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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0일 (일)

‘의료법 개정안엔 보건의료 철학이 없다’

‘의료법 개정안엔 보건의료 철학이 없다’

“금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보건의료에 대한 복지부의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



한국의료법학회가 지난 22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법정책학적 검토와 개선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경원한의대 박왕용 교수는 의료법이 보건의료에 대한 복지부의 철학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먼저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문답으로 알아보는 비젼2030’에서 ‘누구나 의료비 부담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보장체계가 구축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85%까지 높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대폭 경감되는 한편 빈곤층에게는 의료급여를 통한 의료보장 혜택이 강화돼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어진다’고 했으나 금번 제시된 의료법 개정안에 이러한 정신이 반영돼 있는지 되물었다.



박 교수는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재경부가 중심이 돼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방안’ 중 ‘보건의료 및 건강보험관련 과제’에서 제시한 사항들만 집중 반영돼 있다”며 “결국 이번 개정안에서 복지부는 주민 질환의 85%를 담당할 수 있는 일차의료기관을 버리고 대형화·상업화를 통한 병원중심의 의료산업론으로 전환한 것으로 국가 보건의료의 방향을 상실케 하는 보건복지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이번 개정안이 전문가 집단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지 보수교육과 윤리위원회에 관한 규정으로 회원관리의 편의성만을 의료인단체 중앙회에 보장해주고 WTO나 FTA 등에 대한 대비책 중 하나로 꼽히는 면허관리, 전문의 관리 민간 이양 등 자율성 확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시대적 추세와 맞지 않을뿐 아니라 정부의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제4조(의료행위)에서 ‘통상의 행위’를 ‘모든 행위’로 바꿔야 하고 이로부터 유래하는 113조 유사의료행위에대한 규정은 행위자의 전문성은 차치하더라도 의료인을 늘리는 역할만 할 뿐, 정보의 비대칭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의료의 특성상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가 협진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금번 개정안에서 협진이라 설명하는 부분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단지 상호고용일 뿐이며 협진을 원한다면 이에대한 충분한 사전 연구는 물론 협진 논의 이전에 바람직한 한국의료의 발전방향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결국 이 조항은 의료인간 상호고용을 허용함으로써 일반인 또는 영리법인의 의료인 고용 즉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으로 가는 중간단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외에 박 교수는 ‘의료심사조정위원회’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 구성에서 의료인 비율이 50%가 넘어야 하고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기존의 현실을 반영해 진료보조가 가능함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주제발표를 한 한국의료법학회 박윤형 부회장은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현행 의료체계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의료법에 별도의 장으로 육성대책을 신설하거나 ‘의료서비스산업 발전·육성특별법’을 별도로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반드시 ‘의료발전기금’ 조성에 관한 사항과 세제 혜택에 관한 사항, 허가·인가의 간소화,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적용 배제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법 개정시 우리나라도 의료인 종별로 ‘면허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면허자격부여, 보수교육, 수련 및 전문의에 관한 사항 등을 관장하는 등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야 하며 전문의제도와 전문간호사제도는 이제 국가에서 관장하는 제도에서 민간에 완전 이양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임상진료지침’에 대해 그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지침인 임상진료지침이 법에서 지침을 작성, 공포하면 이미 지침이 아니라 법적 사항이 되고 강제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현행과 같이 의료계에서 자율로 작성, 활용하도록 하되 필요한 경우 의료계와 보험자가 합의·협의해 이를 바탕으로 진료비 지급에 관한 지침을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약’에 대해서는 약사의 업무가 의사의 투약방침에 따라 환자가 복용할 수 있도록 조제해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약은 약사업무와 중복되는 업무가 아닌 의사의 고유 업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사의료행위 신설에 대해 그는 현재의 의학과 의료행위는 과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유사의료행위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치료의 효과성, 침습의 정도, 면허자격에 필요한 지식의 정도, 다른 의료인과의 대체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조사 연구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의료행위 개념은 대법원판례를 인용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에 유익하며, 설명의무는 동법개정안 제17조와 통합해 고지설명과 지도설명 의무를 중심으로 재편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의료문제는 국가와 의료계, 국민이 이해관계자로 얽혀 있으며 건강보험법과 다른 부처의 법률 등 다른 법령과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다시 폭넓게 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 국가백년 대계를 위한 법으로 손질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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