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가 최근 ‘2023 자생국제학술대회’를 개최, 세계적인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통합의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본란에서는 이번 학술대회에 연자로 참여한 국제학술지 ‘Acupuncture in Medicine’의 데이비드 코긴카 편집장으로부터 통합의학의 발전 가능성 및 향후 개선방안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앞으로 통합의학의 역할 및 발전 가능성에 대한 견해는?
“통합의학은 전통과 비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를 위해 모든 치료법을 종합적으로 접목하는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탄탄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의 요구와 필요에 맞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통합의학의 가치 중 하나는 어떠한 의학적 접근이든 외면하지 않고 오로지 환자의 증상 개선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진들이 현대 서양의학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한의학과 같은 다양한 의료체계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의 종합적인 건강과 회복을 위해 다양한 요법을 사용하며 진정한 의미의 통합의학을 실천하는 의료진은 아직까지는 드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자생국제학술대회는 이처럼 중요한 통합의학적 접근법에 대해 매우 훌륭한 예시를 보여주고 있는 장인 것 같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연구 및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한의학 치료법의 검증과 발전에 대한 노력들을 비롯한 미래의 비전을 위한 시도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Q. 이번 학술대회에서 ‘임신 중 침 치료의 안전성’에 대해 강연했는데, 통합의학으로서 침 치료의 강점을 꼽는다면?
“침 치료가 갖는 대표적인 강점은 ‘안전성’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임신 중 치료다. 임신을 하게 되면 신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각종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 임산부는 약물이 태아에게 해를 끼칠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해 진통제와 같은 약물 사용을 꺼리게 된다. 특히나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 문제에 대해 민감하며 더욱 엄격하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판단한다.
이러한 점에서 침 치료는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요통이나 소화불량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임신 중 침 치료의 이상반응으로는 대개 침 맞은 자리에 살짝 피가 나거나 멍이 드는 등 가벼우면서도 일시적인 증상 정도가 대부분인 만큼 상당히 안전한 의학치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15년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진통이나 유산, 조기양막파수 등의 위험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실마리를 한의학에서 찾은 기분이었다.”

Q.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제 연구와 비슷한 주제의 연구논문들이라서 관심을 갖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침 치료를 받은 임산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의 분만 결과에서 모두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임신 중 침 치료가 위험하다는 낭설에 대해 바로 잡을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Q. 배워보고 싶은 한의 치료법이 있는지?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도 하고 끝까지 지켜보면서 ‘동작침법’이 가장 관심이 갔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침이 꽂혀 있으면 침이 주는 자극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두려워한다. 하지만 동작침법의 경우 환자의 움직임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가동범위 개선과 통증 완화를 위해 한의사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격려하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동작침법의 요통치료 효과가 진통제의 5배라는 결과의 논문이 통증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PAIN’에 실린 바 있고, 이외에 추가적인 게재된 동작침법 관련 논문들도 연구해볼 계획이다. 더 나아가 실제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갖고 있다.”
Q. 통합의학이 발전하기 위해 보완해야할 부분은?
“통합의학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한의학과 같은 다른 의학체계에 익숙치 않은 동료 의료진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치료모델을 표준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제공할지 고민하는 것도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통합의학의 초석을 만들고 있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연구의 객관성과 질을 높여 다른 분야의 전문의들에게 통합의학이 갖는 이점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저는 통합의학이 이미 상당 부분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질병 예방과 생활습관 개선 등 환자들을 종합적으로 치료하는 측면에서 통합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쓰임새와 수요도 점점 커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의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연구와 협업을 비롯한 임상 환경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 정책 결정자들과 소통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