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협력센터 포럼에서 본 글로벌 보건협력의 미래
[한의신문] 이달 4일부터 5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제5회 WHO 서태평양지역 협력센터 포럼(5th Regional Forum of WHO Collaborating Centres in the Western Pacific)’이 개최됐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HO WPRO)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지역 내 협력센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건협력의 방향과 실행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WHO 본부 및 회원국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WHO는 제네바 본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 6개 지역사무처를 두고 있으며, 그중 서태평양지역사무소(WPRO)는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등 38개 회원국 약 22억 명의 인구를 포괄한다. 이 광범위한 지역의 보건정책과 실행을 지원하는 핵심 파트너가 바로 각국의 WHO 협력센터(WHO Collaborating Centres)다.
경희대학교 WHO 전통의학협력센터의 역할
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는 1971년 설립 이래 동·서양 의학의 융합을 선도하며, 1988년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WHO Collaborating Centre for Traditional Medicine)로 지정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재지정되며, WHO와 함께 전통의학의 현대적 활용, 통합의학 기반의 보건정책 자문, 국제 표준화 연구 등에 기여해 오고 있다.
한의학과 세계 보건: 넓은 세상으로 향한 길
필자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근무 시절,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의 구호인 “Protecting Health, Saving Lives - Millions at a Time(한번에 수백만 명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구한다)”라는 문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문장은 ‘대의(大醫)’ 정신, 즉 한의학이 추구하는 인류보건의 이상과 맞닿아 있었다.
2008년 귀국 후, 필자는 이 경험을 경희대 학생들에게 공유하며 세계 보건의 넓은 무대에 대한 관심과 도전을 독려했다. 이 특강 참석자 중 두 명의 학생은 훗날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필자 또한 서울대학교 보건학 석사과정을 이수하며 공중보건과 전통의학의 접점을 탐구했다.
이후 여러 한의대 졸업생들이 존스홉킨스, 하버드,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보건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갔으며, 졸업 후에는 WHO 및 국제기구에서 지역보건과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한국과 한의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개인의 진로를 넘어, 한의학이 세계 보건체계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확장을 보여준다.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협력
이번 포럼은 전체 회의와 주제별 그룹토의, 포스터 세션 등으로 구성, 회원국과 협력센터 간의 구체적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모색하는 실질적 논의의 장이 되었다. 또한 이번 논의를 통해 향후 WHO 협력센터 간 협력의 방향이 명확히 제시되었으며, 이는 지역별 협력센터들이 WHO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공동의 행동 로드맵으로 발전될 예정이다.
대의(大義)와 대의(大醫)
보건은 더 이상 한 국가의 과제가 아니다. 기후위기, 신종 감염병, 인구 고령화 등 복합적인 도전 앞에서 우리는 국경을 넘어선 연결과 연대의 보건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는 WHO 및 각국 협력센터들과 함께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향해 지속가능한 연구, 정책 자문, 인력 양성, 그리고 국제 협력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아울러 한의계 또한 여러 도전과 변화 속에서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으로 인류 보건의 대의(大義)를 실천하는 대의(大醫)로 함께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