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경구용 식욕억제제 복용 경험자 10명 중 6명은 비만 진단 없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10명 중 7명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의약품 남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정책과제’(연구책임자 박은자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구용 식욕억제제 사용이 비만 치료라는 본래 목적보다 미용을 위한 체중 감량에 더 폭넓게 이용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오남용과 더불어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 19~64세 성인 257명을 조사한 결과, 처음 약을 복용할 당시 체질량지수(BMI)가 25 미만으로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54.1%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55.6%는 비만을 진단받지 않았으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의사에게 비만을 진단받고 치료 목적으로 복용했다는 응답은 31.1%에 그쳐,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가 정상 체중군의 다이어트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줬다.
비만을 진단받지 않았으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하였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체중 감량을 위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선택한 이유를 물은 결과, 빠른 체중 감량이 가능해서가 62.1%로 가장 많았고, 식사조절 및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31.4%, 부작용이 낮아서가 4.6%였다.
부작용 경험 비율도 매우 높았는데, 응답자의 73.5%는 복용 후 이상 반응을 겪었다고 답했다. 53.4%가 복용 중단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현상을 경험했으며, 입마름(72.0%), 두근거림(68.8%), 불면증(66.7%), 어지럼(38.6%)을 상당수가 경험했고, 빈맥(14.8%), 폐동맥 고혈압(0.5%)을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경구용 식욕억제제 복용 이유>
또한 우울증(25.4%), 성격변화(23.8%), 불안(22.8%)도 상당수가 경험해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3명(1.6%)은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상 반응이 나타난 뒤에도 복용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작용 발생 후 경구용 식욕억제 복용을 중단했는지에 관해서는 23.3%는 중단 후 다시 복용하지 않았으나 54.0%는 일정 기간 중단 후 다시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22.8%는 부작용을 경험한 후에도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체중으로 인한 개인적 스트레스’(91.9%), ‘건강을 위한 체중 조절 필요성’(79.4%), ‘사회 전반으로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분위기’(74.7%), 배우자·애인·가족의 다이어트 요구(58.3%), 체중 감량이 필요한 직업(26.5%)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박은자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경구용 식욕억제제는 마약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장기 복용 시 다양한 부작용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해당 약의 처방 시 안전성과
적절성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식욕억제제 안전복용(사용) 가이드를 전문가용과 일반인용으로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경구용 식욕억제제 처방 시 의사, 상담사에게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일부 듣기는 했으나, 다양한 부작용 모두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하였고 본인
에게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약품을 처방·복용 목적을 벗어나 임의대로 사용하는 것이 남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며 “성분별 예방 및 관리 전략을 마련하고,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가 오남용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