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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AX 시대 연다”…‘한의인공지능학회(KSAIKM)’ 출범[한의신문] 한의학의 본격적인 AI 대전환을 이끌 연구단체인 ‘한의인공지능학회(Korean Society of AI in Korean Medicine, KSAIKM)’가 공식 출범한다. 한의인공지능학회는 오는 14일 라마다 서울동대문 바이 윈덤 호텔에서 창립총회와 함께 ‘한의학×인공지능(AI) 융합을 위한 전략 포럼’을 개최, 학회의 연구 방향과 비전을 대내외에 알린다. 한의인공지능학회는 한의학의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 연구를 선도하기 위해 설립된 학술단체로, 한의학 데이터 표준화와 인공지능 기반 진단·치료 기술 개발, 융합 인재 양성, 학술·산업 협력 등을 추진하며 미래 한의의료 혁신을 위한 연구 플랫폼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의인공지능학회·한국한의학연구원 공동주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혈침치료 ICT융합연구사업단이 후원하는 이번 포럼은 임상 현장의 AI 활용 사례를 공유하는 1부와 한의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2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임상의를 위한 한의학×AI 융합 사례)에선 △AI 시대 한의사를 위한 최소한의 AI 리터러시(김창업 가천대 한의대 교수) △AI를 활용한 시스템생물학-한의변증 융합 처방지원시스템(BionKM) 소개(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AI가 이미 바꾼 진료현장(엄두영 양평경희통합의원·한의원 원장)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된다. 이어 2부(인공지능 시대, 한의학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에서는 △인공지능 시대 융합 한의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한의학·생물의학 지식 통합 로드맵 구축 및 의료기기 활용(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식 전달자에서 문제 설정·탐색·해결의 동반자로: AI 시대 한의학 교육의 재설계(임정태 원광대 한의대 교수) △한의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김상진 한국한의약진흥원 지능정보화센터장) △한의산업에서의 인공지능 도입과 혁신, 그리고 과제(김현호 한의산업진흥협회 이사) 등의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한의학 AX(AI Transformation) 전환을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주제로 패널토론도 마련된다. 토론에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진단학회 △한의학교육학회 △한의산업진흥협회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학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여해 한의학의 AI 전환과 데이터 기반 산업 생태계 구축, 제도적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의학이 지닌 환자 중심의 맞춤의학적 가치와 복합적인 생체 신호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계통의학적 강점은 복잡한 데이터를 연결하고 패턴을 도출하는 현대 AI 기술과 결합될 때 전례 없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의인공지능학회는 전통 한의학 지식의 AI 전환을 선도하고 첨단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연구하는 학술적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AI가 가져올 한의의료 현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올바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와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 이후 총회에선 △학회 정관 승인의 건 △학회장 선출의 건 △임원 선출의 건이 상정·논의되며, 올해 사업 계획 보고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포럼 참가 신청은 포스터 내 QR코드 및 구글폼(forms.gle/TYSFeRZmvGA8fM716)을 통해 가능하다. 아울러 학회 회원 가입은 한의인공지능학회 홈페이지(ksaikm.kr)와 구글폼(forms.gle/3GGhXPsaTMkYeQT77)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
- ‘부부의 세계’ 편 - -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에 당신의 선택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무거운 짐으로 남은 이가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 마음에는 그 짐이 한 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연마다 방방곡곡에 흩어진 환자들이 여전히 내 안에 살고 있다. 음식만 먹으면 토해 콧줄을 낀 채 금식해야 했던 환자가 너무 먹고 싶다며 애원하던 콜라 한 캔을 딱 잘라 금지했던 어느 날. 더 사는 것도, 아픈 것도 다 상관없으니 그저 딸의 결혼식에만 참석하게 해달라던 그 간절한 부탁을 지켜주지 못했던 어느 날. 미국에서 들어오는 딸의 얼굴을 볼 때까지만 버티게 해달라던 마지막 염원을 이뤄주지 못했던 어느 날. 참 다양한 사연들이 마음에 흉터처럼 남아 흔적을 깊게 새겼다. 그중에는 이런 짐도 있다. “이제껏 항암을 버텨왔고 최근 몇 년을 병원에서만 보냈으니, 지금 이 통증만 좀 잡아주면 죽기 전까지 제발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던 환자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당시 환자 한 명 한 명을 쳐내기 바빴고, 철저히 병원과 의료서비스 중심으로만 사고하던 내게 그 한탄은 그저 말도 안 되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의 당위성 확인 밥 먹을 기력이 없어 영양제를 매일 맞고,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온몸을 후벼 파는 통증 때문에 진통제에 의지하며, 잠깐 숨을 돌릴 만하면 고열과 기침 가래가 들이닥쳐 항생제를 부어야 하는 생활. 집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당시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해낼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에 ‘이해 불가’라는 이름표를 붙여두고 서둘러 합리화했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렀다. 얼마 전 지인 원장님의 배려로 재택의료 현장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이라 병원에 갈 여력이 없는 이들, 병원은 다니지만 집에서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이들, 거동이 불편한데 보호자가 없어 혼자 생활하는 이들이 가득했다.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의 당위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환자들의 집을 하나씩 들렀다. 그리고 마지막 집에 이르렀을 때였다. 이전까지 모든 환자를 묵묵히 마주하던 원장님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낮게 말씀하셨다. “이 환자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시지요.” 방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이 머문 곳은 발이었다. 엄지는 이미 소실되었고, 둘째 발가락부터 새끼발가락까지 모두 괴사해 발등까지 시퍼렇게 죽어 있었다. 상처를 감싸던 거즈를 하나씩 걷어내자, 이미 둘째 발가락마저 괴사되어 위태롭게 덜렁거렸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 순간이었다. 덜렁거리는 발가락 주변을 살피며 거즈를 빼내는 와중에도 정작 할머니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처음 보는 우리 얼굴을 그저 두리번거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사랑하는 이와 맞는 삶의 마지막 순간 곁을 지키던 아들은 낯선 이들의 방문에 지나온 일들을 담담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들은 은퇴한 경찰관이었다. “혹시나 해서 병원에 또 다녀왔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똑같더군요. 원인은 명확히 모르겠고, 연세가 너무 많아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항생제를 써보겠지만 나이 때문에 강한 약을 쓸 수 없고, 쓴다 한들 발이 호전되기는 어렵다고요. 입원은 시켜줄 수 있지만 해줄 수 있는 건 드레싱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병원에 있는 걸 몹시 불안해하셨습니다. ‘빨리 집에 가자’, ‘무섭다’는 말씀만 반복하셨지요. 어차피 통증도 느끼지 못하시는데, 굳이 병원에 계실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집으로 모셨습니다.” 과연 경찰관다운, 명료한 브리핑이었다. 이어진 원장님의 답변 역시 누군가의 집에서 일어나는 이런 비극이 익숙한 듯 담담했다. “그럼에도 병원에 가시는 것을 권합니다.” 원장님이 거듭 청했지만, 아들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셀 수도 없이 다녀왔습니다. 다 떠나서, 혼자 두면 무서워하시는 분을 더 기대할 것도 없는 곳에 홀로 두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서류도 다 쓰지 않았습니까. 정리도 끝났습니다.” 아마 연명의료중단동의서를 포함한 서류들을 뜻하는 모양이었다. “이만하면 됐습니다. 충분합니다. 어머니와 시간도 잘 보냈고, 집에 계셨기에 할 수 있는 일들도 다 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그저 '그때'가 언제인지만 판단해 주십시오.” 길어지는 대화와 서류를 챙기는 모습에 나는 슬그머니 방에서 나와 밖에서 기다렸다. 수십 분을 더 머물다 나온 원장님과 함께, 그 집을 마지막으로 재택의료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났다. 그리고 이틀 뒤, 원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때 보셨던 발 괴사 환자분, 호흡이 멈췄다는 연락을 받고 지금 막 다녀왔습니다. 아드님도, 환자분도 가정이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잘 가셨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싶어 소식 남깁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먹먹한 서글픔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병원의 차가운 기계음 대신 익숙한 집안의 공기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맞이하는 마지막. 그것이 그토록 원했던 ‘집에서 죽을 권리’, 즉 재택임종의 실체였다. 이제야 느낀 재택임종의 참된 의미 과거의 나였다면 의학적 관리의 부재를 우려하며 끝까지 병원을 고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익숙한 방, 익숙한 냄새,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가족의 존재. 그것이 비록 괴사해 가는 발을 고치지는 못할지언정, 떠나는 이의 영혼만큼은 평온하게 다듬어줄 수 있었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어디에 누워있기를 바랄 것인가. 병원의 고독한 침상인가, 아니면 내가 살아온 삶이 깃든 나의 집인가. 문득 십수 년 전, 집에서 죽게 해달라며 내게 하소연했던 그 환자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를 스쳤다. 이제야 그 마음에 온전히 가닿은 것 같아, 마음 속 오래된 흉터가 조금은 아물어가는 듯했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6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 (주)뉴메드 대표이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지탕(桂枝湯). 한의학을 공부한 이라면 누구나 입에 익은 이름이다. 외감풍한의 첫 자리에 놓인 처방이며, 『상한론』 113방의 첫머리에 자리한 처방이다. 그런데 이 처방의 군약인 桂枝가 정작 무엇이었는지를 묻기 시작하면, 천년이 넘는 본초고증학의 미해결 쟁점에 발을 들이게 된다. 장중경의 桂枝는 송대에 와서 다시 그어진 이름 『신농본초경』(2세기경)에는 모계(牡桂)와 균계(菌桂) 두 종이 상품에 수재되어 있다. 다만 이 구분은 산지와 형태에 따른 것이지, 가지와 껍질을 부위로 나눈 것은 아니었다. 한대의 桂는 Cinnamomum cassia 계통의 약재였으나, 그 안에서 부위를 명확히 갈라 약용했다는 기록은 충분치 않다. 장중경의 『상한론』과 『금궤요략』에는 桂, 桂枝, 桂心이라는 명칭이 함께 등장한다. 이 세 이름이 정확히 어떤 부위를 가리켰는지에 대해 학계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일본 학자 진류성(眞柳誠)은 ‘일본동양의학회지’에 23회에 걸쳐 연재한 「임억 등이 장중경 의서의 계류 약명을 계지로 바꾸었다」에서 도발적인 가설을 제시했다. 한대에는 桂, 수당대에는 桂心, 송대에는 桂枝去皮를 사용했고, 이들은 모두 Cinnamomum cassia의 가지껍질·줄기껍질에서 코르크층을 제거한 부위였다는 견해다. 핵심 근거는 송대 임억(林億) 등이 1057년 교정의서국에서 한대∼당대 의서를 교정하면서 원문의 桂를 일률적으로 桂枝로 통일했을 가능성이다. 우리가 오늘 보는 『상한론』의 桂枝는 송대 교정의 결과물일 수 있으며, 장중경이 실제 붓으로 쓴 글자는 그저 桂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계피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부위들을 같은 약재로 분류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의문이 따라온다. 왜 송대에 이르러 桂가 본격적으로 분화되었는가. 본초학사를 다시 읽으면 임상경험의 누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 보인다. 약재가 먼저 갈라져 있었던 것이다. 계피나무는 줄기껍질을 벗기면 형성층이 파괴되어 죽는다. 즉 육계 채취는 나무를 죽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cassia 재배는 6∼10년 키운 나무를 베어 껍질을 한 번에 벗기는 방식이 표준이다. 한 그루를 베면 밑둥의 두꺼운 수피인 판계(板桂)부터 굵은 줄기껍질인 기변계(企邊桂), 윗쪽 줄기껍질인 통계(筒桂), 가지껍질, 어린 가지까지 부위 위계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두꺼울수록 cinnamaldehyde와 procyanidin이 농축되며, 위로 올라갈수록 농도가 떨어진다. 한 나무에서 4∼5단계 등급이 형성되는 셈이다. 한대까지 본초학자들이 어떤 부위를 어떻게 약용했는지에 대한 직접 기록은 충분치 않다. 다만 농축된 수피가 약용의 중심이었으리라는 것이 본초고증학의 흐름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어린 가지 통째가 송대 이전부터 별도 약재로 분명히 인식되었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송대에 들어 도시화, 상품경제, 인쇄문화의 발달, 의서의 광범위한 보급, 약재 유통의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본초학의 풍경이 바뀐다. 약재의 등급화와 감별학이 정교해지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부위가 다양해진다. 1092년 진승(陳承)이 『본초별설』에서 어린 가지 자체를 유계(柳桂)라는 이름으로 분리한 것이 그러한 흐름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전까지 주요 약용 산물로 부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부위가 약재 영역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시점이다. 효능은 임상의 발견이 아니라 법상론이 입힌 언어였다 여기서 결정적인 일이 일어난다. 송대 본초학에는 이미 법상론(法象論)이라는 사유 체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약재의 형태, 색, 질감, 자라는 자리가 그 약효와 연관된다는 사상이다. 가지는 가벼우니 위로 떠올라 표를 다스리고, 뿌리는 무거우니 아래로 가라앉아 리를 다스린다. 꽃은 가볍고 씨는 무겁다. 속이 빈 것은 통하게 하고 단단한 것은 굳힌다. 약재의 부위와 형태가 그 약효의 방향을 시사한다는 사유다. 송대 본초학자들이 새롭게 마주한 두 산물, 즉 두꺼운 껍질과 어린 가지를 법상론의 사유로 해석하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두꺼운 것은 무거우니 깊이 들어가고, 가지는 가벼우니 위로 떠오른다. 송대 허숙미(許叔微)는 『상한발미론』에서 “계지탕의 桂枝는 가지의 가늘고 얇은 끝을 쓰며, 두꺼운 육계와는 다르다. 두꺼운 것은 오장을 다스리니 그 무거운 성질을 취하고, 가지는 가벼이 떠올라 상한을 다스리니 그 발산하는 성질을 취한다”고 명문화했다. 이 진술의 문법 자체가 법상론의 정형구를 따른다. 가지는 가벼우니 위로 떠오른다는 표현은 임상경험의 누적과 함께, 송대 본초학의 사유 체계가 그 경험을 빠르게 정당화한 결과로 읽을 여지가 있다. 부위의 분리(1092년 진승)와 효능의 분화(12세기 허숙미)가 짧은 시기 안에 잇따라 명문화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임상경험이 부위 분리 이전부터 누적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송대 본초학의 법상론적 사유가 그 분화를 빠르게 이론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패턴이 송대 본초학 전반에 작동한다. 마황의 줄기와 마황근, 당귀의 두·신·미, 황기의 상부와 하부가 모두 송대 이후 부위별로 분화되었고, 법상론의 사유로 효능이 정리되었다. 계의 분화는 본초학사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송대 본초학 전반에 흐른 사유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본은 桂皮만 쓰고 중국과 한국은 桂枝를 따로 둔다 이후 명대 이시진의 『본초강목』(1578)에서 어린 가지는 계지로, 거친 껍질은 육계로, 안쪽 살은 계심으로 분류하는 체계가 표준화되었고, 청대에 이르러 1742년 『의종금감』과 1769년 황궁수의 『본초구진』에서 어린 가지 계지가 국가적으로 공식화되었다. 오늘날 약전이 정의하는 어린 가지 계지는 한대로부터 약 1500년이 지나서야 정착한 약재다. 이 천년의 분화는 세 나라 한의학의 분기를 만들었다. 일본은 진류성의 본초고증을 받아들여 한대 桂枝가 가지껍질·줄기껍질 계열이라는 입장에 섰다. 일본 약국방은 계피(Cinnamomi Cortex)만을 정식 약재로 인정하고 계지(Cinnamomi Ramulus)를 별도 약재로 두지 않는다. 고방파의 영향 아래 한대 처방의 원형 복원에 무게를 둔 결과다. 일본 한의학의 계지탕에는 어린 가지가 아니라 두꺼운 계피가 들어간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송대 이후 정착된 분화를 본초학의 정통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약전과 대한민국약전은 계지와 육계를 별도 약재로 분리하며, 장중경의 桂枝는 오늘날의 어린 가지로 해석한다. 그러니 우리가 마주한 자리는 이렇다. 장중경이 쓴 桂枝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그 모름의 뿌리에는 효능이 먼저 갈라진 것이 아니라 산물이 먼저 갈라져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갈라진 산물에 송대 본초학의 법상론적 사유가 작동해 효능 분화를 빠르게 정당화했다는 흐름이 놓여 있다. 한 그루의 계피나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부위 위계가 있었고, 송대의 시장과 사유가 그 위계의 아래쪽까지 약용 영역에 끌어올렸으며, 법상론이라는 사유 체계가 그 산물에 승부와 침강이라는 효능 언어를 입혔다. 본초학은 종종 천년 전부터 흔들림 없이 이어져 온 견고한 체계처럼 표상된다. 그러나 그 안에 발을 들이면, 그 견고함이 실은 약재 산물의 위계, 송대 의가들의 사유 체계, 임상가들의 운용 경험이 만나는 자리에서 거듭 다시 그어진 경계의 흔적임을 보게 된다. 桂枝 한 약재만 들여다봐도 그 흔적이 천 년 동안 출렁이고 있다. 효능은 약재의 물질적 차이와 시대의 사유 체계가 만나는 자리에서 형성된 것이며, 그 형성의 두께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일이 어쩌면 본초학이 가진 가장 단단한 자산일지 모른다. -
심평원, 지역사회와 함께 탄소중립 실천 나선다[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홍승권·이하 심평원)은 제31회 환경의 날을 맞아 8일부터 12일까지 ‘2026년 환경주간’을 운영한다. 이번 환경주간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순환경제 실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대됨에 따라 직원과 지역주민,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해 기후행동 실천문화를 확산하고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평원은 환경주간 동안 △전 직원 환경교육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 합동‘기후행동 PLAY’ △미래를 여는 녹색장터 △행복해지구나 이음 프로젝트 공동선언식 △점심시간 사무실 전원 끄기 △텀블러 사용 등 일상 속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오는 10일에 운영하는 환경주간의 대표 프로그램 ‘기후행동 PLAY’는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 기후위기 협의체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참여형 환경 캠페인으로, 순환환전소 캠페인·기후행동 실천서약·탄소중립포인트제 홍보·업사이클링 체험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탄소중립 실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밖에 ‘미래를 여는 녹색장터’를 운영하며 자연순환과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행복해지구나 이음 프로젝트 공동선언식’을 통해 유관기관 간 환경 실천 의지를 공유하고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홍승권 심평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특정 기관이나 개인만의 노력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할 공통의 과제”라며 “심평원은 이번 환경주간을 계기로 지역주민,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문화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심평원은 지난 4월 강원혁신도시 8개 기관과 원주시 기후위기 공동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강원혁신도시 기후위기 협의체’를 구성, 적극적인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의체는 자문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청장 박소영)과 참여기관인 심평원, 국립공원공단(이사장 주대영),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본부장 권소영),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 한국광해광업공단(사장 황영식), 한국도로교통공단(이사장 김희중),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윤종진)으로 구성됐다. -
“환자 중심 의료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홍승권 원장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생 80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총 3회에 걸쳐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사전에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해 △기관장과의 만남 △건강보험제도의 이해 △심평원의 기능과 역할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디지털클라우드센터 방문 △상근심사위원 멘토 강의 등으로 구성했다. 홍승권 원장은 의료계 선배로서 1차 의료와 지역·필수의료의 중요을 설명하며, 국민 누구나 어디서든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으로 성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의학 지식뿐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어떤 의사로 성장해야 할지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홍승권 원장은 “보건의료체계를 이해하는 예비 의료인은 향후 진료과목 선택의 시작점과 의료현장에서 역할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의과대학생이 심평원의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심평원 각 지역본부들도 다양한 교육사업을 진행, 보건의료 분야의 직무와 현황을 폭넓게 이해시키는 등 미래 보건의료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
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제리 워츠키, K-한의학 인연으로 세 번째 방한[한의신문] 전 세계 탁구인들의 축제인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미국의 부동산 사업가로 알려진 제리 워츠키(Jerry Wartski) 회장이 대회 관람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제일한의원이다. 이번 방문은 세 번째로, K-한의학에 대한 그의 깊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워츠키 회장은 과거 미국에서 방광암 수술을 받은 이후 후유증과 어깨 통증 등을 관리하기 위해 한의진료를 받아왔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도 침 치료와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컨디션 관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리모테라피는 특정 파장의 빛을 활용한 광재생치료와 미네랄 약침을 결합한 통합 치료 프로그램으로, 암 치료 이후 회복기 건강관리와 컨디션 개선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령인 워츠키는 미국에서도 꾸준히 침 치료를 받아왔을 정도로 한방 치료에 대한 애정이 깊으며, 방광암 수술 이후 체력 회복과 면역 관리를 위해 이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그의 한방 치료 사랑은 일시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이전 방한 당시에는 오직 한방 치료만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 인근 호텔에 약 2주간 머물며 반포제일한의원 이병진 원장에게 집중 치료를 받기도 했다. 현재도 자신의 경험을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하며 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전하고 있다. 1930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워츠키는 어린 시절 나치 독일의 침공을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다. 그의 팔에는 여전히 당시의 수인번호 문신이 남아 있다. 전쟁 후 미국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된 그는, 현재도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알리는 활동과 함께 탁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특히 현정화, 김택수 감독 등 한국 탁구계 거목들과 오랜 교류를 이어온 인연으로 이번 강릉세계마스터즈대회 관람을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다. 반포제일한의원에는 워츠키처럼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다시 찾는 환자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K-한의학에 대한 해외 환자들의 관심과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병진 원장은 "워츠키 회장님은 한국에 도착한 직후 한의원을 가장 먼저 찾을 정도로 한의학에 대한 신뢰가 깊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보훈위탁병원에 한의원 지정 길 열린다[한의신문]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가 보훈위탁병원 지정 대상에서 한의원을 제외해 왔던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보훈대상자 의료지원 규정 일부개정훈령안’을 8일 행정예고했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보훈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을 높이고, 위탁병원 운영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행 규정 제29조의 위탁병원 지정 제외 기준 중 ‘한의원’을 삭제한 것이다. 다만 한방병원은 여전히 제외다. 그동안 한의원은 보훈위탁병원 지정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돼 왔지만, 이번 개정이 확정되면 한의원도 위탁병원 지정 신청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들이 보다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한의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의료선택권 확대와 의료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의원이 실제로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현행 위탁병원 지정 및 적격성 심사 기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적격성 심사 기준은 수십 년간 주로 양방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운영돼 온 만큼 한의의료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심사 항목에는 항생제 처방률, 처방 약품목 수, 의료장비 기준에 위내시경·대장내시경 등 의과 중심의 평가 기준이 포함돼 있다. 반면 한의원의 진료 특성과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의원급 위탁병원은 △이용 접근성 △경영 안정성 △전문 인력 확보 △의료장비 및 진단 역량 △보훈병원과의 진료협력 체계 △보훈친화적 운영 등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접근성은 30점, 의료인력은 25점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진료의뢰·회송 중계시스템 등록 여부 등 보훈병원과의 협력체계도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된다. 일각에서는 보훈대상자의 주요 진료 수요가 근골격계 질환과 만성통증 관리에 집중돼 있는 만큼 한방재활치료에 강점을 가진 한의원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위탁병원 관리체계 강화 방안도 담겼다. 행정처분 등의 사유로 위탁계약이 해지된 의료기관을 다시 위탁병원으로 지정할 경우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해 재지정 기준을 강화했다. 또 병원급 의료기관의 재지정 횟수를 제한해 위탁병원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 기능을 높이고, 우수위탁병원 지정 제도를 명문화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도 마련했다. 아울러 보훈관계법령에 따른 공공단체의료기관의 지정 및 운영 근거를 신설해 보훈의료 전달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은 오는 23일까지 행정예고 사항에 대한 찬·반 여부와 이유를 명시하고, 성명(법인·단체의 경우 그 명칭과 대표자 성명), 주소, 전화번호를 명시해 국가보훈부 보훈의료재활과에 내면 된다. 보낼 곳은 일반우편(세종시 도움4로9 정부세종청사 9동 국가보훈부 보훈의료재활과), 전자우편(ssg2727@korea.kr), 팩스(044-202-5693)를 이용하면 된다. 개정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가보훈부 보훈의료재활과(전화 044-202-5693, 팩스 022-202-5899)문의하면 된다. -
한눈에 보는 표준임상진료지침 - 안면신경마비 -
[자막뉴스] 한의협-국방부, 군관계자 대상 한의의료 지원 협약 체결대한한의사협회와 국방부가 군 장병과 군 관계자 건강증진 및 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