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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모니터링, 한의사 보호하는 객관적 근거 될 것”[편집자 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이 선정됐다. 한약(생약)제제에 특화된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도 크다. 모니터링을 통해 구축될 데이터가 추후 한의사를 보호하는 객관적 근거가 될 것임을 강조한 최동준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으로부터 이번 선정의 의미와 운영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1.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지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약품관련 부작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주관하며, 27개의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있다. 27개의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주로 양약의 부작용을 보고하고 있으며, 이 27개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 보고되는 한약(생약)의 부작용 비율은 약 2%정도로 중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번에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이 28번째로 지정된 한약(생약)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한약의 부작용을 평가하기 위해 한의사가 주관하고 한의사가 평가하는 국내 최초의 한방병원으로서 의미가 있다. 한의사들은 약물을 투여해 원하지 않는 반응이 나타나면 본인이 치료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콤플렉스가 있다. 반면 양약의 경우 부작용과 투여지침을 확인한 후 제약회사로 확인을 보낸다. 그런 면에서 한의사들은 제약회사의 업무까지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부작용 보고라고 하면 일단은 경계의 눈빛을 가지게 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저희 병원의 센터에서 한약부작용 사례를 모으면서도 같은 벽을 실감해 왔다. 부작용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거부감과 경계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한의사에 의해 한의사가 평가하고 한약의 이상 반응들을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 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게 되나? 2020년 연말까지 한약(생약)제제의 부작용을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교육과 홍보를 할 것이며, 이상반응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후 다른 지역 의약품안전센터와 함께 21년부터 23년까지 재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추후 한약의 부작용 모니터링 센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비록 이번 사업은 한약(생약)제제약의 부작용 보고가 주된 대상이지만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보고체계를 정비한다면 추후에는 첩약을 포함한 모든 한약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한약(생약)제제 부작용 모니터링으로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 충분한 자료가 축적이 된다면 해당 약제를 투여하면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아진다. 그 정보는 ‘이런 저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빈도로 원치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경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이 한약의 오류가 아니라 자연스런 약제의 반응이나, 개인의 특수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약 먹고 조금만 이상해도, ‘한약이 나한테 안맞다’거나 ‘한의사가 약을 잘 못 지은 것 같다’, ‘한약재가 문제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항생제는 복용한 뒤 구토하고 설사를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한약은 변이 약간만 묽어져도 ‘한약으로 인해 생긴 의료사고 아냐?’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4. 한약(생약)제제 부작용 모니터링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한의사들의 약물반응에 대한 인식 변화다. 약물 부작용 보고는 의료사고도 아니고 잘못을 시인하는 것도 아니다. 양방병원의 경우 한 개 병원이 한 달에 평균 500건 이상을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병원 한군데에서 한 달에 의료사고가 500건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한약처럼 수천년 전부터 써오던 약제는 제형화 할 때도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평가가 면제돼 있다. 일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다보니 정작 한의사가 필요한 데이터도 확보할 수 없게 됐으며,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아온 면도 있다. 한약제제 부작용 모니터링은 임상시험에서 얻지 못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에서 모으는 작업이므로 한의사와 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5. 앞으로의 각오나 바라는 점은? 일단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내부부터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 부작용의 범위가 투약을 중지할 정도의 반응이 아니라, 목표한 반응 외의 모든 반응을 부작용의 범주에 포함시켜 보고하도록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부의 인식과 보고체계가 갖춰지면 저희 센터 주위 지역에 홍보를 진행하고, 전국 대학병원과 학회를 통해 홍보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약제를 선정해 이 약제가 포함된 한약제제의 반응에 대해서 면밀한 평가를 진행하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6. 강조하고 싶은 말은? 부작용은 예측 가능한 부작용과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이 있다.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은 대부분 환자의 체질적 이상반응이나 개인적 특수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약은 예측 가능한 부작용도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험약제 중 가미소요산의 부작용을 보면 감초가 포함된 약제로 저칼륨 혈증에 대한 언급만 있다. 저희 병원 지침에서는 월경과다, 임산부, 소화기가 허약한 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하라고 돼 있는데 이 조차도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약의 부작용은 한의사라면 예측 가능한 부작용도 수없이 많은데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빈도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어떤 증상이 가장 많은지 등의 자료가 하나도 없다. 단지 약성에 따라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상반응의 자료는 실제 발생상황을 지속적으로 모아 데이터화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자료들이 한의사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한의사를 보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약제를 투약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반응을 미리 알리기는 쉽지 않다. 나타난 뒤에 그럴 수도 있다는 설명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러한 통계와 보고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해준다. -
신미숙 여의도책방-5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는 ISTJ인데, 님은 어느 유형이세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근거로 개발한 16가지 성격유형)로 자기소개 정도는 해줘야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인싸’소리 좀 듣는 모양이다. 외국인 어머니들(필리핀, 중국, 베트남 출신이 다수)에게 적절한 언어자극을 받지 못해 후천적으로 언어장애를 가진 소아들과 ADHD 초등학생들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선택적 함묵증(selective mutism; 어떤 상황에서는 말을 잘하는데도 특정한 장소 또는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발생한 고등학생들을 주로 상담하는 언어치료사 친구가 있다. 자칭타칭 ‘야매 MBTI 전문가’이기도 한 이 친구가 최근 언어치료사들의 나와바리(!)에 스르륵 진입 중인 한의사들을 MBTI의 한 유형에 대입해가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끔 하길래 그녀의 깊은 빡침(!)의 이유를 진지하게 물으니 다음과 같은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한의사는 ‘INFJ 예언자형’ 인가? 언어치료라는 것이 본디 수년간 지속적인 상담과 평가, 치료와 재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지루한 마라톤 같은 과정인데 상담을 잘 진행하고 있는 환자가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해오는 경우가 적잖게 있는데 그 타이밍이 어디선가 누구에겐가 추천받아 그 해당 분야의 용하다는(!) 한의원에 다녀온 이후라는 것이다. 보호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듣게된 한의사에 대한 뒷담화인지라 과장이나 왜곡된 부분도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 친구의 묘사는 다음과 같았다. 원장실에 입장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보자마자 “그동안 실력없는 의사들, 돈만 밝히는 치료사들 만나게 해서 미안하다. 한의학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실제로 별로 없다. 이제부터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 다 나 만나려고 그 고생 한 거니까 좋게만 받아들이고…(중략)… 본인은 특별한 선생님을 만나 기수련도 따로 했고 그래서 일반 침치료랑 차원이 다르다. 약재도 내가 직접 재배하고 관리도 유별나게 하는 터라 약값도 비싸다. 그러나 그만큼 반드시 효과를 낸다. 다른 치료랑 병행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니 그저 나만 믿고 따라오라”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건너건너 전해들은 이야기라 실제와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될런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야매 MBTI 전문가’는 환자의 기존 치료를 모두 중단시키고 나만 믿으면 된다고 강조하는 교주 스타일의 한의사를 ‘내향적 직관형’으로 불리우는 ‘INFJ 예언자형’으로 진단하였다. 이 타입들은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뛰어난 영감으로 말없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가지려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따르게 만드는 지도력이 있으며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옳다고 확신이 생긴 신념은 끝까지 밀고 나간다고 알려져 있으며 부가적으로 기도나 기수련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한의사들이 이런 분야에 얼마나 전문적으로 치료를 잘 해내는 줄은 잘 모르겠어. 한의사라면 응당 대한민국에서 침치료를 제일 잘해야 하는 사람들 아니냐? 뜸사랑에서 배웠다며 의료봉사 운운하는 불법 침구사들이나 침놓는 목사, 스님들이 전국지천에 깔려 있어도 합법적으로 침치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면허권자들이 한의사라면 그 본질에 집중해야지 언어치료사들 밥그릇까지 발로 차며 본인 치료만 받으라는 건 너무 비상식적이지 않냐?” 그녀는 무매너 한의사의 인터셉트에 분노하고 있었다. 침 치료…최소한의 개입을 통한 놀라운 효과 “설마 그 한의사가 본인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다 틀렸다고 말했겠느냐. 치료 초기에 제어가능한 외부 요인들을 최소화하고 환자들을 관찰해야 하는 일정 기간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을 거다. 그 선생님이 환자관리에 대해 욕심이 좀 과하셨나 보다. 그리고 언어장애를 포함한 소아들의 성장지연은 오지오연(五遲五軟)이라는 병명으로 한의사들이 오래전부터 치료해오던 영역이다. 어느 질환을 두고 본인만의 영역이라는 건 이젠 더 이상 의미없다. 요즘 사람들은 온갖 정보를 검색해보고 어떤 식으로든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일단 움직인다. 그리고 한의사는 침이나 잘 놓으라는 말은 모욕이다. 그건 기본이기 때문이다”라고 친구에게 일정 부분 오해를 풀어주고 내 의견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그렇다. 한의사들에게 있어서 침은 “一鍼二灸三藥”의 “一鍼”일 정도로 “the most basic”이다. 2017년 8월 초 건축서적 코너에서 제목만 보고 바로 구입했던 책이 있었는데 브라질의 쿠리치바(Curitiba)라는 도시의 시장을 세 번이나 역임한 세계적 명성을 지닌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인 자이미 레르네르의 <도시침술>이라는 책이었다. “침은 재빨리 놓아야 한다.” “천천히, 아프게 놓는 침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침의 생명은 속도와 정확성이다.” 자이미 시장의 ‘침’에 대한 짧은 기술이다. 쿠리치바가 1970년대부터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과 친환경적 도시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꿈의 생태도시’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던 데에는 자이미 시장의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가 결정적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침치료가 몸에 최소한의 자극을 주어 건강을 회복시키듯 도시에도 최소한의 개입으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 내는 도시재생의 핵심 개념이 바로 ‘urban acupuncture’인 것이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한 놀라운 효과’라는 표현은 침치료를 주업으로 해오고 있는 내게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도시침술’, 침 치료의 본질 일깨워주는 표현들 ‘눈길’ “나는 항상 도시의 아픈 부위에 침을 한 대 놓아 낫게 하겠다는 꿈과 희망을 키워왔다. 치료 결과가 좋으려면 훌륭한 의술뿐 아니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듯, 도시계획이 성공하려면 구성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거의 언제나 작게 피어오른 불씨 하나가 널리 퍼져나가 변화를 가져온다. 바로 이것이 좋은 침술, 진정한 도시침술이다.” “현대건축의 거장들처럼 천재의 솜씨가 명의의 침 한 대와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훌륭한 도시침술은 세계 곳곳의 교통 시스템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100년도 더 된 파리 지하철역의 아름다운 입구,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 지하철역, 쿠리치바의 튜브형 급행버스 정류장이 대표적이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공간의 변화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영역인 데 반하여 그 안을 채우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미시적인 영역은 ‘도시침술’보다 더 효과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 자이미 시장의 확고한 생각이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수천병상의 대학병원과 첨단, 정밀 의료장비 앞에서 늘 “음메, 기죽어”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던 일개한의사인 나에게 자이미 시장의 ‘도시침술’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코멘트들은 이른 아침, 깊은 숲속에서 느껴지는 솔향처럼 머리와 가슴을 뻥 뚫리게 해 주었다. ‘좋은 침술’, ‘명의의 침 한 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상호작용’, ‘실질적인 변화’ 등의 표현들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한의사로서의 우리의 본질을 상기시켜주는 얼마나 아름답고 든든한 단어들의 조합인가!!! 양의를 고용해서 온갖 검사실을 돌려서 칼라풀, 파워풀, 원더풀한 자료화면들을 환자 눈앞에 좌라락 펼쳐놓은 후 “한양방 협진치료 시스템”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치료방법들이 짬뽕+종합+통합+망라시킨 ‘combination therapy combo’를 쏟아붓는 물량공세를 펼쳐야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실비보험을 풀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즈음의 소위 ‘잘나가는‘ 한방병원들의 현실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나도 대학병원이라는 간판은 붙어있었지만 현실은 실비보험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입원환자분들 밤낮으로 봉양하며 2000년 인턴 시절부터 부산대학교 교수시절까지 14년을 버텨냈다. 그러나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 아니 그보다는 뭔가 핵심과 본질을 망각한 채 시간에 쫒겨 하루살이처럼 당일 내 책상에 쌓인 일들만 쓱싹 헤치우며 살아오진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든다는 이야기다. ‘Small is beautiful’, ‘Simple is the best’, ‘Less is more’, ‘Back to the basics’임을 우리도 알지만 돈도 되지 않고 환자들도 시시해한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침치료’는 소홀히 하면서 온갖 학위와 학회활동 증명서들로 대기실을 도배하고 똥폼과 구라로 오바액션까지 취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으면 초진을 넘어 재진, 삼진의 귀한 발걸음으로 환자분들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초초경쟁시대에 살고 있다니 갑자기 자괴감이 몰려온다(물론 개원가의 첫발자국도 딛지 않은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 개원소식을 전해오신 많은 제자님들, 무조건 존경합니다). 최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기획된 <코로나 19, 신인류 시대>라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보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편은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의 방송이었다. “대박시대 가고 완판의 시대로”편에서는 대량생산-대량판매-대박시대로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규모깡패 중시사회에서 개성시대-취향존중-소량생산-완판시대라는 탈규모로의 트렌드 스위치는 노브랜드에 소규모가 대부분인 개원가의 한의사들에게도 한 줄기 따사로운 회생의 틈새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고, “행복의 척도, 이렇게 바뀐다”편에서는 경쟁의 시대는 가고 공존의 시대가 온다는 대목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다. 눈만 돌리면 여기저기 새로운 동종업계의 개업을 알리는 간판과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언어치료사를 포함한 기존 치료는 모두 끊고 본인의 치료에만 집중하라는 무리수 전략도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쟁의 시대에 내몰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우리는 공존을 선택해야 최종적인 서바이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있는 시장의 나눠쪼개 먹고 살아야 하는 레드오션의 판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격한 성공(!) 없이 잔잔한 생활인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감히 언급할 자격도 없다. 다만 어렵고 어렵다는 이 시대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을 줄줄 읊는 박식함(ISTP)에도 섬세함을 보태보자. 깐깐한 환자들에게도 네이버 검색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때로는 성인군자를 능가하는 묵묵한 고지식함(ISFP)도 스트레스 많은 환자들에게는 상대적인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스파크 가득한(ENFP) 튀는 아이디어(INTP)로 무장된 발명가(ENTP), 과학자(INTJ), 사업가(ESTJ)의 기질을 키운다면 그러한 그룹은 한의계의 잔다르크(INFP)로 이름을 드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뛰어난 언변(ENFJ), 남다른 사교성(ESFP)으로 수완 좋은 활동(ESTP)까지 이어간다면 교류하는 환자들과의 친선(ESFJ)을 기반으로 작게는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의 명의로 넓게는 그 시대를 치료하는 귀한 소금(ISTJ)같은 난세를 구하는 큰 세의(世醫)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 제목을 본 순간 결심했다. 올해 후반기 나의 목표는 슬기로운 한의사가 되는 것이다. Shall we dream together? -
독립군 군의관이 된 한의사, 신홍균 선생의 독립투쟁일지 中[편집자 주]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독립군 군의관으로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한의사가 있다. 바로 신홍균 선생이다. 하지만 신홍균이라는 이름은 세상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일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흘, 신굴, 신포’ 등 그의 수많은 가명들은 아직도 기록들 속에 남아 그의 업적을 증명하고 있다. 독립군 3대 대첩 중 하나인 대전자령 전투의 숨은 영웅으로 평가되는 독립운동가이자 한의사 신홍균 선생의 일대기를 3부작으로 나눠 조명해본다. 만주사변 이후에도 신홍균 선생은 김중건과 함께 원종교와 대진단을 이끌며 독립운동을 지속해나갔다. 그러던 1933년 3월 초, 한국독립군의 지청천 장군으로부터 김중건에게 연합 제의가 들어온다. 당시 한국독립군은 쌍성보 전투 이후 동만주 소련 국경지대에서 중국 항일의용군인 길림구국군과 연합해 1933년 2월 경박호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고 동경성을 점령한 상태였다. 이후 영안현과 이도하자 지역 등지에서 일본군, 만주군과 전투를 전개하고 있었다. 김중건은 이 제의를 받아들여 비축했던 물자와 제1진 정예병 50여명을 파견했다. 여기에 신홍균도 속해 있었다. 그러나 신홍균은 이때가 김중건과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임을 결코 알지 못했다. 대진단의 제1진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 조선공산군 이광의 부대가 군수물자를 빼앗기 위해 김중건 부대가 있던 어복촌을 습격했기 때문이다. 김중건과 간부들이 모두 처형당했고 어복촌 주민들은 강제로 해산됐다. 소식을 들은 한국독립군이 구출을 위해 급히 군대를 보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신홍균의 가슴 속에 평생의 한으로 자리잡게 된다. 김중건을 옆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낀 것이다. 신홍균은 1933년 3월 김중건의 마지막 지시에 따라 부하들을 이끌고 지청천이 이끄는 한국독립군에 합류한다. 이로 인해 한국독립군은 그 규모나 군사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정훈처에서 발행한 잡지 ‘광복’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1933년 4월 사도하자 지역으로 되돌아온 한국독립군은 사병들을 징병하는 한편으로 단기 군사훈련반을 열었다. 당시 동만주 일대에 산재해 있던 신포(申砲) 이하 5백여명의 원종교 신도들은 스승인 김소래(김중건)의 유언에 따라 집단으로 한국독립군에 투신했다. 이들 외에도 한국독립군의 활동 소식을 들은 이들이 다투어 모여들면서 독립군의 위세가 크게 확장됐다.” -<광복> 제2권 제1기(1942.1.20.) 一靑(조경한), 「9·18 후 동북지역 한국독립군의 살적략사」 신홍균은 한국독립군의 일원으로 사도하자 전투, 동경성 전투에 참전해 승리를 거둔다. 이후 한국독립군은 중국 연길 왕청현 동북의 산악지대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라자구에 주둔 중인 일본군이 연길현 방면으로 철수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다. 일본군은 1600여명 규모의 간도파견군으로 지휘관은 이케다 신이치 대좌였다. 한·중연합군은 매복해 일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지점으로 대전자령을 선정하고 부대를 배치했는데, 대전자령은 일본군이 왕청이라는 지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점이었다. 실제 대전자령에 가보니 기다란 협곡으로 마치 ‘乙’자 모양이 연상되는 굽은 길이었다. 주변에 가파른 절벽과 나무가 많은 산림지역 특성상 적을 공격하기에 매우 유리한 지형이었다. 한국독립군은 1933년 6월 28~29일경 일본군의 통과 예상지점인 대전자령 서쪽 계곡 양편에 매복했다. 그런데 일본군의 출발 예정일인 6월 28일 아침부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폭우 때문인지 일본군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꼼짝없이 한·중연합군은 매복 장소에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준비한 식량이 다 떨어져 가는데도 일본군이 나타나지 않자 한·중연합군의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청천과 조경한 등 간부들이 사기를 북돋우려 참호를 돌며 격려에 나섰으나,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던 장병들의 사기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신홍균이 숲 속에 자생하는 검은 버섯들을 뜯어와 말했다. “이것 좀 잡수시오. 가을장마 끝에 숲 속에 돋는 검정 버섯인데 중국인들이 요리로 많이 애용하고 요기치풍(療飢治風)도 하지요. 이걸 빗물에 씻어서 소금에 범벅했으니 잠시 요기는 되실 겁니다.” 군의관이면서 약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한의사의 강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지청천과 조경한은 각 부대에 신속히 명령해 굶주림에 허덕이는 독립군들에게 버섯을 먹였다. 당시 이 일이 매우 인상에 남았던 조경한은 이를 자세히 글로 남기기도 했는데, 작은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단서를 찾아 중국과 일본을 오가던 신홍균 선생의 종손 잠실자생한방병원 신민식 병원장은 훗날 조경한이 작성한 독립운동 회고록에서 이러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大甸子大捷(대전자대첩) 據說汪淸大甸子 왕청현 대전자 깊은 골짜기에 飯塚狼群來徜徉 반총(일본군 부대명)의 이리떼(일본군) 지난다기에 酉年六月東京城 계유년(1933년) 6월 동경성에서 정병을 이끌고 預備往攻選銳剛 불원천리 달려갔네 峻嶺險林幾百里 높은 고개, 험한 숲 넘고 헤쳐 수 백리 征人勞苦斷肝腸 단장의 그 고초를 어찌 다 말을 하리요. (중략) 赤鳥黃兎近三匝 해와 달 뜨고 지기 세 차례이건만 苦待天狼奚到遲 기다리는 이리떼는 아직도 보이지 않네 餱糧罄竭飢侵肚 바닥난 군량은 굶주림을 더하고, 䨟沛連綿冷逼肌 장맛비 차가움 뼈 속에 스며든다. 黑蓸採取和鹽食 검정버섯 따다가 소금 절여 먹어보니 非獨治風且療饑 요기도 되려니와 치풍도 된다누나 可愛奇方何處出 어여쁘다. 이 기방 누구에서 나왔느냐. 姓申名矻是軍醫 그는 바로 군의관 신굴(申矻, 신홍균의 가명)이다. (하략) - <군사> 창간호, 1980, 조경한, 「대전자대첩-항일무력투쟁의 한 단면사」 이윽고 6월 30일 아침 6시경, 일본군이 드디어 대전자령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독립군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는 대전자령 전투의 서막이 열린 것이었다. * 정상규 작가는 지난 6년간 역사에 가려지고 숨겨진 위인들을 발굴하여 다양한 역사 콘텐츠로 알려왔다. 최근까지 514명의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들의 보건 및 복지문제를 도왔으며, 오랜 시간 미 서훈(나라를 위하여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을 받지 못한)된 유공자를 돕는 일을 맡아왔다.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
“난임치료 지원사업 성과 높이려면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의료 중재 중요”[편집자 주] 지난해 서울특별시와 서울특별시한의사회(회장 홍주의)가 12개구 총 422명의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실시, 임신율 30.3%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서울시한의사회 박용신 부회장(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추진위원장)은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본래 취지와 목적에 맞춰 수요자 중심으로 유연하게 사업을 계획, 실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서울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은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타 지자체 지원사업과 달리 남성요인에 의한 난임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대상자에 남성을 포함시켜 부부공동치료를 시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여기에 더해 의과병행치료를 받게 하는 등 그룹 특성에 따라 의료 중재를 변화시켜 적용했다. 박용신 부회장으로부터 지난해 실시한 서울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1. 지난해 서울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나? 강남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등 총 12개 구를 대상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총 422명(여성 222명, 남성 200명)이 참여했다. 치료군 별로는 부부공동치료에 총 199쌍의 부부가 참여했고 단독치료에 24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 1명이 남성이었다. 대상자는 한의중재가 적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전자는 한의단독치료를, 후자는 의과병행치료를 받게 하는 등 그룹 특성에 맞게 중재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치료는 여성의 경우 집중치료 4개월 후 경과관찰치료 2개월, 남성은 집중치료 2개월 후 경과관찰치료 2개월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의과 난임시술 병행을 원하는 경우에는 집중치료 2개월 간 한의치료를 시행한 후 난임시술(배란유도 및 난자 채취)을 2주간 시행해 임신에 성공하면 치료를 종결하고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머지 한의치료 일정(2개월 집중치료 및 2개월 경과관찰치료)을 이어서 시행했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한의사의 판단 아래 기간을 조정,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2. 부부공동치료나 의과병행치료 등 타 지역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난임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부가 같이 치료를 받으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높아져 실제로 치료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다. 그리고 난임부부들은 절박하다. 한시라도 빨리 임신되기를 바란다.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저하된 생식기능을 향상시켜 자연임신이 가능하도록 치료하는 한의 단독 치료도 의미가 있지만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목표가 임신이기 때문에 보다 빠른 임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수요자가 원한다면 이를 반영해 지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난임부부의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의료 중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지난해 사업결과는 어땠나? 총 422명이 서울시 난임 지원 사업에 참여했으며 치료군 별로는 부부공동치료에 총 199쌍의 부부가, 단독치료에 24명이 참여(1명 남성)했다. 최종 완료자는 부부 168쌍, 단독치료 20명이며 이 중 57명이 임신해 임신율은 30.3%로 집계됐다. 부부공동치료군 중에서는 49명(29.2%)이, 여성 단독치료군 중에서는 7명(36.8%), 남성 단독치료군에서는 1명(100%)이 임신에 성공했다. 한의 단독 치료군에서는 23명(한의 단독군의 18.5%), 의과 병행 치료군에서는 33명(의과 병행군의 54.1%)의 여성이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약 투여 전·후 혈액검사를 실시했으며 이상사례는 없었다. 사업에 참여한 회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4.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만족도는 어떻게 나왔나? 참여자의 93.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같이 높은 만족도는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개선시켜 주는 한의 난임치료의 특성이자 강점 때문이다. 한의치료를 통해 수면, 소화, 소변, 대변 등의 전신증상에서 전체 대상자의 60% 이상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여성 대상자의 월경관련 지표들(월경통, 월경주기, 월경전증후, 월경양상, 대하, 냉증, 성교통)과 남성 대상자의 성기능 관련 지표(발기상태, 성 생활 만족도, 성교횟수, 신체전반 활력)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60% 이상에서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족도 설문항목을 5점 만점으로 만족도 평가를 점수로 환산했을 때 한의치료 만족도는 4.53점, 상담 만족도 4.67점, 신체의 긍정적 변화 4.30점, 의과시술 대비 편의성 4.24점으로 나타났다. 5. 올해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계획은? 올해는 서울시 전체 25개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예산도 지난해 6억 원에서 12억9500만 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특히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승인받아 지속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서울시 공식사업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소 일정이 지연됐지만 6월부터 대상 한의원과 대상자를 모집해 7월 초에는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6.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의 지자체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대상자 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난임치료 및 임신 보조를 위한 한의 의료기관의 이용률이 87.1%이며 한의약 난임 치료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96.8%나 된다. 지난해 서울시 한의 난임치료 지원사업 참여자의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정부 난임사업에 한의 지원사업이 경제적 지원정책으로 반영되기를 희망했을 뿐 아니라 지원확대 관련 내용으로 총 치료기간 연장, 침구치료 횟수 증가, 임신 후에도 치료 지속, 사업 참여 지자체의 증가, 지원대상자 확대 및 선정기준 완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해 이제는 한의 난임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이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의사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42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1년 6월24일 5시 경희대 한의학과 학과장 이창빈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침구학회 국제부장인 피네 박사가 26일 오전 10시40분 경희대 강당에서 강연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8시 센추럴호텔 라운지에서 대한한의학회와 경희대가 공동으로 주관한 친목 좌담회가 열렸다(이하 1971년 6월30일자 한의사협보 참조함). “피네 박사는 이날 오전 100여명의 교강사 및 한의사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경희대에서의 강연에서 침구학술이 프랑스에 전래된 역사와 서구 각국에서의 침구의 활용에 대해 해설하였다. 프랑스는 300년 전 중국에 파견되었던 성직자들을 통해 침구학이 수입되었는데, 일반의 이해를 계몽하기 위해 자신의 선조들은 무수한 노력을 경주해서 오늘날은 세계 각국의 학자들과 학술적 교류를 하는 데까지 발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프랑스를 위시한 이탈리아, 독일 등이 가장 성황을 이루고 있어서 외과의사라면 우선 침구학술을 연구체득해야 한다는 풍토가 마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8시 센추럴호텔에서 베풀어진 초청좌담회에서는 60여명의 한의사 회원들이 참석하여 이창빈 교수의 소개로 한의협 정·부회장, 홍순용 한의학회 이사장, 이동희 경희대 동문회장 등이 인사를 교환하고 이범성 한의사협회 회장의 환영인사가 있었는데, 이 회장은 한의학이 세계적인 붐을 조성하고 있는 이 때 서구의 한의학자의 한 분인 피네 박사의 내한을 환영하는 바라고 말하고 피네 박사는 프랑스 침구학회 국제부장으로 국제적인 교류에 공헌이 크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세계침구총회에도 박사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네 박사는 한국 한의학의 고도한 발전에 감명이 크다고 말하고 73년 한국에서 개최될 세계침구학술대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서구 침구학술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 학자들과의 연구과정에 관한 학술적 담론과 연구 분야에 대한 실정교류가 있었다. 피네 박사는 슬라이드를 통해 프랑스 학회의 연구 또는 임상 실기 등을 소개했다. 피네 박사는 또한 서구 각국도 침구학술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진수를 깨달아 침구의 경지를 초월해서 모든 한방의술을 연구하고 있고, 그 결과로 한방의약이 치료면에서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국제적인 한의학계 인사를 초청하여 한국 한의학과의 교류를 시도한 이창빈 교수의 노력이 주효하였다. 피네 박사는 30일경 한국을 떠날 예정인데 그동안 이창빈 교수의 안내로 한국의 명소를 관광한 후 일본으로 떠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피네 박사 내한을 계기로 한의학에 대한 인식교류는 성공이지만 학술면에서의 새로운 연구의 발견은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논평이었다.” 위의 내용은 1971년 6월30일자 『한의사협보』(훗날 『한의신문』)의 기사를 정리한 것이다. 피네 박사는 프랑스에서 침구학회의 국제부장을 지내고 있는 인물로서 경희대 이창빈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강연회와 좌담회에서 강의와 토론을 하였다. 마지막 부분에서 당시 한의사협보의 기자는 “한의학에 대한 인식교류는 성공이지만 학술면에서의 새로운 연구의 발견은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논평이었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매우 정곡을 찌르는 논평이 아닌가 한다. -
“보다 많은 주민에게 한의치료 제공하려는 충남 정책의지 담겨”[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서정욱 충청남도한의사회 저출산대책위원장에게 연령제한 폐지·난임 남성 치료 등의 정책을 골자로 한 충남 한의난임사업의 추진 배경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Q. 충남 한의난임지원의 지원대상 완화의 배경은? 2015년 충남 천안지역에서의 한의 난임치료비 지원 사업이 성과를 얻게 되면서 2018년부터는 충남 전역으로 지원이 확대되었다. 충남한의사회에서는 충청남도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홍보가 용이해 대상자 모집에 비교적 수월했던 천안 지역에서의 사업이 충청남도라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로 사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16개 시군구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 홍보의 어려움이 따르게 되면서 자연스레 목표했던 245명의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된 점이 그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양방의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등의 보조생식술이 건강보험에 편입되고 일부 본인부담금마저도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등의 정책들로 상대적으로 난임환자의 경제적 진입이 수월해지는 통에 이래저래 한의 난임치료 사업도 어려움이 생기게 됐다. 이는 단지 충남한의사회에서의 걱정을 떠나 사업을 시행하는 충청남도의 고민도 깊어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만 45세 이하이던 보조생식술의 연령제한도 폐지되면서 한의 난임치료를 원하는 고령 환자들의 민원도 심심찮게 제기되었다. Q. 충남한의사회 차원의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충남한의사회에서는 연령제한에 대해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3~6개월의 다른 치료를 시도할 수 없는 현행 제도상 고연령 난임 여성의 치료가 자칫 폐경기에 접어드는 난임 여성의 시간과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상대적으로 임신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고연령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전체적인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려 사업의 성과를 저하시키지는 않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확보된 예산을 대상자 모집 미달로 불용처리하면 사업이 점차 축소될 수 밖에 없고, 민원제기에 대한 대응과 보다 많은 인원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충청남도의 고민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Q. 도청과의 협의 결과는? 보조생식술과 같이 연령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다른 부분의 제도적 개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충남한의사회에서 꾸준히 주장했던 부부동반 치료를 도입하고, 기존 6개월간 다른 난임치료의 시행을 금지했던 것을 4개월로 축소시키는 등의 보완을 하기로 했다. 대신 사업 결과 평가시 연령에 따른 결과와, 한의 치료 이후에 시행한 보조생식술에 대한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차후 사업방향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Q. 남성도 함께 난임치료를 받게 됐다. 부부 동반 치료는 2015년 천안 지역에서의 첫 사업에서도 적극 추진했던 사안이다. 대상자의 95%가 원인 불명인 난임환자에게 있어 여성만이 치료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실제 2015년에 비해 부부 동반 치료를 시행했던 2016년에 임신성공률이 30% 이상 상승했던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기존 여성에게 행해졌던 보조생식술의 틀이 한의 난임치료에서의 부부동반 치료 시도의 발목을 잡았다. 번번이 담당 부서의 실무 검토단계에서 벽에 부딪쳤던 부부동반 치료가 이번에 일부 빛을 보게 되었다. 2020년에 한해 남성 정액 검사상 한 가지라도 정상범위에서 벗어난 결과가 있는 경우 부부동반 치료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수정하였다. 올해 사업결과를 토대로 차년도에는 검사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부부동반 치료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물론 예단할 수는 없으나 무조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나올 때까지 버티기보다는 한발자국이라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Q. 충남 한의난임치료가 추구하는 난임치료의 방향은? 충남 전역 16개 시군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의 난임치료 사업은 이제 연령제한 폐지와 부부동반 치료라는 큰 전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부부동반 한의 치료를 통해 건강한 임신이라는 큰 틀에서 조금씩 방향을 수정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난임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이를 통해 국가적인 지원으로 한의 난임치료가 시행되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 현재 도내 60여개 지정한의원 구성도 정비하여 추가 지정을 통해 10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잠정 보류가 된 상태이나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Q. 저출산 해소를 위한 충남지부의 사업 계획은? 충남한의사회에서는 충청남도와 함께 난임치료사업, 청소년 월경곤란증 치료 사업을 진행 중이고 출산 후 산모 건강관리 사업 시행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지원받은 산모의 건강관리 금액이 정작 출산 후에는 모두 소진돼 산후풍 등의 한약 치료에 사용할 금액이 없었던 불편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 모든 사업이 예산 금액으로도 8억이 넘는 규모가 되었다. 이제 충남에서는 한의치료를 통해 저출산 시대에 중요한 청소년의 여성 건강, 난임, 출산 후 건강관리 등의 일련의 여성 건강 증진사업이 틀이 완성된다. Q.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지부 산하 ‘충남한의사회 저출산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지자체와의 사업을 보다 효율적이고 총괄적으로 관리하게 됐다. 위원회를 통해 지역내 육아 커뮤니티 등과의 업무협약, 홍보물 제작, 사업의 세밀한 관리, 통계업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완성이 아니라 이제 막 씨앗을 뿌린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업의 성패는 물론 국민 건강 증진과 미래 한의계의 제도적 진입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에 유효한 치료법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민상연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한방소아청소년과 ◇ KMCRIC 제목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 발생 정도와 유효한 치료법은 무엇인가? ◇ 서지사항 Christidis N, Lindström Ndanshau E, Sandberg A, Tsilingaridis G. Prevalence and Treatment Strategies Regarding Temporomandibular Disorders in Children and Adolescents - A Systematic Review. J Oral Rehabil. 2018 Dec 26. doi: 10.1111/joor.12759. ◇ 연구설계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 발생 정도와 치료법에 관한 과학 기사와 무작위, 대조군, 단일 맹검 임상연구를 대상으로 한 문헌고찰 ◇ 연구목적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 발생 정도와 유효한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함. ◇ 질환 및 연구대상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 ◇ 시험군중재 1. 간단한 질환 정보 (brief information) 및 교합 장치 (occlusal appliance) 2. 간단한 질환 정보 및 이완 (relaxation) 및 자가 훈련 (home training) 3. 간단한 질환 정보 ◇ 대조군중재 없음. * RCT 2건은 1) 간단한 질환 정보, 교합 장치, 자가 훈련의 상호 비교 2) 교합 장치, 자가 훈련의 순차 비교 ◇ 평가지표 Self-report of treatment effect (“Completely well/Very much improved” or “Much improved.”) ◇ 주요결과 1. 턱관절 장애의 유병률은 문헌에 따라 7.3~30.4%, self-reporting TMD pain에 따르면 4.2~32.3%, 독일에서는 16%, 중국에서는 19.7%로 보고되었다. 2. 턱관절 장애 치료에 선택된 2건의 RCT 문헌에서 myofascial pain으로 진단된 12~19세의 환아에게는 이완 및 자가 훈련보다 교합 장치 사용이 권장되며, 치료 시간 관점에서는 이완 및 자가 훈련을 사용할 때보다 간단한 질환 정보와 교합 장치를 사용할 때가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저자결론 턱관절 장애를 가진 소아 청소년의 발병률과 치료법에 대한 문헌이 전반적으로 부재하여 무작위 선택된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임상 전문가들이 참여한 반복적인 발병률 연구와 임상 치료법 연구가 필요하며, 현시점에서 근거가 있는 치료법이나 guideline을 제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 KMCRIC 비평 턱관절 장애 (temporomandibular disorder, TMD)는 소아 청소년에게 잘 발생하지만 어떤 임상적인 치료법이 적절한지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질환이다. 본 연구는 소아 청소년에게 턱관절 장애 발병률과 근거중심의 치료법에 관하여 보고된 문헌을 검색해 문헌의 질을 평가하여 분석한 문헌적 고찰 논문으로 저자는 1992년에서 2016년에 보고된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의 발생률 (prevalence)과 치료법 (treatment strategies)이 있는 2,293개의 문헌 중 포함 기준에 맞는 8건의 문헌 (6건은 발생률, 2건은 치료법)을 찾아 이를 객관적인 방법으로 분석하여 보고한 체계적 문헌고찰 (systematic review, SR) 논문이다. 분석 결과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 문헌이 현저하게 적었고 선택된 문헌들도 대상이 제한적 (지역적, 선택적 비뚤림)인 한계로 인해 결과를 일반화하여 발생률을 설명할 수 없었다. RCT의 경우에서는 GRADE와 같은 객관적인 질적 평가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조군 연구도 아니었으며, sample size도 작고, 게다가 선택된 2개의 문헌이 동일한 연구자에 의한 연구 (치료법 비교 연구와 long-term f/u 연구)로서 일반적인 경우도 아니어서 선정된 논문으로 소아 청소년의 턱관절 장애의 발생률이나 치료법으로 근거중심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다만, 체계적 문헌 연구를 통해 객관적인 도구 (PRISMA, MeSH)를 이용하여 논문을 선정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질적 분석 (MORE, GRADE)을 시도하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소아 청소년의 TMD 연구 문제와 향후에 고려해야 할 점을 제시한 점도 의의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TMD의 치료 방법에 대해 conventional treatment에서만 문헌 검색을 하였는데, 침 치료가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 문헌 [1-3]들이 있다. 다만,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결과가 아닌 성인의 침 치료의 대한 결과이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나 증상의 특성상 소아 청소년에게도 이와 유사한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참고문헌 [1] Grillo CM, Canales Gde L, Wada RS, Alves MC, Barbosa CM, Berzin F, de Sousa Mda L. Could Acupuncture Be Useful in the Treatment of Temporomandibular Dysfunction?. J Acupunct Meridian Stud. 2015 Aug;8(4):192-9. doi: 10.1016/j.jams.2014.12.001. https://pubmed.ncbi.nlm.nih.gov/26276455/ [2] Simma I, Simma L, Fleckenstein J. Muscular diagnostics and the feasibility of microsystem acupuncture as a potential adjunct in the treatment of painful temporomandibular disorders: results of a retrospective cohort study. Acupunct Med. 2018 Dec;36(6):415-21. doi: 10.1136/acupmed-2017-011492. https://pubmed.ncbi.nlm.nih.gov/29567668/ [3]Wu JY, Zhang C, Xu YP, Yu YY, Peng L, Leng WD, Niu YM, Deng MH. Acupuncture therapy in the management of the clinical outcomes for temporomandibular disorders: A PRISMA-compliant meta-analysis. Medicine (Baltimore). 2017 Mar;96(9):e6064. doi: 10.1097/MD.0000000000006064. https://pubmed.ncbi.nlm.nih.gov/28248862/ ◇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1812045 -
“투명한 회계와 회원 권익향상이 운영 철칙”<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전국 시도지부 사무국장으로부터 사무국의 소개와 한의약 발전을 위한 역할에 대해 들어본다. Q. 본인소개를 부탁드린다. 전라남도한의사회 사무국장 겸 전국 시도지부 사무국(처)장 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전남한의사회 강동윤 회장님의 지휘 아래 정봉주 과장과 함께 전남 회원들의 권익향상에 힘쓰고 있다. Q. 어떻게 전남한의사회와 연을 맺게 됐나? 부친이 한약방을 운영하셨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한의약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저도 그때 한의대를 지망하려 했으나, 가정 형편상 학업은 포기하고 포항제철에 취직을 하게 됐다. 그 다음에는 (구)백제한의원으로 이직해 20년간 약제사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전남한의사회가 광주한의사회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목포 임원들과 대의원들의 추천으로 협회에 몸을 담게 돼 지난 2005년 4월부터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Q.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면? 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므로 사무처 운영철칙은 ‘투명한 회계관리’, ‘회원 권익향상’이다. 투명한 회계관리를 위해 모든 지출은 카드결제로 하여 명세를 남기고, 매월 한 건도 빠짐없이 처리해 협회의 예산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회계관리의 성과는 곧 회원들의 권익향상에 반영된다. 이를 위해 사무국은 회원 동향 파악, 보수교육 내실화, 행정문제 조정, 행정기관과의 유대관리, 각종 사업추진, 회원단합 증진 등의 업무를 한다. 2019년에는 전남한의사회 회관이 구도심에서 전라남도청 앞으로 이전했다. 입지선정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임원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신회관이 도청 바로 앞으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회원들의 접근 편이성도 좋아졌다. 사무국장으로 지금까지 총 다섯 분의 회장님과 회무를 진행했었고, 현재는 강동윤 회장님과 회무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더 고민하고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Q. 전남한의사회가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소개해 달라. 전남한의사회가 추진하는 첫 번째 사업은 ‘한의난임치료사업’이다. 이 사업은 1억8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라남도와 전남한의사회가 협약을 체결, 3년째 해오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전라남도의 지원도 늘어가고 있고, 지난해에는 임신 성공률 16%의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난임 부부들의 고통도 덜어주고, 저출산 극복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두 번째 중점사업으로는 ‘장흥 국제통합의학박람회’ 지원도 있다. 지난해 이 박람회에는 무려 17만명의 인파가 몰려 한의약의 위상을 한층 드높였다. 매해 임원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한의약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한의약 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진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세 번째 사업으로는 ‘어르신 무료 한의의료봉사’다. 목포시와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조를 통해 매년 2000명 이상의 어르신들께 무료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로 14회째를 이어오고 있는데, 목포시의 대표적인 나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Q. 취미나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20년 동안 국악을 배워오고 있다. 요즘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국악기 연주나 판소리 공연 등을 통한 재능기부를 한다. 공연을 보고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국악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가 돼 본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된다. Q.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한의계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전남은 농어촌 지역이 타 지역보다 많아 경제상황이 더욱 힘들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로 한의계 뿐만 아니라 전국민 모두 힘든 상황으로까지 왔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한의계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의계에 오랜 기간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이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 한의사 회원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저 또한 행정 업무 지원에 더욱 노력 하겠다. -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23안상우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삼국시대 불교가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불교를 신봉했기에 모든 종교와 사상뿐만 아니라 학술과 문화예술 또한 깊은 영향 아래에 놓여 있었으며, 의료 또한 불교의학적인 색채도 띠었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천년 세월 민중의 의식을 지배했던 불교신앙과 승의들의 활약이 어우러져 사회저변에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불교의 영향 아래 놓여있었다. 예컨대 삼국시대 의학의 시원을 보여주는 『백제신집방』이나 『고려노사방』은 불교의학에서 나온 것이며, 절집에서 행해진 향약치험이나 조선시대 사암이 창안한 사암침법도 불교의학의 일단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아울러 수많은 한증승(汗蒸僧)이 노역을 감수해야했던 한증욕 또한 불교에서 전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구촌 곳곳을 휩쓸고 있는 역병의 대유행으로 인해 인파가 밀집하는 행사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불교계에서도 올 부처님오신날 행사마저 한 달여 미루었지만 여전히 성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일들이 장애를 빚고 있지만 글로나마 질고의 굴레를 벗어나 중생을 구제할 불교의학의 지혜를 찾아보기로 하자. 『약사경』, 삼국시대 의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 불교에서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다라니(陀羅尼)란 부처의 가르침을 함축한 원어 법문을 번역하지 않고 발음만 옮겨 적은 주문으로 밀교 계통에서는 진리를 성취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신비하고 비밀스런 힘을 가진 것으로 믿어왔다. 특히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진언과 다라니를 활용하는 불의경(佛醫經)으로 『약사경(藥師經)』, 『불정심관세음보살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菩薩陀羅尼經)』, 『주치경(呪齒經)』, 『주목경(呪目經)』 등이 전한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불경은 『약사경』으로서 잔존사료가 희소한 삼국시대 의학사 연구에 빠트릴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이와 아울러 약사신앙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화양태로 약사전, 약사도량, 약사불화, 약사여래좌상 등에 대한 논구(論究)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한편 『불정심관세음보살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菩薩陀羅尼經)』(이하 불정심다라니경으로 약칭)은 고려전기에 국내 유입된 이래 조선 말엽에 이르기까지 『천수경(千手經)』, 『장수경(長壽經)』 등과 더불어 가장 많이 간행된 밀교문헌 가운데 하나로서 왕실과 사찰, 민간의 영역을 막론하고 널리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불경은 주로 치료공덕과 치료법, 치병례를 서술한 경전으로서 불의경의 일반적인 치병법인 사경(寫經)과 염송 외에도 치병다라니와 불부(佛符)를 주사(朱砂)로 필사하여 향수(香水)로 복용하는 등 독특한 방법을 쓴다. 『불정심다라니경』, 질병치료 목적으로 만든 불경 우리는 『불정심다라니경』에 담겨진 치병법과 당대 의학을 대표하는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에 수록된 주요 치료법과의 비교를 통해 불교의학의 특색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경전 제목에 들어가 있는 ‘불정(佛頂)’이라는 말은 부처의 정수리에 도톰하게 솟아있는 육계(肉髻)로서 불지(佛智) 즉, 부처님의 지혜를 인격화하여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을 말한다. 밀교에서는 이를 숭상하여 불정신앙으로 체계화하였으며, 이는 멸죄·연명·액난 제거 등 현세구복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중앙아시아나 동아시아 권역으로 널리 전파되었다. 『불정심다라니경』 역시 당대에 유행한 불정신앙의 영향으로 성립하였으며, ‘질병치료와 기복신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불경이다. 결과적으로 본 경전은 질병으로부터의 구제라는 현세이익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위경(僞經)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 민중들이 불교신앙에 기대하던 의학적 효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특히 동아시아권역에서 불교 및 의료 문화를 공유해 온 한반도에서 불교의학과 그 문화적인 양태도 이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 경전에서 주된 치료 도구의 하나로 등장하는 비자인(秘字印) 속의 시(尸)자 형상은 고대 중국에서 널리 활용된 도교 부적들의 고유한 특성이다. 도교에서는 사람의 몸속에 살며 질병을 일으키는 벌레인 삼시충(三尸蟲) 사상의 영향으로 부적에 ‘尸’자와 ‘虫’자 형상이 다용되며, 부적을 씹어 삼키면 삼시충을 제거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삼시부법(去三尸符法)이 존재한다(이원구, 「한국 부적신앙의 일고찰」, 1991). 삼시충 사상은 고려시대에도 민속 깊숙이 자리 잡았는데 삼시충이 수명을 단축시키지 못하도록 경신일(庚申日)이 닥칠 때마다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수경신(守庚申)이라는 도교풍속이 있었다(김철웅. 「고려시대의 도교 세시풍속」, 2018). 즉 불교 경전에 도교에서 주로 사용하던 부적이 차용됐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비자인(秘字印)’을 활용한 치료법을 과연 불교의학으로 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중국 고대로부터 부적을 차용한 불경류가 이외에도 다양하며, 그중 오래된 것은 5~6세기 무렵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부적류에 대한 정체성에 관해서는 그간 논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문화사적 측면에서 ‘이 부적들이 불교적인지 도교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 불교적이면서 동시에 도교적이고, 또한 더 많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정리한 견해가 있는 반면 일부에선 ‘불교경전에 차용된 도교부적은 순수하게 종교적 정체성의 측면에서 고찰하기보다는 고대 중국인이 신(神)적인 존재와 소통했던 당시의 보편적인 비언어적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한국의 밀교 의식에서 사용되어온 부적에 관한 연구(강대현)에서는 ‘불교의 부적은 도교 내지 민간신앙의 부적을 흡수한 것이다. 하지만 부적은 고대 한국으로부터 현재까지 어떤 한 종교만의 양상일 수 없다. 또 부적을 통한 행위는 특정 종교행위가 아니라 각박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중생들의 안위가 주된 목적이다’라면서 역사문화적인 입장에서 민중들의 습속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였다. 觀世音應驗記, 관음신앙통한 치병사례 중점 서술 불가에서 부적을 쓰는 치유행위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이후 현지 적응 과정에서 도교 내지 민간신앙의 의례를 차용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종교적 범주를 넘어 당대 민중들의 보편적 질병 인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불정심다라니경』의 부적과 다라니를 활용한 치료법이 한반도에 유입되어 널리 유행할 수 있었던 까닭도 당시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민간신앙과 도교신앙에 따른 질병인식이 자리 잡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부적을 사용한다는 유사점 덕분에 오히려 별다른 이질감 없이 민중들의 삶 속에 쉽게 파고들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이 경전에서 도교의 부주법을 빌려 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치료방편의 일부에 불과하며, 이밖에도 사경과 다라니 암송을 주요 치료 도구로 삼고 있다. 또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에 관세음보살의 신통력으로 고질병이 치유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관음신앙을 통한 치병사례를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불교의약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중세 불교의학을 면면을 살펴보기 위한 좋은 연구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 삼시구충(三尸九蟲)에 대해서는 『동의보감』 충문에도 등장하기에 익히 잘 아는 내용이고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는 습속은 철야기도를 한다든가 병난 있을 때를 대비해, 젊은 사람에게 야간에도 잠에 취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는가 싶다. *이 글은 한국의사학회지에 발표된 ‘『佛頂心陀羅尼經』의 치병법을 통해 살펴본 한국 불교의학의 일면’(2019)의 요지를 간추린 것이다. -
코로나 사태서 주목받는 ‘비대면 진료’대한한의사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비대면 진료 성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9일부터 운영한 센터는 지난달 26일까지 총 1만1844명(초진 2323명, 재진 9521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했다. 센터에서 비대면 진료로 코로나19 확진자의 건강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은 복지부가 지난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처방을 허용했기에 가능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3853개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전화상담·처방은 모두 26만2121건이다. 정부는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면 진료, 혹은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의 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도 최근 들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접근성, 포괄성, 지속성, 조정 가능성 등이 특징인 일차의료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관리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으며, 특히 비대면 진료는 일차 의료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에 더해 “비대면 진료라는 도구를 일차 의료기관이나 공공의료기관에 먼저 사용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나 의료 민영화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가 워낙 활발해지다 보니 비대면 진료의 도입 여부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리얼미터가 비대면·원격 진료 도입 여부를 물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00명 가운데 비대면 진료 도입 찬성이 43.8%, 반대가 26.9%로 나타났고, 지난달 21일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1500명 중 비대면 진료 찬성이 88.3%로 집계됐다. 찬성 측의 입장은 의료접근성의 향상을 손꼽았고, 반대 입장에서는 대형병원의 의료독점을 지적했다. 중요한 제도가 도입될 때는 장점의 긍정적 영향에 치우치는 것 못지않게 단점을 최소화하는 사전 정지 작업도 필수적으로 병행된다. 비대면 진료의 단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양극화, 정보보안 기술개발, 책임 소재 불분명, 난해한 보험 수가, 의료 영리화,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인 환자의 편익과 더불어 전국의 의료기관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