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인공지능(AI) 시대에서의 한의학 융합연구 가속화를 위해서는 임상과 고전 데이터를 연구 및 서비스 가능한 형태로 구축·확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의사학·문헌 연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의사학회 주최 및 경희대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소장 차웅석)는 22일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생성형 AI와 한의학 융합 연구: 트렌드를 통해 본 도메인 지식의 가치’를 주제로 제7회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차웅석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90년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한의계 역시 동의보감 등과 같은 문헌 DB화 작업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적응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도출될 결과물들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AI 시대를 맞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문외한일 수 있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의사학·문헌 연구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은 격려사에서 “한의협에서도 어떻게 하면 생성형 AI가 회원들의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점차 좋은 정보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깊이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깊이가 부족한 이유는 한의학 고전 등이 아직까지 데이터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오늘과 같은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심도있는 논의가 지속돼 국민에게 보다 깊이 있는 한의학 정보가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생성형 AI 연구 동향은?
이어진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 김동율 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생성형 AI와 한의학 융합연구의 연구동향 소개 및 비교 분석을 통해 향후 나아갈 연구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우리가 기대하는 AI의 지향점에 따라 연구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 김 연구원은 “AI는 인간의 일을 평균적인 수준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존재인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존재인지, 아니면 어떤 부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혹은 인류가 예상치 못한 영감을 주는 존재인지 등 기대하는 수준은 각각의 분야에서 다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공자나 니체, 사르트르 등과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AI에게 현 시대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묻는다면 과연 제시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현재 한의계에서 원하는 AI한의사는 의서에 담긴 심층적 통찰력과 경험적 지식을 완벽히 습득한 토대에 매일 쏟아지는 방대한 현대 의학 논문 및 최신 지견 분석 등을 통해 최선의 임상판단을 도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즉 한의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한의사가 최적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AI와 전통의학의 최신 연구들을 공유한 김동율 연구원은 “중국의 연구는 도메인 지식의 특성을 살리고, AI-기술적으로 더 효과적인 방안을 만들며, 정확도를 높이는 등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한국의 연구에서는 △의료기기·센서 기반 정밀 진단, 생체신호(뇌-신체) 융합 △사상체질, 침구(경혈 가이딩) 등 특화 영역 △XAI(설명가능성)가 임상 수용의 전제 △임상 의사결정 지원(CFSS) 고도화 등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규모’, 한국은 ‘정밀화’라는 특수성이 있는데, 이는 양국 연구의 특색이라기보다는 환경, 특히 데이터 베이스의 차이로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변환하기 쉬운 분야로만 AI 발전 치우쳐선 안돼
특히 김 연구원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 “임상과 고전 데이터를 연구 및 서비스가 가능한 형태로 구축해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면서 “AI에 활용가능한 형태의 데이터로 가공하는 과정에서는 △한의학적 판단이 가능하게 하는 논리 내재화 △정확성·평가툴·안정성 확보 △단순히 데이터 언어 차이가 아닌, 지식구조·판단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응용해야 할 것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AI로 활용가능할 수 있는 정보로 변환하기 쉬운 분야만을 중심으로 AI의 발전이 진행되서는 안된다”면서 “한의학 분야의 AI에서는 동양적 사고체계(의서)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사유체계와 현대화된 기술적 방법론이 잘 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의사학·문헌 연구자들은 한의학을 현대 기술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지식을 재구성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제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현호 ㈜7일 대표는 “현재 AI는 마치 인류에게 처음으로 불이 생겼을 때의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불을 처음 이용했을 때 화상도 입고 집도 태우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AI 역시 활용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 분야 AI, RAG 기법 활용이 가장 현실적
또한 김 대표는 “저 역시 AI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한의학과 같은 전문 분야에서 의미 있는 AI를 만들기 위해선 ‘검색 증강 생성(이하 RAG)’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RAG 기법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그라운드 데이터가 중요하며, 한의계에서는 문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만들어진 후 임상 데이터와 결합된다면 더욱 의미있는 한의학 AI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대표는 “AI와 의사학·문헌 연구자들과의 융합 연구는 보다 효율적인 AI를 만드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흔히들 한의계에서는 데이터가 없다고 푸념을 하곤 하는데, 그보다는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 축적하는 노력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의학, 단순한 지식체계로의 접근은 지양해야
이와 함께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한의계에서 AI를 바로보는 관점은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어떤 데이터를 가공하면 한의학에 도움이 되는 AI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공통된 의견일 것”이라며 “AI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의학은 단순한 지식체계로만 접근해 나간다면, 한의학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과학(기술)적인 접근보다는 한의학의 철학 등의 근본사상도 함께 고려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안상우 한국의사학회 명예회장은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과연 한의학과 AI가 융합될 수 있을지?’, ‘AI와 결합하지 않으면 한의학은 도태되는 것인지?’ 등과 같은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한의학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의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고민이 공존하는 시기지만, 오늘과 같이 AI와 한의약을 접목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 시간 자체가 미래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며, 한의학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새롭게 변모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