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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1일 (목)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되새기길”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되새기길”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장편소설 <아찰란 피크닉> 출간
괴물로 변하지 않기 위해 ‘종평’에 목숨 거는 아이들
‘입시공화국’을 되비추는 살벌한 경쟁과 애틋한 모험의 판타지
오수완 경희수한의원장

오수완1.jpg

 

[한의신문] “아이는 괴물에게 여전히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음을 믿습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장편소설 ‘아찰란 피크닉’의 저자 오수완 경희수한의원장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찰란 피크닉은 오수완 원장이 그려낸 대한민국에 대한 한 편의 우화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유치원부터 스펙을 쌓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그린다면 이 소설에서와 같은 디스토피아가 완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십 대들의 질투와 불안, 우정과 열정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무채색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무슨 색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폭죽 같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어른들의 가치관을 내면화하며 경쟁에 과몰입해 있지만, 이들은 아직 어른은 아닌 탓이다. 2099년 이후 미래의 어느 시점, 1년의 절반은 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도시국가. 아찰란 피크닉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일곱 명의 아이들이 펼치는 인생을 건 입시형 탈출기다.

 

◇ 두려운 곳, 아찰라

 

아찰라의 정식 명칭은 아찰라 공화국. 인구 200만 명의 내륙 도시 국가로 13개의 자치구와 특별자치구인 헤임으로 구성돼 있다. 아찰라 공화국은 몬스터 타운인 아찰의 거리와 상류층만이 거주 자격을 얻는 헤임으로 사실상 양분돼 있다. 헤임은 피라미드로 이뤄진 쾌적한 낙원이지만 아찰의 거리는 먼지와 어둠으로 채워진 지옥이다. 장벽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의 사람들은 언젠가 자신도 아찰로 변할 거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몸속에 종양이 자라며 아찰이 되고, 아찰이 되면 곧장 격리되어 아찰들만이 사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곳에 대한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에 부쳐진다. 아찰라는 두려운 곳, 벗어나야 하는 곳, 그러나 애잔한 곳, 벗어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아찰라 시민 중 아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두 언젠가는 아찰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가족, 혹은 친구 중 누군가는 아찰이 된다. 아찰라의 시민은 언제나 자신 몸에 있는 종양의 숫자를 세며 아찰이 되는 날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누군가가 언젠가는 아찰이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른 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관의 옷걸이에 사람 숫자대로 걸린 회색 코트를 볼 때마다 아찰이 되어 그 옷을 입고 집을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찰은 사람의 기억을 가진 괴물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찰이 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아찰에 대한 연민을 품고 있다.

 

◇ 오직 공부만이, 오직 경쟁만이

 

아찰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지배당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종평(종합 적합도 평가) 1등급을 받으면 헤임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찰의 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따라서 아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은 종평에 목숨을 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극단적으로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가엾다. 성적은 물론 말투, 외무, 인성 등 모든 것이 평가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는 친구가 친구가 아니고 사랑도 사랑이 아니다. 부모가 부모가 아니고 자식이 자식이 아니듯. 하지만 어디에나 그렇듯 그들 사이에도 일탈적 존재가 있다.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다.

 

이 소설은 아찰라 공화국에 사는 일곱 명의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다. 아이들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 성적과 꿈이 다르다. 마음은 여리지만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에는 가차 없는 종평 3등 아란, 공부보단 소설에 더 빠져 있는 요제, 부모님의 감시 아래 몰래몰래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네즈, 완벽한 스펙의 종평 1등 디본, 부모님이 아찰이 된 후 동생들을 돌보는 체육 특기생 카렐,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어딘가가 늘 불안해 보이는 종평 2등 히에, 자신이 아찰로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 이투.

 

오수완2.jpg

 

◇ 섬세한 감정 포착이 큰 장점

 

오 원장은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자꾸 되풀이되는 장면이 있다”며 “아찰란 피크닉에서는 아란이 아찰이 된 아빠의 목에 목도리를 걸어주는 장면이 그랬고, 그러다 때가 되면 그런 장면 중 하나를 꺼내 그 앞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소설을 작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소설은 종평 마지막 관문인 피크닉이 열리기까지 열 달의 시간 동안 서서히 고조되고 뒤틀리며 극단적인 감정에 몰리는 아이들의 심리적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그린다. 또한 아찰란 피크닉에는 환경, 차별, 질병, 가족 관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수완 원장은 “사람의 마음을 지키려고, 괴물을 사람으로 되돌리려고 세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고, 때문에 주인공은 아이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립된 채 자신의 문제를 끌어안고 절망하는 주인공들이 서로에게서 구원을 얻는 모습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한의사인 동시에 소설가로 살아가는 일에 늘 위화감을 느낀다”면서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계속 가 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수완 원장은 2010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로 제1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탐정은 어디에’, ‘족구의 풍경’, ‘켄’ 등을 펴냈다. 오수완 원장 작품의 특징은 지적인 유희다. 그러나 이번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전혀 다른 색깔의 작가 오수완을 발견할 수 있다. 빈틈없이 설계된 아찰라 공화국에서 여전한 오수완을 만나게 되겠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생생한 이미지들과 일상의 표정에 감추어진 섬세한 감정에 대한 포착들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오수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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