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찬우 공군 제8전투비행단 군의관
필자는 침구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현재 공군 제8전투비행단 항공의무대에서 복무 중인 한의사 군의관이다. 전공의 시절, 존경하는 교수님과 의국 선배님들로부터 해외학회 경험기를 들으며 나름의 로망으로 여겼던 해외 학회를, 올해 기회가 돼 참석하게 됐다.
필자의 배경에 대해 잠시 설명하면, 2022년 한의사 군의관으로서 공군에 임관 후 한의사로서 군진의학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생각하던 중, 뜻이 맞는 국군 방첩사령부 안종현 대위와 함께 연구를 계획했다.
제54회 군진의학 과제로 선정돼 진행한 ‘전장 침술(Battlefield acupuncture)의 급성 통증 진통효과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대한군진의학회지에 투고했으며 2023년 군진의학 외상학술대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군내 장기 군의관으로 활동하시는 선배님, 군진의학 연구를 경험했던 군의관 예비역 선배님들의 조언과 격려를 통해 군에서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경험이었다.
군내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했으나, 내 연구주제에 관심이 있을 침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을 할 때 즈음에 가족과 함께하는 유럽여행을 계획하던 중, 여정 중에 포함될 수 있는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는 국제침술학회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연구주제로 구두발표를 신청했고 위원회로부터 발표자로 선정돼 해당 발표를 준비했다.
내가 속한 발표는 ‘Systematic Review abstract’ 세션 중 하나로, 이 세션에서는 경희대 침구과 남동우 교수님께서 ‘Physical therapy for the treatment of Unspecific Chronic Low Back Pai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로 첫 발표를 맡으셨다. 전공의 시절, 남동우 교수님께서 외국어가 유창하신 걸로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학회장에서 뵀던 교수님의 모습은 더 멋지셨다.

내 발표를 마치고 가졌던 Q&A 세션에서 기억이 나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 연자 중 한 분이셨던 Jean Pierre Fossion께서 내 outcome 중 secondary outcome의 해석 시에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셨던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궁금했으나 확인할 방법이 없어 내버려두고 있던 내용이었는데, 연구자의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다른 연자분이신 Patrick Sautreuil께서 내 주제에 대한 농담을 하셨는데, 해석의 문제로 유머가 이해되지 못해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세션에 참여해 주셨던 대구한의대 김상호 교수님께서 한국군에서의 침 치료 실태와 이후 추가 연구 계획과 관련된 질문을 주셔서 감사했다.
추가로 학회와 관련된 개인적인 일화가 있었는데, 이전에 전장 침술(Battlefield acupuncture)의 재료를 공급받기 위해서 해외 소재 S사 담당자와 메일을 주고받은 경험이 있었다. 학회에서 전장 침술에 관련된 내 발표가 끝나고 그분이 발표 잘 들었다면서 자신의 S사 홍보 부스를 소개해줘서 유통하고 있는 여러 치료 도구들(레이저침, 전자뜸 등)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체험했던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 ICMART 2023에는 이전처럼 다양한 주제(통증, 소아, 부인, 암, 신경정신, 스포츠의학 등)에 대한 각개의 연구자들이 본인의 연구들을 소개해주는 세션으로 세분화 돼,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들을 수 있었다. 별 기대 없이 듣고 있던 부인과 세션에서, 이번 ICMART 2023에서 포스터 상을 수상하신 이승훈 교수님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연구주제와 관련된 연구자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과 해당 주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연구 방향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던 점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일이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주제와 연자들의 발표를 들었던 경험을 요약하면, 침과 대체의학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연구자들이 국적, 동서양, 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학회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꽤나 높은 점이다. 본인의 분야에서 일평생 일궈온 것들을, 남들과 공유하려 시간을 내어 교류하고 서로 배우는 모습이 의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매우 고무적인 모습이었다.
필자의 느낀 개인적인 경험을 위주로 서술한 참관기의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 아쉽지만, 좋은 시기에,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해 만족스러웠던 이번 학회 참관기를 이것으로 마쳐본다. 혹여나 추가적으로 필자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메일(modhot123@gmail.com)로 문의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