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약재 재배 및 고려약 생산 협력‧일회용 침 공장 건립
남북 전통의학 의료인력 교육프로그램 개발 협력‧전통의학협력센터 건립
남북보건의료협력 방안 마련 위한 국회토론회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 이하 한의협)가 통일시대를 대비한 ‘보건의료분야 6대 제안‘을 공표했다.
△이북지역 내 고려약재 재배 및 고려약 생산 협력 △일회용 침 공장 건립 관련 협력 △남북 의약품 상호 교류를 통한 보건증진 협력 △보건의료 증진을 위한 남북 우리의학 협력 △남북 전통의학 협력센터 건립 및 공동연구 △남북 전통의학 의료인력 교육프로그램 개발 협력이 그것이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남북 평화의 시대를 열고 제1차에 이어 현재 제2차 북미정상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실용과학이자 민족의학인 한의학을 통해 상호 교류를 확대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발전 방안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송영길, 오제세, 기동민 의원실 주최로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남북보건의료협력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북의 고려의학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8년 까지 총 15회에 걸쳐 학술교류와 함께 북측에 약탕기와 한약재를 지원했으며 협회 내에 ‘남북민족의학협력위원회’를 구성, 남북간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사업추진을 다방면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며 “이 자리를 통해 남북통일 대비 한의약 분야 보건의료분야 제안을 발표하고 이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의 기틀을 다지는 민족의 숙원사업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 회장은 “보건의료영역에서 남북교류의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 상호존중과 호혜적 협력관계라면 가장 여기에 적합한 분야가 한의학”이라며 “일반적인 보건의료계의 협력을 상상해 볼 때 그 내용이 사실상 다 퍼주기식 일방적 관계다. 이러한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남북한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통해 남한에게 어떠한 득이 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한의학은 이미 북에 고려의학이 발전돼 있고 고려약 또한 많이 개발돼 있어 실질적으로 남북이 주고 받을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북한의 호담당의사로 대표되는 예방의학 중심, 관리 중심,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시스템은 현재 남한의 부족한 부분으로 이를 남한에 준용할 방법을 찾아 간다면 남북한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이 된다.
또한 보건의료인력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의료 일차의료영역에서만큼은 통합된 진료가 가능해야 하는데 다행히 북한은 그러한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다.
고려의사와 서의사의 면허범위가 동일하고 역할도 같다.
반면 남한은 이원화된 제도로 인해 한·양방 갈등이 심각하고 국민의 의료이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학문의 융복합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모델의 장·단점을 분석해 현 이원화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면 이것 역시 남북 교류협력의 성과가 된다.
또 그동안 북한에서 고려의학을 발전시켜온 성과들은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에 남한의 기술력을 더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낸다면 한의학 활용을 높이고 더 나아가 경제적 협력관계까지 구축하게 된다.
최 회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북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단순한 연구교류와 일방적 지원 관계를 넘어 보건의료영역에서의 경제협력을 통해 전통의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건의료영역에서 핵심 정책 방향이 상호존중과 호혜적 협력이라면 가장 여기에 적합한 분야가 바로 한의학임을 오늘 토론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향후 남북교류의 시대가 열렸을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접근해 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해 주제발표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신희영 센터장은 “북한의 의료가 붕괴됐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왜 붕괴됐을까를 생각해 보면 의료에서 사회주의제도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일차의료에서 고려의학이 8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양약이 없어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북한 의학대학 교과목을 보면 고려의학을 교육받고 있고 고려의사들 역시 많은 시간 의학교육을 같이 받고 있다”며 “의협이 한의사들은 한방으로 진단하고 한방으로 치료하라고 하는데 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신들은 4G, 5G를 쓰면서 상대에게는 3G만 쓰라고 하는 것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남북통일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을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이제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남북민족의학협력위원회 최문석 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는 △통일부 인도협력기획과 김상국 과장 △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추진단 김진숙 과장 △한국한의학연구원 글로벌전략부 권오민 부장 △김지은한의원 김지은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통일민족의학센터 백유상 센터장 △한약진흥재단 성수현 선임연구원이 나섰다.
북한 고려의사 출신의 김지은 원장은 북한에서 고려의학이 80%를 담당하고 있는 이유가 양약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에 해석을 달리했다.
김 원장은 “북한은 1945년 해방되면서부터 전통의학인 고려의학과 서양의학을 양대산맥으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서양의학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고려의학이 그 공백을 메워줄 수 있었던 것”이라며 “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에서 무엇이 가장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국가 지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답한다. 한국 한의대에서도 양방교육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지만 국가에서 이 부분에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김진숙 남북보건의료추진단 과장은 “과거 민간단체에서 왕진가방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을 때 2차에서 침 세트를 지원했는데 북한 호담당의사들의 호응이 좋았다.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면 침 공장 설립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민간, 경제단체가 호흡을 맞춰 공유하고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김상국 인도협력기획과장은 “우선 보건의료전문가 간에 인적교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그것을 토대로 향후 경제협력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