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한의대학교 이조현(본과 3학년)·박서경(본과 4학년)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지난 2월24일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 주최로 ‘제5차 동계 KMMH 한의대생 캠프’가 경희대학교 한의학관 358호에서 개최됐다. 전국 한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캠프에서는 정신건강 관련 임상 한의학 강의와 이에 대한 한의평가도구 개발 실습이 진행됐다.
강의는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전반적인 한의평가도구 개발 방법론과 한의학정신건강센터 한의평가도구 개발 현황에 대한 강의가 이뤄졌다. 이후 한의학과 심리학의 통합을 주제로 두 번째 세션이,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한의평가도구 개발 실습과 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 Session 1
◇한의평가도구 개발 방법론 (박희영 한의학정신건강센터 선임연구원)
한의평가도구 개발 방법론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 이전에, 심리검사 및 평가도구의 정의에 대해 알아봤다. 평가도구, 즉 심리검사란 복잡한 심리적 현상을 개별적으로 측정해주는 도구다. 이후 평가도구의 개발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평가도구의 개발은 평가도구의 사용목적 결정, 구성개념의 규정, 문항 제작, 1차 검사, 문항분석, 본 검사, 신뢰도 분석, 타당도 분석을 거쳐 개발된다. 평가도구의 개발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뢰도와 타당도의 정의와 평가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화병 척도 개발 및 타당화 (정선용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화병의 정의, 화병 연구의 흐름과 화병 면담도구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가 시작됐다. 이후 화병척도 1차 개발과 2차 개발 진행 과정에 대한 내용이 이어졌다. 화병은 흔히 울화병이라고 불리며, 억울한 감정이 쌓인 후에 불과 같은 양상으로 폭발하는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인다. DSM-IV(미국정신의학협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한국 고유의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언급하고 있다. 화병 연구 초기에는 그 대상이 화병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환자군이었다. 이후 연구가 점차 누적됨에 따라, 화병에 대한 객관적 진단 준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화병면담도구가 개발됐다. 화병면담도구는 전문가가 환자의 화병을 진단하는 도구이기에 시공간적 제한과 더불어 화병의 정도 측정에 대한 한계를 보인다. 화병척도 1차는 화병이 우울증의 아형이 아닌, 독특한 질환군임을 밝히고자 개발돼 화병 초기 스크리닝에 도움이 됐으나, 화병 변화의 정도를 평가하기에는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후 이러한 한계점을 개선해 화병척도 2차가 개발됐다.
◇신규 한의평가도구 개발 과정 (윤석인 한의학정신건강센터 선임연구원)
신규한의평가도구의 개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질병에 초점을 둔 기존 진단체계는 환자의 개별 특성 혹은 주호소 증상을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다차원적 스펙트럼 관점에서 환자의 문제는 상황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데, 기존진단체계로는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신규한의평가도구는 반구조화된 면담도구와 자기보고식척도를 활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신규한의평가도구는 한의학정신건강센터와 덕성여자대학교가 함께 개발해 현재 측정 개념 및 조작적 정의의 구체화, 구조도 확립을 비롯한 초기 문항 제작 및 응답형태 결정 단계에 있다. 이후 내용 및 안면 타당도 검증을 거쳐 타당화 연구의 순서로 개발될 예정이다.
☞ Session 2
◇한의학에서 본 명상 기제 (김종우 한의학정신건강센터장)
한의학에서는 기공을 명상과 같은 목적으로, 유사한 방법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이번 강의는 경험과 수련, 연구 동향, 한의학에서 본 명상 기제로서의 기공, 기공에 대한 연구, 건강을 위한 명상과 한의학의 순서로 진행됐다. 기공과 명상 연구의 동향비교를 통해 경험의 일반화와 보편화를 위한 실험실적 디자인 설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명상, 마음챙김, 기공의 정의, 마음챙김과 기공의 측정도구 및 표준화된 프로그램의 개발,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살펴봤다. 이후 한의학에서 본 명상 기제를 기와 관련해 설명하며, 한의학의 기공 연구 또한 명상의 연구 방법을 참고해야 함을 강조했다.
◇ 통합적 활력 척도 개발 및 타당화 (윤석인 선임연구원)
활력에 대한 전통적 관점의 생기론과 동양의학의 기를 현대적 관점의 신체적·정서적·인지적 활력과 비교했다. 통합적 활력은 신체적 에너지와 심리적 에너지를 함께 동반하는 개념이다. 통합적 활력 모형은 심리학의 확장-구축 이론과 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이와 같은 이론 속에서 한의학의 정기신, 균형과 조화 및 순환과 교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봤다.

☞ Session 3
◇실습과 토론
모든 강의가 끝난 이후 학생들의 한의평가도구 개발 실습과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실습지를 작성한 후 두 조로 나뉘어 작성한 내용에 대해 토의하고, 이후 각 조에서 취합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통합적 활력 척도의 문항을 개발했다. 신체적 활력 척도 문항으로 식사 이후 더부룩함 혹은 허기짐을 느끼지 않는다 등 음식 섭취와 관련된 문항, 잠에 들고 일어났을 때 개운하다 등 수면과 관련된 문항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심리적 활력 척도 문항으로는 개인의 감정, 판단,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언급한 문항이 개발돼 신체적 활력 척도의 감각적 측면과 대비되는 내용의 문항이 다수 개발된 것이 특징적이다.
이어서 기와 활력에 대한 개념적·조작적 정의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기의 개념적 정의에 대해서는 한의대생 모두 비교적 동일한 의견을 나눴다. 기는 한의학에서 인체의 생리, 병리를 설명하는 동기며, 생명력의 근원으로 인체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에너지다. 반면 기의 조작적 정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생체 전기라는 의견이 있었으며, 신체적·정신적 평가도구를 통해 평가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신체 상태라는 의견도 있었다. 활력의 개념적 정의 및 조작적 정의에 대해서는 신체적·심리적으로 최적의 컨디션을 이룬 상태, 운동력이 있는 상태 등의 의견을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신규한의평가도구의 신체적 증상의 4가지 하위요인의 문항을 개발했다. 신규한의평가도구에서는 신체적 증상으로 열감, 긴장도, 에너지, 담음/어혈을 제시하는데, 이는 차례대로 한의학적 병리 개념인 화, 기울, 기허, 담음/어혈에 대응된다.
학생들에게 정보 제공과 능동적 학습 기회 제공
이번 캠프는 임상 현장과 연계되는 정신건강 한의학과 관련 한의평가도구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직접 한의평가도구 개발에 발을 담궈볼 수 있는 능동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정규과정 외의 한의정신건강 임상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단비 같은 시간이 됐다. 한의평가도구 개발에 있어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교수님, 심리학 박사님, 전공의 선생님, 그리고 박사 과정 선생님께서 강의 및 피드백을 해주시는 귀한 시간이었다.
또한 전국 각지의 한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었기에 뜻깊은 시간이었다. 경희대학교, 대구한의대학교, 동국대학교 등 여러 학교의 고학년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모두가 한의대생인 만큼 일부 개념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또 색다른 관점에서 질문에 접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됐다. 12개 한의대가 전국 각지에 분포해 타 한의대생을 만나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이번 KMMH 캠프를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여러 한의대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매번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한방정신건강에 관심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교육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다음 제6차 KMMH 한의대생 캠프가 기대된다. 이번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