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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6일 (월)

“설진·맥진과 상한론이 살아 있는 대만 중의학 임상 현장”

“설진·맥진과 상한론이 살아 있는 대만 중의학 임상 현장”

상지대 한의대, ‘대만 자제대학병원 글로벌 인턴십’ 성료 中편
통합의학 병원에서 침치료·중약 처방·IPD 실습 진행

한주은 기고2.jpg

한주은 학생(상지대 한의대 본과 3학년)

 

[한의신문] 상지대 한의대는 최근 대만 화련 자제대학병원에서 글로벌 인턴십을 진행, 학생들이 통합의학 환경 속에서 전통의학의 임상과 교육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제대학병원은 자제공덕회 산하의 대표적 통합의학 병원으로,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을 아우르는 진료·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번프로그램은 전통중의학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매우 밀도 높은 경험이었다. 

 

단순한 견학이나 이론 중심의 연수가 아닌 외래 진료 참관, 병동 실습, IPD 임상 토의, 전문 강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돼 중의학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중의학이 병원 내에서 보조적 치료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치료 영역으로서 양방 진료과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된 IPD 실습에서는 뇌출혈과 뇌경색, 급성 호흡부전, 코로나19 관련 호흡기 질환 등 중증 환자들을 다수 접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침치료와 중약 처방이 보존적 치료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병동에서 다수의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침치료가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모습은 기존에 갖고 있던 한의학 임상에 대한 인식을 크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침치료 분야에서는 Chuang씨 두침, 야마모토 두침법, 동씨 침법, 이침, 레이저침 등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침법을 실제 임상 적용 사례와 함께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두침이 중풍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 환자의 운동 및 감각 기능 회복을 위해 활용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침치료가 단순한 통증 조절을 넘어 기능 회복과 삶의 질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치료 수단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소아 환자나 협조가 어려운 환자에게 레이저침과 같은 비침습적 방법을 적용하는 방식 역시 환자 중심 치료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한주은 기고1.jpg

 

설진·맥진과 상한론…대만 중의학 임상의 살아있는 전통

 

외래 진료 참관에서는 설진과 맥진을 진단의 핵심으로 삼는 중의학적 접근이 매우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한의학 교육과 임상 현장에서는 설진과 맥진의 중요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왔는데, 대만에서는 혀의 색과 설태, 맥의 강약과 성상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며 이를 변증과 처방 결정의 핵심 근거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진단 방식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와 질병의 경과를 파악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이를 직접 관찰하면서 설진과 맥진을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생겼다.

 

또한 ‘상한론’이 현대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소시호탕, 계지후박행인탕 등 상한론 처방이 환자의 병정과 변증에 따라 가감되어 실제 치료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며, 고전 이론이 단순한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임상 도구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상한론 임상 적용과 관련된 참고 도서 네 권을 추천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상한론을 보다 체계적이고 임상 중심적으로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번 인턴십 기간 동안 자제대학 중의대 학생들과 함께 2주간 실습을 진행한 경험도 매우 의미 있었다. 

 

함께 실습한 학생들은 중의대 과정 중 post-graduation 3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었으며, 대만의 중의대 교육과정은 총 5년으로 구성돼 3년 동안 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이후 2년 동안 병원 실습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본격적인 병원 실습 학년에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방학 기간마다 이러한 실습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실제로 이번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2주간 추가 실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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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료 속 중의학…한국 한의학의 미래를 생각하다

 

이를 들으며 우리나라 한의과대학 교육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방학 기간이 비교적 긴 휴식 기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대만의 중의대 학생들은 방학 동안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잘 마련돼 있었다. 

 

특히 병원 실습 학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론으로 배운 내용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방학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이론과 임상의 연결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학습 동기를 높이고 학습 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느껴졌다.

 

이번 실습에서는 파킨슨병 환자, 뇌경색으로 인해 언어 기능이 저하된 환자, 두부 함몰이 발생한 외상성 뇌손상 환자, 강직성 척추염 환자 등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다수 접할 수 있었다. 

 

기존에 참관 위주의 실습에서 주로 접하던 환자군과는 확연히 달라, 한의학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담당할 수 있는 치료 범위와 역할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대만에서는 중의학이 양방 진료과와 긴밀하게 연계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영상 검사와 서양의학적 진단을 기반으로 치료 방향을 공유하고, 침 치료와 중약 처방이 통합 진료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의료 환경은 매우 부럽게 느껴졌으며,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이 이와 같은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다. 

 

제도적 기반뿐 아니라 교육 과정의 변화, 임상 연구의 축적, 그리고 한의학 내부의 준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글로벌 인턴십은 단순히 새로운 임상 기법을 배우는 경험을 넘어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설진과 맥진, 상한론의 임상 활용, 다양한 침법과 약재, 중증 환자 치료 경험, 그리고 방학 실습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 시스템까지 이번 경험은 앞으로의 학업과 진로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깊이 있는 학습과 임상 역량을 갖춘 한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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