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기대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20년 전 보다 돈은 많이 벌지만 노후 대비를 위해 쓰는 것을 꺼려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세가 GDP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인구 요인이 소비 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3.0%)이 연평균 GDP 성장률(4.1%)을 하회했다는 사실은 소비성향(민간소비/GDP)이 하락해 왔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KDI는 소비성향은 인구 전반의 생애주기와 생애 소득 흐름에 영향을 받으므로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들이 소비성향 하락의 주요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주 연령별 분포를 보면, 고령화의 영향으로 30~40대의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50대 이상의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60대 이상의 비중이 15%에서 36%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년간(2004~2024년) 기대수명 증가세가 지속됨에 따라 전 연령대에서 평균소비성향이 뚜렷하게 하락했으며, 특히 고령층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전 연령층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7.8%p 하락했는데, 이는 50~60대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의 기여도가 3.9%p로 절반을 차지했다.

또한 기대수명이 1년 증가할 때 소비성향이 0.48%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돼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기대수명의 6.5세 증가(77.8세→84.3세)에 따른 소비성향 하락폭이 3.1%p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초고령인구(75세 이상)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소비성향도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승희 부연구위원(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노후를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면서 “한 사람의 생애주기로 봤을 때는 장년기에 열심히 저축하다가 은퇴 후 노년기에 접어들게 되면 수입이 줄어 모은 자산을 바탕으로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또 기대수명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애주직장 퇴직연령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퇴직 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저축 성향이 상승하고, 소비성향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한 지난 20년간의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투영되어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미루 연구위원(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은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에 앞서 연공서열형의 경직적인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직무와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강화와 더불어 정년퇴직 후 제고용 제도를 활성화하면 저출생과 고령화로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