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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3일 (수)

국내 거주 외국인 및 귀화 한국인…4명 중 1명 화병

국내 거주 외국인 및 귀화 한국인…4명 중 1명 화병

인종차별 지속적 경험한 집단서 화병 발생 위험 10배 이상 높게 나타나
권찬영 동의대 한의대 교수, 국제학술지 ‘Journal of Pharmacopuncture’에 게재

화병1.jpg

 

[한의신문] 한국 사회 내 외국인과 귀화자가 겪는 인종차별 경험이 한의학의 전통 병증 개념인 화병(火病)’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화병이 오랫동안 한국 특유의 문화특이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화병의 발병 기전이 특정 문화권을 넘어 보편적인 사회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이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권찬영 동의대 한의대 교수(한방신경정신과학교실)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및 귀화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경험이 화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단면조사 연구를 수행,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Pharmacopuncture’ 최근호에 ‘Racial Discrimination and Hwa-byung, a Korean Medicine-Based Anger Syndrome, among Foreign Residents in South Korea: a cross-sectional study’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화병은 억눌린 분노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나타나는 한의학적 분노증후군으로, 가슴 답답함·열감·소화불량·우울·불안 등의 신체·정신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1996년 미국정신의학회가 DSM-에 한국 특유의 문화특이증후군으로 등재했으며, 기존 연구는 대부분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뤄져 국내 거주 외국인·귀화자의 화병 실태를 다룬 연구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256월 국내에서 최소 1년 이상 거주한 만 19세 이상 외국인 및 귀화 한국인 601(외국인 389·귀화자 212)을 대상으로 웹 기반 단면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의 23.8%가 화병으로 나타나

연구에서는 인종차별 경험 화병 성향 및 증상 우울·불안·스트레스(DASS-21) 상태분노·특성분노(STAXI) 등을 측정했으며, 화병 증상 척도 30점 이상을 화병 존재로 정의하고 다변량 이분형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관련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3.8%가 화병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한국인 MZ세대 대상 연구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가운데 특히 인종차별을 항상 경험한다고 응답한 집단은 가끔 경험한다고 답한 집단에 비해 화병 발병위험이 10.581배 높은 것으로 확인돼 분석 요인 중 가장 강력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밖에 주관적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화병 성향·우울·스트레스 점수가 높을수록 화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다만 연구팀은 항상 차별을 경험한다고 응답한 집단이 17명으로 표본이 작고 신뢰구간이 넓다는 점을 들어, 이번 결과를 확정적 근거가 아닌 향후 대규모 연구를 위한 가설 생성적 소견으로 신중히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병2.jpg

 

화병, 보편적 사회적 경험에 기반할 수 있다는 시사점 제시

이와 함께 성별, 연령, 귀화 여부, 한국어 능력 등 전통적 인구사회학적 요인의 경우에는 화병 발생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화병이 전통적으로 유교적 가부장 구조 속 여성의 취약성과 결부돼 논의돼 온 것과 달리, 이번 이민자 표본에서는 성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화병의 핵심 기전이 부당함과 무력감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사회적 경험에 기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

 

즉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심리학자 마이어(Meyer)의 소수자 스트레스 이론 관점에서 만성적 인종차별 노출이 생리적 각성과 분노 억압으로 이어져 화병으로 신체화될 수 있으며, 이는 단일민족 사회에서 비주류 거주자가 겪는 건강 불평등을 신체 증상으로 드러내는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찬영 교수는 국내 거주 외국인과 귀화자를 대상으로 화병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종차별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집단에서 화병 위험이 10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결과는 화병의 핵심 병리인 부당함에서 비롯된 분노의 억압이 특정 문화적 맥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히는 한편 다만 이 가설이 보다 크고 다양한 표본에서 재검증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일상적 차별 척도(Everyday Discrimination Scale) 등 검증된 다차원 도구를 활용해 차별이 발생하는 구체적 맥락(직장, 주거, 의료 등)을 세분화해 분석하고, 사회적 지지·이주 기간 등 잠재적 교란 요인을 추가로 통제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한의디지털융합기술개발사업(과제번호: RS-2023-KH139364)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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