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한의사회, 제43회 정기대의원총회 -
“전문진료 영역서 한의학의 역할 제시… 공공의료 확대로 이어질 것”손지형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 손지형 과장으로부터 공직생활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함께 향후 한의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손 과장은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침구과 전공의를 수료했다. 한의대 시절 보건학에 관심이 생겨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경희대에서 한약제제 건강보험 확대 관련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2017년에는 듀크대학교에서 방문학자 과정을 마쳤다. Q. 공직으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교 시절부터 보건학, 공공의료 등에 관심이 많았다. 질병으로 인해 평범한 가정의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질병에 걸렸을 때 사회시스템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진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의사가 되는 것보다 우선하여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 한의사로서의 경력은 보건대학원 재학시절 연희동 캠퍼스 근처에 있었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인턴·레지던트 수련을 하면서 이어갔었는데,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병원으로서 여러 가지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그 당시 김용호 한방진료부장은 한의계의 건강보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했었는데, 당장이 아닌 10년 후 한의계의 미래를 걱정하며 정책을 구상하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어 공직으로 진료를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Q. 국립재활원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5년 정도 한의원에서 임상의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병원인 국립재활원에서 한방재활의학과장을 선발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국가 보건의료정책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됐다.” Q. ‘10년 한방재활의학과 개설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개설 초기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개설 초기에는 국립재활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과 직원들이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떠한 부분에서 협진을 할 수 있는지, 또 한의과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몰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한의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 협진 컨퍼런스와 세미나, 협진 연구였다. 개설 이후부터 코로나 직전까지 연 1회의 세미나를 진행해 현재까지 총 9회의 협진 세미나를 개최했고, 매년 7회의 컨퍼런스를 원내에서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재활의학과와 함께 △뇌졸중 어깨통증에 대한 협진 효과 연구 △척수손상 환자의 통증에 대한 협진 연구 △뇌졸중 상지 경직에 대한 침 효과 연구 등을 시행한 결과 원내 협진 프로토콜이 마련되는 등 서로 간의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한의와 양의 간의 이해를 토대로 원활한 협진을 시행하고 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재활원을 방문하는 외래환자들은 대부분 장기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개설 초기 아기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매주 내원하고 있는 소아 환자다. 이 환자는 마비로 인한 경직이 매우 심하고, 척추측만도 심해 위와 장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 상태인데 일주일에 한번 받는 침 치료가 경직 관리와 위·장 기능에 많이 도움이 된다며 매주 빠짐없이 내원하고 있다. 또한 한의치료를 받고 식욕을 되찾고 한약 복용 후 인지기능이 개선됐다고 좋아했던 환자나, 마비 후 신경인성 통증으로 다리 저림이 심했는데 한의치료 후 많이 좋아졌다고 고마워했던 환자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환자들의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도록 연구로 남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공공의료에서 한의약의 확대 방안은? “한국 내 공공의료는 한 마디로 ‘필수의료’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의학은 아직 필수적인 의료라기보다는 부가적인 의료라는 이미지가 많다. 하지만 양의치료의 한계를 보이는 곳이나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 관리의 측면에서 한의학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보건소에서의 예방사업의 경우 몇 가지 성공사례와 더불어 잘 안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공공병원에서의 한의치료 부분은 아직도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진료 영역에 대한 한의학의 역할을 분명히 제시해 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나간다면 자연스레 공공의료 내에서 한의약의 역할이나 비중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Q. 공직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후학들에게 조언한다면? “공직도 다양한 분야가 있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직에 진출하게 되면 본인이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 있거나 혹은 이를 실행하는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막연하게 공직을 원한다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하고, 그 일을 실현할 목적으로 공직에 진출한다면 더욱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의 계획은 국립재활원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한의치료가 장애인의 건강 관리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산출하고 싶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장애인 한의치료 매뉴얼을 작성, 장애인의 한의치료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싶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학은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지만, 한의학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같은 장점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의계는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장점을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홍보하는 일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연구도 그 일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도 결국에는 한의 공공의료 확대와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며, 저 역시 맡은 바 자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 -
할매니얼이 불러온 ‘약과’의 재전성기…한의학적 효능은?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간식인 약과가 조부모 세대의 옛 감성을 선호하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는데, ‘약과 대란’, ‘약켓팅(약과+티켓팅)’ 등의 단어가 생겨날 만큼 약과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실제 국내의 한 대형마트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약과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3%나 증가했다. 또한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업체들도 약과 자체를 기존의 디저트와 퓨전해서 만든 약과 스콘, 약과 휘낭시에, 약과 쿠키 등의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달콤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약과가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약과는 ‘유밀과’(油蜜果)라고 불리는 한과의 일종으로, 주재료인 밀가루를 꿀과 참기름으로 반죽해 기름에 튀겨 만든 간식이다. 고려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약과는 고급식으로 대접받았다. 당시에 귀한 밀가루, 꿀, 참기름 등을 이용해 튀겨서 만든 특별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꿀이 아주 귀했는데 몸에도 좋아 꿀을 ‘약(藥)’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본래 약이란 병이나 상처를 고치기 위해 복용하거나 바르는 것을 일컫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한 것 이름 앞에 ‘약’자를 붙였다. 그만큼 귀한 꿀을 듬뿍 바른 약과는 몸에 이로운 ‘약 같은 과자’라 약과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꿀, 한의학에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 조선시대 문화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꿀은 백약(百藥)의 으뜸’으로 기록된 만큼 약과에 바르는 꿀의 효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약과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튀겨 먹는 조리법과 관련해서도 “그 재료인 밀은 춘하추동을 거쳐서 익기 때문에 사시(四時)의 기운을 받아 널리 정(精)이 되고, 기름은 살충(殺蟲)과 해독(解毒) 작용을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꿀은 백밀(白蜜)이라고 하여 성질이 따뜻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면역력을 높이고 소화기능을 향상하는데 효과적이며, 더불어 마른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 폐의 기능을 돕는다. 또한 약과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온한 성질로 기력을 보충해주고 오장의 기능을 촉진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약과는 고온의 기름에 튀겨 만들기 때문에 체내에 열을 발생시키는 음식이어서 요즘과 같은 쌀쌀한 날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일석 광주자생한방병원 원장(한방내과전문의)은 “약과의 재료와 조리법을 한의학적으로 풀어보면 공통적으로 따뜻한 성질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데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약과를 많이 먹을 경우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소화력이 좋지 않은 이들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퓨전 약과, 포화지방·과당 함유 높아 심혈관·당뇨 환자 주의 최근에는 약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고명을 얹은 퓨전 약과들도 등장했다. 전통 약과의 고명으로는 잣, 호박씨 등 견과류가 자주 사용되지만 아이스크림, 생크림 등 현대인의 입맛을 겨냥한 여러 고명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재탄생한 약과는 맛도 좋고 식감도 좋지만 건강 관리 측면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약과 자체의 열량도 높아서 많이 섭취하게 되면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류마다 다르지만 보통 150Kcal 정도의 약과는 밥 반 공기의 열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아이스크림과 생크림 등을 얹은 퓨전 약과는 포화지방과 액상과당 함량이 높아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환자는 과식을 경계하는 것이 좋다. 이일석 원장은 “전통음식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약과는 밀가루와 꿀, 설탕, 조청 등을 반죽한 것을 기름에 튀겨 만들기 때문에 열량과 당분 함량이 높다”며 “과거에는 귀한 음식이었던 약과를 이제는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37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도연: 내일 혹시 시간 되세요? 해이 수업 끝나고?/ 정경호: 아이, 뭐 남의 시간은 왜?/ 전도연: 선수 때부터 제가 다니는 한의원이 있는데 거기 원장님한테 침을 맞으면 통증이 귀신같이 확 가라앉거든요./ 정경호: 됐습니다. 전 대체의학 안 믿어요./ 전도연: 대체의학은 뭔지 모르겠고… 나를 믿어요. 나를… 내 몸이 증거니까./ 정경호: 참, 나…/ 전도연: 거기 원장님하고 잘 알아서 얘기하면 늦게라도 놔 주실 거예요. 그렇게 멀지도 않아요. 상도동이예요. 내일 같이 가요, 저랑./ 정경호: 같이요?/ 전도연: 네. 낮에 가면 좋은데 워낙에 바쁘시니까.. 내일 저랑 가요. 간만에 원장님도 뵙고./ (한의원 원장님의 명패가 보이고 늘 이런 의료인 역할로 자주 등장하시는 연기자님 등장)한의사: 약침 좀 맞고 쑥뜸 좀 뜨고 한 번으론 안 될 것 같으니까 시간 날 때마다 들르고…/ 정경호: 아… 근데 제가 그렇게 자주자주 시간이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한의사: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고, 이대로 뒀다간 지옥문 앞까지 가겠구만… 젊은 사람이… 일단 올라가 봐./ 정경호: 예?/ 한의사: 손 치료 안 할거야? 앉아서 침 맞을래?/ 한의사: 자… 약침은 목, 머리, 손등, 손목, 배, 발목, 발등 요렇게 놓을 거야./ 정경호: 머리에요?/ 한의사: 자.. 자.. 자… 몸에 힘 풀고/ 정경호: 잠깐만요.. 손목이 안 좋은데 머리에 침을 왜 맞아요?/ 한의사: 불면증 있대매… 이깟 침 몇 방에 무슨 남자가.. 금방 끝나, 금방…(머리에 약침을 놓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자, 간다… tvN 주말드라마 『일타스캔들』 7화의 한 장면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대사였지만 영상을 보며 받아쓰기를 하듯 원고를 내려 적으니 한줄한줄 마음에 걸린다. 손목 통증에 침 치료를 추천하는 전도연에게 대체의학 같은 건 믿지 않는다는 정경호의 거부. 대체의학이든 뭐든 내가 효과를 보았으니 내 몸이 증거라며 다시 한 번 한의원 방문을 권하는 전도연의 설득. 어렵사리 성사된 한의원 방문. 그런데 이 한의사는 왜 처음부터 끝까지 반말이실까? 요즘 누가 환자들에게 저런 식의 반말과 지옥 운운하는 유치한 협박으로 진료를 이끈단 말인가? 드라마·언론 속 한의사의 모습은? 『일타스캔들』의 작가님이 애정하는 한의원이 상도동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워낙 실력이 출중한 원장님이시라 환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해도 낫게만 해 주신다면야 그깟 반말이 대수인가 하는 환자들로 하루종일 북적거리는 곳일 수도 있겠다. 작가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수많은 누군가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극중 다양한 인물들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뭘 그리 유난떨어? 한의사들이 다 저러는 건 아니라는 거 다 아는데... 왜 그리 예민하신가?’라고 반문들 하시겠지만 드라마나 언론에서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한의학, 한의원, 한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각자의 질환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갈지말지의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환자들로부터 전해 들어오는 실화이다. 익숙하지 않은 한의원의 출입문을 처음으로 열고 들어가는 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사실은 많은 환자분들이 제보한 바, 한의학을 대체의학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환자에게 고압적인 어투와 권위적인 태도로 응대하는 한의사가 짧게나마 등장한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그 장면은 그래서 불편했다. 2월의 칼럼주제를 고민하다가 수능을 준비하던 딸냄 덕분에 가끔 들렀던 대입 수험생들-대학 재학생들의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 문득 떠올랐다. 한의대 예과 2학년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절히 원해서 한의대에 오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년 후 한의사면허를 취득하고 평생 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것 같은데 온라인에서 한까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한의사들이 왜 이렇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한까로 추정되는 자들의 댓글과 대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한의사·한의학을 열렬히 비판하는 ‘한까’ ‘한까’라는 단어가 있다. 한의사, 한의학을 열렬히 비난하는 부류를 일컫는 단어 정도로 정의될 수 있을까? 한까의 가장 큰 줄기는 아무래도 의사들일 수는 있으나 댓글을 달 정도로 한가한 분들은 아닐테니 아무래도 대부분의 부류는 의료소비자 중 한의학, 한의사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키보드 워리어 수준으로 활발하게 댓글을 다는 적극적인 한까 그룹과 키보드 배틀에 참전하는 내 손가락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한의원 따위 안 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소극적인 한까 그룹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난치질환 환우들의 온라인 모임에는 유독 한까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런 질환은 한의학을 통해서는 택도 없으니 가서 돈낭비,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게시글들이 꽤 많다고 한다. 물론 한의사의 일부도 한까일 수 있다. 내가 공부해 봤는데, 이건 아니더라라는 식의 자포자기 혹은 자아발견 혹은 자기고백을 담은 성찰의 결과일 수도 있다.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하기도 하고 열띤 토론 무대에서는 의외로 허당인 내가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감히 몇 줄 적는 것이 맞는 일인가 싶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묵직하게 흐르지 않는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 <한까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먼저 정하고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1955년생의 저자가 1993년 중국으로 중의학 유학을 떠나 10여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캐나다에서 한의원 개원의로 활동하면서 펴낸 『이 땅에 한의학은 없다』라는 책이다. 현재까지도 저자는 캐나다에서 활발하게 진료 중이시다(www.dalvit.com). “정통 중국의 한의학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온라인으로 처방을 알려주는 유료서비스도 운영 중이며, 원격 진료와 더불어 유튜브 채널에 강의영상도 꾸준히 올리는 왕성한 활동을 병행하고 계신다. 2006년 처음 저 책을 읽었을 때는 나도 전문의를 취득하고 모교 병원에서 독자진료를 시작한 지 2년차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개원 초창기의 병원이어서 매출 압박도 많았고 임상교수로서 주 1회는 지방으로 강의도 다녀야 했다. 씩씩한 수련의들과 똑똑한 후배들을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기, 힘들었지만 너무도 다이내믹했던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하루하루의 연속. 지금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30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력과 경험이 부족했기에 여담으로라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어서 한의학 관련 단행본들이 나오면 바로바로 구입하곤 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용도로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의학 대한 비판 담긴 ‘이 땅에 한의학은 없다’ 그러나 그 시기에 펼쳐들었던 이 책에는 한의학에 대한 엄청난 비난의 글들로 가득차 있었다. 결국 수업시간의 여담용으로는 활용되지 못했고 먹먹 혹은 막막한 기분으로 몇 챕터는 좌라락 건너뛰기를 하며 그렇게 술렁술렁 읽었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면 어설픈 면허증은 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동양의학을 배울 수는 없다.” “필자에게서 강의를 듣던 한국의 한의대 학생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그 대학의 교수가 말하기를 한의학 시장이 개방되면 한의사들은 칼국수 장사나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 의학을 부분부분 그저 옮겨 적었을 뿐 의학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아닌 『동의보감』을 막상 인류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데 성공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상의학은 체질만 확실히 알고 있으면 무슨 병이든 치료된다고 한다. 그저 같은 체질이면 같은 처방을 한다. 가감법도 없다. 이 얼마나 신묘한 의술인가?” “당뇨 환자 100명과 당뇨병이 아닌 사람 100명을 불러다놓고 한의사들에게 당뇨병이라 알리지 말고 체질을 판별하게 해보자. 별 희한한 일이 다 벌어질 것이다.” “김용옥의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걸 느낀 천재가 척박한 한의학계에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초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강의고 실습이고 뭐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너무나 답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라 해도 한국에서 한의학을 했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국내 한의계 전반에 걸친 비판, 동의보감에 대한 근본적 비판, 위험한 사상의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 한의사들의 침법에 대한 비판, 본인이 환자로 방문했던 한의원의 진료방식에 대한 비판(증상을 묻지도 않고 기계식 맥진기 진단을 근거로 바로 약처방을 내리는 방식), 2006년 그 당시 개원가에서 유행했던 여러 진료 행태에 대한 비난, 한의대의 커리큘럼에 대한 비판 거기에 김용옥 선생님의 저작물에 대한 개탄이 주를 이룬다. 한 사람의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비판의 글이기 때문에 그만의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한 생각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상당 부분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인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사실들을 품고 있기에 그때는 기분이 나빠서 의도적으로 넘겨버렸던 부분을 이번에는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고 있다. 2006년 한의대의 교육과정과 한의사들의 임상행태는 17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을까? 이 책이 나왔던 2006년에는 아마 “한까”라는 단어는 없었겠지만 지난 17년 동안 “한까”들은 곳곳에서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었을 것이다. 시기가 딱 겹친다. 그 책임을 외부에 돌리고 싶지는 않다. 어찌, 이러한 현상의 책임이 우리가 아닌 남들에게 있으리오?! “다 내 탓이오” “다 내 탓이오” “다 내 탓이오” “다 내 탓이오” “우리탓이오” “한의대 탓이고, 한의학 탓이고, 한의사들 탓이오!!!” 신랄한 비판 가운데서도 후학들에 대한 애정 담겨 저자는 국내 한의계의 여러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그 사이사이 미래의 한의사들로 성장할 후학들에게 무한한 애정이 있음을 자주 표현했다. 현대의학과의 경쟁 정도가 아닌 현대의학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영역을 정확하게 치료해 낼 수 있는 이 훌륭한 한의학을 제대로 알고 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수년 내로 상당한 임상 성과를 담은 『이 땅에 한의학은 있다』라는 책이 동일한 저자에 의해서든 다른 필자에 의해서든 출간될 수 있다면 그 때라도 혹여 한까들의 활동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으려나?! 『소아과, 앞으로 10년 어둠의 터널』(중앙일보, 2023년 2월 10일)이라는 기사 제목에 눈길이 간다. 『한의과, 앞으로 30년 00의 00』 빈 칸에 들어갈 단어로는 어떤 게 어울릴까? 유독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신문기사를 읽으며 다양한 상상을 보태고 있는 2월의 어느 날, <한까의 탄생>을 쓰느라 유독 어두워져 있던 나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다름 아닌 ChatGPT였다. 2022년 11월 30일 Open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에 대한 기사가 연일 경제, 사회, 과학, 어학면을 뒤덮고 있다. 아니 뒤흔들고 있다.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을 경험하기 위해 나도 바로 사이트에 접속을 했고 무료버전을 테스트해 보았다. 영어로든 한국어로든 질문이 무엇이든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어놓았다. 질문을 기재할 때 구체적인 예시나 정보를 추가하면 ChatGPT의 답변은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한의사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며 내가 언제까지 이 직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걱정하는 듯한 감정을 포함해서 질문을 던졌더니 나에게 희망을 주려는 노력까지 포함해서 보다 긍정적인 답을 해 준다는 느낌이랄까? 현대의학의 엄청난 발전의 속도와 규모 속에 전통의학이라는 이름의 이 분야가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지 물었더니 “침, 한약 등 전통의학이 보존할 가치가 있느냐는 문제는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전통의학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의료에 대한 전체론적 접근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의사들이 환자의 질병의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 정서적, 영적인 안녕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전통적인 의학은 종종 더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가치와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치료법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의학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치료법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전통의학의 실천에 있어 규제나 표준화가 부족할 수 있다. 게다가, 서양의학이 필요할 수도 있는 급성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전통의학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전통의학이 보존할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행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지만, 해결해야 할 한계와 우려도 있다. 궁극적으로 현대 의료에 전통 의학을 통합하는 결정은 이용 가능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신중한 고려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의 필요와 선호에 기초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한의학 미래에 대한 ChatGPT의 답변은? 한의사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했더니 ChatGPT는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한의학은 오랜 역사 속에서 한의사들과 이들을 찾는 환자들의 헌신적인 추종 덕분에 한국에서 존경받고 가치 있는 전통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위해 한의학을 계속 찾고 있으며,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더 큰 협력과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한의사들이 처한 상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의학 분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기회와 혁신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포구 신수동에는 <도덕과 규범>이라는 카페가 있다. ChatGPT가 내게 들려준 응원의 한 대목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아 <도덕과 규범> 같은 엄근진 모드로 카페 이름을 지어야 한다면 나는 <헌신과 추종> 혹은 <가치와 전통>으로 해 볼까나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3월이 코 앞인데도 찬 바람에 코끝이 얼얼하다. 오늘 퇴근해보면 관리비 고지서가 도착해 있으려나? 엄청 기대된다. 첫 번째 숫자가 5일지 6일지 그도 아니라면 행운의 7? -
“글로벌 시장은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박호연 피트니스한의원 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심화컨설팅·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된 피트니스한의원 박호연 원장에게 선정 소감과 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 한의약 글로벌 진출의 현주소 등을 들어봤다. Q.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참여한 계기는? 그동안 캐나다 카이로프락터·정골의사 등과 교류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생각해왔다. ‘19년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이 있던 상황이었다. 이후 지난해부터 진출을 다시 준비하면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 Q. 심화컨설팅·해외진출 지원사업이란? 진흥원에서는 의료기관·의료인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피트니스한의원은 ‘22년 처음으로 진행한 심화컨설팅 사업에 지원해 1등으로 선정됐다. 일반 컨설팅은 건당 50만원을 지원해주며, 심화컨설팅은 1000만원 상당의 컨설팅을 받는다. 이후 ‘23년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지원해 최종 선정됐다.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사업화 △본격화 △안정화 등 3단계로 나눠 1년에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Q.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16년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해외진출 신고현황을 보면 의원, 치과의 경우 의원급의 진출이 병원보다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한의계의 경우 한방병원 진출 신고는 6건 있었지만, 한의원의 진출 신고는 0건으로 전무했다. 진출 지원 사업계획서를 비교하면 당연히 매출 규모가 영세한 한의원이 불리한 부분이 있지만, 진출과목만 보면 성형외과·치과에 이어 한의과가 피부과와 공동 3위를 차지할 만큼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 다만 지원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한의원 진출 신고가 0건인 점 때문에 선정이 완료될 때까지 긴장을 놓지는 않았다. Q.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한의사들에게 조언한다면?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의 면허·비자 관련 규정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계속 예의주시해야 한다. 해외 진출은 과거처럼 한의사의 단독 면허 취득이나 국내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진출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NGO 등과 연계해 의료봉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헬스케어·제약·의료기기 등 새로운 분야와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Q. 어느 국가에 진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지? 올해 안에 캐나다 밴쿠버 지점을 설립하고, 내년에는 캐나다 토론토 지점을 오픈할 계획에 있다. 이를 위해 진흥원 세미나에 주기적으로 참석하면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의원·치과·의료기기 경영인들과 네트워크 모임을 쌓아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불가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 진출하는 타 의료기관과 정보도 공유하고 기회가 되면 동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Q. 한의약의 해외 진출시 장점은? 한의약은 화장품·음식·문화 등 어떤 영역과 결합해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21년 진출사업을 보면 양방병원에서 한의의료기관으로 진출한 사례도 있다. 한의사 한 명, 한의원 한 곳의 진출이 아닌 연관 산업과의 동반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최근 의료해외진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방향성이다. 또한 나라별 규제 때문에 (양방의 경우에는) 약이나 의료기기가 없으면 정상적인 의료서비스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 반면 한의학은 침과 손만 있으면 추나와 침 치료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른 규제 제한이 적은 편도 해외 진출시 장점일 수 있다. Q. 향후 계획은? 캐나다와 한국이 추나치료, 침치료, 정골요법 등 학문적으로 원활한 교류와 발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 밴쿠버 센트럴 컬리지 중의학대학, 토론토 정골요법 교육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계에도 양의계의 K-DOC과 같은 해외진출 정보교류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기회가 되면 한의의료기관, 한의사 해외진출 사업도 해보고 싶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글로벌 시장은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다. 아직까지는 한의약에 대한 지원의 경우 대부분 병원급이나 규모 있는 단체에만 한정돼 왔던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앞으로 한의사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작지만 특색을 갖춘 경쟁력 있는 한의원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 진출에서는 대형보다는 작지만 민첩한 스타트업 같은 클리닉이 유리한 만큼 많은 한의원들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새로운 기회를 쟁취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22[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한의계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분쟁을 대비해 원인과 대응책을 살펴본다.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진료과정에서 검진·치료의 잘못이나 과다허위진료 관련 건강보험공단, 경찰 등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조사관은 증거 확보와 분석을 통해 혐의사실을 추궁하게 되는데, 이에 대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허위입원치료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입원환자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내역 △교통무인 단속자료 △교통카드 사용내역 △금융계좌 거래내역 △병원 출입 관련 cctv 내역 등을 통해 허위입원 여부 확인을 하게 된다. 통상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를 입원환자로 가장해 입원하게 한 경우 입원환자의 입원 여부 확인을 위해 해당 환자의 추적 수사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가입자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입원이 필요 없는 경미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다수의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전형적인 입원보험사기(입원이 필요하지 않고 약물로 통원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장기입원수법을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 사건의 경우 보험금 청구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입원일수가 과다하다는 심사의견 회신을 통해 수사기관은 환자와 병원간의 공모관계 여부 관련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허위입원의 경우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외부에서 생활한 것과 관련 신용카드 사용내역, 휴대폰 통화내역, 통장거래내역을 통해 사실 확인을 입증하되, 이는 수사기관에서 자금 추적 등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수사기관이 보험사기 관련 자체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 심사평가원, 의사협회, 보험사, 병원협회, 근로복지공단 등에 사실조회,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다. 상해진단서, 소견서 발급과 관련해 실제 진단내용의 확인 관련 진료기록부(신상명세, 상병, 혈압 등 환자 관련 개별검진내용)와 임상진료기록지(입퇴원기록지, 의사지시기록지, 각종 검사보고서) 등을 확보해 실제 진단 여부의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투약 등 치료 사실 여부 확인 관련 물리치료기록지(물리치료방법, 치료결과 관련 환자의 반응, 치료일시, 치료사의 서명기록여부), 투약기록지(투여 약제관련 날짜별, 시간별 기록 관련 실질 병증상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 확인), 진료비 납부내역(환자가 요양기관에 실제 진료비용 지급사실 확인 영수증)의 자료가 허위검진, 치료와 관련 조사기관의 중요한 증거확보자료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자료 확보와 자료내용의 진실성 담보를 위해 관련 검진 및 진료기록에 세심한 작성이 요구된다. 또한 검진결과에 따라 환자가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과 관련해 환자의 서명날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환자로부터 위 설명내용에 대한 서명을 받아두는 것이 좋으며, 관련 수술 등 처방과 관련해 환자가 위 처방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의사로부터 청취했으며 이와 관련 동의를 했다는 서명도 받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록부에 환자에게 복잡한 의학용어를 기재하는 것보다는 신체의 그림 또는 관련 영상자료 등을 통해 증상에 대한 설명과 시술의 필요성 관련 그림을 통한 설명도 필요하다. 더불어 약제 처방시 약의 효능과 복용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이를 명확히 환자가 들었다는 설명도 필요하다. 갈수록 보험사기수법이 지능화(다수의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장기입원, 진료, 대포폰, 대포통장을 사용해 추적을 회피)함에 따라 경찰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조해 관련 자료에 대한 면밀한 추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변론을 하면서 보험사기 중개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간 일부 의사들이 수사를 받아 기지급받은 부당보험급여의 징수와 함께 형사처벌, 면허취소 등의 불이익을 받아 의사로서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보아왔다. 한편 자칫 보험사기를 비롯한 과잉·오진 진료 등 범죄수사 관련 누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검진, 진료기록에 대한 세밀한 작성과 함께 환자에 대한 고지, 설명,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확보를 철저히 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이러한 증거를 은닉, 훼손, 멸실하는 경우 증거인멸죄로 처벌되거나 증거인멸을 이유로 구속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 각별히 유념해야겠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49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80년 3월22일 공포된 개정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1항 7호인 “약국에는 재래식한약장 이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청결히 관리할 것”을 1993년 1월30일 보사부가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 법률안 입법예고를 통해 삭제를 기도하면서 시작된 제1차 한약분쟁은 한의계에 큰 상처를 남기는 시발이 됐다. 이 조항의 삭제는 약사의 한약 취급을 공인하는 개악으로 간주한 한의계는 강력 반발했다. 한의사협회는 1993년 3월17일 제38회 정기총회에서 집행부를 불신하고 회장 허창회, 부회장 서효석·박순희의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4월2일에는 롯데호텔에서 공청회를 개최했고, 국민건강 및 한의학수호위원회(국한위)를 결성했다. 5월20일 전국한의과대학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국회 앞에서 약사법 관련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6월1일에는 보사부 내 한방의료 담당관실이 발족했으며, 6월10일 MBC-TV 시사토론에는 허창회 회장, 홍원식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출연해 약사의 한약조제 부당성을 지적하는 한편 23일 한의대생 학부모 김모씨는 안필준 보사부장관 등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7월5일 23인의 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약사법 개정추진위원회가 열렸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7월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약사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9월8일에는 한의학 살리기 범한의계 궐기대회가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는데, 5000여 한의사와 한의 가족, 대한한약협회, 전국한의과대학교수협의회 교수, 전국한의대학부모협의회 회원, 의료사고가족협의회 회원 등 1만여명이 참여한 초대형 궐기대회였다. 1993년 9월14일 약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그러나 한의사, 약사 양 단체 모두 그 내용에 반발했으며, 20일 약사법 개정에 대한 경실련 합의안이 발표됐다. 1994년 3월24일 제39회 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서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세칙 개정 대책을 집행부에 위임했다. 1994년 5월16일 보사부가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발표했는데, 한약사제도의 신설, 한약사 필수과목으로 본초학 등 20개 과목, 약사의 한약조제시험 과목 등이 골자였다. 1995년 9월16일 한약학과 설립 촉구 및 한조시 관련 비상결의대회가 과천종합청사 앞 운동장에서 열렸다. 다시 2차 한약분쟁이 촉발된 것이다. 12월17일 제1차 한조시가 실시됐다. 제2차 한조시는 1996년 4월19일 공고되어 5월19일 실시해 2만3360명이 합격했다. 수일 전인 5월3일 한약조제약사 대량배출 음모 분쇄를 위한 전국한의사 비상총회가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열려 300여명이 집단 삭발했다. 6월23일 3차 한조시가 실시돼 1566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한약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사회 각층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1996년 6월22일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가 ‘한의약분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고, 7월2일에는 전국불교운동연합, 실천불교 전국승가회, 전국승가대학인연합, 대한불교청년회에서 ‘한약분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 7월3일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에서 ‘한의대생 집단제적 위기사태에 대한 성명서’, 7월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한약조제시험 부정의혹과 한의대생 제적 사태에 관하여’를 발표하였다. 7월22일 제180회 임시국회에서 김홍신 보건복지위원과 이수인 교육위원의 발의로 실시된 ‘전국 4000여 한의대생의 집단제적사태를 피하기 위한 국회의원 서명운동’에 여야 국회의원 131명이 서명했다. 1996년 9월6일 민족의학사수를 위한 범한의계 공동투쟁본부가 집회를 개최하고, 명동성당에서의 철야농성이 시작됐다. 전국의 한의대생 가운데 미등록 제적이 된 학생은 120명에 달하게 되었고, 본과 4학년 학생들은 한의사국가고시의 거부를 결정했다. -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으로 시행된 연구, 소중한 자료로 쓰이길”이보람 한국한의학연구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최근 SCI급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롤로지에 등재되며 주목받은 ‘소아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한의약 치료 연구’ 논문의 저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보람 연구원으로부터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 및 의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보람 연구원은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임상한의학 박사를 거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과학연구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개원의 대신 연구원으로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는 그는 ‘소아 성장 및 발달장애’를 한의학으로 어떻게 잘 치료할 수 있을지 해답을 구하고자 이 길을 선택했다. 이 연구원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 연구에 대해 설명한다면? 이번 연구는 아이토마토한의원에 내원한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전향적으로 한약, 플로어타임 및 감각 강화 치료로 구성된 통합치료를 6개월 간 시행한 후의 증상 변화를 분석했다. 한약의 경우, 임상 한의사 판단 하에 환자의 증상 및 변증에 따라 처방을 설정했으며, 플로어타임 및 감각 강화 치료는 부모 대상 교육을 통해 부모가 가정에서 수행토록 지도했다. 치료 6개월 후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을 평가하는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 및 Autism Behavior Checklist 설문지 점수가 치료 전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고, 연구 기간 중 치료와 관련된 심각한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개별 치료에 대한 순응도는 90% 이상으로 높았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연구가 하나의 논문으로 출판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전향적으로 수행됐기 때문에 환자 등록 및 방문 관리에서부터 연구 데이터의 정확한 수집, 기록 및 관리와 함께 데이터 분석, 논문화 과정까지 연구팀들의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김문주 원장은 코어 프로젝트를 통해 소중한 임상증례를 제공했고, 저는 연구자로서 그 증례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분석하고 논문화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한의계에서 증례 연구 수준으로는 영향력 지수가 높은 저널에 연구 결과를 게재할 수 있었다. 임상과 연구 현장이 끊임없이 상호 소통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코어 프로젝트’가 어떻게 도움이 됐는가? 코어 프로젝트는 한의원 단위의 증례를 모아 과학적 검증을 통해 해당 치료의 임상연구 가능성을 검토하고 논문 출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요 사업 지원 하에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코어 프로젝트 연구팀은 침구의학과 전문의인 김성하 박사 주도 아래 한방내과, 한방소아과, 한방부인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의학과 등 다양한 분과 전문의와 기초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방소아과 전공의 시절에 지도교수였던 경희대학교 장규태 교수께서 많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를 진료하셨고, 자폐스펙트럼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을 참여연구원으로 수행한 적이 있어 이번 증례를 담당하게 됐다. 다른 임상의 선생님들께서도 한의원에서 효과를 보인 치료사례의 과학적 검증을 지원하는 코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Q. 연구결과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실제 한의 임상현장에서의 한의약 치료 현황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고함으로써 한의 임상 근거를 확충하고, 후속 연구를 위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Q. 어떤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주니어 연구자로서 여러 한의 임상연구 방법론에 도전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실패와 성공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연구는 단순한 일을 넘어서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하다. 즐겁고 행복해서 하는 저의 연구들이 한의계에 소중한 자료로 쓰여진다면 그보다 더 보람찬 일은 없을 것 같다. Q. 향후 계획은? 한방소아과 전문의로서 소아 성장 및 발달 관련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 현재 소아·청소년 비만 및 과체중 환자 대상으로 한의원 단위의 후향적 차트 리뷰 연구를 수행 중이며, 이를 통해 임상현장 기반 한의치료 실태, 안전성 및 비용과 효과성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
텃밭에서 찾은 보약⑳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텃밭에서 가꾼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의약과의 연관성 및 건강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당연히 돌아온다는 ‘당귀’처럼 봄과 우리 일상도 돌아왔어요. 겨울은 지나가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혼란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3년 만에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올해는 더 희망에 부풉니다. “올해는 뭐 새로운 거 좀 심어볼까?” 어머니가 매해 농사짓던 밭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당귀 심을까? 전에 한번 심었죠? 강의 준비하면서요. 그때 씨를 뿌렸는데.” “뿌리 먹으려고? 잎 먹으려고? 잎 먹을 거면 씨로 심어도 좋지.” “전에 심었을 때 당귀꽃 사진도 못 찍어서 어떻게 자라는지 한 해 좀 지켜볼까 싶기도 해.” “꽃 보려고 키운다고? 나쁘지 않다. 그래! 한 귀퉁이에 심자.” ◇ 꽃 모양이 우산 같은 산형과 작물, 당귀 먹을 것만 심는 텃밭은 재미가 없습니다. 민들레, 딸기꽃, 냉이꽃, 배추꽃, 무꽃, 도라지꽃 등 줄줄이 꽃이 피겠지만 올해는 좀 색다르게 생긴 꽃구경을 해볼 생각입니다. 당귀는 산형과(繖形科)식물입니다. ‘산(繖)’은 ‘우산 산’자를 씁니다. 비가 올 때 쓰는 우산(雨傘)의 한자 산(傘)과 산형과의 산(繖)자는 같은 의미로 쓰이지요. 학명으로 ‘Umbelliferae’와 ‘Apiaceae’ 두 가지가 모두 쓰이는데 꽃차례가 우산과 같다(umbrella-shaped)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 ‘Umbelliferae’입니다. 동서양인 모두의 눈에 당귀꽃 모양이 우산 모양으로 보이나 봅니다. 산형과는 꽃을 보면 식물의 소속과를 찾을 수 있습니다. 5년 전이었습니다. 보리출판사의 『개똥이네집』에 연재할 즈음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책 잔치가 열렸습니다. 출판사 주최로 ‘오감만족 한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한의학을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치자로 손수건에 염색을 하고, 박하 약재 향을 코로 맡아보고 박하차도 마셨지요. 아이들이 집에 가서도 한의학에 대해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에 당귀 모종을 화분에 하나씩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강의를 준비하면서 당귀 씨앗을 작은 화분에 심어서 키웠지요. 그리고 남은 씨앗은 밭에 뿌렸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은 양손 가득 치자물이 든 손수건과 당귀 화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강의 반응이 좋아 매해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어린이 책 잔치 행사 규모가 축소되고 그 다음 해에는 코로나로 행사가 취소되었지요. ◇ “한약이 왜 이리 맛있나요?” 쌍화탕에 들어간 당귀 때문이에요. 2021년에 『우리 동네 한의사』 책이 나오고 도서관과 교육지원청에서 강의 의뢰가 많이 들어 왔습니다. 기존 한의학 강의와는 다르게 하고 싶어 고민하다가 ‘쌍화탕’ 한약재를 만지면서 하는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쌍화탕(雙和湯) 이름처럼 서로서로 조화롭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마스크를 써야 했고, 인원 제한으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손으로 약재를 만지고 마스크 밖으로 향을 맡으려고 애쓰면서 수업을 들어주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고 마실 수 없어서 ‘쌍화탕’ 관련 설명을 해드린 뒤 수업 시간에 달인 쌍화탕을 가실 때 머그컵에 담아드렸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한 수강생이 건물 밖에서 쌍화탕 맛을 보고는 교실로 다시 와서 “한약이 왜 이리 맛있나요?” 하시더군요. 탕약에 들어가는 약재에 대해 설명을 듣고 마셔서 그리 느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당귀는 쌍화탕 군약으로 착각할 정도로 향이 강해요. 쌍화탕에서 가장 중요한 약재(군(君)약 : 나라의 임금처럼 탕약에서 가장 중요한 약재를 뜻합니다)는 작약입니다. 그런데 강의를 할 때는 작약 약재에서 어떤 향도 나지 않아 수강자들은 그냥 꽃이 화려한 약재의 뿌리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당귀향을 맡아보고 나면 모두 “아~~~ 한의원에서 나는 향이 이거군요.”라고 합니다. 산형과 약재에는 향이 강한 식물이 많습니다. 당귀는 잎도 씹으면 향이 강하지요. 뿌리에는 향을 내는 기름 성분이 많이 있어서 바짝 말린 당귀에도 그 특유의 향이 사라지지 않고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쌍화탕 군약이 당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당귀, 차로 마셔도 좋아요. 당귀는 혈(血) 생성을 돕고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많이 유통되는 당귀는 토당귀(참당귀)와 일당귀 두 가지로 한의원에서 모두 사용합니다. 보혈만을 생각할 때는 일당귀를 쓰고 순환이나 어혈 효과를 위해서는 토당귀를 사용합니다. 일당귀가 토당귀보다는 맛이 순해서 아이들 약에는 일당귀를 쓰는 편입니다. 쌍화탕에도 일당귀를 쓰면 맛이 달달하게 느껴집니다. 당귀를 차로 만들 때도 조금 더 맛이 좋은 일당귀가 토당귀보다 좋습니다. ◇ 토당귀 재배 성공을 기원하며 기쁨으로 봄을 맞이해요. 텃밭에서는 일당귀만 키워보았습니다. 일당귀는 씨앗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발아도 꽤 잘되는 편입니다. 일당귀를 시중에서 잎당귀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마트에서 파는 쌈 채소 당귀잎은 일당귀의 잎이기 때문입니다. 토당귀는 중남부지방에서도 산지로 둘러싸인 곳에서 재배가 잘된다고 합니다. 산지에서 약재를 구해서 유통하시는 분에게 토당귀 모종을 부탁드렸는데 올해 텃밭에서 재배에 성공하면 꼭 그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지난 주 강의를 했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도 되어 약재 향기도 재대로 맡을 수 있었고, 박하차도 나누어 마시고 쌍화탕도 맛보며 이름 뜻처럼 서로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우리 모두 코로나 이전이 그리웠고 이제 마땅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번 봄은 당연히 오는 봄이 아닌 오래 기다려서 맞이하는 더 기쁜 봄입니다. 마땅히 돌아온다는 당귀(當歸) 이름처럼 코로나가 지나가고 봄이 왔으니 당귀를 심고 기뻐하는 한해 농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
“대만, 7년제 교육 및 책임의사 제도 운영에 특별함 느껴”이 은 용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의사시험위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대만 방문을 통해 대만 중의학 교육체계의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보고 돌아온 이은용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의사시험위원장으로부터 대만에서의 느낀 점과 한의사 국가시험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대만 중의학 교육에서 느낀 점은? 방문 일정이 촉박해 세밀한 내용까지 들여다보기는 힘들었지만, 대만의 중의학교육이 7년제 교육이라는 점과 PGY1, 2의 2년간 교육을 완료해야 개원자격이 주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봉직의로만 근무할 수 있는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우선 학부교육이 한국보다 2학기를 더 교육하고 개원의를 위한 졸업 후 PGY(Post Graduate Year training) 1, 2라는 책임의사 훈련과정이 필수로 돼있다. 이것이 임상개원의의 기본소양교육을 담당해 △윤리 △법규 △EBM △감염통제 △문서 작성 및 전문과목 체험과 응급상황 등 임상현실을 필수 교육하는 것이 한국의 전공의 인턴과정과 비교돼 특별하다고 느껴졌다. Q. 한국·대만 국가시험의 차이점은? 대만은 CBT로 시행하는 중의사국가시험이 연 2회 시행되며 7년제 과정 중 3∼4학년에 기초고시를, 졸업시에 임상고시를 치르고, 의학과 중의학 복수전공자는 1년 후에 임상고시를 한 번 더 치르는 단계별 면허시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고시에서는 △中醫醫學史 △中醫基礎理論 △內經 △難經 △方劑學 △中醫藥物學 △國文(作文과 飜譯)을 평가하고, 임상고시에서는 △傷寒論 △溫病學 △金匱要略 △中醫證治學 △中醫診斷學 △中醫內科學 △醫婦科學 △中醫兒科學 △中醫外科學 △中醫傷科學 △中醫五官科學 △鍼灸學을 평가한다. 반면 한국은 기초교육의 대부분을 학부교육과정에서 수료하고, 국가시험은 △내과학1 △내과학2(상한론, 사상체질의학) △침구학 △부인과학 △소아과학 △피부외과학 △신경정신과학 △안이비인후과학 △예방의학 △보건의약관계법규 △본초학 △한방생리학을 시험과목으로 구성해 6년 교육과정 졸업 시 매년 1회의 국가시험을 시행하는데, 한국이 한방생리학과 본초학을 제외한 임상과목 위주의 국가시험을 치르는 것이 대만 국가시험과의 다른 점이며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Q. 실기시험 도입에 관한 의견은? 의과와 치과가 실기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미 12개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OSCE와 CPX 등 술기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한의과대학(원) 인증평가기준인 KAS2022에서 이를 평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 도입은 기본기와 실력이 겸비된 임상한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매우 필요한 평가방식이라고 생각한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지난달 치러진 제78회 한의사국가시험에서 처음으로 CBT가 도입돼 시험문항의 개발, 정리, 출제가 모두 컴퓨터 기반으로 시행됐다. 이를 위해 노력해 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감사드린다. 또한 한의사 국가시험에 실기시험 도입을 위한 기본과제가 2022년부터 수행되고 있는데, 이후 실기시험 시행까지의 과정을 위해 힘써 주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