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연선 한의사(자생한방병원, 침구과 전문의)
[한의신문] 밤 11시30분 서울을 출발해 헬싱키를 경유,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향하던 핀에어 AY042편은 북극해 상공으로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비행이 순조로운 듯했다.
하지만 곧 기내 방송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안내가 흘렀다.
당시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이연선 한의사는 방송 직전 승무원들이 산소통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기내에 승무원 의사가 있었기 때문인지 비행기가 이미 앵커리지(ANC) 공항으로 회항을 확정한 상태에서 방송이 나오자 상황을 파악했다.
이연선 한의사는 “환자분은 고령의 백인 남성이었으며 정확한 국적은 알 수 없었고, 당시 산소포화도가 80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며 “기내 흔들림으로 66까지 표시되기도 했으나 이는 정확한 수치는 아닐 것으로 보였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환자의 상태를 기억했다.
또 그는 “기저질환으로 흉부 관련 병력(기흉 과거력)이 있는 것으로 들었으며, 혈압도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들었다”며 “기내에는 승무원 의사가 있었고 수액은 이미 준비돼 있었으나 정맥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연선 한의사는 “도움을 요청받았으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내 역할 범위를 고려해 처음에는 자리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한의사는 환자 상태를 직접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려 다시 현장으로 가 환자 상태를 재평가했고, 이후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연선 한의사는 침치료를 먼저 시행해 전신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기로 판단했다.
환자의 의식과 활력 징후를 다시 확인한 후, 울렁거림·어지럼증·복통·식은땀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전신 상태 안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이연선 한의사는 환자분께 동의를 구한 후 침치료를 시행했다.
백회, 견정, 예풍, 중완 등에 자침했고, 곧 환자의 울렁거림, 전신 상태와 산소포화도가 침치료 직후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환자의 증상이 부분적으로 회복된 후에는 정맥로 확보를 위해 니들 삽입을 시도했고, 첫 번째 시도에서는 기내라는 제한된 공간과 난기류로 인한 흔들림 등으로 고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 재시도가 필요했지만, 다행히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다만 약물 연결과 고정은 기내 의료진이 진행했다.
이연선 한의사는 당시의 긴장감과 불안감이 아직 눈에 선한 듯 “익숙하지 않은 기내 환경, 제한된 장비, 언어적 한계 속에서 환자를 마주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가’라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모든 부담감을 사라지게 했다.
이연선 한의사는 “의료인으로서 환자가 눈앞에 있는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침 한 자루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시도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고 무사히 회항 후 환자 인계가 이어졌을 때 비로소 긴장이 풀렸고 기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한의학적 처치가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며 뿌듯함을 밝혔다.
그는 특히, 침구과 전문의로써 침을 이용해 1차적으로 환자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실, 이연선 한의사에게 기내에서의 응급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과거 한의사가 되자마자 탑승한 비행기에서 닥터콜이 있었고 그 당시엔 침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그 이후의 비행부터는 침을 갖고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지만 이렇게 실제로 사용할 일이 또 나타날 줄은 몰랐다”며 스스로 놀라움을 표했다.
이연선 한의사는 “동시에 의료는 결국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료실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의료인의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기본에 충실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의료인이 되기 위해 계속 수련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