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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한의학이란? 한의학의 가능성을 찾는 연구자의 성장 기록손주희 학생 (가천대 본과4년·한의혜민대상 장학증서 수상)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한 한약을 만들 수 있을까? 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질문입니다. 120ml의 한약 팩을 들고 다니는 일, 한 번에 여러 알의 환약을 삼키는 불편함은 저에게도 익숙한 고민이었습니다. 주변 친구들 역시 “비싸고 먹기 불편해서” 한의치료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사람들이 한의치료를 더 쉽게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스스로 질문하게 됐습니다. 한약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연구 예과 시절 들었던 한의학원리론 수업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의치료가 국민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제도권 진입과 과학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건강보험 내에서 보장성을 높여야 가격 장벽이 낮아지는데, 여기에 과학적 근거 생산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우게 됐습니다. 동시에 동양철학적 개념으로 설명되는 한의학을 현대 연구 언어로 옮기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본초학 수업에서는 한약이 쉽게 ‘작고 간단한 형태’로 바뀌지 않는 이유를 배웠습니다. 천연물 기반이기에 용량이 많고, 군신좌사의 배합 구조가 오랜 기간 사용되며 검증되어 왔기 때문에 성분과 비율을 임의로 줄이거나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한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저에게 남아 있었고, 이 질문은 결국 본초학교실에서 학부연구생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초학교실에서 학부연구생으로 4년간 일하면서 여러 정부 기관 과제에 참여하였고, 특히 PCOS와 면역 연구는 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연구 기획부터 소재 선정, 동물실험, 실험 결과 분석, 논문 작성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주저자 논문이 SCI급 저널에 게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동안의 시행착오와 노력들이 떠올라 감사함과 뭉클함을 함께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의학의 특성을 어떻게 연구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의학의 중요한 강점은 증후군 개념을 기반으로 한 맞춤치료라는 점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기혈양허, 습담조체, 풍열 등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한약 역시 여러 성분이 다양한 표적에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증상을 동시에 다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연구에서는 난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첫째, 한의학의 변증 개념을 어떻게 생리학적 모델과 연결할 것인가. 둘째, 다성분 구조의 한약에서 어떤 성분이 핵심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밝힐 것인가. 그래서 저는 연구를 설계할 때 “한의학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실험인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면역 연구에서는 허로·기허·혈허 개념과 생리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물모델을 찾기 위해 문헌을 여러 차례 검토했고, 교수님과 수차례 회의를 나누며 다듬었습니다. 연구실에서 그 모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관련 논문을 꼼꼼히 비교하고, 예비 실험을 반복하며 세부 조건을 맞춰 갔던 과정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PCOS 연구에서는 한약 처방 중에서 핵심 본초 조합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안드로겐 생합성, 인슐린 저항성 등 현대적 병태생리를 기준으로 소재를 선정하되, 단일 본초군과 복합 본초군을 비교해 조합이 만드는 상승효과를 확인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한의학의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네트워크 약리학과 AI 등의 방법론을 활용해 분석하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 확장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면역 분야 후속 연구로, 한약 성분의 분획별 특성과 면역 활성의 차이를 탐색하는 방법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분의 성질에 따라 생리·면역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한약의 작용 기전을 이해하고, 더 나은 조합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한약의 효능을 최적화하고 표준화하는 데 의미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약의 미래를 여는 기술들 한약은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형 연구를 통해 첩약을 분말, 엑기스, 젤 등 다양한 형태로 바꿔 복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고, 분획별 효능 비교나 조합 연구를 통해 핵심 본초만 남겨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조합해 만든 복합 천연물 제제가 의약품으로 개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성분 조합 약물은 작용기전을 설명할 수 있고 제형과 용량이 표준화되어 있어 천연물 기반 약물이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면역·성장·암과 같이 일부 분자 경로를 공유하는 질환군에서는 특정 적응증에서 효과가 확인된 한약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또 HPLC와 같은 분석기술을 이용하면 주요 성분을 규명하고 품질을 표준화할 수 있어 한약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기술을 통해 ‘더 먹기 편하고, 효과가 좋고, 품질이 관리되는 한약’이라는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바뀌어야 연구가 확장됩니다 한약 개발은 연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국가 연구사업 참여가 더욱 확대돼야 하고, 더 많은 사업이 열릴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합니다. 한의사가 개발한 천연물 약물을 한의사가 처방하는 사례도 많아져야 합니다. 약사법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서 기존의 ‘생약제제’와 ‘한약제제’ 구분이 실무적으로 완화된 것은 한의약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천연물 기반 치료제가 다시 주목받는 흐름이 생겼는데, 이 역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연구와 경험 속에서 찾은 나 저는 연구를 통해 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한의학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알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또 연구 과정에서 임상적 질문은 책상 앞이 아니라 환자 앞에서 생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임상에서 환자분들을 직접 만나고, 그 경험을 다시 연구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4년간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를 의심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약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한약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과정은 저에게 늘 즐거움이었습니다. 혹시 한의대에 입학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저 같은 학생이 있다면, 다양한 활동에 직접 부딪혀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연구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지 않고, 열정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실 교수님들도 많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면 스스로의 흥미와 적성을 의외의 순간에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연구 외에도 여러 활동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중랑구청에서 한방의료 봉사활동을 하며 의료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고, 오히려 제가 더 큰 에너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한의약진흥원의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는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K-MEX와 전국한의학학술대회 같은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석하며 한의학 연구와 산업의 흐름을 가까이서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답도 자연스럽게 찾아가고 있습니다. 제 연구 활동은 ‘한약을 더 나은 약으로 만들고 싶다’는 평범한 질문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이 연구로 이어지고, 연구는 다시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을 결정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한의학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근거와 연구로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연구실 선배들과 동료들과 교수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6, 한의약 AI 대전환의 갈림길…EHR·표준 데이터 실현이 성패 좌우”[한의신문] 국내외 보건의료 전반이 AX(AI Transformation)·DX(Digital Transformation)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을 통해 한의약 분야의 DX·AX 로드맵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한의약 AI·디지털 대전환’을 국가 중장기 정책 과제로 공식화하면서 2026년이 한의약 AX(AI Transformation)의 구조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닌, 한의약 임상지식을 표준화·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해 보건의료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는 종합계획에서 AI 이전에 비임상·임상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표준화, 보건의료 데이터 체계와의 연계를 선행 과제로 명시하며 올해 한의약 AX의 성패가 기술 경쟁이 아닌 임상지식을 데이터로 번역해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음을 정책적으로 분명히 했다. ■ AI 보건산업 성장 속 정부 판단…“한의약도 데이터 기반 전환 불가피” 정부가 한의약 AX를 정책 과제로 격상한 배경에는 AI 기반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 의료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미 의료 현장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데 있다. 국내 AI 바이오헬스 산업 역시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의료 분야 생성형 AI와 AI 활용 신약 개발 분야도 고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통의학 전략(2025~2034)에서 전통·보완·통합의학(TCIM) 정보를 EHR(전자의무기록)에 포함하고,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확대할 것을 회원국 행동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통의학의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산업 육성 차원이 아니라 보건의료 시스템 내 근거 생산과 통합을 위한 구조적 과제로 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한의약 역시 기존의 경험·서술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연구·진료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보건의료 시스템 내에서 역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종합계획은 한의약 AX의 출발점은 ‘모델 개발’이 아닌 △비임상 데이터의 디지털화 △임상 데이터의 표준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의 연계로 설정했다. 이 같은 접근은 보건의료 전반의 데이터 정책 기조와도 궤를 같이하는데,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를 위한 상호운용성 지원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서로 다른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표준화 기술로 연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표준화와 연결이 확보되지 않으면 AI 활용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정책 전반에 깔려 있다. 자료: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연구 현장 “차트 중심 AI 한계”…‘AI-ready 데이터’로 전환해야 앞서 연구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돼오고 있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최근 발표에서 한의약 분야 임상 데이터가 풍부함에도 △주관적 서술 중심의 차트 구조 △기관·의료인별 편차를 AI 학습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텍스트 기반 차트 데이터를 단순 취합하는 방식의 AI 모델로는 임상적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의료 AI 분야에서 영상의학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과를 낸 배경으로 △획득 장비와 포맷의 표준화 △높은 판독 합의도 △원본 데이터 보존을 꼽은 반면 병리학 AI나 한의 변증 체계는 데이터 생성 과정의 편차가 크고, 정답 기준 합의가 낮아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AI-ready 데이터’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한 이 연구원은 △원본 신호(raw data) 보존 △기기·포맷 표준화 △측정·해석 SOP의 일관성 확보 △메타데이터의 완전 보존을 핵심 조건으로 꼽으며 “주관적 문진과 요약 문장 중심의 차트로는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없는 만큼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원소스 데이터가 자동으로 저장되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 계획의 초점은 ‘AI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 이번 제5차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비임상 영역에선 문진·음성·영상 등 비정형 한의약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AI 기반 전처리·라벨링 기술을 통해 구조화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이는 한약 실험 데이터 역시 자동 수집·분류 체계를 통해 관리하고, 장기적으로는 한약 정보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임상 영역에선 한의약 용어 말뭉치(Corpus)와 코드 체계를 구축하고, 한의 의료정보 공통데이터모델(CDM)을 개발해 △국가핵심교류데이터 △진료정보교류 시스템 △건강정보고속도로 등 기존 보건의료 데이터 체계와 연계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는 한의진료 정보가 한·의를 구분하지 않는 보건의료 데이터 흐름 안으로 편입된 것을 전제로 한 설계다. 올해 한의약 AX의 핵심 쟁점은 한의약 임상지식이 표준화·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돼 보건의료 시스템의 전자의무기록(EHR) 흐름 안에서 교환·활용·검증될 수 있는지 여부다. 정부가 제시한 ‘한의약 AX’의 성패는 AI 모델의 성능이나 단기적 기술 성과보다, 데이터 전환과 제도적 연계가 실제 정책과 임상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의약 AX 논의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데이터 구조 설계와 제도적 선택의 문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6년은 한의약의 AI 활용 여부를 논하는 시점이 아닌 AI 활용이 가능하도록 데이터와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전환기가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계획 발표에 그치지 않고, 한의약을 국가·기관 단위 보건의료 데이터 흐름 속에 표준화된 형태로 편입·육성하는 실행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
’25년 추가보수교육, 초음파 진단과 약침 시술 활용 방안 소개[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4일 대구EXCO에서 2025년도 영남권역 추가 보수교육을 개최, 견관절 경혈 초음파 진단, 도인운동을 활용한 추나요법의 안전한 적용 방법 등을 공유했다. 이날 최성열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영남권역 추가 보수교육을 통해 최신 임상 지식과 기술을 터득해 의료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초음파 진단과 추나요법 등 실무에서 활용도가 높은 과목을 중심으로 구성한만큼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수교육에서는 △견관절 경혈 초음파(대한한의영상학회 오명진 교육위원) △도인운동을 활용한 추나요법의 안전한 적용(김규섭 한의사)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첫 발표에 나선 오명진 교육위원은 초음파 영상을 통해 견관절 주변 경혈을 확인하고, 이를 임상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오명진 위원은 초음파 활용이 경혈 위치 파악의 정확도와 시술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소해했다. 이와 함께 요추부 세션에서는 극돌기, 후관절, 횡돌기 등 주요 해부학적 구조물을 초음파로 스캔하는 표준화된 방법과 약침·도침 치료 시 안전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임상 팁을 공유했다. 오명진 위원은 “초음파를 활용하면 단순히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된다”며 “특히 경혈과 주변 구조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시술의 안전성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규섭 한의사(태흥당한방병원)는 ‘도인운동을 활용한 추나요법의 안전한 적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도인운동의 기본 원리와 임상에서의 실제 적용 시 주의사항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특히 통증 유무, 근육 긴장도, 관절 가동 범위 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치료 계획을 수립할 것과 더불어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사전 평가와 단계적·안전한 추나요법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도인운동을 활용한 추나요법이 근골격계 기능 회복과 자세 교정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소개하며, 실제 임상 사례를 통해 안전한 시술 방법과 주의할 점 등을 설명했다. 김규섭 한의사는 “무리한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환자 개별 상태에 맞춘 점진적 접근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가 보수교육에 참여한 한 회원은 “초음파를 활용한 경혈 확인과 도인운동을 접목한 추나요법 등 실제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큰 도움이 됐다”며 “시술의 안전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앞으로도 미이수 회원들을 대상으로 권역별 추가보수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며, 다음 교육 일정은 △1월 11일 호남권역(광주 과학기술원 오룡관) △1월 17일 중부권역(대전 KT인재개발원) △3월 7일 수도권역(대한한의사협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KOMSTA 제181차 스리랑카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2>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제181차 WFK-KOMSTA 스리랑카 한의약해외의료봉사’가 진행됐다. 갈레에 위치한 디스트릿 아유르베딕 병원에서 3일간 진행된 이번 봉사에서는 총 1078명의 현지 환자분들을 치료하며 한의약을 통해 따뜻한 손길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첫 해외의료봉사, 긴장과 설렘 그동안 배운 한의학 지식을 나누고,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스리랑카 봉사에 지원하게 됐다. KOMSTA 학생단원 및 학교 의료봉사 동아리를 통한 국내 의료봉사 경험은 있지만, 해외의료봉사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설렘과 동시에 긴장과 걱정을 안고 8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스리랑카 콜롬보에 도착했다. 눈이 내리던 추운 날씨의 한국과는 달리, 스리랑카는 덥고 습한 날씨로 우리 봉사단을 맞아주었다. 봉사의 시작 콜롬보에서 봉사가 진행될 갈레로 이동한 후 진료소 세팅을 진행했다. 단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물품을 나르고 정리하니, 처음에는 어수선해 보이던 공간이 금세 진료소로 완성됐다. 진료 첫날 아침, 촛불 의식과 KOMSTA 선서를 통해 본격적인 진료 시작을 알렸다. 첫날에는 예진을 맡아 환자분들이 본격적으로 원장님께 배정되어 진료받기 전의 단계인 간단한 주소증 청취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허리, 무릎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근골격계 환자가 많았고, 차와 함께 단 간식을 즐기는 문화의 영향인지 대사 질환 및 비만 환자들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예상보다 많은 환자분들이 방문하여 숨 돌릴 틈 없이 예진을 진행하다 보니 진료 첫날이 금세 지나갔다. 둘째 날과 마지막 날에는 진료보조를 맡아 원장님들의 진료를 도왔다. 첫날 예진을 맡았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통역자님께 배운 스리랑카 어로 ‘ඉවරයි (이워라이·치료 끝났습니다)’ ‘බෙහෙත්බොන්න(베헫본나·약 드세요)’ 등의 말을 전하니 부족한 발음에도 활짝 웃어주시는 환자분들을 한 분씩 배웅해드리며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봉사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는데, 손가락이 걸리면서 펴지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던 탄발지 환자였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계셨는데, 원장님께서 도침 치료를 통해 유착을 풀어주시면서 손가락의 움직임이 점차 부드러워졌고, 통증과 ‘걸리는 느낌’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한의학이 국경을 넘어 현지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원장님들께서 진료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졸업 후 한의사로서도 꼭 KOMSTA 봉사를 이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동시에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가겠다는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현지 의료진들과 학술적 교류 봉사 기간 동안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는 현지 의료진들이 콤스타의 진료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했던 것이다.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 방식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질문을 건네고, 치료 과정과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현지 의료진의 모습을 보며 한의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일부 현지 의료진이 직접 한의학 치료를 받아보며 치료 효과를 체감하고, 치료 후 소감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 날 콜롬보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도 이승언 단장님께서 강연과 함께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양국 의료진이 서로의 의료 체계와 경험을 공유하고 이해를 넓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3일간의 봉사를 마치면서 봉사기간 중 환자분들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ස්තුතියි (스투티이)’, 한국어로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다. 치료를 마치고 일어나시면서 따뜻한 표정으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덥고 습한 스리랑카 날씨에도 활짝 웃고 있는 나를 알아 차릴 수 있었다. 3일 간의 스리랑카 의료봉사는 바쁜 만큼 빠르게 흘러갔지만, 졸업을 앞두고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이번 갈레에서의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다. 모두 함께 완성한 나눔의 실천 이번 181차 스리랑카 봉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았기에 현지 주민분들께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첫 해외 의료봉사였던 만큼 스스로 부족하고 서툰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혼자였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일도 좋은 단원분들을 만나 함께 협력하며 이번 봉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항상 웃으며 진료에 임하시고, 동시에 후배인 일반단원들에게 배움을 나누어 주신 한규언·백진욱·배효원·민지수·김진우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3일간 봉사현장에 함께 하면서 어려운 의료용어에도 막힘 없이 통역해주신 통역사 분들과, 일주일간 웃으며 함께 봉사했던 일반단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또한 스리랑카 현지에서 한의학 진료를 이어가고 계신 강석홍 원장님, 그리고 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전체 일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주신 이승언 단장님과 사무국 김유리·권수연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번 스리랑카 파견은 오래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눔을 실천하러 떠난 봉사였지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오게 됐다. 이번 봉사를 통해 얻은 배움과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항상 진심을 전하며 진료하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며, 한의학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63년 문교부 대학정책실 대학행정과에서 서류철 되어 있는 ‘동양의약대학철(서울)’이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자료실에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 160쪽에 달하는 이 서류는 해방 이후 한의계가 한의과대학을 설립하여 이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을 담고 있다. 이 자료는 ‘서울한의과대학승격인가신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문서로, 단기 4285년 즉 서기 1952년 8월20일자로 작성되었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노량진동 114로 되어 있다. 신청인은 서울한의과대학 설립자 재단법인 행림학원 이사장 김경진으로 되어 있고, 피신청인은 문교부장관이었다. 이 자료는 한국전쟁 기간인 부산피난시절 부산에서 작성되어 접수된 것으로 역사적 의미가 자못 크다 할 것이다. ‘서울한의과대학승격인가신청의 건’이라는 제목 아래에 “동양대학관을 학부 4년제의 서울한의과대학으로 승격하고자 별지의 관계서류를 첨부하여 청원하오니 인가하여 주심을 앙망하나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서 순서대로 자료를 적고 있다. 1. 목적, 2. 명칭, 3. 위치, 4. 수료년한, 5. 학과 및 학생정원, 6. 입학자격, 7. 학칙, 8. 직제, 9. 교원직표, 10. 경비 및 유지방법, 11. 완성년도까지의 수지계산, 12. 도서목록 및 년차확충계획서, 13. 설비년차확충계획서, 14. 부속한의원설치계획서, 15. 재단법인기부행위, 16. 재산목록, 17. 기부증서, 18. 교지교사평면도, 19. 이사회의사록, 20. 설립자대표이력서, 21. 전신학교재학생처치방법, 22. 교원취임승락서 및 이력서의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가운데 당시 敎員을 적은 부분을 아래에 요약 정리한다. 도표에 정리된 대로 직위, 성명, 담당학과목, 한방양방구분, 학력, 비고의 순으로 정리한다. ◦학장 박호풍(55세), 내과학, 상한학, (한방), 한의학전공 30여년, 구왕궁전의 상한학저술, 한의사국가시험위원. ◦교수 김영훈(71세), 부인과학, 철학, (한방), 한의학연구 40여년, 舊王宮典醫 한의사국가시험위원. ◦교수 신길구(60세), 약물학, 처방학, (한방), 보성전문, 한의학 연구 30여년. 약물본초학저술, 교원생활 7년 이상. ◦교수 강효웅(50세), 침구학, 경혈학, (한방), 한의학연구 30여년. 한의사국가시험자격고시위원. ◦교수 이창빈(35세), 장부학, 병리학, (한방), 황한의학연구소 한의학연구 15년. 한방생리병리학저술, 교원생활 7년 이상. ◦교수 이영진(45세), 역사, 체육, 잠사전공, 역사체육 20년 연구, 이조사전투법 저술. ◦부교수 홍성초(57세), 진단학, 소아과학, (한방), 한의학연구 30여년, 교원생활 6년 이상. ◦부교수 이종완(47세), 생리학, 해부학, (양방), 경성의전, 생리학연구, 교원생활 8년 이상. ◦부교수 김종수(39세), 병리학, (양방), 경성의전, 서울의대강사, 교원생활 7년 이상. ◦부교수 김성수(41세), 국어, 심리학, 일본대학 문과, 古국어연구 10년 이상, 교원생활 10년 이상. ◦전임강사 송영래(40세), 위생학, 의사법규, (양방), 하바드대학 위생학연구, 보건부의정국장. ◦전임강사 채대식(50세), 세균학, (양방), 경성제대의학부, 세균학 연구, 의학박사. ◦전임강사 오세헌(46세), 진단학, (양방), 경성제대 의학부, 의학박사. ◦전임강사 김경진(59세), 한문, 한문전공 50여년, 교원생활 50여년 이상. ◦전임강사 이영순(33세), 외국어, 동경제대 외국어전공, 교원생활 5년 이상. ◦전임강사 김장헌(56세), 상한론, (양방한방), 한의학연구 36년, 교원생활 7년간. -
의료인으로서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는?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표준치료제라고 해서 모두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표준’과 ‘제도권’의 정의는 시대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변하며, 일괄적으로 확립된 절대적 기준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제도권에 든다는 것은 다양한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당연한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해서 모두 표준치료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표준치료제가 되기 위한 ‘과학적 근거’의 수준과 그 근거가 끼치는 영향력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일괄적 정의가 공표된 것이 없다. 특정 치료의 효과를 증명하는 논문이 수천 편이라 할지라도, 그 근거가 실제 임상 지침으로 변환되기까지는 복잡한 가치 평가의 과정을 거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기에 의료인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흑백논리로 나눌 수 없는 ‘과학적 근거’ 역설적이게도 모든 표준치료제가 완벽한 과학적 근거 위에 서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예로 암 치료 현장을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가 문서상으로 권고되는 제도권 내 표준치료제만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항암 기술은 이토록 눈부시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근거를 쌓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 치료법들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경우가 꽤 많다. 만약 ‘완벽한 근거가 아니면 모두 배제하라’는 논리가 지배했다면, 필자 또한 한 사람의 보호자이기에 그런 현실에서 때때로 절망감을 느꼈을 것 같다. 실제로 치료제의 과학적 근거는 ‘효과’와 ‘안전성’이라는 큰 범주로 구분되지만, 모든 표준치료제가 이 두 가지를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난 2020년 전염병 대유행 시기, 긴급한 상황 속에서 ‘표준’과 ‘권고’의 장벽이 얼마나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목격했다. 이는 의료 기술의 발전과 국민 보건 증진이라는 대전제 아래 수용되는 현실적 타협이다. 위의 모든 현실적 한계와 정책적 판단의 어려움을 수긍하지 못하는 의료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분명히 존재하는 치료제를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명백히 틀린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 근거’는 결코 흑백논리로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에서 근거는 ‘있음’과 ‘없음’의 이분법이 아니라, 축적된 연구의 양과 질에 따른 ‘강함’과 ‘약함’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마지막 희망의 통로를 차단해서는 안 돼” 이미 국내외에서 수많은 임상 연구와 관련 논문들이 발표되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임상 현장에서는 수치로 증명되는 유의미한 결과들이 쌓여가고 있는 치료제들이 있다. 그 근거의 수준이 정책적 결단을 내리기에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할 수 있으나, 존재하는 연구 데이터와 환자들의 호전 사례를 무화(無化)하며 ‘근거가 없다’고 공표하는 것은 학문적·현실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의료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되는 것 중 하나가 누군가의 단정적인 언어가 현장의 환자들에게 끼칠 심리적 낙인이다. 치열한 토론의 대상이 되는 질환과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단순히 신체적 질환을 넘어 한 가정이 감내해야 하는 깊은 심리적 고통과 간절함이 서린 영역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달되는 부정적인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통로를 차단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더 정교한 과학적 검증 시스템 구축 의료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존재하는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근거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특정 분야의 근거가 정책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없다’고 단정 짓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정교한 과학적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 보건에 기여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의료계 및 관련인들의 역할일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는 명료하다. 특정 학문의 승리나 정책적 명분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 증진’ 그 자체여야 한다. 부디 일부의 논의가 소모적인 비방전으로만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어떻게 하면 가용한 모든 의료 자원을 과학적으로 더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단 한 명의 환자라도 희망의 불씨를 줄 수 있을지 그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1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자(附子)는 한의학의 온리약(溫裏藥) 중에서도 정점에 서 있는 약재다. 그만큼 강력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부자는 “언제 쓸 것인가”라는 기대보다 “어떻게 부작용을 피할 것인가”라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는 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자를 단순히 ‘강하고 위험한 약’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가 가진 임상적 가치가 너무나 독보적이다. 부자가 범용적인 보약이 아니라 특정 병태에서만 정밀하게 작동하는 약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부자를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부자는 단순히 체온을 올리는 땔감이 아니다. 그것은 심장과 혈류, 그리고 세포 대사라는 생체 회로의 전압이 낮아져 아예 작동을 멈춘 상태를 깨우는 ‘점화 스위치’다. 양허(陽虛)에도 층위가 있다: 보신양과 온신장양의 차이 부자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관습적으로 혼용해온 보신양(補腎陽)과 온신장양(溫腎壯陽)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 두 개념은 양기의 부족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임상에서 겨냥하는 ‘병태의 깊이’가 전혀 다르다. 보신양은 말 그대로 양기가 부족해진 상태를 보충하는 것이다.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와 같다. 환자는 쉽게 피로를 느끼고 추위를 타며, 허리와 무릎에 힘이 빠지는 등 기능 저하를 보이지만, 아직 시스템 자체는 살아있다. 이 단계에서는 부족한 연료(양기)를 채워주는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 같은 약을 쓰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몸이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며 회복된다. 이는 주로 노화의 초기나 중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양허의 모습이다. 문제는 노화가 깊어지거나 만성 질환으로 소모가 극단에 이른 이후다. 이때의 양허는 단순히 부족한 수준을 넘어, 시스템 자체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온신장양이 필요한 단계다. 연료를 가득 채워도 엔진의 점화 플러그가 망가져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를 상상해 보라. 기름을 아무리 부어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환자는 아침에 눈을 떠도 의식이 명료해지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리고, 온갖 보약을 먹어도 몸에서 받아내지 못하며, 뼛속까지 시린 냉기를 호소한다. 이 병태의 핵심은 ‘에너지의 양’이 아니라 ‘생리적 반응성의 상실’에 있다. 저반응성 양허, 생체 회로가 불응기에 빠지다 온신장양이 다루는 병태를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저반응성 양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 심장, 대사 시스템이 외부 자극에 극도로 둔감해진 상태다. 이 상태의 환자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잠을 충분히 자도 피로의 독소가 빠지지 않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배터리가 방전되듯 소진된다. 체온계상의 온도는 정상일지 몰라도 환자 본인은 몸의 중심부가 얼음처럼 차갑다고 느낀다. 맥(脈)을 짚어보면 단순히 약한 것이 아니라, 자극을 줘도 맥박의 변동이 거의 없는 둔한 양상을 띤다. 이것은 단순한 허약이 아니다. 생체 시스템 전체가 ‘절전 모드’를 넘어 ‘정지 모드’로 진입한 것이다. 부자는 바로 이 지점을 정밀하게 타격한다. 부자가 적중했을 때 환자가 느끼는 감각은 단순히 “몸이 따뜻해진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멈췄던 시계태엽이 다시 감기는 기분”, “내 몸이 외부 자극에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온신장양이 가지는 실제적인 임상적 효능이다. 하이겐아민과 포제: 독(毒)을 약(藥)으로 바꾸는 정밀 공정 부자의 온리(溫裏) 작용을 설명하는 핵심 성분은 하이겐아민(higenamine)이다. 하이겐아민은 심장의 수축력을 높이고 혈류 반응성을 회복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부자 속에 하이겐아민이 들어있다고 해서 무조건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부자(生附子) 상태에서는 아코니틴계 알칼로이드라는 강독성 성분이 하이겐아민의 작용을 압도한다. 이 독성 성분들은 생리 시스템을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거칠게 흔들어 놓는다. 준비되지 않은 몸에 생부자가 들어가면 회복이 아니라 불안정한 흥분과 부작용만 초래한다. 여기서 한의학의 지혜인 포제(炮製)가 등장한다. 포제는 단순히 독을 빼는 세척 과정이 아니다. 가열과 가수분해를 통해 독성 알칼로이드의 구조를 바꾸고, 하이겐아민이 안전하고 정밀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공정이다. 포제된 부자는 꺼져가는 생리 회로에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한 최소 전압’을 걸어준다. 즉, 포제는 부자가 저반응성 양허 상태에만 딱 들어맞는 ‘정밀한 열쇠’가 되도록 깎아내는 과정인 셈이다. 회양구역(回陽救逆), 생존을 위한 최소 전압의 회복 우리는 흔히 회양구역을 쇼크나 가사 상태에서나 쓰는 응급 처치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임상적 관점에서 회양(回陽)의 범위는 훨씬 넓다. 수치상 혈압이나 체온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전신의 반응성이 임계점 아래로 떨어져 스스로 회복할 힘을 잃었다면 모두 회양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때 부자의 역할은 심장을 강제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다. 생리적 불응기에 빠져 “나는 이제 반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세포들에게 “다시 시동을 걸라”고 신호를 보내는 전령이다. 반응성이 되살아나면, 그때부터는 굳이 부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약물이나 음식, 침 치료가 비로소 효과를 내기 시작한다. 부자는 다른 치료법들이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점화약이다. 부자는 ‘열(熱)’을 보태는 약인가, ‘맥(脈)’을 살리는 약인가 임상에서 부자가 특히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는 군은 정해져 있다. 고령의 남성, 오랜 과로와 지병으로 생체 리듬이 완전히 무너진 환자, 그리고 사상체질적으로 소음인(少陰人)적 병태가 극단화된 경우다. 이들에게 부자는 뜨거운 열감을 주는 약이 아니라, 흐트러진 생체 리듬을 다시 조립하는 약이다. 부자를 복용한 환자가 “숨이 깊어졌다”, “정신이 명료해졌다”,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몸의 기둥이 세워진 것 같다”고 말한다면 처방이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반대로 이미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거나 염증성 열이 있는 고반응성 환자에게 부자는 불필요한 노이즈와 과부하를 초래한다. 부자의 위험성은 약 자체의 성질보다는, 환자의 반응성을 읽지 못한 ‘부적절한 타이밍’의 투여에서 기인한다. 결론: 부자의 자리는 양허의 가장 깊은 곳이다 부자는 모든 양허를 치료하는 만능약이 아니다. 보신양으로 해결되는 초기 단계를 지나, 노화와 소모로 인해 생리적 반응의 실마리조차 잃어버린 ‘시스템 정지’의 순간에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는다. 온신장양과 회양구역은 그 깊은 정적을 깨우는 한의학의 정밀한 언어다. 우리가 부자를 단순히 ‘열을 보태는 약’이 아니라 ‘반응을 되살리는 약’으로 정의할 때, 부자는 비로소 위험한 약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임상 현장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부자의 자리는 정해져 있다. 그 자리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한의사의 정교한 진단 능력이 빛나는 지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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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2026년도 신년시무식 개최(5일) -
심평원, ‘2025년 디지털정부 발전 유공’ 국무총리상 수상[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이하 심평원)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 디지털정부 발전 유공’ 시상에서 공공데이터 발전 분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데이터기반 행정 실태점검 평가’ 및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수기관에 수여되는 것으로, 심평원은 두 평가 모두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공공데이터 활용 역량과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심평원은 그동안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합리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특히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데이터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연계·분석해 마약류 의약품의 부적절한 사용을 예방하는 한편 건강보험 청구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의료기관 현장방문, 장기입원 사례관리 항목 발굴 등을 통해 의료이용 행태 개선과 건강보험 재정절감에 기여해왔다. 또한 온라인 기반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과 전국 단위 ‘빅데이터분석센터’ 운영을 통해 공공과 민간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환경과 다양한 의료통계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불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합리적인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선표 심평원 빅데이터실장은 “이번 수상은 심평원이 보건의료 분야 디지털정부 선도기관으로서 추진해 온 데이터 기반 행정 성과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데이터 활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분석 역량과 전문성을 고도화해 국민 신뢰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