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사용하는 칸나비디올(CBD) 등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는 법안이 재추진된다. 의료적 효용성이 검증된 대마 성분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의약품 제조를 허용하는 동시에, 재배부터 원료 관리·유통까지 국가가 전 과정에 대한 촘촘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의료용 대마 산업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의료용 대마의 국산화를 통해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의료용 헴프(HEMP) 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 수입 의존 의료용 대마…공급 불안·고가 약가 한계
현재 국내에서는 뇌전증 치료제 등 일부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에 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환자가 자가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의약품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전량 수입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약가 부담이 높고,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환자와 보호자들은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약물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외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필수 의약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국제 규제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1961년 유엔 마약 단일협약에서는 대마를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Schedule Ⅰ과 Schedule Ⅳ에 동시에 포함시켰으나, 2020년 유엔 마약위원회(CND)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마를 Schedule Ⅳ에서는 제외했다. 이에 따라 대마는 여전히 엄격한 관리 대상이지만, 의료적 활용 가능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의료적 효용 입증된 대마 성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명확화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용 대마 성분의 법적 지위다. 현행법에선 대마 자체를 마약류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선 대마초(Cannabis sativa L.)와 그 수지를 원료로 제조된 의료용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한 물질을 별도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토록 했다.
이를 통해 칸나비디올(CBD) 등 의료적 효용성이 검증된 대마 성분에 대해서는 국내 제약회사가 의약품 제조와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토록 했다. 또한 대마의 정의에서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기존 대마 규정과 구분해 관리하도록 했다.
◎ 의료용 대마 재배 허용, 핵심은 ‘재배구역·계약량·보고의무’
현재 대마 재배는 섬유나 종자 채취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개정안은 이에 더해 향정신성의약품 제조를 위한 원료 공급 목적의 대마 재배를 별도로 허용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대마재배자의 개념을 △섬유·종자 채취 목적의 대마재배자(기존)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 제조업자에 대한 판매·공급 재배자(신설)로 구분토록 했다.
신설된 재배자의 경우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규제자유특구나 규제특례지역 등 정부가 지정한 재배구역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기준을 갖춘 경우에만 가능토록 규제도 강화했다.
이어 의료용 대마의 불법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장치도 대폭 강화했다. 향정신성의약품 제조 목적의 대마재배자는 매년 재배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계약 범위 내에서만 재배와 판매가 가능하며, 재배면적, 재배량, 생산현황 및 생산수량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특히 계약량을 초과해 생산된 대마는 소각이나 매몰 등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반드시 폐기해야 하며, 폐기 결과 역시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 ‘의료용 마약류 원료관리센터’ 신설…전 과정 국가 관리
특히 개정안은 의료용 대마 산업의 핵심 관리기관으로 ‘의료용 마약류 원료관리센터’ 설립 근거도 신설했다. 이는 법인 형태로 설립되며, 의료용 마약류 원료 확보와 안전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주요 업무는 △의료용 마약류 원료 재배구역 관리 △향정신성의약품 제조 목적 대마재배자의 재배계약 관리 △마약류 제조업체의 원료 수급조사 및 공급 관리 △시험·검사 △대마재배자 교육 △기타 의료용 마약류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범위 내에서 센터 운영과 사업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 안동 헴프 산업 육성 기대…“글로벌 바이오 허브 도약”
안동은 국내 최초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의료용 대마 재배와 원료 추출, 의약품 개발을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해 왔으나 현행법상 상업적 의료용 대마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 산업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의료용 대마의 안정적인 재배부터 고부가가치 의약품 원료 생산, 완제품 제조까지 국내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 국내 헴프 바이오 산업의 성장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동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민생 법안인 동시에 안동을 글로벌 바이오 허브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법안”이라며 “대마 성분 의약품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안동의 헴프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법안의 신속한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고동진·김미애·김상훈·김형동·박덕흠·서범수·송석준·신성범·우재준·이헌승·정동만·조경태·한지아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