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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know K-medi?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지난 10월 27일, 미국 보스턴에서 대한암한의학회가 국제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 역사상 최초로 한의학을 주제로 단독 워크샵을 진행했다. 하버드 의과대학과 Dana-Farber Cancer Institure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회는 하버드 의과대학 캠퍼스의 Joseph B. Martin Conference Center에서 열렸으며, 대한암한의학회 학회장이신 유화승 교수님(대전대 한의대)을 포함해 7인의 학회 임원이 발표했다. 발표 주제는 ‘Evidence-Based Guidelines for Korean Medicine in Cancer-related Symptom Management’로, 「암관련 증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내용에 기반해 증상 1개씩을 담당하여 암 관련 증상에 한의치료의 역할 및 유효성을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그 중에 나는 식욕부진 및 항암화학요법 유발 오심구토 증상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내용과 한의치료의 유효성에 대해 강의했다. TCM과 TKM은 분명히 다르다 워크샵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준비하는 동안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15시간 동안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영어 대본을 중얼중얼 외워볼 정도로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간만에 많이 받았다. ‘역사상 최초’, ‘한의학’을 주제로, ‘단독’ 워크샵을, 대한암한의학회가 ‘유일’하게 주관한다는 사실이, 지나고 나서는 감격스럽지만, 그전까지는 어깨를 참 무겁게 만들었다. 매번 하던 발표고, 영어야 외우면 되는 건데 무엇이 그렇게 중압감을 느끼게 만들었나 돌이켜 보면, 결국 한 가지였다. ‘미국 사람에게 한의학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실제로 워크샵의 말미에 시행했던 질의응답 시간에도 오가는 대화 끝에 이런 멘트가 나오기도 했다. “오늘 발표 내용이 국제통합암학회에 몸담고 계신 분들에게는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중의학)과 유사하다고 받아들이실 것 같다. 하지만 TCM과 TKM(traditional Korean medicine, 한의학)은 분명히 다르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TKM에 맞춤화된 내용을 준비해보겠다.” 암환자 관리의 mainstream으로 충분히 사용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TCM과 TKM의 차이는 사상체질의학의 유무에 기반된다고 배웠었다. 하지만 임상을 해보고,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수만 편의 TCM 논문을 읽어보며 느낀 것은 오로지 체질만이 두 의학을 구분하는 기점은 아니라는 점이다. 치료 도구도 동일하고,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TKM 뿌리의 일부가 TCM의 한 편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은 맞겠으나, 치료 도구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 진료적 서사성은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나조차도 그래서 정확하게 무엇이 다르냐고 물어보면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금도 TCM 논문을 읽다 보면 TKM과 같은 치료 도구로 내게 익숙한 환자를 치료함에도, 정작 논문의 내용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느낌표와 물음표를 마구 떠올리게 하는 흐름들이 많다. 단순히 ‘학문의 변화 과정에서 문화적·환경적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성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라는 모호한 내용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차별점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워크샵을 마치고 나서야 이 고민을 하게 된 계기는 아마 SIO에서 우리 세션에 참석한 분들이 물어보신 질문의 수준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약과 양약의 상호 작용(drug interaction)을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처방하시나요? 특히 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면요.”, “stomach 36번 혈자리(족삼리)를 위장관계의 제반 증상에 사용하신다는 건 저희랑 같네요. 다만 한국에서는 ST36에 침을 놓을 때 편측을 쓰는 지, 양측을 쓰는 지, 편측을 쓴다면 건측/환측 중에 어디를, 양측이라면 왜 양측을 쓰시나요?”, “방사선치료를 받는 암 환자에게 TKM을 할 때, 방사선 조사 부위에 대해서 별도로 신경을 쓰시며 치료를 하시나요? 아니면 TKM 이론에 따라 systemic(전신적)하게 접근하시나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supportive care(보조적 치료) 위주로만 발표를 준비하셨나요? 이 정도 근거 창출이 되어 있다면, 상황에 따라 암 환자 관리에 있어서 mainstream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 보이는데요.” TKM을 한 단계 도약해서 바라봐야 할 때 암 환자를 오래 보신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법한 상상을 초월한 수준의 질문을 받고 있으니, 새삼 이제는 우리 또한 TKM을 한 단계 도약해서 바라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KM에 이렇게 많은 근거가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고 임상에서도 그 근거를 고려하며 환자를 진료하시는 것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아, 그리고 K-pop 데몬 헌터스 잘 봤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프랑스인 의사에게 ‘K-medi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우리의 진료와 연구 방향성을 다 같이 정립해야 할 때가 곧 도래할 것이라 생각한다. “Do you know K-pop?”라는 질문에 “Yes. I know Demon Hunters/BTS/Blackpink.”라는 대답이 당연히 돌아오듯, “Do you know K-medi?”라는 질문에도 언젠가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
체질 기반의 맞춤형 천연물 치료원리 제시[한의신문] 세명대학교 RISE 사업단은 17일 한의학관 105호에서 ‘2025 명사초청특강: 체질의학을 기반으로 한 천연물 반응의 개체 특이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특강은 ‘천연물 임상 신약 융합 강연 시리즈’의 네 번째 순서로 마련됐으며, 최주리 창덕궁한의원장이 연사로 초청돼 개체맞춤형 천연물 적용의 과학적 근거를 다양한 임상·유전·대사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이날 최 원장은 “사람마다 유전자·대사경로·장내미생물 구성 등이 서로 달라 동일한 천연물도 서로 다른 생리·약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개체 특이성의 실제 사례를 근거로 체질의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최 원장은 사상체질을 ‘수백 년간 축적된 개체특이성 데이터셋’으로 해석하며 체형 선(1~5선) 측정, 체질별 에너지 우선 사용 구조, 얼굴·기육 분포와 같은 표현형이 유전자 기반 대사유형(metabotype)과 연결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EPAS1 기반 고산지대 적응 유전자, UCP1·ADRB3 등의 체열대사 관련 유전자 사례를 통해 개인의 생화학적 설정값이 천연물 반응성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유전·대사·생리의 복합적 차이가 임상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이어 천연물을 활용한 정밀의료적 실천 방안도 제시한 최 원장은 △수면장애 원인별 식치(食治) 구성 모델 △대사증후군 환자의 약물 테이퍼링(감량) 전략 △경계성 대사질환자의 ‘노란신호등’ 생활관리 프로그램 등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입 방안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최 원장은 “정밀의학 시대에는 천연물이 단순 보조제가 아니라 개인별 대사·염증 상태에 맞춘 핵심 관리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천연물·체질·정밀의학이 결합한 융합 의료의 미래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편 현장 중심 특강의 기획을 맡은 세명대 한의대 최수지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의 개체 차이를 실제로 다루는 임상의의 관점을 학생들이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원하는 실무 중심 특강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천연물·정밀의학 분야의 현장형 인재 양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약성부 백화해’…한약 248종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다유준상 상지대 한의대 교수 [한의신문] 한약의 성질을 운문 형태로 정리한 금원시대 고전 ‘약성부’가 오랜 기간 한의학의 기초 학습서로 활용돼 왔으나 시대적 언어 차이와 고유한 표현 때문에 학습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한계도 있었다. 최근 상지대 한의대 유준상 교수가 ‘약성부 백화해(藥性賦 白話解)’ 4판(도서출판 의성당(메디피아))을 우리말로 완역, 고전을 현대 한의학 교육의 문맥에 맞게 다듬어낸 새로운 번역서를 선보였다. 이에 본란에선 이 책의 활용법과 그의 한의학 교육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현재 교육 외 집필 활동도 병행해오고 있는데. 전공은 사상체질의학이지만 학생들이 한 단계 한 단계 따라가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필요한 책을 쓰거나 번역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우리의 학부생 시절처럼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 아닌 1단계와 3단계 사이에 2단계를 넣어 순서를 보완해 준다면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약성부 백화해’는 어떤 책인가? ‘약성부’는 약의 성질을 노래하듯 풀어놓은 가사 형태의 책이다. 이를 백화(白話), 즉 현대 중국어로 해석한 내용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약의 성질을 외우기 쉽게 7언절구나 8언절구 형식으로 정리한 ‘약성가(藥性歌)’가 있는데, 특히 방약합편의 7언절구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예로 “인삼미감보원기, 지갈생진조영위(人蔘味甘補元氣, 止渴生津調榮衛)”라는 구가 있다. 이는 인삼은 맛이 달고 원기를 보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진액을 생기게 하며 영위를 조절한다는 뜻으로, 설명을 외우는 것보다 7언절구 형태의 리듬이 더 쉽게 외워진다. “만병회춘의 인삼미감(人蔘味甘) 대보원기(大補元氣) 지갈생진(止渴生津) 조영양위(調榮養衛)”와 같은 8언절구보다 4·3의 구조가 있어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도 있다. 중국 금원시대에도 248종의 약물을 한약·열약·량약·온약으로 나눠 정리한 ‘약성부’가 있었으며, 이를 백화문으로 해석한 ‘약성부 백화해’가 여러 차례 출간됐다. 이번 책은 그중 4판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Q. 이 책을 번역하며 기억에 남는 점은? 이 책은 이전에 ‘한의중국어강독’을 함께 작업했던 상지대 중국학과 밍양양 교수와 공동 번역했다. 1차 번역은 의학적 내용 때문에 내가 맡았고, 밍 교수는 보다 자연스러운 중국어 표현을 위해 2차 교정을 담당했다. 서로 호흡을 맞추며 재미있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있듯 독자(한의사 혹은 한의대 학생)의 눈높이를 고려해 한자어와 한글 풀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예를 들어 ‘량혈(凉血)’은 ‘피를 서늘하게 한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으나 한의사나 한의대 학생에게는 ‘량혈’이라는 본래 용어가 오히려 더 빠르게 이해된다. 다만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쉬운 한의학 용어는 한글로만 표기했고, 반드시 한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글 옆에 작은 크기의 한자를 병기했다. Q. 이 책에서 포인트를 꼽는다면? 이 책에는 248종의 한약이 실려 있는데, 금원시대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한·열·온·량의 구분이 현대 약성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능 설명과 배오(配伍)에 대한 기술은 매우 흥미롭다. 처음 한의대에서 공부할 때는 인삼, 황기 등 개별 약물 위주로 배우지만, 임상으로 갈수록 어떤 약물을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인삼과 황기를 조합할지, 인삼과 백출을 조합할지에 따라 치료 효능이 달라지는 점이 바로 그 예다. 또한 각 약물마다 대표 처방을 함께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인삼의 경우 인삼이 포함된 주요 처방들을 소개하고, 그 처방의 효능과 구성 약물을 보여주도록 했다. 이어 현대적 관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 독성, 주요 성분 등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실용성을 높였다. 더불어 유사 약물을 비교해 효능의 차이를 제시하는데, 예를 들면 강활 파트에서는 강활과 독활의 효능을 비교해 이해를 돕고 있다. 처방은 약 152종의 문헌에서 인용해 구성돼 있어 다양한 서적의 처방들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 예컨대 안과 처방을 공부하면서도 ‘이런 처방을 응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정도로 임상적 응용 폭이 넓다. 그런 점에서 한의사나 한의대 학생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간행 계획은? 한의학의 주요 치료법은 한약을 이용한 처방과 경혈을 활용한 침구치료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기 위한 길잡이가 되는 책을 쓰거나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두 번째로 준비 중인 책은 키도 마사오의 ‘맥진습득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들이 28종의 맥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맥진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부·침·지·삭을 정확하게 잡는 요령과 촌·관·척에서 맥을 짚는 방법을 단계별(step)로 정리해 매우 실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몇몇 뛰어난 전문가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따라 배울 수 있는 보편적인 맥진법을 제시한 책이라는 점에서 번역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청홍(지상사) 출판사의 도움으로 번역 기회를 얻게 됐고, 현재 1차 번역을 마친 상태다. 일본어 전공 교수의 2차 교정이 진행 중이어서 내년 상반기에는 번역본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 번째로 준비 중인 책은 ‘주양춘 용약경험집(물고기숲 예정)’으로, 저명한 중의사 주양춘이 임상 경험을 한약 활용법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약물 설명뿐만 아니라 풍부한 증례가 함께 실려 있어 임상적 이해에 큰 도움이 됐고, 이러한 장점 때문에 번역을 결심했다. 이 책 역시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Q. 이외 강조하고 싶은 말은? 국내에도 좋은 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나는 일본이나 중국에 학술대회를 갈 때마다 최소 한 권 이상 책을 사오는 습관이 있다. 그중 한국 독자(한의사 혹은 한의대 학생)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출판사와 상의해 출간을 추진해오고 있다. 최근 대만을 방문했을 때 자제대학 병원에서 중의학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홍보용 책자를 한 권 받은 적이 있는데, 전통의학을 친근하게 알려주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방병원의 수많은 리플렛보다 이런 형태의 콘텐츠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울러 출판에 애써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한의학 책을 직접 사서 읽고 공유하는 학습 문화가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
[신간] MBTI와 사상체질 성격[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 백유상 교수가 저술한 ‘MBTI와 사상체질 성격(우공출판사)’이 출간됐다. MBTI의 기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심리분석학의 창시자 스위스의 칼 구스타프 융이 만들었으며, 미국의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이를 발전시켜 성격 분류 도구로 개발했다. 저자는 융이 지은 ‘Psychological Types(1921)’와 마이어스의 저작인 ‘MBTI Manual: A Guide to the Development and Use of MBTI(1962)’, ‘Introduction to Type(1962)’, ‘Gifts Differing(1980)’ 등에 언급된 각 성격유형의 특징들을 파악하고 여기에 사상체질을 대비해 두 성격유형 체계를 연결시켰으며, 그 결과들을 모아 최근 ‘MBTI와 사상체질 성격’을 출간했다. MBTI 성격유형 분류 도구, 즉 설문 문항이 개발되기 이전에 융, 브릭스, 마이어스 등은 인간 내면의 심리를 관찰하는 파일럿 스터디를 통해 분류 지표의 개념들을 설정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성격을 분류해 나갔다.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이 설정하고 보완했던 기본 개념들은 지금까지도 변화하지 않았으며, 이 책에서는 그 개념들을 토대로 16개 성격유형의 각 특징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설명했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태양인의 범위를 넓게 잡고 MBTI 유형과 매칭시킨 점이다. 그동안 사상의학의 연구와 활용에서 태양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태양인의 수가 적기도 하고, ‘동의수세보원’의 태양인 기술이 매우 간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양인 연구가 충분히 진행돼 성과가 나와야 사상의학 연구가 온전해질 수 있으며, 또한 시대 변화도 태양인 연구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 사회는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육체노동이 줄고 서비스 업무가 늘어났으며, 사람들이 습득하는 평균 정보량이 폭증하고, 전통적 공동체의 붕괴와 이를 대신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화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감수성은 더욱 민감해졌고, 삶의 사이클 가운데 정신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사고 활동이 왕성한 태양인이 늘어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형적인 태양인이 꼭 아니더라도 다른 체질이면서 태양인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의료환경도 바뀌고 있다.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으며, 육체의 질병을 안고 있는 사람들도 치료 과정에서 마음의 평안을 함께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저자는 이러한 여러 추세를 고려해 책을 기술했다. 이 책의 저자 백유상 교수는 “2, 30대 사람들의 한의학에 대한 인지도가 5, 60대 이상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는 최근 상황은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실태조사’의 국가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미래 한의학을 생각하면 젊은 계층의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어 “그렇다고 한의학의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으며, 대학에서 매년 20대 초반 학생들을 접하다 보면 이들이 매우 실용적인 사고를 갖고 있음을 느낀다”며 “어떤 관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다고 느끼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대상이면 적극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백 교수는 “2021년 후반기부터 3년간 겸직으로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업무를 보면서 당시 창간한 웹진에 연재되는 웹툰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는데, 그 주제 중 하나가 바로 MBTI와 사상의학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며 “MBTI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이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MBTI 체계를 살펴보기 시작했으며, 사상의학은 오래전부터 연구를 해왔었기에 이미 알고 있는 사상체질의 잣대로 MBTI 성격유형들을 분석해 봤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또 “이 책이 MBTI에 익숙한 젋은 일반인을 주요 독차층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분량이 많지 않고 문장이 평이하기에 많은 한의사나 사상의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 보기에는 전문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또한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결론은 없으므로 허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MBTI와 사상의학을 이렇게 연결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길잡이 정도의 역할은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백 교수는 “이러한 연결의 방법론으로부터 파생된 보다 자세한 설명 체계와 임상 활용 도구들이 풍성하게 개발되길 기대하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접하고 사상의학과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바람”이라며 “그들이 침, 뜸과 한약의 치료 수단을 중심으로 한의학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따뜻한 의학으로서 한의학을 느끼고 친근감을 갖게 되는, 그런 희망 섞인 상상을 해본다”고 소망했다. ※ 이 코너는 한의사 회원이 집필한 책을 소개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서평이나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 도서에 대한 광고나 추천의 의미는 아님을 안내드립니다. -
‘화병’ 임상적 특징 과학적 근거 제시[한의신문]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5-TR)에 실려 있는 ‘화병’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이 과학적으로 규명, 그동안 문화적·상징적 질환으로만 인식되던 화병을 객관적 임상 연구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부산대학교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심신질환으로 인식돼 온 ‘화병(Hwabyung)’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을 규명한 연구 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 ‘BioPsychoSocial Medicine’ 온라인판 10월30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Biopsychological pattern underlying the psychosomatic symptoms of patients with Hwabyung from a universal perspective(화병 환자의 심신증상에 내재된 보편적인 생물심리 프로파일의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번 논문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 연구팀과 경희대 한의과대학 김종우 교수팀 및 경성대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팀과의 다학제 연구로 진행됐다. ‘화병’은 사회적 순종을 강조하는 전통적 유교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적 특질인 ‘한(恨)’이 결합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장기간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와 감정 억압으로 인해 몸 속에 열이 쌓이며, 분노·불면·우울·대인관계 곤란 등 정신적 증상과 함께 열감·홍조·두통·가슴 답답함·호흡곤란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다. 그동안 고유한 발병 기전과 정신병리적 특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한국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불분명한 증후군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국내 외국인환자에서도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 진단·예방·관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화병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의 음양심리 이론을 표준화한 ‘사상성격검사(SPQ)’를 활용, 심신 증상과 생물심리학적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SPQ는 △행동 태도(SPQ-B) △인지 양식(SPQ-C) △정서 반응(SPQ-E) 등의 세 가지 하위척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양적 심리는 활성화·자극을, 음적 심리는 억제·억압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화병 환자에게서 △높은 SPQ-B(행동적 과민성·충동성) △낮은 SPQ-C(인지적 경직성·비관주의) △낮은 SPQ-E(정서적 고립·취약성)이라는 특징적 패턴이 확인됐다. 이러한 프로파일은 화병 환자의 심리 증상 26.0%, 신체 증상 14.3%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진은 낮은 SPQ-C와 SPQ-E가 스트레스의 내면화와 신체화로 이어지고, 높은 SPQ-B가 간헐적 분노·불안·우울과 같은 전형적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한 교수는 “마치 지문처럼 화병만의 독특한 정신병리 프로파일을 발견함으로써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과 손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상성격검사가 사상체질의 과학적 임상 진단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신질환의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종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화병의 악화 기전도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감정 억압 단계에서 시작해 가슴 답답함과 열감 등 신체화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어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가 폭발하는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병 심리치료 지침을 제시했다”며 “SPQ-B를 낮춰 안정적 행동을 유도하고, SPQ-C와 SPQ-E를 높여 긍정적 인지와 정서적 공감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의료혁신의 시대, 한의사전문의 제도의 미래AI가 이끄는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전환 디지털 헬스와 인공지능의 융합이 의료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의료의 중심이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병원에서 ‘생활 데이터 기반 관리’로 이동하면서 보건의료체계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통·보완·통합의료(TCIM)를 국가보건의료체계 안에 안전하고 증거 기반으로 통합할 것을 권고하며, 통합적 의료체계가 국민건강 증진의 지속가능한 기반이 될 것이라 강조해왔다. 의료환경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향후 보건의료체계 내 역할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시점에 있다 현재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한방내과·부인과·소아과·신경정신과·침구과·안이비인후피부과·재활의학과·사상체질과 등 8개 전문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분류는 1999년 제도 도입 당시의 의료수요와 학문 체계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융합의료, 만성질환 관리 등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확산되면서, 현행 전문과목 체계가 실세계(real-world) 의료환경과 임상현장의 변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개혁의 핵심, 국민 중심의 체계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핵심은 일차의료 강화와 필수의료 보장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감염병 대응 등 복합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자원의 기능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 기반의 지속적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한의사 주치의 제도’ 역시 일차의료 기능을 확장하고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새로운 정책적 시도로 주목된다. 다만 정책 설계와 제도 운영 과정에서 한의의료의 역할과 기능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직역 간의 이해보다는 국민 중심의 의료체계 속에서 한의의료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논의의 기반을 마련할 시점이다. 국가혁신체계 속 제도 재구조화의 의미 의료체계의 혁신은 단일한 법 개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프리먼과 넬슨이 제시한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 이론에서 혁신은 기술·제도·인력·정책이 상호작용하는 생태계 속에서 일어난다. 한의사 전문의 제도 또한 의료·교육·산업·정책이 연결된 구조 안에서 국민건강 증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혁신의 실천 집단에 관한 제도의 변화 논의는 이들 내부의 자율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며, 국가는 제도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지원하는 촉진자(facilitator)로서 이러한 자율 논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디지털 헬스, 공공보건, 지역건강관리 등 보건의료 환경이 확장·통합되는 흐름 속에서 전문의 제도가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향후 제도 운영 방향을 탐색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혁신의 새로운 축 AI와 데이터가 의료의 새로운 언어가 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혁신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전문의는 단순한 임상기술의 숙련자를 넘어, 데이터를 해석하고 건강위험을 예측하며 개인의 생활환경을 이해하는 ‘예방의료 설계자’로 변모하고 있다. 한의의료 역시 표준임상진료지침, 실세계데이터(RWD), 디지털 치료기기 등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전문역량 체계의 발전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적 흐름은 ‘기능적 협력’으로 국제사회는 이제 경쟁보다 협력 기반의 의료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중의학 전문의 제도를 공공보건과 예방의학의 국가체계 안에 연계해 운영하며, 일본은 Kampo 의학을 서양의학과 병행할 수 있는 통합적 모델로 발전시켰다. 미국과 유럽 역시 생활의학, 통합의학 분야에서 다직종 협진과 상호참조(clinical referral)를 제도화하며 환자 중심의 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역할 분담과 상호 연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의사 전문의 제도가 국가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어떤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협력적 거버넌스와 국가정책 역량 제도의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린드블롬이 제시한 점진주의(Incrementalism)와 적응적 거버넌스(Adaptive Governance) 개념이 보여주듯, 복잡한 사회체계에서 정책은 학습과 조정을 거듭하는 과정이다. 전문의 제도 역시 의료체계의 변화, 국민의 요구, 전문직의 역할 변화를 함께 고려하며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정부, 보건의료계, 학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제도의 신뢰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의 자율적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조율함으로써 균형 잡힌 제도 발전이 가능하다. 결국 제도의 지속가능한 운영은 국가의 정책조정 역량(State Capacity)과 혁신주체의 자율적 협의역량이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하다. 이해관계가 얽힌 의료환경 속에서 균형을 잡고 신뢰를 구축하며 혁신을 제도화하는 것은 국가정책이 발휘되어야 하는 핵심 영역이다. 전문의 제도의 미래는 의료직역 간 경쟁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국가혁신의 일부로서 논의될 여지가 있다. 디지털 의료혁신의 시대, 제도의 운영 과정에 대한 성찰과 협력적 논의는 국가와 혁신의 실행주체가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 속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본 기고는 필자의 시각을 담은 것으로,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
파주보건소, 2025 한의약 건강강좌 ‘성료’[한의신문] 파주보건소는 파주교육지원청과 협업해 추진한 ‘2025 한의약 건강강좌’를 시민들의 높은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좌에서는 학부모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성장기 자녀의 건강관리법 및 겨울철 한의약적 건강법을 소개, 한의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일상 속 건강 실천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첫 강좌에서는 파주보건소 공중보건의 김지훈 한의사와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심영신 한의사가 ‘한의약 성장 이야기’를 주제로 공동 강연을 진행했다. 이 강연에서는 뼈 성장 원리, 성장 경혈 지압법, 성장도표를 활용한 키 백분위수 확인법 등을 소개하며, “아이마다 성장 유형이 다른 만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즐거운 신체활동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전했다. 또한 16일에는 권해진 래소한의원장이 ‘한의약으로 건강한 겨울나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 강연은 파주시한의사회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겨울철 면역력 향상에 좋은 한방차 ‘쌍화차’의 재료와 효능, 섭취법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재료의 향과 촉감을 체험했으며, 파주보건소는 가정에서도 가족과 함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쌍화차 재료 선물 꾸러미를 제공키도 했다. 강좌 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참여자의 97%가 “매우 만족한다”라고 응답했으며, “한의약이 실제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중심의 내용이 유익했다”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한 향후 강좌 주제로는 ‘계절별 건강관리’, ‘불면증 완화’, ‘사상체질 이해’ 등 다양한 한의학 주제와 함께 영양·조리법 등과 융합된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희망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한상 파주보건소장은 “이번 강좌는 시민들이 한의약을 일상 속 건강관리 방법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시민 중심의 건강교육을 통해 모두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한의사전문의, 어떻게 진행돼 왔나? <1> 한의사전문의 제도 시행[편집자주]대한한의사협회가 11월 중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에 관한 회원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회원투표는 지난 1999년 한의사전문의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전문과목 확대 등과 같은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현실에서, 현재 일차의료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필요한 관련 전문의 과목 신설 등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본란에서는 한의사전문의 제도의 시작부터 그동안 논의됐던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한의사전문의 제도는 1999년 의료법 시행규칙인 ‘한의사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도입되면서 시작돼 현재까지 매년 한의사전문의를 배출해오고 있다. 한의사전문의 취득과 관련된 법적 근거는 이에 앞선 1994년 1월에 공포된 개정의료법 제55조1항에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서 전문의가 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련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마련됐다. 현재 한의사전문의는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의 총 8개 과목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8개의 전문의 과목은 변동 없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까지 치러진 한의사전문의 자격시험을 통해 △한방내과 1382명 △한방부인과 311명 △한방소아과 147명 △한방신경정신과 246명 △침구과 863명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239명 △한방재활의학과 684명 △사상체질과 194명 등 총 4066명의 한의사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다. 1999년 ‘한의사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정 이후 한의사전문의 시험이 처음으로 치러진 2002년 당시 김영석 대한한의학회장은 한의신문에 기고를 통해 “한의사전문의 제도는 관 주도로 추진된 의사전문의 제도와는 달리 한의사협회에 위임되어 보다 (한의학의)특성을 살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학회장은 “8개 전문과목으로 정해진 것은 한의학의 전문성이나 특성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치료방법이나 대상 등을 고려한 복합적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분과(分科)되어져 있다”면서 “향후 한의학의 특성을 살리면서 발전될 수 있는 방향과 특정 임상 방면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수요의 필요에 의해서 전문과목이 확대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즉, 공급자 중심이 아닌 실제 임상에서 수요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한의사전문의 제도 운영이 제도의 특성을 살리면서 궁극적으로 한의학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한의사전문의 제도 시행 이후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제도의 개선을 위해 2002년 12월 △수련기관 확대 및 모·자한한방병원 인정 △개원한의사에 대한 한의사전문의시험 응시자격 인정 등의 내용을 담은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데 이어 2003년 3월부터 7월까지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운영했다. 이어 2009년 개원한의사의 특례 인정 및 추가 과목 신설 등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 ‘범한의계전문의제도개선 TF’ 운영, 2010년부터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을 중점 논의한 ‘전문의 제도개선위원회’가 개설,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9년 전문과목을 신설하고 한의사전문의를 다수 배출하는 구조로의 전환 및 이를 위해 기존 한의사에게 경과조치를 부여할 필요성에 따라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해 개선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
ISAMS 2025…전통의학, AI·유전체·신경·면역을 잇다[한의신문] 대한약침학회(회장 안병수)와 ㈔약침학회(회장 육태한)는 24일부터 26일까지 부산 BPEX에서 ‘ISAMS 2025(International Scientific Acupuncture and Medicine Symposium)’를 개최, 전통의학의 과학화를 넘어 △AI △유전체 △신경회로 △면역세포 △표준화 기기 등 현대 의생명과학의 언어로 한의학의 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외 44명의 연자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침의 신경회로 기전부터 한의 디지털 기기 표준화, 면역·유전체 기반 질환 연구까지 전통의학의 새로운 연구 스펙트럼이 공유됐다. ▲(왼쪽부터) 강성웅·김성건·야세민·이상헌 교수 ◎ “어성초가 여는 신경면역의 새로운 문 ‘브리지 세포’ 발견” 강성웅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는 ‘Discovery of a Novel Protective Microglial Subtype Induced by Houttuynia cordata Core Extract’라는 주제 발표에서 어성초 추출물이 알츠하이머병(AD) 모델에서 새로운 면역세포 아형을 유도함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에서 △단일세포 RNA 시퀀싱으로 ‘브리지 세포(bridge cells)’ 발견 △비염증성(non-inflammatory) 특성으로 질병연관 미세아교세포(DAM) 과활성 억제 △신경염증 감소 및 신경보호(neuroprotection) 유도된 점을 들어 “전통 한약재와 현대 전사체학의 융합이 새로운 면역세포 상태를 규명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퇴행성 뇌질환의 면역조절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 “miR-16 ·Gα12 축, 간섬유화의 새로운 열쇠” 김상건 동국대 약대 교수는 ‘Gα12 Signal Axis and Potential Targets for Metabolic Regulation’을 주제로, miR-16-Gα12-자가포식(autophagy) 경로를 통한 간섬유화 기전을 제시했다. Gα12는 G단백질 계열 중 세포 성장·섬유화·자가포식 등 대사 조절 경로를 매개하는 핵심 분자로 △CCl₄유도 간섬유화 모델에서 Gα12 과발현 시 섬유화·간손상 촉진 △Gα12 제거 시 간손상 완화 △Gα12가 JNK 의존적 ATG12–5 복합체 형성을 통해 자가포식 촉진 △miR-16이 이를 음성 조절된 연구 사례를 통해 miR-16 감소→Gα12 과발현→HSC 자가포식 증가→섬유화 촉진의 분자축을 규명하고, 간질환의 신규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 전침, 비외과적 치주치료의 항염 효과 강화 입증 야세민 차이르 튀르키예 아타튀르크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Evaluation of the Host Inflammatory Response with Electroacupuncture as an Adjunct to Nonsurgical Periodontal Therapy’ 발표에서 전침(EA) 병행이 치주염 환자의 염증 반응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EA 병행은 비외과적 치주치료(NSPT)의 임상적·생화학적 개선을 강화해 염증 조절과 조직 회복을 촉진한다”면서, 3기 B등급 치주염 환자 대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전악 치석제거·치근활택술(full-mouth SRP)에 전침을 병행한 그룹에서 △치은지수(gingival index) 대폭 개선 △염증성 사이토카인 IL-6·TNF-α 수치 감소 △항염증성 IL-10은 증가한 연구 사례를 제시했다. ▲(왼쪽부터) 당홍호·니시다·쿠마가이 교수 ◎ 사상체질과 센서의 만남…유전체 기반 한의학의 디지털 전환 ‘Integrating Genomic Data into Traditional Korean Medicine’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상헌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는 한의학의 체질원리가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과 일치함을 강조했다. △사상체질과 유전의 40~55% 상관성 △COMT·OPRM1 변이와 침의 진통 효과와의 관계 △HLA-B*35:01과 한약 유발 간 손상과의 관계 등을 제시한 그는 “유전·대사 데이터와 표준화된 변증 체계를 통합한 AI 기반 체질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라면서 “유전체학은 한의학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향후 다양한 인종집단 연구와 윤리·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From Four Diagnostic Methods to Sensors: Standardization and Digital Transition of Traditional Medical Devices’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당홍호 일본 ㈜노다스 대표는 중의학 진단기기의 표준화·디지털화를 제안했다. 그는 △ISO/TC249 중심의 설진(tongue imaging)·맥진(pulse sensing)·경혈 임피던스(acupoint impedance) 국제 표준화 작업 △근적외선·전기 임피던스·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 망(望)·문(聞)·문(問)·절(切) 체계를 센서 기반 프레임워크로 전환 △‘중의학 Diagnosis & Prescription Engine’ 개발을 통해 설·맥·문진 데이터 통합 및 AI 한약 처방 자동 제시 등 그동안 개발 성과를 들며 “Space station 의료모듈부터 소매 단말기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TCM의 디지털 임상 확장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산화환원 신호로 본 ‘기혈 순환’, 황 대사와 전자친화성 물질의 양면성 니시다 모토히로 일본 큐슈대 약대 교수는 ‘Targeting Supersulfide Metabolism for the Treatment of Ischemic Heart Failure’라는 주제를 통해 황 기반 산화환원(redox) 신호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이는 ‘기혈의 원활한 순환’과 ‘음양의 균형 유지’를 현대 생화학의 언어로 해석한 사례로, 니시다 교수는 △산화 스트레스 상황에서 근조직 내 Cys 퍼설파이드와 폴리설파이드의 급격한 분해로 인한 심장 취약성과 △Supersulfide 대사 조절이 심근 리모델링 개선에 기여하는 순환적 기전을 설명하며 “폴리설파이드 분해 억제가 허혈성 심부전의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otein adducts during electrophilic stress: Good or bad’이라는 주제로 환경 속 전자친화성 물질(electrophile)이 인체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신호전달에 미치는 양면성을 규명한 쿠마가이 요시토 일본 큐슈대 약대 교수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탄화수소 퀴논·크로토날데하이드 등 전자친화성 물질은 단백질의 시스테인 잔기를 가진 센서 단백질에 결합해 활성을 억제하고, 그 결과 EGFR·Nrf2·HSF1·Akt 등 효과기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쿠마가이 교수는 전자친화성 물질은 △저농도에서 세포 산화환원(redox) 신호를 조절하지만 △고농도에서는 비선택적 단백질 변형으로 세포 독성을 유발하는 점을 들어 “농도에 따라 생리적 보호 또는 독성 반응을 보이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0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2009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때의 감동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온다. 벌써 16년이나 흐른 일이지만 그 때의 감동이 여전히 영육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 한의학은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총아로서 문화유산적인 요소가 강하다. 문화유산이라면 유형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 자연유산, 고고유산, 지역유산 등으로 구분되는데, 한의학은 이러한 유산에 속하는 영역의 콘텐츠가 풍부한 학문 분야라 할 수 있다. 침과 뜸, 약연, 약탕관, 환약제조기, 약볶기, 약두구리, 협도 등의 각종 의료기와 근현대 개발된 맥진기, 물리치료기 등은 유형유산에 속하는 것들이며, 사암침법, 태극침법, 사상체질의학, 부양론 등의 무형유산,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같은 기록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산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고고학적으로 발굴되는 돌침과 골침, 철제 침, 竹簡 의학기록 등은 고고유산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현재 한국의 지방지자체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한의학 지역문화유산 관련 사업들은 문화유산으로서의 한의학의 학문적 저변이 얼마나 다양한지는 보여주는 증거이다. 학자로서의 삶에서 대부분의 시기를 인문학적 연구에 매진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문화유산으로서의 한의학에 대한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의 관심도는 많이 실망스러운 정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4차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AI라는 새로운 희망에 고무되어있다. 문화유산의 측면에서 최근에 ‘문화유산의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환의 과제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의학의 강점인 문화유산적 측면에 대한 재인식과 강화는 의료로서의 재연성과 실천적 당위성을 담보해주는 자료로서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과학적 연구의 근거중심 의료적 연구에 덧붙여 역사 근거 중심의 의료(Historical Based Medicine)를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의학의 커다란 강점으로 작용될 수 있는데, ‘디지털 대전환’의 힘이 여기에 보태진다면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디지털 대전환’은 한의학의 발전에 있어서 큰 전기가 될 것이다. 지난 9월30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과 대한한의사협회 공동주관과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의 한의약: AI와의 동행’이라는 제목의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한의학 분야에서 AI 관련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분들과 AI 관련 시스템 전문가, 관련 정책입안자, 행정가, 관련 단체의 대표, 학계 관계자 등 다방면의 관련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AI 관련 한의계에 R&D 자금이 충분하게 계획되어 있지 못하다는 슬픈 이야기도 여기에서 듣게 되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이루어질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확신이 형성되어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진료에 필요한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구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강력한 언급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의학을 담고 있는 빅데이터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확대될 한의건강보험, 한의약디지털헬스케어, 한의학산업생태계에 혁신적 활력 부여, 한의학을 통한 지역의 활성화 등 현실적 문제뿐 아니라 ‘K-Medicine’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한의학 빅테이터’의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의 공감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Netflix 에니메이션 영화로 인하여 세계인들에게 한국 한의학이 홍보되어 한의학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의학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디지털 대전환’이 크게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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