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 220여 명이 학생들의 징계절차 전면 무효화를 요구하며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22일 열린 대전대학교 학생지도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비롯 부위원장, 일반학생 6명에게는 제적, 나머지 비대위원 14명에게는 무기정학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른 것이다. 학교측은 비대위원들은 학생 선동 등을, 일반학생들은 기물파손 등의 이유로, 16명의 비대위원 전원과 일반학생 6명 등 총 22명의 학생을 징계대상자로 선정했다.
학생들은 학생 대표를 벌하는 것은 곧 전체 학생을 벌하는 것이며, 점거에 참여한 전체 학생이 아닌 일부 학생을 벌하는 것 또한 본질적인 책임은 학생들이 점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학교와 학과에 있다고 판단하고 휴학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일 학생들은 휴학결의문에 서명한 후 비대위원장이 대표로 학생들의 의견을 학사서비스팀에 전달했으며, 10일에는 투쟁에 참여한 324명의 학생 중 223명(2월10일 기준)의 휴학계를 학과장에게 제출했다.
또한 추후 학과장의 서명과 학부모의 전화통화 등 휴학계 작성절차가 완료되면, 최종적으로 학교에 휴학계를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비대위원 전원이 징계 대상자로 정해짐에 따라 비대위 전원이 사퇴하고, 6일 개최된 학생총회에서 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72%의 지지를 얻어 2차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황성진·10학번·본과 3년)가 출범됐다.
황성진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징계가 내려진다면, 앞으로 한의과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 학생들도 학교나 학과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현 사태와 관련한 징계절차의 진행과 집행을 전면 무효화하라’는 학생 전체의 의견을 대표해 출범한 만큼 이를 최우선 기조로 삼고, 학교에 학생들의 징계 철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투쟁의 근본 원인이 되었던 편입학 관련 협의체 사안을 원만하고 조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대전대학교가 지난해 말 다른 학문을 전공한 문·이과 학생에게 학사편입 자격을 주기로 하는 학칙 변경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1989년 부정편입학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향후 편입학 규정은 학생총회의 의결로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해 놓고도 학생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편입학 기준을 바꾸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학생들은 편입학 제도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편입안을 통과시키려 했고, 이에 학생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학생들과 대화를 하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2월12일 기말고사를 거부하고 16일 대학본부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한 데 이어 19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30일에는 대전시 둔산동과 은행동 거리에서 침묵시위를 펼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후 지난해 12월30일 학교, 학과 교수, 학생이 만난 회담 자리에서 학과 교수와 학생이 모인 ‘교학협의체’를 구성하고 학교측은 교학협의체에서 제시한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편입학 문제가 해결 국면 양상을 보였다.
이에 지난달 6일, 10일, 12일 세 차례에 걸쳐 김용진 한의과대학 학장과 학생대표 4인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체 구성회의를 진행했지만 교수와 학생 수의 비율, 의결권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더욱이 김용진 학장의 사표 제출로 인해 김 학장을 대신해 협의체 구성 논의를 진행할 교수도 정하지 못한 채, 현재 협의체 구성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