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博施濟衆(박시제중). 널리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서 구제함”
허준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조선의 의사들, 인(仁)을 실천하다’ 특별전을 개최했다.
허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오는 9월7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박물관에는 특별전을 감상하려는 어린이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18일 방문한 특별전에는 관람객들이 한의약의 역사를 여러 유물을 통해 관람하고 있었다.
특별전은 유학의 최고 덕목인 인을 의술로 펼쳐낸 조선시대 유의와 의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학자로서 세상의 질병과 백성의 아픔을 깊게 인식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 유의들의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이날 특별전을 방문했을 때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의학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학 관련 소장자료를 마련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시에서는 박물관 소장 유물 78점 외에 상주박물관, 한독의약박물관, 한국국악진흥원 유교박물관 소장 유물 27점을 더해, 총 105점의 유물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별전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유의의 의학사상과 인을 실천하기 위해 편찬한 의서를 소개한다. 가장 완비된 구급의학서로 보물로도 지정된 ‘구급간이방’과 의학 백과사전인 ‘의방유취’, 유성룡이 편찬한 침구학 ‘침경요결’ 등 유의의 애민 정신이 담긴 다양한 의서들이 전시된다.

2부는 궁중에서 활동한 의관들의 이야기로 조선왕실의 의료기관인 내의원과 국가의료기관인 전의감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으며, 내의원 출신 허준의 ‘동의보감’과 의관들의 대외활동을 엿볼 수 있는 ‘통신사 행렬도’ 등도 감상할 수 있다.
3부는 지방에서 활동한 유의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상주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사설의료기관인 존애원, 빈민구휼 의료기관인 활인서와 보제원을 사진과 현판, 의서 등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부는 전염병에 맞서 백성을 지킨 유의들의 이야기로, 마진(홍역)학의 최고봉인 정약용의 ‘마과회통’, 전염병 전문의서인 허준의 ‘신찬벽온방’ 등 유명 의학서가 선보여지고 있다.
전시에서는 흥인지문의 현판도 볼 수 있었다. 한성도성 4대문의 이름을 지은 정도전은 동서남북 대신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인의예지신을 사용했다. 동쪽은 흥인지문, 서쪽은 돈의문, 남쪽은 숭례문, 북쪽은 홍지문(숙정문)으로 부른다.
특히 흥인지문은 ‘어진 마음을 북돋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의학의 이치를 연구한 유의들은 인을 실천하기 위해 의술을 연구해 다양한 의서를 편찬했다. 이러한 설명들을 보면서 유물들을 감상하니, 전시의 의미와 한의약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또 조선시대에는 삼의사 중심의 의료체계가 존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으며, 관련 서적도 있었다.
조선시대 의료는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 등의 관급 의료체계와 유림들을 중심으로 한 사설 지방의료체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그밖에 활민서는 도성 내 백성을 치료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기관이다. 치종청은 종기 등 외과 진료를 담당한 기관이었다. 세종조에는 의서습독관 제도가 시행됐는데, 주로 의서 편찬과 의학전문가 양성을 담당했다.
또한 전시에서는 임진왜란 직후 상주에 세워진 사설 의료기관 존애원과 조선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지방 의원 제민루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전시에서는 에필로그를 통해 전시의 주제의식과 오늘날 한의약과 인에 대한 설명도 아래와 같이 기재해 놓고 있었다.
“조선의 의사들은 국가의 의료체계와 더불어 자신이 속한 지방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오늘날의 한의약도 이렇게 인을 바탕으로 하는 정통의학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한의약 속성이 앞으로 새로운 한류 의학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음을 이 전시에 등장한 조선의사들의 활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