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2 (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영경)·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 등 4개 보건의약단체 공동주관으로 개최된 ‘지역 보건소장 임용 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보건소장 임용에 있어 양의사(이하 의사)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는 현행 조항은 평등권에 위배되며, 지역 보건의료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한의사와 간호사, 약사, 치과의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직능에 동등한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정숙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지역 보건의료행정을 총괄·관리하는 지역보건소 보건소장은 감염병 대응, 초고령화 사회 등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이를 위해 보건의료 직역 전문가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최근 10년간 의사가 보건소장으로 임용된 지자체는 약 40%에 불과한 실정으로, 이에 지난해 9월 보건소장 우선 임용 대상을 현실에 맞게 확대하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며 “지역 보건의료시스템의 발전적 측면에서 이에 관한 제도 개선을 더 이상 실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황병천 수석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보건소장 임용에 있어 특정 직역에게만 우선적인 기회를 제공해 지역 보건의료 행정에 공백이 생기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 및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개선을 권고했으나, 아직도 고쳐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수석부회장은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한의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전문가도 지역 보건행정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제도를 완성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며 “하루속히 국회에 발의돼있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의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성규 교수(경희대 한의대)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김동수 교수(동신대 한의대)가 ‘보건소장 임용 실태 및 의사 우선 임용조항의 문제점’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보건소의 기능이 임상의학 중심에서 질환 관리와 건강증진으로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보건의료 직능의 보건소장 임용과 연계를 통해 감염병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은 보건소에 의사 면허가 있는 보건소장 1명을 두되,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 중 일정 기간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가 공개한 ‘보건소장 임용 현황(2012년~2021년)’에 따르면 의사면허 보건소장은 40% 내외로 유지돼오고 있었으며, 약 59%는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이 보건소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사 보건소장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고, 정작 민간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부족한 농어촌지역에는 비의사 직군이 보건소장 업무를 하고 있어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이 임무 수행에 결정적인 조건이라면서도 지난 10년간 비의사 보건소장 임용으로 보건소 임무 수행에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행정적인 조치도 없었다”며 “이는 보건소장의 의사 자격 조건이 현장에서 보건소장 임무수행에 구체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대에 따른 보건소 기능에 있어 과거에는 감염성 질환 중심의 예방 임상의학이었다면 현재는 지역주민에게 건강교육, 건강위험평가·상담 등을 통해 건강수명 기간을 연장하고, 질병의 조기 발견 및 사회적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기능상의 장애를 줄이는 역할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보건소장 의사 임용조항으로 인해 △평등권 문제 △조항과 현실 적용 괴리 △지역 의료 공백 문제 △감염병 대응 문제 △보건소장 임무 변화 대응 문제를 야기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6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소장의 직위가 그 직무 수행에 있어 의사 자격이 필수불가결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거나 특별히 우대해야 할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건소장의 의사 우선 임용 규정이 평등권을 위반하므로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은 평등권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보건소의 변화된 기능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의료직군 자격’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를 통해 △타 의료직군에게 동등한 임용 권리 부여 △현실을 반영한 임용 조항 개선 △의료 소외지역 내 공공 의료 역할 강화 △신속한 보건소장 임용 및 다양한 직군과의 연계를 통한 감염병 대응 △건강결정 요인의 관리 기능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이어 왕영애 전 오산시보건소장은 ‘보건소장 임용 문제와 지역보건의료 공백’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보건소장 임용에 있어 의사 우선 임용 조항으로 인해 지역보건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영애 소장은 “현재 강원도 지자체 4곳(고성, 태백, 양양, 평창)이 보건소장 자리가 공석인데, 이는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우선 채용하도록 관련법으로 규정돼 있어 채용에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왕 소장은 또 “지방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의사직능의 보건소장 지원율 저하에서 비롯된 지역보건 의료 공백을 다양한 보건의료 직능이 메꿔가고 있다”며 “열악한 지방의 보건의료 여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보건소장 우선 임용 직능 확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진승욱 대한치과의사협회 기획·정책이사는 “보건소는 공공보건의료 기관으로서 역할이 치료중심에서 다학제적인 건강증진으로 확대되며 발전하고 있는 바,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의 보건의료인에게 차별 없이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보건소장은 초고령시대에 피할 수 없는 치매 인식개선사업 등 지역주민 건강지원에 있어 총체적 지휘를 할 수 있어야 함으로,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갖춘 보건의료인력이라면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이미 지역 의료서비스에서는 전문의가 배치되어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보건소장이 의사 우선일 필요는 없다”며 “보건소장 임용 대상 폭을 넓혀 우수한 유경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역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대진 데일리메디 편집장은 “그동안 전문성을 이유로 보건의료인력의 임용 확대에 난색을 표했던 보건복지부도 이제는 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만 국민, 의료인, 보건소공무원의 인식을 고려한 여론 수렴 절차와 함께 보건소장의 업무 대비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고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도 임용 대상 확대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지난 복지위 제2법안소위에서 ‘지역보건법 개정안’의 최종 논의를 보류하면서 복지부에 요청했던 것은 지자체의 의견 청취였다”며 “의료취약지역 보건소의 의견수렴과 경력직 채용에 있어서 기본역량 확보 기준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고민해 다음 법안 소위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