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권 참여 길은 무궁무진…정치력 열세 극복해야”“국회의원들은 앞에서는 선뜻 협조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국회 정보공개 등을 통해 살펴보면 한의계와 자신 있게 약속한 국회의원들이 회의 내내 말 한번 못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한의계를 대변하기는커녕 한의계를 공격하는 의원들에게 항의조차 못하는 게 현실이죠.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국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차선으로라도 한의계와 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을 키우는 것도 한의계의 염원을 제도화하는 하나의 길이 아닐까요?” 4·15 총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선거운동 하랴 한의원 운영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한의사가 있다. 2016~2017년까지 강원 원주·횡성분회 분회장 겸 강원도한의사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중앙대의원을 맡고 있는 박성진 한의사(현대한의원 원장)는 4·15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무소속 권성중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거의 없는 요즘, 한의원 업무를 보면서 SNS를 통해 후보에 관한 글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전화 통화로 지지와 후원을 부탁하며 퇴근 후에는 선거사무실에 들려 회의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는 박성진 대의원으로부터 후원회장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후원회장’이라고 하면 정치적 후견인, 경제적 후원자가 떠오른다. 후보마다 후원회장을 선임하는 목적이 다양한 것 같다. 대부분이 사회나 정계, 재계의 유명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일단 후원회장은 선거 캠프에서 후보를 도와 함께 뛰는 지지자들을 이끌고 소통해 원활한 선거업무를 진행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며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최대한 법정한도까지 모금하는 일을 한다. 또 후보의 선거 전략에도 직·간접적으로 조언하고 선거기간 동안 후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용기와 의지를 잃지 않도록 서포트하기도 한다. ◇권성중 후보를 후원하게 된 배경. 개인적 인연이다. 권 후보는 고교 동창으로 30년 지기 친구다. 원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평소 소신 있게 말하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사람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협력해 지역사회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나서야 할 때 피하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해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이런 친구가 지역이나 국가의 리더가 돼야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 ◇한의사의 정치 참여, 어떻게 해야 할까? 한의계가 제도나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유가 ‘정치력의 열세’ 때문이라는 말을 학창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20대 국회에도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여전히 한 명도 없다. 최선은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한의계와 잘 소통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 제도권 내에 참여하는 길은 사실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가능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열어두고 활동하다보면 한의사 국회의원이 여럿 배출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이 정당 활동으로 확대돼 참여할 토대를 갖출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작은 일이라도 어딘가에 소속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총선을 넘어 이후 계획 등 한의사로서 삶의 목표. 후원하는 권성중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되면, 한의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한의약 발전에 관한 정책이 실현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우선은 당선이 목표다. 세제 혜택 등 개인은 500만원 한도 내에서 후원이 가능하다. 한의사 회원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사상체질의학을 전공했는데, 일상생활 속에서 사상체질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준비 중이다. -
한의사 떠나 의료인으로서 코로나19 극복에 힘 보태는 것 ‘작은 보람’[편집자 주] 인천 남동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신학수 인천광역시한의사회 학술이사. 본란에서는 신 이사로부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 및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 등을 들어봤다. 신 학 수 학술이사 인천시한의사회 (남동구보건소) Q. 인천 남동구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는? “2월18일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던 남동구 주민들 중에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의 선별진료소 방문이 대폭 증가했다. 이전에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 2명이 교대로 선별진료소를 전담했지만,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면서 점차 의료진을 포함한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의 업무 강도와 피로가 가중됐다. 이에 대응해 보건소도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했고, 이에 따라 2월26일부터 진료에 참여하게 됐다. 현재는 보건소의 의사 2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 2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Q.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1차 역학조사를 마친 검사자를 대면 진료하고, 검사 적합 여부를 결정한 후에 검사실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유관한 증상이 있는지 판별하고, 여행력과 기존 확진자와 역학적 상관성 등을 고려해 검사 대상자를 선정한다. 검사 대상자는 독립된 음압 채취실로 자리를 옮겨, 구인두 주위와 비강내 분비물을 채취한다. 서울시 구로구의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3월9일에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남동구 주민이 진료소를 방문했고, 절차대로 검사를 진행해 확진판정이 나왔다. 밀접 접촉했던 저도 다음날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Q. 남동구 선별진료소의 상황은 어떠한지? “현재 선별진료소는 남동구 기관의 보건인력이 대부분 투입돼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진료실의 의료진과 간호사뿐만 아니라 방문간호팀, 치매사업팀의 간호사와 각 주민센터의 방문간호 인력까지 본인의 업무를 미뤄두고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야간 및 주말에는 보건소의 행정 직원도 투입돼 진료를 돕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경북에서 환자가 폭증하고 전국적으로 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역학고리를 따라 지역마다 무증상 검사대상자가 대폭 증가했다. 남동구보건소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르듯이 대량의 검사를 시행했고, 현재는 증가세가 감소하면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인천도 간헐적으로 한, 두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Q. 다른 지역에서는 한의사의 검체 채취업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정신적 피로감이다. 물론 보호복을 착용하고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 정도 근무하면 육체적 피로도 상당하다. 하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언제라도 내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작게는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고 특히 지역 보건을 담당하는 보건소 내에 집단 감염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항상 있다. 또한 보호 장비나 검체가 오염되지 않도록 작은 행동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힘들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펑퍼짐한 보호복을 입고, 김이 서려 시야가 흐려진 고글을 쓰고, 두겹으로 낀 장갑 때문에 무뎌진 손으로 깨끗하게 검체를 채취하는 일은 보통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Q.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면서 한의사로서 느끼는 보람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정부는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직에 있는 의료인으로서 방역사업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과의 구별도 필요치 않고 자격과 능력이 된다면 누구나 함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로서가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 Q. 남동구는 전국 최초로 전담 한의사를 채용해 경로당 한의이동진료도 실시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시행하는 경로당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구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한의사와 간호사를 배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관내 140여개 사립 경로당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고, 질병 예방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구립 경로당은 남동구한의사회의 여러 원장님들이 방문해 애써주시고 있다. 이렇게 제도적으로 준비해 시행하는 경우가 유일하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의 주목을 받고 있고, 그만큼 좋은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여러 곳으로 확대된다면, 그만큼 기관에서 한의사의 활동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극복 위한 한의협 취지에 공감해 기부 결정”[편집자 주] 최근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지원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00만원 상당의 탕전서비스로 통큰 기부를 실시한 옥천당공동탕전실의 구태훈 대표를 만났다. 구 대표는 동의한의대 94학번으로, 졸업 후 부산에서 잠시 한의원을 개원한 이후 2009년부터 공동탕전실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Q. 옥천당공동탕전실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옥천당공동탕전실은 옥천당한의원의 부속탕전실로 2009년 ㈜옥천당과 함께 설립된 전문 한약조제 탕전실이다. ㈜옥천당은 공동탕전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설비 및 시스템을 개발하였으며, hGMP 한약재를 제조하여 공동탕전실 및 한방의료기관에 유통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 및 한약제제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옥천당공동탕전실은 2009년 울산의 가지산탕전실을 시작으로 부산탕전실, 서울탕전실(일산), 2017년 대구탕전실까지 총 4개의 전문 탕전실을 운영하고 있다. Q.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 최근 1000만원 상당의 탕전서비스를 기부한 것으로 들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부하게 되었는가? A.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취지에 공감하여 코로나19 극복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기부하였다. 옥천당은 전화센터의 처방을 직접 조제, 발송할 수 있는 탕전실이 대구에도 있어, 현금보다는 탕전서비스로 기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Q. 기부한 탕전서비스는 어떤 식으로 활용되나? A. 전화센터에서 진료 후 처방을 옥천당공동탕전실 홈페이지의 온라인처방스템을 통해 접수만 하면 그 이후 과정은 모두 탕전실에서 처리하게 된다. 조제, 탕전, 포장 및 모든 공정은 언제 누가 작업하였는지 그 이력이 실시간 상세히 처방한의사가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처방입력시 총비용 및 각 약재의 가격과 원산지, hGMP제조이력 및 관련 증명서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조제된 약재사진과 포장작업시 사진을 조회할 수 있다. 모든 작업 공정과 배송과정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사는 진료와 처방만 집중하면 안전하게 환자에게 약이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Q. 한의진료 전화센터 개설 초기에도 한약재를 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한약재 후원은 ㈜옥천당에서 제조한 원료의약품을 후원한 것이다. 중국에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폐배독탕 연조엑스를 제조하기 위한 약재 중 일부를 후원하였다. 한의학의 특성을 살린 개별 변증을 통한 진료 및 처방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특정처방을 대량 조제하여 빠르게 투여하고 후속연구도 같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의계의 다양한 노력에 최대한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후원하였다. Q.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약의 효과성이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과도한 공포가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 개인위생과 더불어 인체의 면역력을 기르는 한의학적인 접근은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다만, 효과를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통계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 근거를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다. Q. 코로나19로 인해 옥천당 원외탕전의 조제 현황에도 변화가 있는가? A. 전반적인 매출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한의원의 내원환자가 급감하였으니 당연히 원외탕전의 조제 수요도 줄고 있는 것이다.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어 힘든 상황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Q. 신학기와 봄을 맞이해서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했을 것 같은데, 매출 역시 타격을 입었을 것 같다. A. 매년 신학기를 맞이하여 총명탕 등 수요가 있는 약속처방 조제료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 올해도 이벤트 진행 중인데,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주문 처방이 실종된 상태다. Q. 옥천당의 기업이념 및 특징이 궁금하다. A. 옥천당은 한약을 조제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전산시스템으로 처방을 관리하는 현대적인 기술이 결합된 곳이다. 다양한 한의원의 처방이 한곳에서 조제되면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일정규모가 되면 학술적인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 속에서 새로운 한의학 발전과 현대인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Q. 한의신문 구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코로나19로 모든 한의원이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화를 복으로 바꾸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환자를 위한 마음으로 작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한다면 언젠가 한의학에 대한 시선도 더 좋게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전염병 대책을 준비할 때 한의학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였으면 좋겠다. 옥천당도 계속 노력해 가겠다. -
큰 호응받는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지난 1월 20일이다. 근 70여일이 흐른 현재 코로나는 마스크 착용, 손씻기, 거리두기 등 국민 삶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완벽히 종료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사라지지 않는 소규모 집단감염과 유럽내 확진자 및 사망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한의사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알아주지도 않고, 지원도 전무함에도 연일 고군분투 중이다.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는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모두 1866명(초진 602명, 재진 1264명)의 환자를 돌봤다. 투약건수 만도 모두 912건이며, 이는 일평균 61건의 투약이 이뤄진 셈이다. 초진 및 재진 환자 수와 더불어 투약건수도 나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확진자들이 한의사들의 노력과 한의약의 효용가치를 인정하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호응을 정부와 양의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역학조사·검체 채취에 한의사 적극 활용 △의료봉사 자원한 한의사들의 대구지역 즉각 배치 △확진자들의 한방병원 입원 허용 및 한·양방 협진 실시 △생활치료시설 입소 확진자에 대한 한의사 대면진료 시행 △자가 격리자에 대한 한의사 전화상담 및 한약처방 허용 등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화답은 전무했다. 자가 격리자에 대한 한의사의 전화상담 및 한약처방은 정부가 인정했다기보다는 한의사들이 더 이상 확진자들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 경비, 시설, 약제, 인력 등을 모두 자발적으로 동원하여 진료에 나섰기에 가능했다. 오히려 양의계의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0일 국민신문고에 ‘한방의료기관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의 한시적 허용방안’에 대한 민원 제기를 통해 이는 환자 유인 및 알선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이에 편승하듯 생활치료센터의 담당 의사들도 시설 내에 한약 반입을 금지하는데 앞장섰다. 의사들이 의사면허증을 처음 받아들고 맹세하는 것이 의료인의 윤리적 지침을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그 내용 중에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으며,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다는 다짐이 있다. 현재 양의사들의 행태를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냥 문헌적 다짐에 불과하다. 그들의 실천없는 맹세는 공허하고, 울림이 없다.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확진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들의 아픔을 덜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지식과 정보, 처방, 진료가 총동원돼야 한다. 이를 가로막는 무수한 장벽들은 즉시 제거돼야 한다. -
[ISSUE Briefing] 한의학과 출발점이 유사한 미국 일차의료 전문의 정골의사(DO)본고에서는 한의학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미국내 정골의학의사(DO)제도 도입 연구’ 최종보고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김주철 책임연구원 정골의학은 1874년 앤드류 스틸이 기존의학에 큰 회의감을 느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물 투여 없이 수기요법을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 정골의대의 커리큘럼은 약물사용을 금하고 해부학과 정골의학의 원리 및 기술에 한정되었다가 1920년 미국 전체 의대 수준을 평가했던 플렉스너 리포트에 의해 정골의대 대부분이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약물사용의 부작용이 줄어들면서 커리큘럼을 의대 교육 기준에 맞춰 과감히 변경하였다. 이후 오늘날 DO는 약물처방과 수술 등 의료인으로 가능한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확보하였으며, 미국의 일차의료 전문의로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약물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인체구조 정상화 이론을 기초로 탄생한 정골의학 정골의학(Osteopathy)은 1864년 자신의 세 아이를 척수막염(Spinal Menigitis)으로 잃은 후 기존의 현대의학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의사(Medical Doctor, MD)였던 앤드류 스틸(Andrew Taylor Still)에 의해 시작되었다. 앤드류 스틸은 현대의학에서 효과가 없는 치료방법에 불만을 느껴 병을 고치는 의사의 역할은 근골격계 기능의 적절한 회복이라고 믿었으며,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는 척추뼈를 원래 자리로 오게 함으로써 신경에 영향을 주어 체액의 흐름의 폐쇄나 불균형이 해소된다고 생각하였다. 뼈의 잘못된 배치로 인해 체액이 막히거나 불균형을 이루어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고 신체 스스로 타고난 치료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의학 체계를 만들게 되었고, 이를 인간의 뼈(Os=bone)와 병리학(Pathology)을 결합한 정골의학(Osteopathy)이라 하였다. 정골의대의 모태 A.T. Still University 1892년 커크스빌(Kirksville)에 최초의 정골의학대학교(American School of Osteopathy)를 설립하였으며, 이 학교는 나중에 앤드류 스틸의 이름을 따서 A.T. Still 대학으로 발전하였다. 앤드류 스틸은 약물사용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여 초기 DO대학의 커리큘럼은 약물사용을 금하고 해부학과 정골의학의 원리 및 기술에 한정되었다가 1930년대 중반 약물사용의 부작용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약물치료에 대한 수업이 시작됐다. 학위는 의사(MD)와의 차별화를 위해 정골의사(Diplomate in osteopathy-이후 Doctor of osteopathy, DO)로 사용하였으며 현재까지 DO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의과대학 커리큘럼 중심으로 교육과정 개편 1920년 정골의학은 대변혁을 맞게 되는데 교육학자인 에이브러햄 플렉스너(Abraham Flexner)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앞서 플렉스너는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서를 출판한 뒤 카네기재단의 요청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의과대학을 평가했다.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서를 출판하고 나서 미국 의학교육계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의학과 정골의학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로 인해 미국 내 많은 의과대학이 폐교됐으며 미국, 캐나다 전역에 있던 155곳 의과대학 중에서 약 10년 뒤인 1929년에는 76개로 감소했다. 플렉스너는 DO들도 MD와 같은 질환을 치료한다 보고 동일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정골의대를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조사결과 정골의대는 교육, 임상 면에서 MD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후 수술, 화학 및 생물요법 등을 교과과정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초기 정골의대는 교육 과정이나 철학은 기존의 의대와는 차이가 있었으나 생물 의학의 기초와 임상 과학 지식이 점차 축척 되고 정골의학의 원리가 기존의 의학체계에 수용되면서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지게 되었다. 약물 처방, 수술 등 의료행위에 제한 없는 DO DO는 1973년에 이르러서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완전한 진료권(Full Practice Rights)’을 획득했다. 즉, 수기치료 외에도 수술치료, 약물처방 등 MD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에 제한 없이 모든 영역의 진료가 가능하다. 현재 정골의대는 미국 31개주에 34개의 학교가 분포되어 있으며, 세계의과대학명부(The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에 등록되어 있다. 모든 정골의대는 의대(Medical School)와 동일한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52주 교육과정에 MD는 2,000시간을 이수하고 DO는 200시간이 초과된 총 2,200시간을 이수한다. 학기 중에는 Longitudinal Chronic Care(만성질환자와 학생의사 1:1 매칭)와 같이 다양한 임상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 전까지 표준화된 환자 경험하고 있다. DO는 대학 졸업 후 필수적으로 1년간 인턴 수련을 해야 하며, 인턴 프로그램은 미국정골의학협회(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 AOA)에 의해 승인된 것으로 여러 전문과를 순환하는 Traditional Rotating, 특정한 전문분야를 수련하는 Special Emphasis, 하나의 특정 전문과를 수련하는 Specialty Track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는데 대체적으로 DO의 61.6%가 Traditional Rotating 수련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MD와 같은 방법으로 전공과에서 2년~6년간의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DO는 정골의사로 활동 할 수 있는 COMLEX(Comprehensive Osteopathic Medical Licensing Exam)와 MD가 되기 위한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 모두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고 면허를 취득 할 수 있다. 정부 주도로 예방의학에 장점을 지닌 DO 배출 확대 DO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 직종 중 하나로 미국 정부에서 오바마케어와 관련하여 일차의료 및 예방을 강조하였고 인체의 골격 시스템, 예방의학, 총괄적인 환자 보살핌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는 정골의학이 이에 부합하여 일차 의료인을 양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의해 DO 배출이 확대되었다. 2000년 이후 DO의 수는 47,197명에서 114,425명으로 240% 증가하였으며, 오늘날 4명의 의대생 중 1명은 DO대학에 재학 중으로 DO대학 입학생은 5년마다 25%씩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일차의료 전문의로 지위와 역할을 확보한 DO DO의 57% 정도가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같은 1차 의료(Primary Care)를 담당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DO의 31.9%는 가정의학 진료(Family Medicine), 17.8%는 내과(Internal Medicine), 6.8%는 소아과(Pediatrics) 진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문화된 분야를 진료하고 있다. A.T Still 대학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사회에 DO들이 활동 할 수 있도록 국립사회보건센터연합회(National Association of Community Health Centers)와 협약을 맺고 10개의 다른 주에 위치한 연방정부 공인의료센터(Federally Qualifeid Health Centers, FQHC)에 학생 의사들을 파견하여 일차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MD와 교육과 수련, 업무범위에서 실질적, 법적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DO는 미국 일차의료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일차의료 전문가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DO 교육과정을 통해 일차의료 전문의로서 한의사 임상역량 강화 방안 모색 DO는 100년간 스스로 의약품(Chemical), 전문의(Resident), 수술(Surgery) 등이 우리(DO)의 진료 범위에 속한다고 선언하고 교육 개편을 기본으로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뒤에야 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에서는 의사들이 단순히 6년간의 교육 만 받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충분한 실습을 권고하는 등 세계의학교육 패러다임은 지식전달에서 임상역량 강화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한의사가 한의 전문의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의대 6년 과정 내 의생명과목이나 일반 검사와 진단에 대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과 전문과목 심화교육과 임상수련을 병행하는 ‘한의대 졸업 후 교육’필수화 등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료기기와 전문 및 응급의약품 사용, 각종 검사와 건강검진 실시 등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에서 제한되지 않도록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가치는 지켜나가면서 DO처럼 한의계 또한 스스로 선언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보수, 진보, 중도 VS 부의, 빈의, 봉직의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3월 10일은 COVID-19가 국내에 상륙한 지 50일이 되는 날이었다. 21대 총선이 채 1개월도 남지 않아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로 불리워야 마땅한 요즈음인데 예비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미소” 위에 얹혀진 이름 석자를 “사회적 거리 두기” 현수막들이 가려버린 느낌이다. 입춘(立春)이나 경칩(驚蟄)을 헤아리며 봄날의 들뜸을 즐기는 일 역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뿐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당분간은 버거운 일이 되었다. 31번 확진자에서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던 환자수 그래프가 몇 주 전 정점을 찍고 이제 겨우 아주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한 국내의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그 어떤 갈등이 개입될 여유는 없어보였다. 여야의 갈등도 양한방의 구별도 지역갈등도 사치스럽게 보였던 날들도 있었다. 여(與)는 몇 가지 과정에서의 착오와 실수는 있었지만 최선의 방역으로 이만큼 버텨내고 있다는 자평을 하였고 야(野)는 이게 나라냐며 여전히 정부의 모든 것을 질타 중이다. 의협은 면마스크를 권고한 적 없다며 마스크 부족사태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정부무능을 비난했고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자문을 한 교수들에게 “비선자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급기야는 자문팀을 해체시키기에 일조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기여하기 위한 눈물겨운 안간힘 대구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뉴스에 많은 한의사들이 자원봉사를 원했지만 의료계와 정부는 검체 채취는 일반의사의 업무라며 한의사의 의료봉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고 의협은 그렇게도 봉사가 하고 싶으면 대구에는 내려오되 “비의료” 봉사나 하라며 의료 봉사에 “한의사들은 제외”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러한 무시에도 불구하고 한의협은 확진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인 경증 환자들을 위한 전화상담 센터(1668-1075)를 별도로 마련하여 환자들의 증상을 모니터하고 환자들이 원할 경우 무료로 한약처방을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어떻게든 기여해 보려는 눈물겨운 안간힘으로 간당간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에도 일회성으로 한의사들의 의료봉사 센터 운영에 대한 보도가 나갔을 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센터가 운영 중인지 보건당국의 경증환자 치료에 한의학적 개입이 “통계상의 오류”를 유발하는 “불필요한 개입”으로 간주되어 혹시라도 중단 권고조치를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3월 9일 한의협으로부터 발송된 단체메일의 제목은 “코로나19 한의진료권고안 안내”였다. <중국위생위진료방안 6판>에 나오는 청폐배독탕(淸肺排毒湯)을 통치방으로 권유하였으며 이 처방은 급성 호흡기 질환 및 항바이러스효과가 입증된 마행감석탕(麻杏甘石湯), 사간마황탕(射幹麻黃湯), 소시호탕(小柴胡湯), 오령산(五笭散)을 조합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중의약 진료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1월23일부터 2월9일까지 중국임상실험등록센터에 등록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임상연구의 53%가 중의약, 중서의결합 관련 연구였다는 사실도 “코로나19”에 한의학적 치료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근거자료로 제시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보건복지부의 한 국장님의 말을 빌자면 “코로나19”에 중국 내에서의 중의학과 중의사 활용방안을 인용하며 한국에서도 한의학과 한의사의 참여공간을 주장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으며 백신 개발 이전이라 별다른 치료약이 없으니 한약이라도 써 보자는 것을 한의사들을 뺀 그 누구가 인정하고 응원할른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저술 지금 한의협이 이 국가적 위기에 동참하고 싶은 그 순수한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은 그저 “노땡큐”이며 오히려 이 위기를 발판으로 한의사들의 쪼그라들고 있는 입지를 넓혀 보고자 협회 차원에서 정치하는 것처럼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국민들이 한의계에 보다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까 걱정된다는 말씀도 보태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를 위한 한의협의 의료봉사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많은 한의원들의 블로그와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청폐배독탕으로 치료하세요”라는 광고글이 떴었고 의협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를 시험하려는 한의사단체의 비윤리적 행위를 국민을 상대로 하는 장사행위로 간주해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물론 이 위기에 영양제, 유산균, 코로나19 예방주사 장사꾼으로 나선 비양심적인 의사들을 맞비난하며 손가락질이라도 하고 싶지만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순수한 의료인들을 감안해서라도 지금은 각자의 진료공간에서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내원하고 있을지도 모를 환자분들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병행하며 우리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만이 최선일 듯 하다. 1993년 여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 (1925~ 2004.12.19.) 선생님은 경북 봉화군의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좌익계열의 반제국주의 청년운동가로 지내다가 6.25전쟁 후 낙향하여 평생 농사를 지으신 분으로 이름과는 달리 평생 “좌익”으로 사신 분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분과 주고받던 편지글의 모음인 이 책을 추천하며 시인 신경림은 전우익 선생님을 “깊은 산 속 약초같은 사람”으로 회상하였다. “정신과 육체의 수많은 병이 나돌고 사람들은 약으로 수술로 병을 다스리려 드는데 말도 안 돼요. 병은 크게는 세상에서 작게는 생활에서 옵니다만 세상과 각자의 삶을 고치려 들지 않고 병만 고치려 하는 것 같아요.” 한의대에 갓 입학했던 나로서는 이 단순해보이는 문장에서 현대의학의 한계와 피상성을 지적하고 한의학의 철학적인 기반을 지지받은 듯한 느낌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병리나 바이러스 질환 등에 천기(天氣)니 사기(邪氣)니 한열(寒熱) 등의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한의학적 용어들을 꿰어맞추려는 경우 무리한 억지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에 있어서 “청폐배독탕”이라는 중국과 한국의 권고처방이 “백신” 생산 이전의 대체제가 되기에는 보편성과 합리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가리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다. 한 사회 내의 한정적 권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정치는 “제도화된 갈등”이며 그 갈등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4·15 총선은 치러질 것이다. 한의사 출신 몇 분이 출사표를 던지셨다던데 각 지역구에 최종 후보로 공천이 되셨는지는 모르겠다. 늘 한의계 내외의 인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한의계는 정치력이 부족하다” “한의계는 다른 의약단체들에 비해 로비력이 부족하다” “한의사 출신으로 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뛰는 사람들이 너무 없다” 한의계가 지금보다 더 잘 나갈 수 있는데 정치적인 파워가 없다는 말인가? 과연 한의사 출신 4년 임기의 국회의원 한 두명 나온다고 한의계의 정치력이 또는 한의학의 대한민국 안에서의 입지가 금방이라도 상승될 수 있을까? 보수, 진보, 중도로 편을 갈라 싸우자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정치과정에서의 사상과 지향점의 차이에서 나타난 결과적 그룹일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 도출되는 갈등을 또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토론이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치가 공적인 기여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아야 그 직능 또는 이익단체는 지속적으로 “정치력”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개원가가 협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마당에 개인희생을 감수하며 이러한 인정투쟁, 가치투쟁에 영혼과 시간을 갈아넣어 한의계의 정치력 향상을 위해 봉사할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이 또한 자발적이어야 하기에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처음 읽었던 1993년. 그로부터 27년만에 다시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순히 책 제목 때문이었다. 한의계는 그동안 어떤 가치를 추구해 왔을까? 의협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중의, 중서의결합의를 적극 활용하는 오늘날의 중국의 의료환경은 어떻게 확립되었을까? 한의사들의 보다 넓은 사회참여를 위해서 전념해야 하는 공적인 영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7년간 한의계의 정치력은 과연 성장 중인가? 대외적으로 더 큰 힘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였는지 언젠가부터 한의계 역시 내부경쟁으로 초집중되어 개원가는 서로의 살을 깎아먹는 전쟁터가 되었다. 건물 하나에 2~3개가 옹기종기 간판을 내건 한의원들 사이에서 젊은 후배들은 365일 야간진료하는 시간파괴 진료를 고집하기도 하고 온라인 광고를 끝내주게 잘해서 전국적으로 초진환자를 잘 배분해준다는 비싼 프랜차이즈 한의원에 파트너 한의사로 투자를 감행하기도 한다. 모두가 부의를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많은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반강제적으로 실천할 수밖에 없는 빈의라 불리우는 계급에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부의와 빈의의 갈림길을 모두 거부한 귀차니즘의 신봉자들은 봉직의를 고집스럽게 유지하기도 한다. 한 번 굳어진 취향이 바뀌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면허취득 이후 본인 선택에 따른 이 세 갈래길은 긴 시간 평행선을 달린다고 보면 된다. “뉴 노멀(new normal)”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주로 경제의 변화 흐름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의미한다.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Nathan Wolfe)는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즉 “세계화된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이미 진입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다시금 도래할 신종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대비하려는 안전에 대한 의식과 열망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개개인은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감수성을 추구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관통하며 제도권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일개한의사로서의 초라함이 냉정함을 되찾을 무렵 일반인들의 “안전에 대한 기대의식”에 부합할 수 있는 “뉴 노멀” 한의학의 변혁은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할까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약비임상시험센터, 한약 과학화의 초석을 다지다정용현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약비임상시험센터장 (한약자원개발본부장) 한약(재) 안전성, 유효성 평가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이응세) 한약비임상시험센터(GLP: Good Laboratory Practice)는 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9년 11월 전남 장흥에 준공됐다. 그동안 한의약 업계 숙원 사업인 ‘한약의 과학화’를 위한 초석을 다진 것이다. 대지면적 8,000㎡(연건축면적 2,537m²)에 한약 독성 평가와 유효성 평가 시설을 갖춘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일반독성시험과 세포나 미생물을 사용하는 유전독성시험을 수행한다. GLP 시험은 운영책임자가 시험책임자의 시험계획서를 승인함으로써 시작되는데, 반복적인 시험은 표준작업지침서(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에 따라 담당 연구원이 수행한다. 한약비임상시험센터에서는 일반운영, 기기관리, 조직병리, 유전독성, 시험일반, 신뢰성보증 등에 관한 표준작업지침서 130종을 작성하여 반복적인 독성시험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GLP 시험은 중요한 독성시험 수행과정에는 신뢰성보증(QA) 담당자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GLP 시험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운영책임자와 시험책임자 그리고 신뢰성보증 담당자는 겸직을 못하게 하는 등 GLP 시험 시스템 유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적화된 분석기술로 한의약 산업 활성화 합성의약품과 달리 한약의 독성평가는 높은 수준의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합성의약품은 구성 물질이 복잡하지 않는 단일 물질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표준적인 분석 및 조제방법이 확립되어 조제물분석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 하지만 한약은 구성 성분이 복잡하고 시험물질의 특성에 부합하고 시중 한약을 대표할 수 있는 표준 조제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한약은 기원 약재가 같아도 산지, 재배 조건, 기후, 채집시기, 건조, 용출방법 등에 따라 성분이나 지표함량이 다를 수 있다. 한약은 다양한 물질의 혼합체로 이루어져 있어 적합한 지표물질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분석해야 하는 기술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아울러, 한약의 약효 및 독성은 해당 약재에 함유된 특정 성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성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것일 수도 있어 이에 대한 해석과 검증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조제와 분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약에 최적화된 분석기술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한의약 기업에 독성시험자료 제공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한약 분석과 평가를 위한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한약에 대한 안전성 확보로 한의약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한약을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GLP시험기관의 비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수행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아 생산함으로써 의약품 개발이 완성된다. 이러한 의약품 개발의 전 과정은 단계별로 국가에서 제시하는 엄격한 관리기준에 따라 시험과 생산이 이루어진다. 비임상시험은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Good Laboratory Practice)에 따라 관리되며, 임상시험은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GCP: Good Clinical Practice)에 의해 관리된다. 또한 임상시험용 의약품 및 시판용 의약품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따라 생산된다. 양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는 독자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효능시험과 독성평가시험 등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약 관련 기업은 투자가 미미하다. 그 이유는 오랜 기간 사용해온 한약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특허나 재산권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고, 한의약 기업은 양약 제약회사에 비해 투자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기관인 한약비임상시험센터가 완공되면서 한약 신약 개발을 위한 추진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신약 개발은 적절한 후보 물질을 선정하고 효능과 독성시험을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한약비임상시험센터가 한약 신약 개발을 꾀하는 한의약 기업에 한약자원 독성시험자료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제수준의 GLP 관리체계를 갖춘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한약 사용량 및 생산량, 처방 빈도, 한약 독성 예측정도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독성시험 평가를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외국에서 개발 중인 신물질에 대한 비임상 안전성평가 시험도 가능해 외화획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약 처방의 장·단기 독성평가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약 GLP독성시험 인증을 받기 위해 2019년 9월부터 유전독성시험 3분야, 단회독성시험 등 분야별 시험책임자와 운영책임자를 선임해 인증을 준비해왔다. 2020년 전반기 유전독성시험과 단회독성시험에 대한 GLP인증을 신청하고, 후반기에는 반복독성시험 인증을 위한 13주반복독성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약 신뢰도를 높이고 한약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약재와 복합 한약제제에 대한 독성평가 등 일반 의약품 수준의 비임상시험 기준을 적용한 안전성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독성이 예측되는 한약재, 보험산제 한약재, 다빈도 사용 한약재 등에 대한 독성시험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임신관련 한약 독성평가를 위한 생식독성평가,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소아독성평가 등 한약의 사용 목적과 복용 대상에 따른 독성평가는 물론, 세계적인 추세인 실험동물 사용금지 및 제한운동에 동참해 다양한 동물대체시험법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약비임상시험센터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한의사협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한방병원, 원외탕전, 한의원에서 널리 사용되는 한방처방에 대한 장·단기 독성평가를 지원함으로써 한약 발전의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약비임상시험센터에서 생산하는 독성평가시험 등 과학적인 자료는 한약의 건강보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되며, 한의과대학, 한방병원 등 한방의료 전문가가 제시하는 한방신약 또는 한약에 대한 독성평가를 활발히 지원할 계획이다. -
우리의 한의학 ① 한약의 안정성, 안전성과 유효성의도하지 않게 한의신문에 원고를 투고해야 하는 덫에 걸렸다. 아주 옛날 『아! 한의학』 이란 신변잡설 책을 쓰고는, 그 이후에 수필이나 칼럼 같은 글은 거의 쓰지 않는다. 뭐 글 쓰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 근무하는 공공기관에서 매일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공문서 작성보다 한의사가 한의사를 독자로 하여 한의학 소재로 글을 쓴다는 자체가 더 난감하고 어렵다. 또 개인 글이라는 것이 자기 자랑이 스며들며, 세상과 남 탓하는 꼴 보기 싫은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의신문과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인정 (人情)에 몰려서 쓰겠다고 했다. 뭘 쓸까 고민하다가, 최근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한 유명한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개인 경험과 생각을 두서없이 이야기하듯 작성하기로 했다. 오늘날 과학 문명사회가 요구하는 약에 대한 세 가지 공공기관에서 여러 해 동안 한약 연구 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한약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시작하였으면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 ‘기생충’과 ‘한약’을 검색해보니, 영화 기생충에서 배우 이선균이 냉장고에서 꺼내먹은 것이 한약인지? 그리고 한약으로 기생충을 없앨 수 있는지? 질문이 있다. 오늘날 과학 문명사회는 약에 대해 세 가지를 요구한다. 즉 약을 구성하는 물질의 안정성 (安定性: stability), 안전성 (安全性: safety), 유효성 (有效性: efficacy) 근거 자료이다. 이 세 가지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어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인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부터 자료 검토 후에 허가, 제조, 유통을 승인받는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한약뿐 만아니라, 합성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식품 등에 대한 사건이 발생되면, 그 물질의 안정성, 안전성, 유효성이 논란 주제이다. 한약은 이 세 가지 이외에 천연물이기 때문에 식물 동물 광물 기원 (起源)이 명확해야한다. 그 동안 한의계는 이런 자료 없어도 지금까지 2천여 년 동안 조상들이 복용하여왔기 때문에, 안전하고 유효한 의약품이라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었다. ‘한약은 약으로 안전하고 효과있다’는 대명제 이에 대해서 대한의사협회가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였고, 2015년 식약처 한약정책을 헌법 위헌 확인 소송까지 청구하였지만, 3년 뒤 2018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재의 한약 관리제도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다. 법적으로 한의계의 ‘한약은 수천 년 동안 사용하여왔던 약으로 안전하고 효과 있다’ 는 대명제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 반전이 있다. 협회와 학회에서 ‘한약의 과학적 안전성·유효성 근거를 창출하여 국민 보건에 이바지 하겠다’ 고 발표한다. 소비자 단체들이 환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요구한 것일까? 현 시대적 상황이, 이제 더 이상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재되어있고,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복용하였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을 한 것일까? 아니면 복지부와 사전 정책적 조율을 한 것일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한의사제도가 도입된 1951년부터 이러한 정책을 표방하고, 70년 동안 의약품 요소를 기둥으로 삼아 기초 및 임상 연구를 체계적으로 계획 수행하였다면, 오늘날 한의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그 동안 한의학계가 이런 연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근거중심의학이 주류인 현 의료사회에서 경쟁력이 높은 자료라고 할 수 없다. 한약의 과학적 근거자료 끊임없이 요구 이 문명사회에서 자기가 복용하는 약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도 과학적 자료가 없으면 누가 복용하겠는가? ‘이 약은 한국의 조선시대 중기 발간된 『동의보감』에 수록된 전통약이며, 2009년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는 더 이상 과학화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다. 향후 미래에는 한약의 과학적 근거 자료에 대해, 공급자인 한의사단체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환자단체, 건강보험금을 지급하는 정부 및 보험단체, 한약정책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 및 식약처, 약화사고를 판단하는 법원 등에서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한약처방에 대한 안정성,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연구 사업을 수행하여 『표준한약처방』 책을 발간하고, 전통의학정보포털 ‘오아시스’에서 과학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콩의 섬유질이 체중 감소·장내 미생물군총의 균형유지에 효과적인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한은경 채영한의원 ◇ KMCRIC 제목 콩에서 추출한 섬유질을 꾸준히 섭취한 성인에게서 체중 감소 및 장내 미생물군총의 균형 유지 효과가 나타나는가? ◇ 서지사항 Lambert JE, Parnell JA, Han J, Sturzenegger T, Paul HA, Vogel HJ, Reimer RA. Evaluation of yellow pea fibre supplementation on weight loss and the gut microbiot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BMC Gastroenterology 2014 Apr 8;14:69. ◇ 연구설계 Double-blind, placebo- controlled, parallel group study ◇ 연구목적 과체중 및 비만인 성인에게 완두콩 섬유질(yellow pea fibre) 추출물을 섭취시켜 1) 체중 감소 정도 2) 혈당 조절 및 대사증후군의 양상 3) 음식 섭취 및 식욕 조절 정도 4) 장내 미생물군, 혈청 및 분변(fecal water)에 동반된 대사물질에 대한 결과를 측정하고자 했다. ◇ 질환 및 연구대상 과체중이거나 비만인(BMI 25~38kg/m²) 18~70세의 성인 60명 ◇ 시험군중재 5g의 콩 섬유질을 포함한 비스킷을 하루 3번 식사 시, 12주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 대조군중재 시험군의 비스킷과 동일한 열량이지만 콩 섬유질이 없는 비스킷을 하루 3번 식사 시 12주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 평가지표 1차 평가지표: 12주간 체지방의 변화 2차 평가지표: 내당능, 식욕 조절 정도, 혈청지질 및 염증 표지자의 변화, 신체 계측 정보(키, 몸무게, BMI, 허리둘레)의 변화,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양 ◇ 주요결과 이 연구는 임상연구 프로토콜로서 시험군/대조군의 결과가 없다. 참고적으로, 결과의 기준이 되는 측정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신체 계측 정보 및 체지방량 2) 평소 식습관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3일간 식사 기록 3) VAS 척도를 통해 식욕의 측정 4) 내당능 검사 5) 혈청지질, HbA1c, CRP 측정 검사 6) ghrelin등 식욕 조절 호르몬 검사 7) 장내 미생물군의 종류 검사 8) 분변을 통한 체내 대사물질 분석 ◇ 저자결론 이 Study Protocol은 콩 추출물로 식이 섬유질을 보충할 경우, 장내 미생물군의 조절을 통해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에게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콩에서 추출한 식이섬유 보충제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되는 데 필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KMCRIC 비평 최근 기능성 식품에 대해서 소비자, 생산자, 연구자 모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콩 추출물을 이용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는 임상연구 프로토콜로써 작성됐다. 현재, 콩 추출물이 양질의 식이 섬유질 보충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1]. IOM(Institute of Medicine)에서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38g의 식이섬유질 섭취가 필요했다는 기준을 언급하면서 본 실험에서는 단지 하루 15g의 식이 섬유질 섭취를 계획했는데, 체지방 감소나 혈청 지질 등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섬유질을 섭취할 경우 이에 적합한 충분한 복용량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2]. 이 프로토콜은 피험자들의 평소 식이를 유지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섬유질을 일부 보충하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영양의 불균형에 대해 고려할 수 없고[3], 이 점은 실제 임상연구를 진행할 경우 평가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다. 또, 향후 임상연구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피험자의 기준을 '대사증후군의 inclusion criteria를 만족시키는 성인' 등으로 보다 구체화해야 더욱 실용적인 연구가 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Smith CE, Mollard RC, Luhovyy BL, Anderson GH. The effect of yellow pea protein and fibre on short-term food intake, subjective appetite and glycaemic response in healthy young men. Br J Nutr. 2012 Aug;108 Suppl 1:S74-80. doi: 10.1017/S0007114512000700. https://www.ncbi.nlm.nih.gov/pubmed/22916818 [2] Hosseinpour-Niazi S, Mirmiran P, Mirzaei S, Azizi F. Cereal, fruit and vegetable fibre intake and the risk of the metabolic syndrome: a prospective study in the Tehran Lipid and Glucose Study. J Hum Nutr Diet. 2015 Jun;28(3):236-45. doi: 10.1111/jhn.12242. https://www.ncbi.nlm.nih.gov/pubmed/24890325 [3] Al-Daghri NM, Khan N, Alkharfy KM, Al-Attas OS, Alokail MS, Alfawaz HA, Alothman A, Vanhoutte PM. Selected Dietary Nutrients and the Prevalence of Metabolic Syndrome in Adult Males and Females in Saudi Arabia: A Pilot Study. Nutrients. 2013 Nov 19;5(11):4587-604. doi: 10.3390/nu5114587. https://www.ncbi.nlm.nih.gov/pubmed/24284611 ◇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404029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42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42년 만주국에서 창간되어 1945년까지 12차례 정도 간행된 학술잡지 『醫林』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먼저, 이 잡지는 해방 후 한국에서 1954년부터 배원식 선생이 간행한 『醫林』과 잡지 이름이 동일하다. 둘째, 만주국 말기에 간행되기 시작하여 만주국의 멸망과 비슷한 시기에 간행이 중지되고 말았다. 셋째, 만주국이 일본의 위성국가이기에 전통의학의 호칭을 ‘漢醫’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학술잡지를 우연한 기회에 중국 유학생 黃永遠 先生(2018년 당시 고려대 대학원 역사학전공 박사과정 재학)으로부터 입수하게 되었다. 특히 1942년 간행된 창간호를 뒤적이다가 이상화 선생에 대한 기록을 발견하게 되었다. 李常和(1869~?)는 『增補辨證方藥合編』(1927년 간행), 『麻疹經驗方』(1918년 간행), 『漢方醫學指南』(1941년 간행), 『辨證方藥正傳』(1950년 간행), 『李常和治療指針』(1986년 간행) 등 醫書들을 多作한 인물이다. 李常和는 14세에 의서의 학습을 시작하여 만권의 의서를 읽으며 깨달은 바가 있어서 의서의 저술을 시작하였고, 1939년에 京城(현재의 서울)을 떠나 압록강을 건너 間島에 이주하였다. 李常和는 그곳에서 그의 명성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間島醫藥協會”의 會長으로 추대되었다. 그는 同會에서 月報를 간행하여 通信講義를 실시하여 한의학에 종사하는 醫人들의 자질 향상에도 힘썼고, 講習所를 설치하여 후학을 길러내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1941년 『漢方醫學指南』이라는 책을 간행하여 학술적인 업적도 쌓게 되었다. 1942년 만주국에서 창간된 『醫林』 창간호에는 李常和 선생의 다음과 같은 創刊祝辭가 적혀 있다. “醫有保健報國之道, 藥有起死回生之功, 會有團合勇進之力, 報有警醒改善之能, 醫會之結成, 醫林之創刊, 豈僅昏衢明燭, 實是披雲見天, 日新又日新, 二號三號, 至于萬號, 福國壽民, 於斯可期, 欣蹈之極, 無任誠祝”(間島省漢醫會長, 李常和) 아울러 「癲疾狂病之經驗談」이라는 제목으로 치료처방과 설명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신의 이름 앞에 ‘延吉街’라는 지명을 써높고 있다. 그는 이 치료 경험담에서 苓甘姜附龍骨湯을 癲疾悲恐者에게 써서 특효를 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처방은 半夏, 甘姜, 附子, 茯苓, 麥門冬, 龍骨, 牡蠣 各三錢, 甘草 二錢이며, 痰이 있으면 蜀漆을 加한다고 하였다. 또한 丹皮柴胡犀角湯은 狂病喜怒乖常者에게 사용한다고 하였는데, 처방 구성은 丹皮, 柴胡, 生地, 芍藥, 茯苓 各三錢, 甘草 二錢, 犀角 一錢이다. 이하 難經, 內經 등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學理를 분석 설명하고 있다. 거의 마지막쪽에는 李常和 先生의 저술인 『漢方醫學指南』의 編次內譯이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編輯兼發行者는 李常和, 發行所는 間島省漢醫會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설명 내용은 아래와 같다. 一卷. 以病原之三因, 病情之八症, 辨症之四診, 論治之八法, 運氣之病機, 及諸病之綱領, 辨論詳明, 毫無混淆, 藥能沈酣於此, 則千變萬化之理, 亦皆範圍於其中矣. 二卷. 以外感六氣之病, 參三世四家之書, 除其重複, 取其籍要, 分晰淸楚, 綱擧目張, 實無餘薀, 如或潛心於此, 則可漸登仲景之堂, 而入其室矣. 三卷. 雜病有外感內傷之因, 有有名無名之疾, 有臟腑氣血, 寒熱虛實之別, 撮諸書之要語, 取古今之良方, 各爲專門, 詳明乎此, 則庶無妄治誤人之患矣. 四卷. 婦人病, 與男子病特異者, 小兒病, 與大人病不同者, 集古今醫書中, 歷試不謬者, 另編專門, 精通乎此, 則婦無艱嗣之虞, 兒少夭折之患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