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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한의사들의 니즈에 맞는 임상 교육에 초점”<안준석 침도의학회 수석부회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에서 대한침도의학회로 학회명 변경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안준석 수석부회장으로부터 소감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안 수석부회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쌍용그룹 종합조정실과 쌍용양회 기획실에서 기획·재무 업무를 하다 늦깎이 한의사가 돼 지난 2003년부터 서울 영등포에서 안준석한의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Q 최근 축구대회 의료봉사를 비롯해 학술대회 등 큰 행사를 진행했다. 마친 소감은? A. 뉴스를 통해 유명 운동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수술을 하고 재활을 통해 복귀하려고 노력중이거나 수술 경과가 좋지 않아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된다는 소식을 접할 때 마다 학회 임원들은 “아! 저 선수들이 진작 찾아와 침도 치료를 받았으면 수술할 필요 없이 선수 생활을 잘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사)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로부터 제안이 와서 업무협약을 맺었고 협약의 일환으로 최근 자선 축구대회에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혹시 경기 중 부상당한 선수가 있으면 치료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갔는데 친선경기라 다행히 부상 선수가 없어 테이핑 처치 등을 진행했다. 또 최근 미국 LA에서 미국과 캐나다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정침 강의를 진행했고, ‘척추신경병증의 침도치료 최적화’를 주제로 학술보수교육을 진행해 한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치료법을 소개하면서 국내외 침도의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Q 침도의학회 강의가 인기라고 들었다. 비결은? A. 침도의학회에서는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두면부에서 하지부까지 8개 파트를 한의사분들께 공개강좌를 열고 있는데, 쉼터에 공고를 올리면 가장 빨리 마감되는 인기 강의다. 학생들에게는 여름과 겨울 방학에 같은 강의를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강의하는데 매번 200명이상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코로나 이전 대면 강의를 할 때는 정원을 200명으로 제한해서 가끔 더 듣게 해달라는 지인 한의사들의 부탁 때문에 곤란한 적도 있었다.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근육과 신경, 특히 기존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피부신경에 주목해 핀치롤테스트와 각종 운동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치료를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고, 예후까지 판단 해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통합방제한의학회에서도 부회장과 교육위원장을 맡아 한의사와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데, 실제 두 학회에 참여해보니 침도와 방제가 임상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강의 때마다 양 학회에 대한 추천을 했고, 그러다보니 두 학회 다 회원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Q 경제학 전공에 기업 재무 관련 업무를 하다 침도의학회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는 게 상당히 이색적인 경력 같다. 이전의 경험이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A. 서로 아예 다른 분야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 재무제표 분석은 거시적인 숲에서 미시적인 문제점을 찾아 나가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심사분석업무와 사고 과정이 침도의학에서 필요한 분석적 사고와 유사해서 쉽게 적응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환자가 팔이 아프다고 찾아왔는데 정확이 아픈 곳을 지적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말한다면 상지삼종테스트를 통해 어느 신경이 문제인지 압진하고 핀치롤테스트를 해서 더 정확한 위치를 찾아 치료하는 식이다. 또 이전의 재무 업무 경력은 대한한의사협회 예결위원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대한한의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A. 대한한의학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할 때 인연이 돼 이사로 선임됐다. 학술위원회에서 회의할 때 늘 로컬한의원 원장의 입장에서 임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제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한의신문에서 비행기에서 응급콜을 받고 훌륭히 대처했던 원장들의 기사를 보고 내가 저 상황이면 과연 나설 수 있었을까 생각했는데, 이태원 참사가 터지면서 다시 한 번 응급상황에 대한 한의사의 대처능력이 절실하다고 생각돼 12월11일에 코엑스에서 개최될 학술대회에서 이 강의가 들어가도록 준비했고, 협회 보수교육위원회 회의에서도 되도록이면 많은 한의사들이 제대로 된 실습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Q 응급의학에서 한의사 및 한의약 또는 침도의학의 역할에 대한 견해는? A. 20년 전 신축 클리닉센터 건물에 입주해 다른 의사들과 매주 식사를 같이 하면서 느낀 점은 숙련된 한의사는 검사 장비의 도움 없이 환자를 볼 때 다른 의사들에 비해 환자를 더 잘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응급상황이 바로 이런 경우다.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법을 익히고 응급 처치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으면 응급상황에서 한의사가 가장 뛰어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한의사협회에서 내년부터 이런 교육을 기본 보수교육 프로그램에 넣어 교육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A. 평소 진료를 잘 하는 훌륭한 한의사가 많아져야 한의계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대 교육이 임상에 꼭 필요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한의학교육평가원에 감사로 추천됐다. 당시 한평원 살림이 어려워 이사회에서 부족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유관단체의 이사로부터 출연금을 받고, 그 일환으로 한의학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들을 위한 학부모협의회를 각 학교마다 구성해 그 대표를 이사로 모시자고 제안했다. 그 이유는 교육의 공급자인 교수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돼야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되는 과목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계획.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아들도 저를 닮아 본래 전기전자를 전공하다 다시 경희대 한의대에 진학해 지금은 공보의로 근무 중이다. 원래도 한의학 교육에 관심이 많았지만 꼭 후배 한의사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학회와 한평원에서 한의사들이 임상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주장했지만 아직도 혁신적인 교육개편은 요원한 상황이다. 침도의학회와 방제학회의 교육을 받고 많은 원장들이 임상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보람이 컸다. 이렇게 로컬 한의사들의 니즈를 파악해 수요자 위주의 공급을 하는 것이 한의학이 발전할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협회와 유관 기관이 노력해 후배 한의사들이 월등한 임상 능력으로 존경받는 한의사가 돼 어깨를 피고 당당하게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트라우마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건강 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을 지나면서 굳이 수천만 명 사망한 한 세기 전 스페인 독감을 예하지 않더라도 감염병 위기는 국내보건의료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 연대를 통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안녕으로의 국제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정신건강 한의학은 수천 년 간 생명현상을 ‘몸과 마음’의 일원적 본체로 규정하여 형신(形神)의 기층부에서 혼(발생력)·신(추진력)·의(통합력)·백(억제력)·지(침정력)의 오기능 상관관계의 구조역학적 분석연구로 임상실험에서 훌륭히 효과성을 실증해 왔다. 이를 생명력의 작용에 따라 발생한 ‘몸과 마음’의 질병에 대해 생리적 작용과 병리적 작용을 항진과 부진으로 분석하고 상생으로 회복시켜왔다. 즉 자체 조화만 깨지지 않으면 질병은 발생하지 않지만 조화가 회복되지 않으면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임상실험으로 확실성을 견고히 해왔던 것이다. ‘몸과 마음’의 질병은 외적 자극에 대해 내인 없이 발병되지 않으며 모든 병증은 내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같은 차별화된 한의학 임상성과는 ‘팬데믹 트라우마’에도 과학적 수월성이 내재된 한의학리를 통해 뉴노멀시대에 인류 상생의 광범위한 정신건강 문제를 구조역학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임상사례 40대 후반의 남자가 불면, 두통, 이명, 혼미, 두근거림, 불안감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대학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유명하다는 병의원, 한의원을 몇 달 동안 찾아다녔지만 차도는커녕 오히려 죽고 싶을 정도로 증세는 심해져 고통스럽다”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망문문절 진찰 후에 우선 환자를 진정시켰다. 환 자: (충혈된 눈으로) 선생님, 제발 좀 살려주세요. 애들도 아직 어려요. 한의사: 무슨 일을 하시나요? 언제, 어떤 증상이 더 심하신지? 환 자: 회사 임원인데 회의 중에도 가슴이 답답하면서 숨을 못 쉬겠어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화끈거려요. 창피해서, 직장생활에 지장이 너무 많아요. 한의사: 임원이 되기 위해 고생 많았겠어요. 환 자: 직장에선 생존경쟁이 치열하니까요. 둘째가 이제 중학생인데, 집사람도 좀 아파요. 코로나 시국에다, 저는 밤에 한숨도 못자니... 한의사: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책임감이 강한 분이네요. 환 자: (한숨을 쉬며) 작년에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겐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하죠. 한의사: 무슨 일이 있었나요? 환 자: 새벽에 절에 기도 가시다가 뺑소니차에... 뒤늦게 행인이 발견해서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이미... 저는 지방출장 중이라 뒤늦게 장례식장으로 갔어요. 며칠 전에도 뵈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한의사: ... 환 자: (눈물을 글썽이며) 추운 날 차가운 땅바닥에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누워 계셨을 걸 생각하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요. 더 분한 건 범인을 못 잡았어요. 외진 곳이라 CCTV도 목격자도 없었고요. 한의사: 슬프고 억울하시겠어요. 환 자: 네. 어머니는 저희 사남매를 애지중지하셨는데, 장남인 저에게는 더욱 각별하셨어요. 늦게 얻은 저희 아이들도 무척 예뻐하셨고요. 한의사: 어머니는 사랑이 많은 분이셨네요. 환 자: 맞아요. 그날도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러 가셨다가 그만.(고개를 숙이며 눈물이 뚝뚝) 임종도 못 지켰고, 어머니에게 못한 것만 생각나요. 더 잘 해드릴걸. 한의사: (눈을 맞추며) 많이 힘드셨을텐데, 그동안 어떻게 견디셨어요? 환 자: 지금 생각해보니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는데, 어머니가 괜찮다고 위로해주시는 거 같았어요. 그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인사했어요. 한의사: 어머니에게 ‘사랑의 작별인사’를 하셨네요. 환 자: (차분해진 눈빛으로) 네. 갑작스레 이별하게 되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제 마음 안에 남아있어요. 선생님과 상담하니 그동안 맺혔던 울분이 뻥 뚫리는 거 같아요. ‘어머니 뺑소니 사망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회의 중에도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등 직장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이 환자에게 간화상염, 신음부족, 경계정충증, 화병으로 분석진단, 이를 사암침의 신정격으로 침구시침하고 가감지백지황탕으로 방제했다. 복약 두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야구도 하고 아내와 카페에서 담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은 귀 울림도 없이 잠도 푹 자고요”라면서 기뻐했다. 혼신의백지는 구조역학적 맞춤식 치료 위 사례에서 보듯 필자가 발생·추진 기능이 병리적으로 태과된 환자에게 억제·침정 하는 ‘지언고론요법과 정서상승법’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도치료’의 상담방제를 하였고, 환자가 스스로 자율적으로 선택한 가족과의 ‘사랑의 이정변기요법’으로 강화시킴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역학적 상관관계의 한방정신요법은 감정과 의식의 핵심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의 언어관련 뇌세포와 유전자에서도 형신의 기층부로써 자발적 대사로 상생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처럼 수차례에 걸쳐 직접 환자와 대면상담을 통해 정신건강현상을 분석하고 환자와 교감하는 調氣治神으로 치료하여 임상에서 실증해온 한의학리의 오신론을 적용하였다. 이는 비대면 진료로는 전혀 불가능했을 일이다. 정신건강 한의학의 핵심학리는 무슨 병에는 무슨 처방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세력적 상생상극으로 관찰하여 칠정(희노우사비공경)의 태과·불급으로 형신이 상하는 환자군들에도 공히 오신학리의 생명현상으로 연구하여 실증해온 것이다. 실제 한의대 정신의학 병동에서는 다양한 정신장애 질환들을 혼신의백지의 오신을 구조역학적으로 분석, 외래 및 입원환자들에게 개별 맞춤식 방제 치료로 정상체력, 스트레스, 대인관계 및 봉사의욕 고취, 영성적 건강에 이르기까지 한의학 학리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뉴노멀 시대에 맞춰 한의학리를 통해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통의학 국제 표준 발굴, 인프라 확충과 지식재산권 구축 등 지속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시선나누기-18]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 (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첫날과 이튿날 공연은 저녁 7시30분이었다. ‘오후 1시 테크리허설, 2시 영상팀과 사진촬영팀 리허설 촬영, 3시 드레스 리허설, 6시30분 공연 준비 셋업, 7시20분 관객입장, 9시 이후 극장 정리’ 등으로 빡빡하게 짜여진 첫날을 보내고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스태프들이 일찍 모여 공연장을 점검하고, 배우들이 테크리허설을 준비하기까지 제법 넉넉한 시간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그저 쉬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마음이 요동쳤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은 물론이고, 공연장에 서기까지 내 몸과 마음이 함부로 느슨해지지 않도록 붙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미리 검색해 간 공연 전시 목록에서 안젤름 키퍼의 서울 전시를 골랐다. 공연장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전시였으나 낯선 곳을 찾아다니는 긴장과 설렘도 나를 생기있게 만들 것이었다. 내가 이 전시에 마음이 끌린 이유는? 타데우스로팍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전시관은 ‘아름다운 건축상’을 받은 멋진 빌딩에 자리잡고 있었다. 계단과 유리와 꺾어진 공간 배치와 통로로 연결된 내부와 외부의 동선이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건물 안에 정원과 하늘을 들인 구조도 멋져서 거기 놓인 긴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쉬어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이 전시에 마음이 끌린 것은 무엇보다도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이라는 전시 제목 때문이었다. 릴케의 시를 현대회화로 번역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전시 작품들의 제목은 거의가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이었고, 두껍게 물감을 쌓아 올린 거칠고 황량한 회화작품에는 낙서처럼 저 문구를 휘갈겨 써 놓기도 하였다. 붉거나 노랗거나 회색빛 가을의 분위기가 화폭에 가득 담긴 대작들에는 구리로 만든 플라타너스 잎사귀들이 낙엽처럼 붙어 있기도 했는데, 그 입체감과 거친 표면과 놀랄만 한 물감의 두께에서 쌓고 썩고 재생되는 자연의 거대한 시간이 느껴졌다. 삶과 죽음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거기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다. 황폐함과 덧없음이 표면에 가득하나 대지는 그렇게 죽고 살아나며 순환할 것이다. 거대한 화폭은 거칠고 무겁다 안젤름 키퍼는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럽던 독일에서 태어났고, 전쟁으로 그의 집도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나던 날 공습이 있었고 병원에 갔던 가족들은 운 좋게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그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갖고 놀며 자랐다. 그의 초기 사진작업에는 히틀러의 인사 자세를 취한 모델이 등장하는데, 끔찍한 과거를 수면 위로 드러내 진정으로 대면하려 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회화작품에 나뭇가지, 지푸라기, 깨진 유리조각, 콘크리트, 납, 철조망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거대한 화폭은 거칠고 무겁다. 그는 ‘질료는 발견해야 할 영혼을 숨기고 있다.’라고 어느 전시에서 작가의 말에 썼다.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작품들이 벽면을 채운 전시장 한가운데에 흙으로 만든 벽돌을 엉성하게 쌓아올린 구조물이 놓여 있었다. 이것 또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눈길을 끌만한 무엇이 못 되었다. 엉성할뿐더러 채 완성되지 못한 것처럼 한쪽이 무너져 있는 벽돌 담장이었으니까. 전시장을 한참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야 그 앞에 가만히 멈춰 설 수 있었다. 완벽하게 나를 가려줄 수 없는 벽 지금 집이 없는 사람... 나는 허물어진 혹은 쌓다 만, 혹은 다시 쌓고 있는 이 벽돌작품 앞에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는 릴케의 시구절을 다시 읽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완벽하게 나를 가려줄 수 없는 벽, 안전하게 나를 숨겨 보호해 줄 수 없는 집, 이렇게나 나약하게 허물어지는 공간. 인간은 대지 위에 그렇게 살다 갈 것이다. 그러나 죽음 위에 다시 생성되는 생명처럼 자연은 거대한 바퀴를 굴리고, 인간은 다시 흙을 이겨 벽돌을 만들고 그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린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17>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만성 비염 중 외래환자군이 생각보다 많은 건조성 비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막힘, 콧물의 증상과 더불어 코피, 비강내 가려움 등 코가 불편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질환의 특성상 비염의 유형이 달라도 증상이 서로 비슷해 원인을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증상은 코막힘으로 동일할지라도, 원인은 아주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조성 비염은 증상이 진행되면서 위축성 비염 증상인 코막힘, 비강내 출혈, 비강내 악취, 비강내 위축과 비인두·구인두 위축 건조를 일으키면서 마른 기침과 같은 하부 호흡기 증상도 유발해 환자의 체력 저하를 불러오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무척 중요하다. 건조한 코에서 위축성 비염으로 넘어가는 요인으로는 만성적인 비염이 오래 되기도 하고 환자들의 생활환경, 건조한 경향을 가진 개인의 신체적 특성 등이 결합되는 것이 있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건조성 비염이 아주 만성적인 요인을 가진 환자들에게만 발생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요즘과 같이 건조한 날씨에 난방이 잘 되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는 경우 급성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어, 이번호에서는 원인 중 하나인 건조한 환경이 코에 미치는 모습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12월 1일 55세 남자 환자가 코막힘이 심해 내원했다. 증상은 4일차로, 코막힘과 더불어 건조가 심해 코 안이 따갑고 콧김이 뜨거운 느낌이 심해 마스크를 쓰고 있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한 내원하기 전날부터는 눈도 같이 뜨겁고 열이 나는 느낌으로, 오후가 될수록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감이 심하다고 했다. 우선 코를 관찰하기 위해 환자의 마스크를 벗기자 비전정 부위도 벌겋게 붓고 갈라져 있었다. 비강을 보고 환자에게 증상이 발생된지 4일차인지를 거듭 확인했다. 비강 전체의 점막은 붉게 충혈돼 있고, 약간의 분비물은 말라서 거미줄처럼 붙어 있으며, 특히 우측 비강은 증상이 심해 얇은 가피가 갑개에 여기저기 발생한 상태였다. 코를 조금만 풀어도 출혈이 발생했고, 환자가 호소하는 비강내 열감으로 내시경이 들어가면 뿌옇게 되는 현상이 심했다. 환자에게 최근의 상황을 조금 더 문진해 보니 연말이라서 야근을 했고, 컴퓨터로 주로 작업을 하는데 실내 온풍기를 하루종일 틀어놓았으며 가습기는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쁜 작업이 많아 물도 거의 마시지 않은 상태로 최근 일주일간 실내생활을 했고, 평소 건조하면 코가 막히긴 했어도 이런 증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코막힘약을 복용 중이지만 변화가 없어 내원했다고 한다. 진료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건조성 비염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부비동염이나 비중격만곡교정으로, 수술로 인하여 코가 마르고 가피라는 딱지가 발생해 오는 경우이거나 마른 코 안의 딱지를 자주 뜯어내면서 코피와 가려운 듯한 따가움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만성의 유형으로 폐조의 형태로 윤폐하는 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생활환경이 극히 건조한 편인 데다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고 피로시 상열이 있는 약간의 음허 양상을 보이는 유형으로 판단, 한약은 보폐온탕으로 120cc씩 하루 3회 복용하는 것으로 일주일을 처방했다. 12월1일 내원했을 때 약처방과 더불어 관료혈 소염약침과 증기치료를 함께 받았으며, 다음날 내원시에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코 안 열감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햇다. 비강내를 살펴보니 가피 발생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치료에도 동일하게 약침과 증기치료 그리고 침치료를 시행했다. 이후 12월 5일에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아 확인전화를 해봤더니 증상이 많이 좋아져 시간이 날 때 내원한다고 했고, 12월 7일 내원시 자각적으로 느껴지던 증상은 거의 소실됐고 비강내 상태도 약간의 건조감과 열감은 남아 있었지만 확연히 좋아져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 건조성 비염에 필요한 치료와 처치가 초기에 잘 이뤄졌고, 또한 복용하던 항히스타민제 약을 중단한 것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항히스타민제는 인체의 점액을 마르게 하는 효과가 있어, 조직을 건조하게 만들어 건조성 비염의 환자에게 더욱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 비염에는 여러 형태가 있고 이러한 건조를 주 원인으로 하는 치료로 약침과 증기치료라는 직접적인 치료와 더불어 윤조하면서 허한을 잡는 한약치료가 더욱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잘 보여준 임상사례라고 생각된다. -
울산시한의사회, 희망2023나눔캠페인 성금 전달울산광역시한의사회(회장 황명수)는 지난 13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희망2023나눔캠페인’ 성금 200만원을 전달,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들과의 나눔에 동참했다. 울산광역시한의사회는 지난 2002년부터 울산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매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달하고 있다. 황명수 회장은 “3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자그마한 정성이지만 회원들의 뜻을 모아 따뜻한 나눔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의성 허준의 인술 정신을 이어받은 의료인인 한의사 단체로서, 앞으로도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울산시한의사회, 희망2023나눔 캠페인 성금 전달 -
“인문사회과학 연구 통해 맥진의 원리 밝혀”맥진은 대부분 주관적 감각에 의지한다고 간주되어온 가운데 맥진에 관한 이같은 통상적인 생각을 뒤집고, 맥진의 근거를 밝힌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김태우 교수(의사학교실)는 인문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맥진의 원리를 밝히는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Experiences, Expressions, and Boundary-Crossings: East Asian Tactile Diagnostics in South Korea’라는 제하의 논문에 담아 국제학술지(SSCI저널) ‘Medical Anthropology’(JCR 랭킹 상위 9.6%)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동의보감』의 진료를 구현하기 위해 맥진을 연구하고 진단에 적극 활용하는 현동학당의 맥진 실습과 회원 한의원에서의 인류학적 현장연구를 통해 진행됐다. 이번 논문에서는 서양의학의 진단이 몸의 생리·병리를 대표하는 매개물들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한의학은 중간 매개물을 넘어(boundary-crossings) 생리·병리의 다양한 양상을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 환자의 몸을 고정된 매개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보려고 하는 동아시아의학의 관점이 전제돼 있다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논문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이 한의학의 맞춤의료로서의 장점과 연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태우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인문사회과학 연구가 어떻게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의 원리를 규명할 수 있는가를 예시하는 논문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또한, 단지 인문사회과학적 연구성과를 넘어 과학과의 융합연구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하나가 아닌 복수의 자연들과 과학들에 대한 논의가 깊은 관심 속에 진행이 되고 있으며,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양자역학 연구도 기존의 뉴턴 과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또 하나의 과학 영역에서의 성과”라며 “이러한 복수의 과학들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의학이 어떤 과학인가라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논의 위에서 전혀 새로운 연구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인문사회과학연구는 한의학에 관한 과학연구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영역의 존재를 밝히는데 효능이 있으며, 이것이 융합연구에 있어서 인문사회과학 연구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실제 김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에서 과학연구를 하는 여러 교수들과의 융합 연구를 위해 지속적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의학에 관한 연구에서 기존의 과학연구를 넘어, 길을 여는(pathbreaking) 연구를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영역의 존재를 밝힐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 연구와의 융합이 크게 요구되고 있으며, 그러한 융합연구가 앞으로 한의학 연구가 세계적 연구가 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희대한방병원, 국내외 천연물 소재 연구 ‘앞장’경희대한방병원(병원장 정희재)은 지난 12일 천연물 기반 원천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계·상호협력체계 구축에 앞장서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서울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정희재 병원장을 비롯해 KIST 장준연 강릉천연물연구소분원장, 서울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 강대신 기획실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는 △연구 협력주제 발굴 △협약기관간의 적극적인 연구 참여 유도와 지원 △대내외 연구과제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 △중개연구를 통한 사업화 촉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희재 병원장은 “접근성 강화를 위한 한약의 제형 변화에 멈추지 않고 임상시험을 통한 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의 다각화로 한의학 발전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며 “국내외 클러스터와의 상생협력과 기관별 특장점을 융합해 국내외 유용한 천연물 소재 탐색, 효능과 작용기전 규명을 통한 식·의약품 개발, 산업화 역량 강화 등을 단계별로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장흥군, ‘생물의약산업 통합협의회’와 업무협약 체결장흥군이 ‘장흥군 생물의약산업 통합협의회’와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3일 열린 업무협약식에는 장흥군, 한국한의약진흥원,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장흥군버섯산업연구원, 원광대학교 장흥통합의료병원이 참여했다. 이번 협약에는 △생물의약산업 발전에 관한 정책 제안 및 사업 발굴 등 상호협력 체계 구축 △기술자문 및 정보 공유 △공동 협력사업 발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력 체계 구축 △협의회 및 실무협의회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그동안 각 기관들이 연구해왔던 연구성과들과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시설 및 박사급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교류 협력해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특색사업을 발굴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성 장흥군수는 “지역 연구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공동연구 개발 효율을 높이고, 그 성과가 지역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농·수·축·임산업의 6차 산업화를 앞당겨 농가소득 창출을 할 수 있게끔 함께 힘써 나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경옥고의 뇌 염증 조절 효과, 과학적으로 규명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송현석(사진 왼쪽)·안지영(사진 오른쪽) 학생이 ‘경옥고의 LPS로 유도된 BV2 미세아교세포에서의 항염증 효과’란 제하의 연구논문을 ‘대한한의학회지’에 게재했다. 한약제제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온 두 학생은 원광대한방병원의 경옥고를 이용, 면역 조절 및 염증 개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경옥고가 미세아교세포 염증시 발생하는 일산화질소·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알츠하이머·파킨슨 등 퇴행성 뇌질환에 응용할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송현석·안지영 학생은 “한방병원 실습과 더불어 한의과대학 약리학실험실에서 2년 동안 꾸준히 연구한 끝에 이같은 성과를 얻었다”며 “경옥고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추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를 지도한 한의과대학 박성주·배기상 교수는 “학생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뜻깊은 결과”라며 “지속적으로 한의약 소재의 효과 증명과 과학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