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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부터 임상까지”…지역완결형 국립의전원 설립 촉구[한의신문]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하 국립의전원)의 ‘지역완결형’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기초의학 교육부터 임상수련까지 지역에서 완결하는 설립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을 지방으로 이전해 국립의전원 등 의료 공공기관을 집적하고, 지역 내에서 필수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의료중심 혁신도시’를 조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은 1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립의전원의 2029년 개교를 위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교육과 임상수련이 지역 안에서 완결되는 설립모델을 주문했다. 이날 박 의원은 국립의전원의 기초의학 과정은 지역에 두되 임상수련은 서울에서 실시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국립대학병원 종합적 육성방향’을 통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데다, 지역의대 설립기획단 역시 대학과 병원의 ‘1대1 매칭’과 지리적 근접성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국립의전원 역시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 박 의원은 “국립의전원만 기초와 임상을 지역과 서울로 나누는 것은 지역에서 의무복무할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기초의학부터 임상수련까지 한 곳에서 완결되는 지역완결형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은경 장관은 “국립의전원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설립추진위원회 논의를 거쳐 교육과정과 소재지 등을 조속히 확정하는 등 개교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지방 환자 서울로 보내는 구조 바꿔야”…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제안 박 의원은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또 다른 축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의 지방 이전도 요청했다. 그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만 지방으로 이전해서는 지역 정주여건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핵심 의료기관을 함께 이전해 지역에서 진료부터 인력 양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빅5’ 병원을 찾은 환자의 58.2%는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였으며, 지방 환자는 진료 과정에서 1인당 116만 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산한 수도권 원정진료에 따른 사회적 순비용은 최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박 의원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성공하려면 근무자와 가족이 아플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며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의료 공공기관을 한곳에 집중해 의료중심도시를 만들고, 서울로 향하는 환자를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의료중심 혁신도시’ 구상을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남원의 경우 전주·광주·진주·순천에서 1시간 안팎, 충청과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한 영·호남 대부분 지역에서 2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축으로 한 의료중심 혁신도시 후보지로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한 총리는 국토 대전환 과정에서 교육과 함께 의료시설이 중요한 정주 요인이라는 데 공감을 표하고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 기본소득도 쟁점…“군 아닌 도농복합시 읍·면도 같은 농촌” 이날 대정부질문에선 농어촌 기본소득의 지역 확대 문제도 다뤄졌다. 박 의원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순창에서 913명, 장수에서 758명의 인구가 증가하고 순창에서는 51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여는 등 지역경제와 생활인구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 내 소비가 늘면서 마을 슈퍼와 소규모 점포가 단순한 소비공간을 넘어 주민들이 모이는 생활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업 확대와 국비 지원 강화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현행 지급 대상이 군 단위 지역에 한정된 점도 짚었다. 남원처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도농복합시는 농촌지역인 읍·면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행정구역이 ‘시’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 슈퍼가 사람을 모으고 이어주는 농촌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나머지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국비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원은 인구감소지역이면서도 군이 아니라 시라는 이유로 제외되고 있지만 읍·면 지역의 현실은 군 지역과 다르지 않다”며 도농복합시의 읍·면까지 지급 대상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상대로 참전명예수당의 대폭 인상과 배우자 생계지원금 요건 완화, 배우자 의료지원 신설 등 참전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을 병원을 찾아 헤매고, 아픈 아이를 안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아야 하는 현실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누가 지방에 살려고 하겠느냐”며 “국가는 어디에 살든 생명의 가치가 꼭 같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압박골절 후 신경통에 ‘다열근 표적 한의치료’ 가능성 제시”[한의신문] 참잘함한방병원은 경희대학교 한방재활의학과와 공동으로 진행한 ‘압박골절’ 관련 학술 연구결과를 세계적 권위의 통증의학 학술대회인 ‘제43회 ESRA 연례 학술대회(43rd ESRA Congress)’에서 공식 발표했다고 밝혀다. ESRA(유럽부위마취 및 통증의학회) 학술대회는 국소마취와 통증 치료 분야의 최신 지견과 치료 전략을 공유하는 전 세계 마취·통증의학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 올해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는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와 참잘함한방병원 이상호·윤유석 병원장이 함께 참여한 공동연구로, 고령층 및 골다공증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척추 압박골절의 통증 완화 및 골 회복 과정에 대한 기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임상적 치료 접근법을 체계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는 급성 흉추 압박골절 이후 발생한 늑간신경통에 대해 다열근(multifidus)을 표적으로 한 한의학적인 치료를 다룬 보고”라며 “압박골절 치료 과정에서 통증을 효과적으로 경감시키고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 치료적 기전을 조명, 전 세계 통증의학 전문가들에게 비수술적·통합적 치료의 유효성을 알리는 학술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유석 병원장은 “세계적인 통증의학 권위자들이 모이는 ESRA 학술대회에서 경희대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압박골절 연구가 발표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압박골절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다각적인 치료 대안을 제시하는 기초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참잘함한방병원은 그동안 사삼의 골재생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한 연구결과를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한 것을 비롯해 ‘ENU(Entrapment europathy Unties) 약침’의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를 ‘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하는 등 한의학적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잣나무 잎 추출물서 피로 개선 가능성 확인[한의신문]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고성규)은 한의약융합연구부 이미영 박사 연구팀이 잣나무 잎 추출물이 근육의 에너지 대사와 미토콘드리아 관련 기능을 회복시켜 피로를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잣나무 잎 추출물과 지표성분인 람베르티아닉산(LA)을 대상으로 근육세포 및 피로 동물모델 실험을 진행하고, 컴퓨터 분석을 통해 관련 작동원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먼저 산화스트레스를 유도한 근육세포에 잣나무 잎 추출물을 처리했다. 그 결과 활성산소가 감소하고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 완화되는 한편 잣나무 잎의 지표성분인 람베르티아닉산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어 염증으로 피로를 유도한 생쥐를 대상으로 잣나무 잎 추출물과 람베르티아닉산을 투여한 결과, 감소했던 악력이 회복되고 강제수영시험에서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피로와 지구력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 또한 근육 내부의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실제 피로를 유도한 생쥐에서는 근육 내 글리코겐이 약 70% 감소하고 ATP도 줄어든 반면, 잣나무 잎 추출물과 람베르티아닉산을 투여한 이후 관련 지표가 정상 수준에 가까운 정도로 회복됐다. 연구진은 세포 및 동물실험 결과와 컴퓨터 분석 결과를 종합해 잣나무 잎 추출물이 산화스트레스를 줄이고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조절하는 과정에 PI3K 관련 신호경로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미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활용도가 낮았던 잣나무 잎이 근육 피로 개선을 위한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하고, 고부가가치 항피로 기능성 소재로 전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개발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와 사업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의학연구원과 ㈜휴온스엔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생명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Applied Biological Chemistry’에 ‘Pinus koraiensis leaf extract and lambertianic acid attenuate fatigue and improve endurance capacity via PI3K-mediated regulation of oxidative stress and mitochondrial biogenesis’라는 제하로 난 6월29일 온라인 게재됐다. 제1저자는 이보람 박사·교신저자는 이미영 박사이며,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화병도 앱으로 관리”…화병 환자 30명 대상 4주 앱 프로그램 적용[한의신문] 억눌린 분노와 화병(火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ACT)기반 디지털치료기기(DTx)의 실현 가능성과 예비 효과를 확인한 단일군 파일럿 연구 결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권찬영 교수(동의대 한의대 한방신경정신과학교실) 연구팀은 화병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4주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화푸리(Hwa-free)'를 적용한 파일럿 시험 결과를 담은 논문 'Digital Therapeutic for Hwa-Byung (Korean Culture-Related Anger Syndrome) Based on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 Pilot Feasibility Trial'이란 제하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Healthcare(IF: 3.4)'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화병은 분노와 억울함을 오랜 기간 억누르면서 가슴 답답함, 열감, 목이나 명치의 이물감 등 신체·심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한국형 문화증후군으로, 미국정신의학회도 '문화적 고통 개념'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MZ세대에서도 높은 유병률이 보고되는 등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전문 치료 접근성은 지리·경제·낙인 등의 장벽으로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동의대 한의대 부속한방병원에서 단일군·단일기관 설계로 화병 진단면접척도(HBDIS)로 확진된 성인 환자 30명을 모집했다. '화푸리'는 화병에 대한 ACT 기반 디지털치료기기로, △주간 심리교육 영상 △복식호흡 훈련(스마트폰 가속도계 기반 호흡 감지) △이완요법 △명상 △세 줄 일기 작성 △화병 증상 자가평가 기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여자들은 4주간 매일 밤 10시 알림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며, 4주 개입 종료 후에는 앱 접근이 차단된 채 4주간의 관찰 기간(8주차까지)을 거쳤다. 최종 분석대상(n=28) 참여자들은 28일 중 평균 20.3±7.8일 앱을 사용해 최소 이용일 기준 순응도 72.6%를 기록했으며,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6.9분이었다. 이는 정신건강 스마트폰 앱 임상시험에서 일반적으로 보고되는 참여율(40~70%)의 상한을 웃도는 수준이다. 4주차 이용자 경험(UX) 조사에서는 영상 콘텐츠(82.8~89.7%), 화병 자가평가 기능(86.2%), 명상요법(86.2%), 앱 내 안내(85.7%)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긍정 응답률이 80%를 넘었으며, 설문 전체 신뢰도(Cronbach's α)는 0.9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4주 개입 종료 시점(mITT, n=28) 분석 결과 화병 증상척도는 개입 전 대비 20.9% 감소(효과크기 d=-0.92, p<0.001)했으며, 우울(BDI-II)은 34.2% 감소(d=-1.11, p<0.001), 상태분노(STAXI-S)는 27.1% 감소(d=-0.96, p<0.001)해 18개 임상척도 중 가장 큰 변화폭을 보였다. 이 밖에도 화병 성격척도(HBPS), 특성불안(STAI-T), 특성분노(STAXI-T), 경험회피(AAQ-II), 분노표출·분노억제, 삶의 질(EQ-5D-5L) 등 11개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특히 화병 선별검사 양성률(HBSS 30점 이상)은 개입 전 100%에서 4주 후 82.1%, 개입 종료 4주 후인 8주 시점에는 55.6%까지 낮아졌으며, 앱 사용이 차단된 관찰 기간에도 경험회피(AAQ-II) 개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이어져(p=0.041), 개입 기간 중 습득한 ACT 기반 대처기술이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험 기간 중 보고된 8건의 경미한 이상반응은 모두 개입과 무관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향후 화병 대상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및 확증 임상시험 설계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 관찰 설계라는 한계를 밝혔다. 권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병 특화 디지털치료기기의 실행 가능성과 수용성을 확인한 예비연구로, 관찰된 증상 개선을 개입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자연 관해, 기대효과 등 다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조군을 갖춘 확증적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실제 효능을 검증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수행하는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과제번호: RS-2024-00442032, RS-2023-KH13936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새롭게 단장한 ‘아콤몰’…정책과 진료현장 연결하는 전문 플랫폼[한의신문]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 의약품, 피부미용 관련 제품뿐 아니라 한의협 정책과 연계된 상품 및 회원 지원 관련 품목까지 한곳에서 제공함으로써 회원들이 진료와 한의원 운영에 필요한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향후에도 한의사 회원들의 의견과 일선 진료현장의 수요를 적극 반영해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협회의 주요 정책 및 회원 지원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는 15일 회원전용 쇼핑몰 ‘아콤몰(AKOM MALL)’이 새롭게 리뉴얼됐다고 밝혔다. 새롭게 단장한 아콤몰은 일반 생활용품을 폭넓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복지몰과 달리, 한의원 진료와 운영에 필요한 의료기기, 의료소모품, 의약품, 피부미용 관련 제품 등 한의사 회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전문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한의협의 각종 정책 및 회원 지원사업과 연계된 상품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일반 의료전문 쇼핑몰과 차별화된 ‘대한한의사협회 회원전용 전문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했다. 한의원 진료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한 곳에서 아콤몰은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 등 한의원 진료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더불어 의약품, 피부미용 관련 용품, 한의협 정책 연계 상품을 취급하는 회원전용 전문몰이다. 상품은 △의약품·녹용·한약재 △의료기기 △의료소모품 △한의침 △한의뜸 △피부미용 등 진료 분야별로 구성했으며, 아울러 인쇄·홍보물과 가방 등 한의원 운영에 필요한 품목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메인 화면에는 신상품과 기획전, 추천 상품을 배치하고 대량구매문의, 거래명세서 등의 메뉴를 마련해 회원들이 필요한 상품과 구매 관련 메뉴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아콤몰은 상품의 수를 무작정 확대하는 일반 종합쇼핑몰 방식이 아니라 ‘한의원 진료와 운영에 실제로 필요한가’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구성, 일반 생활용품은 판매하지 않고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 의약품, 피부미용 관련 용품 등 한의사 회원의 진료환경과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협회 정책과 일선 진료현장 연결하는 실질적 접점 아콤몰의 또 다른 특징은 한의협의 정책 및 회원 지원 방향과 연계된 상품을 회원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으로, 메인 화면 상단에는 ‘정책쇼핑몰’ 메뉴를 별도로 배치해 한의협 정책 연계 상품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아콤몰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입점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협회의 정책 변화와 한의계의 진료환경, 회원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아콤몰을 통해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를 통해 회원들은 협회 정책이나 한의의료 환경 변화와 관련해 필요한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으며, 아콤몰은 협회의 정책과 일선 한의원의 진료현장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접점으로 기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반 의료기기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아콤몰만의 특징으로, 향후 새로운 제도나 정책이 시행되거나 한의원 진료환경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관련 의료기기와 소모품, 진료지원 제품 등을 신속하게 구성해 회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아콤몰은 단순한 ‘상품 판매몰’을 넘어 협회의 정책-회원복지-한의원 진료환경을 연결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회원 전용 복지서비스로의 혜택 강화 이와 함께 회원에 대한 실질적인 구매 혜택도 강화됐다. 아콤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회원에게는 구매금액의 1%를 기본 마일리지로 제공한다. 아울러 한의협 회비 완납 회원에게는 추가 1% 마일리지가 제공돼 총 2%의 마일리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추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는 다른 회원 전용 복지서비스의 성격을 강화했다. 아콤몰은 향후에도 회원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소모품을 비롯해 다양한 전문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회원들이 실제 구매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상품 전문성과 회원 혜택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 한편 아콤몰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의 핵심을 아콤몰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가격 중심의 일반 쇼핑몰이나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기존 복지몰과 달리, 한의사 회원에게 필요한 전문상품과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지향했다는 것. 아콤몰 관계자는 “아콤몰은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한의협 회원에게 실제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이라며 “한의원 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 의약품뿐만 아니라 협회의 정책과 연계된 상품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아콤몰만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이 한의원 운영이나 새로운 진료환경에 필요한 제품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아콤몰을 찾을 수 있도록 상품 전문성과 회원 혜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좋은 의료’, ‘이상적인 의료’, ‘내가 할 의료?’Ⅰ. 서론 — 안다고 할 수 있었으면 세상이 진즉 좋아졌겠지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일본의 나가노현 의료현장에 다녀왔다. 감사하게도 참의료실천청년한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연수의 기회를 얻었다. 이전에도 청년한의사회에서 여러 지원과 강의를 통해 배운 바 있어, 나는 나름대로 사회적 의료현장에 대해 알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의련 민의련 청한에게 모두 죄송한 생각이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일본의 의료체계를 배우고 참관하는 일정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공공의료를 이전부터 아예 몰랐다고 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모르진 않는데, 안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실제로 해 본 적도, 진로를 그쪽으로 잡은 적도, 내가 사회적 의료, 민주의료, 참의료, 이렇게 불리는 의료를 할 자신이 정말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본과 3학년이다. 공공의료와 일차의료 현장에 관심이 있지만, 관심이 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할 만큼 용기 있거나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공공의료에 대한 지식은 쌓아두었으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안다고 할 수 있었으면 세상이 진즉 좋아졌겠지.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막혔다. 그동안 학교에서 의료를 주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 환자 개인에 대한 의료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배워 온 것도 클 것이다(학교라는 시스템에 유감은 없다. 진단과 치료를 알아야 먼저 의료를 실천할 수 있고, 교수님들은 최선을 다해 우리를 의료인으로 만들어주신다). 다만 허덕이며 강의를 따라가는 내게, ‘좋은 의료’ 혹은 ‘이상적인 의료’와 내가 할 의료는 자각도 없이 완전히 분리돼버렸다. 알아. 그런데 세상만사가 안다고 해결되진 않잖아. 누가 어떻게 뭘 희생해서 해낼 건데? 정답 없는 질문에 답하자면, 일단 그걸 할 사람이 나는 아닌 것 같았다. 미리 답을 밝혀둔다면, 나가노현에서 나는 드라마틱한 해답을 찾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의 의료체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의료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는 연수였다고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번 연수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① 나가노현 민의련의 역사와 활동에 대한 강연, ② 나가노 중앙 케어센터 견학 및 체험, ③ 어린이 빈곤 워크숍과 연수 되돌아보기였다. 각각의 경험은 사회적 의료와 참의료, 그리고 예비의료인으로서의 나에 대하여 다시 세우는 버팀목이 되었다. Ⅱ. 본론 1. <나가노현 민의련의 역사와 활동, 소중히 여기는 것> —사회적 의료는 특별한 사람들의 선택이 아니다 우리를 처음 반겨주신 마쓰모토 협립병원의 사노 다쓰오 회장님. 비행을 마친 열두 명의 의료계열 학생들에게 사노 다쓰오 회장님께서는 <나가노현 민의련의 역사와 활동,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해 강연해주셨다. 민의련의 역사와 활동, 민의련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신 시간이었다. 민의련은 의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시작이다. 전전 무산자 진료소 운동, 전후 민주진료소 활동을 이어가서 1953년 결성되었다. 민의련이 지향하는 의료는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질병 + 생활환경 + 노동환경+ 경제적 상황을 모두 바라보는 것인데, ‘무차별/평등의 의료’에 대해 무척 강조하셨다. 반드시 모두가 지켜야 할, 의료의 원칙이라고. 동종업계에서는 민의련을 어떻게 바라봅니까? 낯선 원칙에 손을 들고 질문했다. 사노 다쓰오 회장님께서는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일부 존재하지만, “민의련의 의료 원칙 자체는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큰 울림을 느꼈다. 의료인의 역할을 고민하던 차였다. 의료인으로서 나는 당연히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게 되겠으나, ‘사회적 의료’가 정말로 의료인의 역할인지. 그냥 의료만 하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사회적 의료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예방의학과 의료인문학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나는 내 삐딱한 고민의 정체가 냉소와 회의였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당연한 원칙인데. 현실 운운하면서 포기하기에 나는 아직 학생인걸. 사회적 의료는 특별한 사람들의 선택이 아니다. 내가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실천하기 어렵다고 여겼던 의료의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의료의 원칙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는 앞으로 어떤 의료인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던져보게 되었다. 2. 나가노 중앙 케어센터 견학 — ‘환자의 삶을 본다’는 모습 2일차. 나가노 중앙 케어센터의 여러 시설을 견학했다. 쓰루가노카제, 후루사토 등의 현장을 둘러보고 머신을 직접 체험했다. 특히 주요하게 설명해주셨고 와 닿았던 부분은 각 시설이 대상자의 생활과 기능 회복/유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였다. 나가노 중앙케어센터의 쓰루가노카제에서는 개별성을 존중한 생활환경을, ‘그 사람의 방’을 신경쓴다. 개인 가구와 물건을 사용하고 들여올 수 있는 등 개인이 습관과 취향을 유지할 수 있게끔 규칙이 짜여졌다. 환자의 관리되는 삶 이상으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공간이었다. 노인보건시설 후루사토는 병원과 가정 사이의 중간시설로, 병원 치료 → 후루사토에서 재활·생활 적응 → 가정 복귀라는 수순을 밟는다. 최종 목표는 가정에 복귀하고 자립하는 것이다. 중앙케어센터에서는 화장실의 변기 위치와 기댈 수 있는 벽의 위치를 조정하고, 욕탕의 욕조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등 굉장히 소소한 부분들을 신경 쓴 게 인상적이었다. 이 공간에서 실제로 생활할 사람에 대한 배려가 보기만 해도 느껴졌다. 단순히 시설을 보는 것보다 환자의 움직임과 일상생활을 지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설이 환자 친화적이라는 점에 새삼스레 놀랐는데, 환자를 중심으로 두는 시설이 아주 제도화되어 잘 안착했다는 점에서 그랬었다. 이걸 하려면 병원 의료진과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될 것 같은데… 하는 질문에, 어제의 말씀이 생각났다. 사회적 의료는 분명한 지향점이며, 의료인이라면 이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주 생각했다. 사회적 의료는 거대하고 비현실적인 것이다. 개인이 감당하기는 크다. 희생을 요구한다. 뛰어난 의료인이어야만 사회적 의료를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에겐 좀… 어렵지 않을까. 내 역할 밖의 일이야. 결국 난 질환을 가진 환자를 마주해야 하는 의료인이 될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동안 사회적 의료를 너무 거대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한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 역시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두는 의료의 한 형태였다. 그건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구체적인 실천이었고, 나가노 중앙케어센터와 후루사토에서 실제로 그런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환자를 ‘질환을 가진 사람’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정도는 나의 시선 변화니까, 조금씩 해볼 수 있을지도, 하고 작은 생각이 자라난다. 3. 어린이 빈곤 워크숍 — 빈곤 문제에 맞서는 것은, 재미있어 어린이 빈곤 워크숍에서는 켄와카이 병원 소아과 의사 와다 히로시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빈곤층 가족은 먼저 묻지 않으면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이 작은 신호를 살피고 먼저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의료진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상담과 자원 연계, 자기긍정감 향상, 고립 해소 등을 통해 아이를 돕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빈곤 자체를 줄이기 위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강연 마지막의 “빈곤 문제에 맞서는 것은 재미있어!”라는 말은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일을 단순한 희생이나 사명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빈곤이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개인의 건강을 그 사람의 생활환경과 사회적 조건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지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워크숍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단순히 이러한 개념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한 사람의 건강 문제를 그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는 있지, 그런데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건 달라. 여기서 항상 멈춰왔다. 그런데 예시로 들어주신 쌀 비치하기, 좋은 옷 대여소 만들기, 이런 걸 들으니 소소한 부분에서의 행동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 실감했다. 내가 소소하게 신경쓰면 달라질 수 있구나. 환자의 건강을 바라볼 때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생활할까?”에서 멈추지 않고, “이 사람이 이렇게 생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무엇일까?”까지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건 진료하고 치료할 때 내가 말 한두 마디만 덧붙여 말하는 걸로도 알 수 있다. 선생님. 빈곤 문제에 맞서는 게 정말 재밌기만 합니까?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 와다 선생님께서는 빈곤 문제에 맞서는 게 전혀 안 힘들다고 절대 말하지 않으셨다. 힘들다. 힘들긴 힘든데, 한 사람 한 가족의 삶이 바뀔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셨다. 그걸 들으면서 나는 어차피 안 된다고, 어차피 못 할 거라고, 아무것도 안 바뀔 거라고 결론짓고 팔짱 끼고 보진 않기로 했다. Ⅲ. 결론 — 천지개벽은 없지만 미래의 나 또는 우리에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 그것이 시스템적으로 안착하여 당연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현재. 그런 현장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기회이자 본과 3학년 시점에서 큰 울림이 되었다. 그렇다고 결론을 참 의료인으로서 천지개벽을 겪었다고, 사회적 의료에 완전히 헌신하도록 이 연수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별로 현실적이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저렇게 말하고 나서 분명히 지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을 두고 활동하는 단체의 전체 이름은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라서, 나는 참의료실천을 위한 길을 항상 고민해왔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건 의외로 쉽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렵다. 문제를 내가 나의 공간에서 해결하는 일이 제일로 어렵다. 문제를 느끼고, 항의하고, 사회를 바꾸는 일은, 무척 지친다.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이곳에 많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많이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가노에서의 4일 동안, 지치지 않고 언제나, 오래, 당연하게 평등한 의료를 해내는 사람들 하나하나에 감명을 받았다. 나가노현에서 만난 분들은 세 번째 단계, 나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구체적인 현장이었다. 물론 모든 일본의 의료기관이 이렇게 빈곤 계급, 노인, 아동, 이와 같은 취약 계급에게 친화적이지는 않을 것이며, 모든 한국의 의료기관이 나의 뿌리 깊은 삐딱함처럼 자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적 의료 실천이 “즐겁다” 라고 해 주신 와다 선생님 강연이 인상 깊다. 누가 어떻게 뭘 희생해서 해낼 건데? 라는 앞 질문에 대해서,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번 해 볼게. 또 지치고 또 널브러져서 또 ‘어차피 안 돼’에 사로잡히더라도, 실제로 하는 사람이 있는 걸 잊지 않을게. 나가노의 현장을 기억할게.’ 정도의 답은, 다시 지쳐서 삐딱해져버린 미래의 나 또는 우리에게 쥐어줄 수 있을 것 같다. -
홍승권 심평원장 “실적 아닌 성과로…국민이 체감하는 변화 만들 것”[한의신문] 홍승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14일 ‘취임 150일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실적에서 성과로 △일방적 관리에서 자율과 책임으로 △데이터 보유에서 가치 창출로 △획일적 심사에서 정교하고 예측 가능한 심사로 △제도 도입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기관의 관점에서 국민의 관점으로의 변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 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전환(AX) 기반 데이터 심사행정 구축 △사후 삭감 중심에서 성과·가치 중심의 심사·평가 체질 개선 △2년 주기 수가조정 및 공공정책수가 확대 및 지불제도 혁신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지켜나갈 것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일을 했다’가 아닌 ‘일이 됐다’로 평가받을 것” 지난 150일간 가장 많이 던진 질문으로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습니까”를 꼽은 홍 원장은 “회의를 열고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을 했다’와 ‘일이 됐다’는 엄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즉 “데이터 기반 자율 개선 지원 대상 의료기관을 선정했다면, 진료가 개선된 기관 수와 불필요한 의료이용 감소량 등 국민 건강과 보험재정에 나타난 실질적인 변화를 수치와 사례로 제시하겠다”며 “앞으로 ‘실적’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만든 가치를 국민에게 명확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 보유 데이터의 가치 창출에 매진 또한 홍 원장은 “심평원은 의료현장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는 축적을 넘어 새로운 통찰과 가치를 찾아낼 때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면서, 앞으로 데이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오는 12월24일부터 도입되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은 적정의료이용을 위한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제도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며, 1일부터는 무릎관절 분야에 시범적으로 AI 의료영상 판독 결과를 진료비 심사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향후 척추와 요로결석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다만 전문적인 의학적 최종 판단은 사람이 수행하도록 해 업무효율과 더불어 심사업무의 정확성을 담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정한 ‘자율’ 실현 위해 의료기관의 ‘거울 역할’ 해나갈 것” 이와 함께 홍 원장은 “심평원은 데이터를 통해 의료기관의 적정진료와 자율적인 진료행태 개선을 돕고 있다”면서 “이중 지적해야만 바뀌는 것은 관리의 성과일 뿐 자율의 완성은 아니며, 진짜 자율은 의료기관이 진료 데이터를 스스로 보고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자신의 진료행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진료 데이터와 이상 신호를 제공하고, 청구경향 정보와 모니터링·피드백·컨설팅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거울’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홍 원장은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보장하고, 불필요한 의료이용은 줄여 환자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심평원이 지향하는 변화”라며 “다만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는 만큼, 국민이 맡긴 건강보험료를 위협하는 명백한 부당청구에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심사는 많이 깎는 심사 아닌 예측 가능한 심사” 특히 홍 원장은 “좋은 심사는 삭감을 많이 하는 심사가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심사’”라며 “동일한 진료와 청구라면 본원이나 지역본부 모두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하며, 아우럴 어떤 기준으로 심사받는지 미리 알아야, 의료인이 심사 걱정 없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심사의 일관성과 투명성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라며 “의료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데이터 기반의 자율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사후 삭감 중심에서 성과·가치 중심으로’라는 핵심과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지역·필수·공공의료 보상 강화…공공정책수가 확대 또한 홍 원장은 지역·필수·공공의료와 관련해선 제도 설계 지원뿐 아니라 실제 의료가 유지되는 것까지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홍 원장은 “응급·분만·소아 진료와 같이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급 유지가 어려운 의료가 ‘하면 손해 보는 진료’가 되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것과 함께 의료현장의 변화를 보다 적시에 반영하는 수가조정 체계 마련, 나아가 공공정책수가를 확대해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통제보다 신뢰를, 사후 적발보다 사전 예방은, 일방적 관리보다 데이터 기반 자율 개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심평원 성과, 국민의 언어로 설명하겠다” 이밖에 홍 원장은 심평원의 정책과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심사’, ‘평가’, ‘급여기준’, ‘적정성’과 같은 용어는 국민의 일상 언어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은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며 “몇 개 기관을 관리했다는 것이 아니라 진료가 어떻게 달라졌고 환자가 얼마나 안전해졌으며 보험료를 어떻게 지켰는지 등과 같이 국민의 언어로 국민의 삶에서 정책의 성과를 누리고 있는지를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이어 “앞으로도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습니까’라고 계속 물어나가겠다”면서 “언젠가 이 질문에 심평원만 답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답하고, 국민은 “병원 가기가 더 믿을 만해졌습니다”라고 느끼며, 직원들은 “내 일이 국민의 삶을 바꿨습니다”라고 자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언어를 넘어 전해진 한의약의 따뜻함, 비의료인이 발견한 봉사의 진심[한의신문] 한의약을 중심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는 KOMSTA(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는 지난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1997년부터 한의약 의료 지원을 이어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17명의 단원과 함께 제185차 해외 봉사를 진행했다. 이번 봉사는 사마르칸트 국립 의과대학교 산하 재활의학 및 스포츠의학 과학연구소에서 이뤄졌으며, 4일간 863명의 환자가 방문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뜨거웠다. 필자는 평소 한의약에 애정을 가져온 터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의약이 가진 힘을 전파하는 데 동참하고자 일반 단원으로 참여했다. 언어적 장벽을 넘어 언어는 이번 봉사의 가장 큰 변수였다. 현지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평소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생소한 데다, 사람에 따라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 타지크어를 단독으로 쓰거나 혼용하기도 해 단원 개인이 미리 언어를 익혀 대응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진료가 시작되자, 곧 해소되었다. 통역 선생님들과 단원들이 한 마디라도 정확히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덕분이었다. 통역 선생님들을 통해 모든 단원이 자발적으로 배운 간단한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는 환자와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언어 외적인 수단으로 한의약이 가진 '정'을 전달하니 응대와 치료 과정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현장에서 체감될 만큼 높았다. 또한 몸에 직접 손을 대는 치료이기에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신뢰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진료실 문을 나서며 "라흐마트(우즈베크어로 '감사합니다')" 하고 단원들을 꼬옥 안아주던 환자들의 모습에서, 한의약만이 가진 다정한 치료가 언어적 장벽을 넘어 몸과 마음에 함께 닿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비의료인이 바라본 KOMSTA 봉사 현장 한의사도, 한의대 학생도 아닌 일반 단원으로서 참여한 이번 봉사는, 의료 봉사의 현장에서 치료하는 사람들의 일부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예진과 진료실 안내, 발침, 복약지도, 배웅에 이르는 과정은 직접적인 의료행위는 아니지만, 사람을 깊게 들여다보고 질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한의약 치료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한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 다시 문을 나서기까지의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다 보니, 어떤 파트를 맡아도 봉사의 모든 시간이 보람찼다. 국내에서도 의료 봉사에 참여했었지만, 이번 봉사에서는 나흘 내내 진료실 곁을 지키며 한 사람의 진료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전 과정을 오래 지켜보며 평소 한의원을 다니며 보았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한의약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한 진료실 한의사 선생님이 우울증을 앓던 아주머니를 치료하던 과정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침 대기 환자가 많지 않아 진료를 길게 볼 수 있었던 덕분에, 선생님은 통역 선생님을 사이에 두고 오랜 시간 상담을 이어갔다. 이어 침을 놓고 유침 후 발침하고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지점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증상 하나를 두고도 사람 전체를 보려는 한의약 진료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적인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환자를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하려는 정성만큼은 곁에서도 분명히 전해졌다. 봉사를 마무리하며 첫날을 제외하면 나흘 내내 재진 환자가 많았고, 마지막 날 오전에 방문한 219명은 대부분 다시 찾아온 환자들이었다. 먼저 치료를 받아본 이들이 가족을 데려와 함께 진료받기도 했고, 어린아이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저마다 다른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이어가는 단원들을 지켜보고 함께 하며 한의약 진료의 섬세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대가가 없는 봉사였지만 단원들은 환자가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것 자체를 보람이자 대가로 여기며 진심을 다했고, 그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봉사를 하는 모든 순간에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진심으로 대하게 되었다. 4일간의 봉사를 마치고 진행된 병원장님과의 만남에서 병원장님은 "여기 계속 있어도 된다"라며 웃으며 말씀을 건넸다. 185차 봉사단의 나흘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분의 감사 인사였지만, 그 한마디가 한의약을 향한 애정으로도 들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비의료인인 까닭에 자세한 치료 과정과 내용을 알지 못해 이번 봉사의 결과를 의학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안내와 배웅을 하며 직접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포옹했던 863명 환자들의 따스한 미소와 온기를 통해, 17명의 단원이 한 몸처럼 움직여 한의약 치료의 힘을 전달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봉사를 지탱한 것은 사마르칸트팀 단원들의 끈끈한 팀워크와 우애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쁜 와중에도 서로를 먼저 신경 쓰고 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안에 있는 동안은 몸이 힘든 것마저 즐거워, 일주일이 7분처럼 짧게 느껴질 만큼 고마운 시간이었다. -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과 케어의 윤리전국의 보건의료계열 대학생 12명이 사의련(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의 연두 선생님과 함께 지난 7월 22일 일본으로 떠났다. 우리가 만난 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이하 청한)의 제안으로 민의련(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연수에 참가하겠다고 결정한 이후로 본 연수를 위해 3번의 사전 모임을 가졌었다. 각자 배정받은 주제 – 전일본민의련의 역사적 흐름, 일본의 차액병상료 미징수 원칙,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DH), 한국과 일본의 아동 의료비 부담 경감 제도 비교, 만몽개척단의 역사 – 에 대해 조사하여 사전모임 때 발표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 때 공유한 정보들이 연수의 꼭 필요한 배경지식이 되었다. 비행시간은 짧았지만, 나고야 공항에서 나가노현의 마쓰모토시까지 들어가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생을 대도시에서 살았던 내게 나가노는 완전히 새로웠다. 긴 이동 끝에 도착한 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나가노현의 민의련 회장인 사노 다쓰오 선생님께서 민의련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그중 민의련 강령의 첫 문장인 “무차별·평등의 의료와 복지의 실현”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를테면 (사전모임 때 다룬) 차액병상료 미징수 원칙 같은 것이 무차별에 해당하는데, 민의련에서 1인실은 부자가 아니라 1인실이 꼭 필요한 환자들(전염병 환자, 임종을 앞둔 환자 등)에게 배정된다고 한다.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어색한 제도이지만, 돈이 아닌 필요에 의한 병실의 분배가 훨씬 인간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오티가 끝난 후, 한국 연수단과 일본 직원분들이 다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미리 조사한 식이제한을 반영하여 섬세하게 준비해주신 식사에 굉장히 감사했다. 이렇게 사람 한 명 한 명을 신경 써서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습까지도 민의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식사를 하면서 서로에게 궁금증을 가지고, 잘 통하지 않는 언어이지만 번역기를 사용하며 질문하고 대답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노력들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나가노는 동서남북 어디에나 산이 있고, 그 산 사이사이에 여섯 개의 분지가 있는 구조인데, 이번 연수 기간 동안 세 군데의 권역을 방문했다. 우리의 숙소가 위치한 마쓰모토시에서 첫 날과 마지막 날을 보내고, 둘째날은 나가노현의 나가노시, 셋째날은 이이다·시모이나 권역을 방문했다. 매일 마을 하나를 둘러보면서 각 지역의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었다. 7월 23일, 나가노 중앙병원에 방문하여 병원장 반바 다카시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선생님께서 민의련의 가장 큰 2가지 과제인 SDH(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와 케어의 윤리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SDH는 자기책임론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요인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자기책임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38%라고 한다. 강연자료에 한국의 통계는 언급되지 않아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조차 없어서 수치를 명확히 할 수 없다고 한다. 자기책임론이 당연시되어서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최소한 의료계열 학생들에게는 SDH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SDH와 관련하여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삽화가 하나 있다. 바로 환경, 돌봄, 의료를 각각 상류, 중류, 하류에 대응시킨 그림이다. 환경에 의해 사람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오기 시작하고, 돌봄이 잘 제공되면 그들을 구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류에 이르러 의료에 도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즉 의료인들은 보통 하류만 접하고 살게 된다. 그러나 궁극적인 해결책을 위해서는 시선을 넓혀 상류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사전모임 때, 노원구에 위치한 마을의원에서 강연을 들었었다. 원장님께서는 매일 오후에는 방문진료만 하시는데, 여러 사례를 들며 각각의 상황에서의 어떤 처방을 내렸는지 알려주셨다. 그 처방들이 꼭 의료행위라고만 하기는 어려웠다. 예를 들면 마당으로 나오면서 자주 넘어지는 할머니를 위해 계단이 아닌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처방이다. 결국 아픔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에 도달하기 전, 즉 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의련에서의 배움이 일본 민의련에서의 연수경험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점심 전후로 나가노 중앙 케어 센터에서 재활운동을 체험해보고, 노인보건시설 후루사토(일본어로 고향이라는 의미)를 방문하고, 여러 시설을 견학하며 개호(신체나 인지 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일상생활을 돕는 돌봄) 사업에 대해 배웠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머무는 시설을 걸으면서 최근에 읽었던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의 내용이 계속 떠올랐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얘기한다. 보통의 요양원은 생명 연장에 초점을 맞추어 입소자들의 삶의 질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많은 입소자들이 “여긴 집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개인의 우선순위가 존중되는 집에 대한 갈망을 품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가노에서 방문한 시설들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방 안에 원하는 전자기구를 들일 수 있다는 점, 충분히 식당 하나로 수용 가능한 인원임에도 사이가 틀어진 관계를 고려하여 두 개의 식당을 설치한 점,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텃밭을 두어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높이는 활동이 있다는 것, 혼자 변기에 앉고 일어나고,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 등이 인상적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요양원을 실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이런 곳이라면 보통의 요양원보다는 훨씬 ‘고향’ 같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마쓰모토시로 돌아와서 사의련의 두 선생님께서 사주시는 저녁을 먹고, 연수단끼리 중간점검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7월 24일, 버스를 가장 오래 타는 날이다. 얼마나 교통이 불편하면, 일본 내에서 도쿄로부터 가장 오기 힘든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지역이다. 견학 장소가 개관하기 전, 잠깐 마을을 돌아보았다. 이 곳에서는 의사 1명이 5개의 진료소를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진료를 본다고 한다. 38도에 이르는 뜨거운 날씨였지만, 푸릇함을 담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맑은 날이었다. 2시간을 이동하고 땀을 주륵주륵 흘리며 어렵게 도착한 곳에는 이번 연수 중 가장 큰 충격을 준 곳이 있었다. 만몽개척평화기념관이다. 만몽개척단은 1930~1940년대에 일본 제국이 만주 지역을 식민화하기 위해 일본 농민들을 이주시킨 집단이다. 나가노는 원폭 피해지역이 아니고, 현재 일상에서 전쟁의 흔적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만몽개척단이라는 전쟁의 역사가 깊게 남아 있다. 지금 나가노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몇 다리 건너면 모두 이 아픔을 겪은 가족이 있다고 한다. 당시 일본 제국은 전쟁을 옹호하는 다수의 포스터를 만들어 만몽개척단을 국가를 위한 활동으로 세뇌시키며 홍보하였고, 패전 이후 백 종류가 넘는 포스터를 모두 없애려고 시도하였으나 누군가 몰래 숨겨놓아 지금 기념관에서 볼 수 있었다. 그 포스터를 마주한 순간,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식민 지배국의 시민이더라도 피해자임이 순식간에 와 닿았다. 버스를 타서도 자꾸 생각이 났다. 한국과 일본이 부정적으로 얽힌 역사 때문에 일본인 개인에게 역사적 가해의 책임을 직접 돌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화살은 엄한 곳을 향했구나, 피해와 가해는 때때로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구나, 여러 깨달음과 반성이 오갔다. 만몽개척단을 아는 것이 나가노를 방문하는 예의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의 기억이 겹쳐지며 공통점이 보였다. 한 지역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사건이었고, 지금도 그 아픔이 남아있지만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간다는 것이었다. 다음 일정으로는 이이다시의 카나에 공민관에 도착하여 켄와카이 병원 와다 히로 의사 선생님의 어린이 빈곤 워크숍을 들었다. 일본의 아동의료비 제도와 관련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병원에 방문한 아동의 생활 상황을 부모의 모습을 통하여 추측한 사례들은 미래에 의료계에 종사할 때 활용할 점이 많아 보였다. 예를 들어 대기실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계속 책을 읽어주는 모습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런 힌트들은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사무직 모두가 함께 주시해야 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회의 자리도 필요함을 알았다. 흔히 진상이라고 표현할 법한 사람들의 행동에는 어떤 환경적인 문제가 숨어있을 수 있으며,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도와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일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저녁에는 일본의 의대생도 함께 모여 식사자리를 가졌고, 이후에는 그간 우리를 도와준 일본인들과 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7월 25일,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며 연수 마무리를 위해 첫 만남의 장소에서 모였다. 오티를 들었던 그 장소였지만 지식이나 마음가짐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감을 발표할 때 모두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감을 준비하며 이번 연수를 되돌아봤다. 가장 예상과 달랐던 것은 의사의 사회적 지위였다. 일본에서는 의료가 한국에서만큼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고, 강연을 통해 만난 민의련의 책임자들도 의료를 영리사업으로서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민의련의 의료종사자들의 경제적 안정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렴 마무리 토론 때 민의련에 자리 있냐고 묻는 학생이 있을 정도였으니, 우리는 민의련의 좋은 모습을 많이 보고 배우고 온 것 같다. 사전모임부터 각자의 고민을 안고 의료업에 임하는 여러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의사로서의 추구미를 찾아갔다. 좋은 의사는 결국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애정이 있는, 결국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소외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전문성보다도 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의원의 원장님께서 부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내린 진단, 어린이 빈곤 워크숍에서 빈곤을 알아차리는 예리한 센서는 모두 환자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갖추고 싶다. 나가노는 연수가 아니었으면 방문하기 어려웠을 도시이다. 그렇기에 이 연수가 더욱 소중했다. 비슷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과 공감대를 공유하며,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잘 통하지 않는 언어였지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우리 12명을 도와준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친절 덕에 민의련을 너머 나가노에 대한 애정이 커졌고, 언젠가 이 친절을 다시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만몽개척평화기념관에서 강연자분이 의료인이 왜 반전평화까지 공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사실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하지 못하겠다. 의료인의 공부 영역은 어디까지이고,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아직 흐릿하다. 그러나 이 견학이 가장 울림이 컸던 것을 보면, 마음이 반전평화도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년에는 반전평화 연수에 참여하고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 -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은 인플루엔자 발생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임에 따라 11일 0시부터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의료계 전문가와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 제9차 회의’를 열고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 표본감시 결과, 2026년 36주차(8월30일~9월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기준인 12.9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간 6.6명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특히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이 증가하는 가운데 7~12세가 75.1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1~6세 49.8명, 13~18세 31.3명 순으로 학령기와 유·소아에서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병원급 표본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도 36주차 300명으로 전주 166명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 23명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며, 입원환자의 60.0%는 65세 이상이었다. 현재 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A형(H1N1)pdm09로, 이번 절기 백신주와 유사하고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유행주의보 발령 기간에는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경우 검사 없이도 요양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는 전년 동기간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입원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6주차 코로나19 입원환자는 193명으로 전년 동기간 433명보다 적었으나, 8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입원환자의 65.3%는 65세 이상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21일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대상자별로 순차 시행할 예정이며, 유행 상황과 백신 공급 일정 등을 고려해 면역저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등 집중 보호 대상자의 접종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원급 표본감시기관을 확대해 인플루엔자 유행 상황을 더욱 민감하게 파악하고, 시·도 단위 지역별 유행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복지부와 식약처는 해열진통제 등 의약품과 코로나19 치료제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교육부는 학교 감염병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임승관 청장은 “이번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이 빠르게 시작되고 있어 인플루엔자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면역저하자 등은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면 조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은 손씻기와 기침예절을 실천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해 달라”며 “어린이집과 학교에서도 예방접종 권고와 예방수칙 교육·홍보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