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ICT 기술을 도입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주치의 제도로 일차의료기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한정애·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를 확충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고령화사회에 따른 노인진료비 부담을 해소하고, 만성질병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커뮤니티케어의 발전 전략(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지역사회 의료발전 모델과 커뮤니티케어(홍윤철 서울대학교 교수) △ 커뮤니티케어와 스마트 거주공간(권혁례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본부장) 등이 발제를 맡고 지정 토론에는 조비룡 서울대병원 교수,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철흥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사업처장, 양성일 보건복지부 복지정책실장,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가 참여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지역사회 돌봄의 개념과 문제 제기를 통해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체계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와 함께 지역사회 돌봄을 도입했을 때의 파급효과 등을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지역사회 돌봄이 정착되면 건강·복지·인권의 증진, 노동력의 추가 공급, 일자리 창출, 불평등·양극화의 극복, 산업의 발전, 사회개혁 과제, 사회보험재정의 개선 등에 기여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 돌봄의 정책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돌봄’ 기능의 인식을 제고하고, 대규모 재원을 확보하는 등 공공시설과 공공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등 시설 및 가정 등 재가 위주로 구성된 지역사회 돌봄을 탈시설화, 탈가족화해 보건·복지 인력이 가정을 방문하는 형태로 의료서비스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2007~2019년 동안 전체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2%에서 40.5%로 두 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노인 1인당 진료비도 207만원에서 465만7000원으로 급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5세 이상 노인진료비 지출이 2020년 35조5223억원에서 2060년 337조1131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윤철 교수는 미래의 커뮤니티와 지역사회가 변화해야 할 방향으로 일차의료와 ICT기술을 강화한 발전모델을 제시하면서 현행의 의료시스템이 질병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민간에서 민관협력의료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지역사회 주치의는 지역주민들의 의료정보를 지속적으로 경신하고, 지역사회의 ‘공유 커뮤니티 병원’과 연계하는 한편 지역의료 제휴센터 간호사와 간호상담 및 방문간호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대학병원, 지병의료원, 보건소 등이 포함되는 공유 커뮤니티 병원은 주치의에게 진료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교육과 연계된 진료협력센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는 개방형 병실, 호흡기 전담 클리닉도 설치된다.
권혁례 본부장은 지역 돌봄을 위한 주거공간인 ‘지원 주택’을 소개하고 고령화 복지주택 등 주거복지 뉴딜 추진의 필요성과 방향,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지원주택은 생활공간에서 의료·요양·돌봄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복지를 말한다.
권 본부장은 “주거공간에 ICT기술을 융합해 안전한 생활을 돕는 ‘스마트 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공간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고, 지원주택 신규공급 등으로 10년간 약 22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대내 감지기, 원격 검침 데이터 정보 등 디지털케어와 AI기반 헬스케어를 토대로 구축되는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 조명, 난방 제어 및 디지털 케어 등 8종 서비스를 포함한 스마트 거주 공간이다.
◇내실 없이 파편화된 시범사업 재정비 필요
발제에 이어 진행된 지정 토론에서는 의료와 교육 인력의 소통, 요양병원 등 기존 의료체계의 효과적인 활용, 돌봄 인프라 구축의 시사점,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정책주진 방향 등이 논의됐다.
조비룡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실현하려면 의료 인력에 대한 교육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난주 교수는 “우리나라 요양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는 본인이 서비스를 선택해 지원을 받아내는 시장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내실 없이 파편화된 시범사업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흥 처장은 “현행의 고령화복지주택은 운영비 부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이 저조한 상황”이라며 “예산지원과 부처간 협업 통해 고령화 복지주택 등 기존의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는 “돌봄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채 큰 그림만 그리는 상황에서 이런 자리는 바람직하다”며 “지역돌봄의 대상을 노인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희귀병, 화병환자 등으로 확대하는 점에 대해서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일 실장은 “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보편적인 돌봄을 지향한다”며 “이를 위해 주거공간 확보, 보건의료 복지분야 협업을 통한 대상자 발굴 및 욕구 파악, 부문 간 연계 서비스 제공 등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한정애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어르신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누가, 어디에서 돌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는 이런 상황에 대한 진단과 올바른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의료환경에 맞는 한국형 커뮤니티케어 구축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