관리하기에도 케톤체가 생성될 정도로 처음부터 엄격하게 당질 제한을 하기 보다는 번스타인 방식부터 먼저 권하길 바랍니다. 당질 제한식을 치료식으로 지도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당뇨 병학회에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정식으로 당뇨병 관리 식단 중의 한 가지로 인정을 했습니다. 일본에 서는 2005년에 에베 코지가 자신의 치료식에 관한 저서 <당뇨병엔 밥 먹지 마라>를 출간해 당뇨병 관련서로서는 이례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뒤로, 당질 제한식은 급속 도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에베 코지의 당질 제한식은 당질을 줄이면 줄일수록 효과가 있다고 보며 한 끼 당질량의 기준은 20g 이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g수로 이야기 하니 좀 감이 안 올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크기의 햇반 210g에 탄수화물이 70g 정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20g 이면 1/3 공기 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공보의 복무기간은 곧 한의사 역량 축적의 시간”심수보 제38대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장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지난 1월 온라인을 통해 치러진 제38대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이하 대공한협) 회장 선거에서 심수보 회장·최한길 부회장 후보가 당선됐다. 앞으로 1년간 회장단으로 회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본란에서는 회원들의 역량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심수보 회장을 통해 올해 대공한협의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대공한협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1000명에 가까운 공중보건한의사(이하 공보의)를 대표하는 자리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회원들을 위해 온·오프라인 학술사업을 더욱 확장해 공보의 복무 기간이 임상 한의사로서의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시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일선 공공의료 현장에서 공보의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권익을 강화하는 데에 만전을 기하겠다. Q. 소아청소년을 위한 사업도 활발히 전개했다. 원광대학교를 졸업하고,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에서 한방소아과 수련을 마친 이후 지난 2022년 4월부터 완도군 군외보건지소에서 공보의로 근무 중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대상 건강증진사업(이하 교의사업)에 매진하고 있는데, 현재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위원과 K-콘텐츠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소아청소년위원회 산하 공보의교의사업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 좌측부터 최한길 부회장·심수보 회장 Q.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 계획은? 전 집행부의 공보의 대상 교육 사업에 큰 감명을 받아 교육에 대한 의지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공부하는 한의사, 당당한 공보의’를 슬로건으로 출마했던 만큼 온·오프라인 특강을 강화하고, 양질의 교육 커리큘럼 구축에도 앞장서는 한편 젊은 강사들을 양성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동안 진행해오던 주요 온라인 강의를 추가 및 확장한다는 계획 아래 공보의들이 생소할 수 있는 진료 영역에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달 근골격계, 신경정신과, 내과, 소아과, 안·이비인후·피부과, 성인병·만성질환 등 세분화된 강의를 제작하고, 기초 내용과 더불어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 강의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공보의 복무 기간은 임상술기를 연습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이에 약침,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 도침, 매선, 추나, 혈액검사 등의 소규모 실습 워크숍들을 여러 단체와 협력해 개최할 예정이며, 강원, 중부, 호남, 영남 등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을 위한 지역 실습 워크숍들도 기획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특강과 실습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이뤄졌는데 그동안 쌓인 많은 교육 컨텐츠를 토대로, 일차의료 한의사를 위한 기초·심화 커리큘럼 구축을 기획하고 있다. 의무 기록에서부터 치료술기, 긴급 상황 대처까지 단계를 거쳐 수료할 수 있도록 구성할 방침이다. 교육은 한의계의 미래이다. 이 같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은 강사를 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에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와 협력해 젊은 강사들의 무한한 잠재력 발굴과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추진하고자 한다. Q. 한의사 교의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의료 취약지의 학생들은 한의사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학교, 보건소와 협력해 지역 학생들에게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보건교육과 진료를 제공하는 교의사업을 통해 한의약이 국민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의사 교의사업은 공보의 회원들이 참여하기 쉽고, 그 효과와 만족도도 매우 높은 만큼 많은 앞으로도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Q. 최근 의대증원 사태에 따른 지자체 상황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수술 거부로 한 임산부가 아이를 유산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저 또한 올해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데 이러한 소식을 듣고,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이 같이 피해를 보게 될 국민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 공공보건의료 및 지방의료는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 최근 양방 의료계의 파업 사태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국민 건강과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큰 위해를 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지자체에서는 보건소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필수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붕괴 문제는 매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상황으로, 한의사 공보의의 활용을 통해 의료 공백의 일정 부분을 해소하는 방법도 검토돼야 한다. Q. 지역의 의료공백 문제에 한의사 공보의가 활약할 분야는? 지역에서는 이미 의료공백 문제가 오래전부터 심각한 현실이다. 필요한 만큼의 공보의가 수급되지 못해 공보의 한 명이 두 군데 이상의 보건지소를 맡아 근무하는 등 업무 과중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양의 전공 공보의 수 감소로 양방의과 없이 한의과만 운영하는 보건지소도 다수 존재한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인구 감소로 향후 의료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이 명백한 가운데 한의사 공보의는 지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일차진료를 통해 지역 환자들을 돌보고 있으며, 드레싱 등 간단한 외상처치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도 수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헬기, 배 등을 통한 응급환자 이송에도 한의과 공보의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검체 채취와 역학조사관 업무를 수행한 바도 있다. Q. 현재 한의과 공보의 관련 제도에서 개선점은? 2023년 공보의제도 운영지침에서 ‘공보의의 관사 등 주거시설 또는 이에 상응하는 거주 편의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내용이 개정됐으나 아직까지 관사를 제공하지 않거나 관사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관사에 대한 적절한 운영규칙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 근무하는 보건지소에서 15km 이상 떨어진 곳에 관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공보의들의 기본생활 터전인 관사에 대한 적절한 규정이 마련되고, 그 규정에 따른 관사 및 관사 지원금이 제공돼야 한다. 공보의 의무복무기관은 현재 ‘농어촌의료법’ 제7조(의무복무기간)에 따라 ‘군사교육소집기간 외 3년’으로 명시돼 있다. 이를 ‘군사교육소집기간을 포함해 3년’이 되도록 개정해야 한다. Q. 대한한의사협회 새 집행부에 바라는 점은? 우리나라 의료 근간이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다. 3만 한의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의약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한의사의 직역을 확장하며, 면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
침금동인으로 복원한 내의원 표준경혈3박영환 시중한의원장(서울시 종로구) 조선통신사를 통해 침구학이 일본에 전달됐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또 당시 일본에서는 <동의보감>과 <침구경험방>이 널리 유통됐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만든 일본식 경혈도와 동인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당시 일본인들은 동인이나 경혈도를 제작 할 때 자의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덧붙였고, 관학(官學) 주도의 공인된 검증절차 없이 출판하고 제작했다. 그 결과 각양각색의 경혈도와 동인이 일본에서 제작됐다. 20세기에 이르러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수많은 동인과 서양식 경혈도가 만들어지고 세상에 유통돼 현재는 어떤 것이 정확한 경혈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WHO/WPRO 표준경혈위치>를 발행하여 세 나라의 경혈을 한가지로 통합하고 교육과 임상의 표준 경혈로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WHO/WPRO 표준경혈위치>는 ‘왜식 침구경혈’을 우리나라에서 다시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18세기 내의원 경혈과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현재 <WHO/WPRO 표준경혈위치>는 오로지 서양해부학으로만 혈위(穴位)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침구의서의 원문을 비교해 본다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혈이 많다는 것을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현재도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는 문제이고 왜식 경혈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오류이기도 하다. 왜식 침구경혈과 내의원 침구경혈과의 근본적인 차이점 중에 하나가 바로 절량법(折量法)이다. 절량법은 침구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 이론으로 일본에서 제작한 경혈도와 동인은 절량법을 정확히 모르고 제작했기 때문에 경혈의 위치가 대부분 어긋나 있다. 한 가지 예로 족태양방광경맥의 제 1선은 독맥에서 1.5寸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는데 절량법에 따르면 이는 척추뼈 가시돌기(Spinous process)의 폭을 제외한 거리다. 따라서 척추뼈 가시돌기의 폭 1寸을 더하면 족태양방광경맥의 제 1선은 서로 4寸 떨어진 곳에 있게 된다. 또한 족태양방광경맥의 제 2선은 독맥에서 3寸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척추뼈 가시돌기의 폭 1寸을 제외한 것이므로 가시돌기의 폭 1寸을 더하면 서로 7寸 떨어진 곳에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제 2행은 척추를 끼고 각 1.5촌인데 척추의 폭 1촌을 제한 것을 함께 계산하면 모두 4촌정도 된다. 제 3행은 척추를 끼고 각 3촌인데 척추의 폭 1촌을 제한 것을 함께 계산하면 모두 7촌정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어 침금동인의 기록과 서로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WHO/WPRO 표준경혈위치>에서는 제 2행 사이의 거리를 3촌으로 하고 제 3행 사이의 거리를 6촌으로 정했는데 이는 무라카미 소센(村上宗占) 등이 주장하는 왜식 골도법에 근거한 것으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혈학의 오류다. -
“한의약이 주도하는 의료봉사를 꿈꾸며”저는 동료 한의사들과 쪽방촌 방문진료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의의료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한의학은 의료봉사에 최적화된 의학 의료봉사에서 진료하게 되는 환자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만성질환 환자이며, 통증 환자이며, 생활지도가 필요하고,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한의학은 이러한 환자군을 진료하는 데에 참 잘 맞는 의학입니다. 다음의 특징들이 그러합니다. - 환자와의 라포 형성이 쉽다. 맥진, 동작침법이나 추나요법 등으로 환자와의 신체접촉이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침은 꽂은 상태로 10~15분 정도 대기하는 유침시간을 확보해야 최적의 효과를 냅니다. 방문진료 시에는 유침시간 동안 환자의 곁에 머무르며 환자가 하는 말도 들어주고, 생활 티칭도 하고, 추가로 촉진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환자에게 마음의 위로와 편안함을 줍니다. 의료봉사를 찾는 환자군에게 쉬운 라포 형성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은 치료 효과와도 연결이 됩니다. - 즉효성이 있다. 의료봉사는, 환자와 의사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진료만으로 효과를 주고 싶은 것은 의료봉사를 하는 의사들의 소망입니다. 근골격계 질환, 통증 환자들에게 한의학 시술들은 곧바로 체감되는 통증 완화와 가동범위 개선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도침 치료는 유침시간 확보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장점이 있고, 섬유화된 만성 통증 부위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 신체에 가해지는 부작용·부담감이 적다. 주사치료나 약물복용과 달리, 한의학 술기들은 환자들의 공포심과 거부감을 덜 유발합니다. 혈전용해제 복용 여부 등 환자의 기저질환과 히스토리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실제 한의학 술기들은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한의 진료 경험해 보지 못한 환자들이 많아 방문진료를 하면서, 한의 진료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만 진료하다 보면 이러한 현실을 느끼기 어렵습니다만, 건강보험 재정 중 한의과가 소모하는 비율이 3%도 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지자체 복지사업으로서 한의 방문진료 봉사를 추진하면, 한의학을 알지 못해 한의 의료서비스를 누리지 못해 온 분들께 한의 진료의 효과를 경험시켜 드리면서 부수적으로 한의약 홍보가 이뤄지게 됩니다. 봉사라는 특성상 매일같이 진료해 드릴 수는 없으니, 평소에는 한의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으시라는 생활지도도 잊지 않습니다. 한의 의료봉사 인식이 퍼지길 바랍니다 ‘한의사들도 의료봉사를 해요?’와 같은 질문들이 저를 안타깝게 합니다. 각지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의료봉사를 하고 있지만, 한의사가 의료봉사를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현실입니다. 현재 여러 직군이 함께하는 의료봉사단체들이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 의사, 간호사, 비의료인들과 함께 봉사하시는 한의사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 단체의 뿌리가 한의약이 아니고, 방향성도 한의약이 아닌 이상, 한의사들이 열심히 의료봉사를 해도 한의약 의료봉사의 인식이 퍼지기 어려운 현실이 아쉽습니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직종 관계없이 어우러져 의료봉사를 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뿌리가 한의약이 되어 한의사가 주도하는 의료봉사 문화를 꿈꿔봅니다. 의료봉사에 최적화된 의료가 한의학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료봉사를 주도할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