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원전학회, 동계 학술회 및 정기총회 개최대한한의학원전학회(회장 은석민·이하 원전학회)는 지난 2일 대전 태화장에서 ‘동계 학술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 2022년도 우수 논문 발표 및 시상과 함께 정년퇴임을 맞은 교수들에 대한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지난해 학회지에 수록된 논문 가운데 우수논문을 선정해 발표한 결과 최우수논문상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상현 박사가, 우수논문상에는 송석모(우석대)·금유정(대구한의대)·황수경(동국대)·박훈평(동신대)·신상원(부산대)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COVID-19 후각 장애에 대한 한의학적 고찰’이란 논문으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김상현 박사는 연구를 통해 한의학 문헌에 나타난 후각 이상의 생리, 병인, 병기, 코 관련 증상을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후각 이상은 외감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감각 자체의 문제로서 허증보다 울열 요인이 있고, 心 관련한 접점도 있었다. 또한 한의학적 임상 대응과 관련해서는 빠른 회복 경향이나 장기화되거나 후유증으로 남는 경우 침구 치료와 외용약을 시도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증상에 따라 변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수논문상 수상자 중 송석모 교수는 ‘5200년 전 티롤 미라의 문신은 가장 오래된 경혈의 유물인가?’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티롤 미라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접경 지역에서 발굴됐는데, 61개의 문신이 남아있어 서구학자들에 의해 침술 기원이 서양 내지 동시 발생적이라는 논리의 근거가 됐다. 이에 송 교수는 논문을 통해 서구와 중국 학자들의 주장을 분석, 티롤의 문신은 경락이나 경혈의 증거는 아니지만 근골격계 통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년을 맞은 윤창열 대전대 한의대 교수와 육상원 우석대 한의대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식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윤 교수는 지난 38년 동안의 교수 생활을 소회하며, 대학원생들과 중국으로 유적 답사를 간 경험과 400여편의 논문을 쓴 학문적 이력을 나누는 한편 정년을 앞두고 논문 등을 5권의 저술물을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육 교수도 40세에 교수생활로 나아가게 된 추억을 회고하며, 마음 한편에 있는 아쉬움과 더불어 학회의 강독회 등에 대한 추억 등한 추억들을 전했다. -
“우리 함께 건강해져요∼”중랑구한의사회(회장 정유옹)는 지난 1일 어깨동무한의원에서 ‘중랑구 건강돌봄사업 위원회’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관내 주민센터와 협력해 진행할 건강돌봄 사업의 추진방향 및 프로그램 등에 논의했다. 정유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사업은 지난해 실시했던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으로 인해 올해 다수의 주민센터에서 사업 요청이 들어와 이를 효율적으로 준비하고자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것”이라며 “실제 사업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제기하는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다 알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관 협력을 통한 건강돌봄 사업’은 ‘우리 함께 건강해져요’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적 고립가구 중 건강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의약적 강의와 상담,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대상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의사 회원의 강연·상담을 통해 대상자들의 돌연사 위험 예방 및 건강상 문제 발생시 대처하는 방법 등을 알려나가는 한편 다양한 과제활동을 통해 건강한 일상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참여자간 소모임(자조모임) 구성을 유도하고 활성화시켜 건전한 사회관계망 구축도 도모하는 등 사회에서 자기 혼자가 아닌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인식을 심어갈 방침이다. 한편 중랑구한의사회에서는 이번 사업이 중랑구 전체 주민센터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회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의 보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참여 한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교육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전체 모니터링 및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업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중랑구 이외에도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근거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정유옹 회장은 “급속한 고령화 진행은 물론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기조 아래 사회적으로 고립된 1인 가구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회적 건강돌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앞으로 한의학을 접목한 건강돌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어 “이번 사업이 코로나19로 피곤한 심신을 치료하는데 한의학 치료가 가장 우수하다는 부분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담양군, 군민건강을 위한 ‘한의약 기공체조 교실’ 운영담양군(군수 이병노)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신체활동이 부족한 군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오는 10일부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의약 기공체조 교실’을 운영한다. 기공체조는 편안한 마음에 완만한 곡선의 동작과 기의 흐름에 따른 호흡과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 만성질병 치유와 예방을 하는 운동이다. 한의약 기공체조교실은 여성회관 3층 대강당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며, 참여자 모두 발열체크, 일정거리 유지 등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운영할 계획이다. 이병노 담양군수는 “한의약 기공체조 교실이 군민의 심신과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군민 건강수준 향상을 위해 건강증진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
통영시, 난임부부 한의치료 지원사업 추진통영시는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난임부부 한의치료 지원사업에 참여할 대상자를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난임부부 한의치료 지원사업은 양방 난임시술 이외에도 보다 다각적인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의학을 활용한 치료 지원으로 임신성공률을 향상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한의치료 모집대상은 통영시에 거주하며 난임검사상 기질적 이상소견이 없는 난임부부 3쌍으로, 모집기간 내 지원신청자가 많을 경우 기준 중위소득이 낮은 부부가 우선 선정된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부부 중 한사람에게 160만원 한도 내에서 사전·사후검사, 지정한의원에서의 한약, 침, 뜸 등의 진료상담과 첩약을 지원하며 한의치료 및 추후 관찰기간 동안에는 체외수정 등 난임시술을 중복지원받을 수 없다. 참가를 희망하는 경우 본인 신분증, 난임진단서 사본, 정액검사결과지를 지참해 보건소로 방문신청하면 되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통영시보건소 모자보건팀(055-650-6143)으로 문의하면 된다. 통영시 관계자는 “한의치료 지원이 난임부부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관심과 신청을 당부했다. -
한의사국시 98.5% 합격, 새내기 한의사 811명 탄생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원장 배현주·이하 국시원)이 지난달 13일 시행된 제78회 한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제78회 한의사 국가시험은 총 823명의 응시자 중 811명이 합격, 98.5%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번 한의사 국가시험의 수석합격은 340점 만점에 317점(93.2점/100점 환산 기준)을 취득한 대구한의대학교 한영탁 학생과 세명대학교 최소연 학생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한편 합격 여부는 국시원 홈페이지(www.kuksiwon.or.kr)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며, 원서접수 시 연락처를 기재한 응시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도 직접 합격 여부를 알려줄 예정이다. -
한약재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 ‘확인’왼쪽부터 이민준, 박준우, 신서원 학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민준(17학번)·박준우(18학번)·신서원(16학번) 학생이 독립심화학습을 통해 한약재를 기반으로 한 감염병 치료의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코로나19 병증 개선에 있어 고려인삼, 감초 등의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이민준·박준우 학생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m J Chin Med’(IF=4.667)에, 또한 신서원 학생의 연구 결과는 ‘Journal of Ginseng Research’(IF=5.86) 온라인판에 각각 게재됐다. 이민준·박준우 학생은 SARS-CoV-2 바이러스의 생활사(Lifecycle)에 따라 한약재 작용기전을 체계화한 연구로, 우선 인체 침투·세포 분열·DNA 전사 등 바이러스의 생활사 전 과정을 5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내는 한약재(천연물)의 기전을 분석하는 한편 코로나19의 병리현상인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추가로 연구, 임상 현황 및 양약 병행요법까지정리했다. 연구 결과 약재 성분 Quercetin, Berberine chloride, Glycyrrhizic acid 등은 SARS-CoV-2 바이러스의 생활사 내 주요 단계(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transmembrane serine protease 2, cathepsin L 등)를 조절할 수 있고, 약재 성분 Ginsenoside-Rb1, Gallic acid 등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민준·박준우 학생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한약재 연구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작용 기전을 바이러스 생활사에 따라 체계화했다는 점과 함께 실용성 있는 임상데이터를 제시한 점에서 이번 연구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려인삼이 코로나19로 인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한 신서원 학생은 “미생물이나 ATP, 응집되고 잘못 접힌 단백질과 같은 광범위한 자극에 의해 중추신경계에 감지되는 NLRP3 인플라마좀(NLRP3 Inflammasome)은 염증성 반응을 유도해 신경학적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고려인삼이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고, 신경학적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민준·박준우·신서원 학생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독립심화학습을 수강한 계기는? ◎신서원(이하 신): 평소 연구에 관심이 있었지만, 학생이 직접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조익현 교수님과 상담하던 중 이러한 고민을 나누게 됐고, 교수님께서도 학부생이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하셨다. 하지만 ‘독립심화학습’이라는 과목이 있고, 학생 스스로 설계해 최종 논문까지 작성할 수 있다고 해 수강하게 됐다. ◎이민준(이하 이)·박준우(이하 박): 논문을 한 번 써보고 싶었지만 처음이기에 논문 작성부터 보완, 투고 단계에 있어 교수님의 지도가 필요했다. 교수님의 도움을 받고자 수강하게 됐다. Q. 연구 주제는 어떻게 설정했는지? ◎박: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의 진료 지침이 없었다. 전국한의과대학 폐계내과협의회가 배포한 ‘코로나19 한의진료지침’만 있었다. 한의학도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이와 관련된 논문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신: 교수님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찾아보라고 해 여러 후보 중 코로나19와 한의학을 연관짓는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 ‘신경학적 후유증’, ‘면역학’, ‘단백질 복합체’ 등의 순으로 세부 범위를 좁혀갔고 결국 ‘인삼과 신경학적 후유증의 연관성’을 다루게 됐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박: 처음 투고했을 때가 생각난다. 학기를 지나 방학때까지 고생해 가면서 논문을 투고했는데, 약 10페이지의 엄청난 지적사항과 함께 반려돼 크게 실망했다. ‘논문을 잘못 썼나보다. 어떻게 해야하나’를 두고 고민했는데, 지적사항을 다시 읽어보니 수정방향을 알 수 있었다. 논문을 작성할 때 고려할 사항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 ◎신: 주제 탐색, 문헌 탐구 등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특히 기존 자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분류하고 주제를 확장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선행 연구들과 차별화된 신선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지만 결과가 좋게 나와 보람을 느낀다. Q. 향후 목표는? ◎박: 졸업하고 나서도 지금의 연구를 심화하고, 독자적인 실험모델 설계 역량을 키우고 싶다. 한의사면허를 받으면 다른 연구자와 임상연구도 해보고 싶다. 한의학적 치료가 상용화되지 않은 질환을 연구해 한의학 단독 치료 및 병행 치료의 안전성 제고에 기여하고 싶다. ◎이: 논문 게재 후 인용횟수를 확인해봤는데 1회가 있더라.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논문으로 누군가와 교류한 것이 뿌듯했다. 전 세계 학자들과 교류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데, 공중보건학을 공부해 한의 공중보건학 전문가로 기여하고 싶다. ◎신: 이번 연구는 NLRP3 인플라마좀과 고려인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였다. 그러나 고려인삼이 해당 병증에 직접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아직까지는 부족한 실정이어서, 앞으로 임상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싶다. 아직까지 진로는 정하지 못했지만 한의학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연구가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4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乙雨 先生(1871∼?)은 1935년 간행된 『東洋醫藥』 제1호에 「流行性腦脊髓膜炎의 治驗方」이라는 한쪽짜리 논문을 발표해 유행성 뇌척수막염의 치료경험을 공개했다. 李乙雨는 1921년 한의사단체인 東西醫學硏究會가 조직될 때 부회장이 되었던 인물이다. 東西醫學硏究會에서는 전염병 관리에 한의사를 참여시키기 위해 당시 전염병 전문 의원인 順化醫院에 한방과를 설치할 것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다. 官立避病院이라고도 부른 順化醫院은 본래 1909년 10월에 설치된 전염병 환자 전용병원이다. 이 병원에 한방과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를 관철해내어 李乙雨가 한의사를 대표하여 근무하게 된 것이다. 「流行性腦脊髓膜炎의 治驗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東西醫學硏究會가 數年동안 침체한 가운데 있다가 今番에 會務를 一新하고 月列雜誌 「東洋醫藥」을 發刊하게 된 것은 오직 우리 東西醫學硏究會의 發展을 위하야 祝賀할 일일 뿐 아니라 哀退해가는 漢醫學을 위하야 또는 여러 病弱者를 위하야 크게 欣幸한 일이라고 하겠도다. 本人이 治療하고 있는 各種 傳染病 中에 死亡率이 最多하다는 流行性腦脊髓膜炎의 漢方治療方法을 紹介하고저 하노라. 新醫學上 流行性腦脊髓膜炎은 漢醫病名으로는 傷寒剛痓이니그 實驗方은 如左하니라. 加味葛根湯 葛根 삼錢, 麻黃 二錢, 白芍藥 一錢五分, 桂枝 一錢, 甘草 八分, 薑三棗二, 或加差活, 獨活 各一錢, 小兒半減用, 二三日連用. 若露眼, 噤口, 手足搐搦이면 卽動風之候也라. 四關을 鍼함이 必要하니 鍼法은 必히 『鍼灸大成』 南豊李氏補瀉法으로 靑龍擺尾, 白虎搖頭, 蒼龜探穴, 赤鳳迎源을 行하야 制止하고, 臍中에 塡鹽하야 必히 千壯을 灸하고(艾를 小豆大만큼해서 꼭 한가운대 놓아서 火傷하지않게 一日 五十壯 가량씩 놓느니라) 仍하야 加味三陰煎을 繼續하나니라. 加味三陰煎 熟地黃 五錢, 當歸 三錢, 人蔘 二錢, 白芍藥酒妙 二錢, 酸棗仁炒硏 二錢, 甘草炙 一錢. 汗多氣虛 加黃芪 二錢, 小腹痛 加枸杞子 二三錢, 腰膝筋骨無力 加杜沖, 、牛藤 各一錢半. 若嘔吐症이 有할 時에 蛔症으로 認證하면 安蛔理中湯을 使用하고 若蛔症이 無하고 嘔吐하는 者는 加味四物湯으로 主之하라. 加味四物湯 藿香五錢, 熟地黃, 當歸, 川芎, 白芍藥 各一錢二分半, 益母草 一錢” 이 논문에서 이을우 선생은 자신의 소속을 ‘京城府立順化病院漢方部’라고 적고 있다. 그는 동서의학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립의료기관에 한방과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를 관철해내고 여기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면서 당시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각종 전염병을 치료해낼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유행성 뇌척수막염이 사망률이 높아서 그 치료법을 공유한다면 많은 인명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가미갈근탕, 가미삼음전, 가미사물탕 등의 처방과 각종 침구법을 소개했다. 또한 이 병이 한의학적 병명으로 ‘傷寒剛痓’라는 점도 분명히 해주었다. 이것은 국가적 단위에서 전염병에 한의학적 치료법을 강구한 하나의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9김효선 동신대학교 본과 1학년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9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대개 한의대생이라면 동아리에서 공진단이나 경옥고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진단은 고등학생 때 다같이 하루루틴처럼 먹었기에 경옥고에 비해 친숙함+1이었으나, 올해 초 공진단을 만들며 ‘피로 개선’이라는, 어디에 갖다 써도 부분점수는 줄 것 같은 효능만 얼버무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한의대생이라 할 수 있나’라는 반성이 잊혀지기 전에 올해 초 만들어본 공진단과 이번 겨울방학에 만들어볼 경옥고에 관해 이번 기고를 계기로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래 내용은 시험문제에 간혹 등장하는 “일반인에게 설명하듯 서술하시오”에 대한 답변하는 생각으로 정리해 봤다. 공진단, 세상에 보약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겨 공진단(供辰丹, 공신단)은 중국 원나라 위역림의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최초로 수록된 처방으로, 황제의 보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타고난 기운이 약하거나 체질이 허약할 때 섭취하면 원기가 보강되고 오장이 조화로워져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주요 재료로는 사향, 당귀, 인삼, 녹용, 산수유를 사용하는데, 복용 목적에 따라 침향, 목향 등을 가감해 조제하기도 한다. 이때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향선낭 분비물로, 공진단의 순환하는 효능의 핵심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녹용은 원기보충, 산수유는 간과 신장의 기능 개선에 좋다. 공진단은 이러한 약재들을 가루로 만들고 꿀 반죽을 한 후 금박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아침 공복에 꼭꼭 씹어서 먹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아침 공복에 먹어본 적이 드문 것 같은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함께 공진단은 기억력 및 인지기능 개선, 항산화 효능이 있으며 면역체계·심혈관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허혈성 뇌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보고됐으며 갱년기 증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세상 보약을 다 처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최후로 공진단을 써야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향의 경우 자궁의 수축을 일으킬 수 있고 체질에 따라 약재의 약성과 잘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섭취하기를 권한다. 경옥고,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는 약으로 인식 경옥고는 생지황, 인삼, 백복령, 벌꿀을 중탕해 만든 고체 형태의 보약이다. 공진단의 사향과 같은 존재가 경옥고의 생지황이라 할 수 있다. 생지황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기능을 강화하며 몸의 열을 내리고 갱년기·불안·공황 증상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백복령 역시 중요한 약재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의 균핵을 건조해 만든 약재로 이뇨작용, 진정작용을 하며 혈당을 낮추고 건망증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 의하면 경옥고는 연년익수약(延年益壽藥,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는 약)이다. 구체적으로는 정기와 골수를 늘려주고 원기를 보하며 항노화 효능이 있고 허손증(허약해서 생기는 질환)을 보하고 오장이 충실해지게 한다고 한다. 아침 공복과 잠들기 1시간 전 등 하루 총 2회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한 숟가락 떠서 복용하거나 따뜻한 물에 녹여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생지황은 찬 성질이라서 과다복용하거나 위장이 약한 경우에는 구토·설사·구역 등의 소화장애를 야기할 수 있고, 인삼에 의해 두드러기 등의 피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섭취시에 주의해야 한다. 더욱이 경옥고의 경우 굉장히 대중적인 보약으로 인식돼 이같은 주의할 부분이 간과될 수 있는 만큼 복용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와의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보다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겨울방학 경옥고 만들기 체험을 할 때에는 ‘피로 개선(?)’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우리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 -
“여한의사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한 의술로 의료사각지대 찾아갈 것”<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나는봄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이하 나는봄센터)에서 위기 여성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한의약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여한의사회 김지희 총무이사와 김윤민 의무이사를 만나봤다. Q. ‘나는봄센터’는 어떤 곳인가? 김지희: 나는봄센터는 지난 ‘13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십대 여성 건강센터로, 서울시에서 여성 청소년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성매매, 임신, 폭력과 같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여성 청소년들에게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운영되는 곳이다. 나는봄은 말 그대로 I’m spring, 봄과 생명의 기운이 이미 우리 안에서 피어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활기차고 기운찬 이름이다. 김윤민: 나는봄 마스코트 ‘보미’를 보면 알겠지만, 에너지 넘치는 눈빛에서 느껴지듯 건강하고 당찬 소녀다. 한마디로 십대 여성들이 처해있는 위기상황에서 주체적으로 용감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센터다. Q. 의료지원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김지희: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위원도 겸임하고 있는데, 사실 지난해 회의에서부터 나는봄센터에 의료지원을 나가는 여한의사 모집 안건이 나왔었다. 그러던 와중에 여한의사회와 소청위, 나는봄센터가 MOU를 체결한 것이 귀한 인연이 돼 의료지원에 참여하게 됐다. 김윤민: 여한이 나는봄과 MOU를 맺은 후 신청자를 받는 공지가 올라왔었는데, 그 공지를 보고 휴진날인 목요일에 의료지원 신청을 했다. 내심 매주 목요일마다 혼자 의료지원을 나가게 될까봐 걱정됐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여한의사 회원들이 신청을 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의료지원을 나가고 있다. Q. 한의원에서 진료할 때와 다른 점은? 김지희: 나는봄센터에서의 진료는 더 친밀한 느낌이 있다. 환자층이 주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십대 후반의 여성청소년과 쉼터나 가정에서 이제 막 자립한 20대 초반 여성들이다보니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요인을 많이 갖고 있다. 또한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목, 어깨, 허리는 거의 다 굳어있는 경우가 많고, 맥을 짚으면 10에 8, 9는 허약한 편이다. 한의원에서 진료할 때처럼 ‘침으로 한 번에 잘 낫게 해준다’는 생각은 버리고, 처음 침을 맞아본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한의약 치료를 친숙하게 해주고 치료 후에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건강관리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많이 접근하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청소년이 있다면? 김윤민: 친구들이 한의과 진료실로 오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처음부터 한의과 진료를 원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를 따라 오거나 다른 진료를 보러 왔다가 다른 과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오기도 한다. 처음에 친구들이 오면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해주는 친구도 있고 돌아갈 때 츤데레처럼 ‘근데.. 이런 부분이 궁금해요’ 이렇게 얘기하는 친구도 있다. 아직까지 많은 친구들을 본 건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들으면 외모, 말투, 증상, 아픈 곳이 다 생각난다. 저만 그 친구들이 다 생각이 나는 게 아니고 친구들 역시 오랜만에 봐도 다 기억을 해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Q. 한의약 진료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 김지희: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클 때가 많은데 진료하다보면 일반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과는 달리 거친 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이 이미 다쳐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여러 가지 신체증상이 많은데 불면, 공황장애를 비롯해 설사, 위염, 생리통, 두통이나 식이장애로 인해 폭식증, 거식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의 강점이 몸과 마음을 전인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인데, 충분한 상담 후에 몸의 상태를 설명해주고, 침·추나 치료와 함께 운동법을 알려준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 한약도 함께 처방해주고 있다. 나는봄센터에는 산부인과, 치과, 가정의학과 선생님들도 계신데 한의약은 또 다른 부분을 치료해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첩약으로 깊은 진료를 해줘야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건상 첩약 진료가 어려운 부분은 안타까운 마음이다. Q. 여한의사이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윤민: 친구들이 본인을 표현하거나 치료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허들이 낮아진다. 치료를 할 때 대면하는 물리적인 측면에선 당연하고 정서적인 면에서의 강점도 크다. 의료지원에 참여하는 여한의사들의 나이대가 다양한데 친구들이 평소에 터놓고 지내는 선생님이랑 비슷한 나이대의 원장님도 있고, 김지희 원장님이나 저처럼 약간 막내이모 같은 나이대 원장님들도 있다. 진료연속성을 위해서 차팅 내용을 공유하는데, 같은 친구가 상담을 했더라도 누가 진료하느냐에 따라 조금 더 어른에게 터놓을 만한 얘기도 있고, 언니에게 물어볼 만한 고민들도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쉽게 얘기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Q. 의료지원 참여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지희: 사실 나는봄센터에 오는 아이들의 대략적인 상황을 듣고 가출청소년 이미지를 떠올렸다. 저는 어렸을 때 공부만 했던 범생이었고 주변 친구들도 그런 아이들이 많아서, 무서운 청소년들이 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했었다. 처음 한의진료실에 들어와 삐딱하게 앉아서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하며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며 어떤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러나 본인 마음을 점점 열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가면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으로 보람차게 진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김윤민: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오히려 편하게 갔다. 공감대 형성도 비교적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봉사하는 입장에서도, 진료를 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되니까 아이들과 함께 더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Q. 향후 계획은? 김지희: 앞으로도 여한의사회는 전국 각지의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곳에 따뜻한 마음과 친절한 의술로 찾아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주여성 및 성폭력 트라우마 피해자, 탈북 청소년 쉼터 등에서 봉사를 해왔고 앞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장애인 봉사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가는 우리들의 이야기큰나무한의원 부원장 나지호(가운데) 한국M&L심리치료연구원 주최, M&L심리치료학회(회장 강형원 교수) 주관으로 진행되는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는 심리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임상 현장에서 요구되는 치료자로서의 자세와, 다양한 심리치료 기법들을 습득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M&L은 Mindfulness & Loving beingness를 뜻하는 말로, 내담자 안에 있는 힘을 믿어주는 치료자가 제공하는 안전의 장 속에서,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아차리도록 돕는 것이 M&L 심리치료입니다.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는 일본 정신과전문의이자 후쿠오카 유멘탈 클리닉 원장인 유수양 선생님을 마스터 트레이너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원광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인 강형원 교수님을 트레이너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부산, 광주 및 Zoom 등에서 10회차에 해당하는 트레이닝 코스를 진행하면서 총 202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였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2021년과 마찬가지로 Zoom을 활용해 코스를 진행하면서도, 체험을 중시하는 M&L심리치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코스의 5회차와 10회차 때 각각 1박2일로 오프라인 코스를 진행함으로써, 온라인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면 실습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2023년은 한국에 M&L심리치료가 들어온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M&L심리치료가 몸과 마음의 고통 속에 있는 많은 분들을 도울 수 있도록 진일보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작년 4월이었는데 한 달마다 한 번씩 줌으로 만나면서 벌써 해가 바뀌어서 1월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7기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베이직코스’ 시작 당일에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허겁지겁 등록하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줌이지만 얼굴과 상반신이 보이도록 대면처럼 소규모 실습을 한다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하면서 강형원 교수님과 유수양 선생님, 운영진 분들이 저의 그런 긴장된 마음을 알기라도 하셨는지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와 표정, 어투로 대해주셨습니다.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제 기억에 남을 만큼 평소에 자주 들어보지 않았던 것 같은 말이었습니다. 먼저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강의 지식기반의 강의가 아니어서 그냥 강의하시는 분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가끔 임상케이스가 나올 때면 그분의 상황과 심정에 깊게 공감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감정표현도 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코로나에 걸려서 힘들 때도 자연스럽게 강의에 참여하면서 편안함과 위안을 얻는 시간이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높아진 긴장감과 불안을 낮출 수 있게 하고, 다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불확실성의 바다에 헤엄치고 있는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명상 상태에서 내면아이를 만나고 내면아이에게 대화를 건네는 방법 또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트라우마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평소의 나와 다른 행동과 감정을 표출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좋은 해답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은 알고 있던 그 내면아이가 원하는 말, 핵심적인 감정을 나에게 잘 전달해주면 이상하게도 뭔가 출렁이던 감정이 평온해지고 맑아져서 깨끗하고 맑고 잡음이 없는 깊은 내면의 나의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히 그러나 넓게 밀려오면 천천히 나의 행동과 감정에 스며들어서 고통과 불안에 휘감겨있는 나를 알아차리고 다시 한발 크게 내딛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다시금 생기는 것 같습니다. 1호 환자를 치료하며, 인간 내면의 강인함과 긍정을 실감하다 아무래도 그런 큰 변화를 알아채게 된 것은 저의 1호 심리상담 환자가 생기게 된 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의 1호 환자는 도무지 음식을 삼킬 수 없는 심한 불안 증세를 가지고 내원하였는데, 처음 왔을 때부터 마음에 큰 고통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한의학적인 치료를 했지만, 그 환자는 한 번의 심한 공황발작이 있고 나서는 침 치료를 거부할 정도로 괴로워했지요. 그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심리 상담 치료밖에 없어서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불안한 눈동자와 초췌해진 표정을 가지고 있는 그 환자는 처음에는 하단전 명상치료와 마음의 방 그리기를 하면서 어리둥절해 했지만,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줬습니다. 기억에서 떠올릴만한 긍정적인 리소스가 하나도 없다고 하셨지만, 그분은 명상치료를 시작하자마자 일상에서 자신의 리소스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고통과 불안으로 허덕이면서도 그분은 기꺼이 명상치료를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어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분은 아침마다 감사기도를 하고 놀이터에 나가서 햇빛을 받는 리소스를 가진 강인한 눈빛을 가진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눈부시도록 놀라운 변화를 그저 지켜봐주고 들어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는데, 사람의 내면에는 이토록 강인하고 긍정적인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변화를 목격한 저는 이끌리듯 제가 가장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구절을 인용하여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게 되었지요. 바로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였습니다. 저 역시도 가장 상처받고 움츠러들었을 때조차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고, 적절한 환경을 만나면 꽃이 피듯이 모든 게 바뀔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삶은 늘 연속적이고 변곡점이 있는 데 반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은 단편적이고 선택적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인식체계 역시 깨어져야 할 하나의 세계일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심리상담 면에서 초보이기에 어쩌면 내가 제대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하는 불안이 항상 있었지만, 저와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은 환자에게 서로 의지해가며 상담을 이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그분은 식사를 어느 정도 하게 되었고, 가족이나 주변 친지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분은 새해가 되자 한번 저를 찾아오셨는데, 제가 오신 이유를 묻자,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알려주고 자랑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변화를 보는 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느낌을 받았고, 삶을 바꾸는 기회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한 loving beingness를 직접 전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각자의 신화 속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이 되다 10회차 부산에서 만났던 마지막 코스에서 우리는 각자가 걸려있는 마법의 주문에 대해서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한 마법의 주문을 이야기하다보니 나의 신화를 완성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최보윤 원장님께서 도움을 주셨지요. 마법의 주문을 생각하다보니 자기 자신과 주변인의 관계와 삶으로 구체적인 포커스가 맞춰지는 기분이었는데, 나의 신화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신화에서는 주인공의 고난과 시련이 매우 많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영웅이 되는 구조가 굉장히 많은데, 그러한 영웅적인 면모, 닮고 싶은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나에게는 더 이상 먼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자기 자신의 세계를 넘어서, 알에서 깨고 나온 새처럼, 스스로의 영웅이 되는 일까지 상상해볼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또한 문화의 밤에서 여러 장기를 보여주셨던 선생님들께서도 그러한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충분히 자신감 있게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나를 둘러싼 세계의 변화를 나로부터 맞춰가는 아주 기분 좋은 경험과 울림이었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모든 학회 운영진분들과 저희를 이끌어주셨던 강형원 교수님과 유수양 선생님, 그리고 ‘제7기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이닝 코스’를 함께해주신 모든 수강생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023년 한해에도 모두 내면의 성숙과 자신의 신화를 이루어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