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인구정책 사업은 여러 정부부처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어, 사업의 유사·중복 문제로 인해 예산의 효율적 관리가 어려웠다. 이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개편과 더불어 범정부 차원에서 인구변동의 특성을 반영한 특별회계가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대표의원 남인순‧박광온‧양금희)’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초저출생 대응을 위한 재정 확보 및 거버넌스 구축 방안은?’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남인순 의원은 개회사에서 “정부가 앞으로 5년이 ‘인구충격’을 ‘인구혁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국 인력을 3분의 1로 감축하는 등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며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만으로는 추가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어, 전략적 예산 배분 및 재정확보를 통한 효율적인 사업추진 방안과 장기적 관점의 거버넌스 구성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인구전략과 거버넌스 개편방안’이란 주제의 발제를 통해 “고용환경을 비롯한 노동현장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과 불이익이 오랫동안 만연했으며, 이는 단기간 정책이나 개선운동 등으로 쉽게 변경되지 않는 사회적 속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한 개선 정책으로 △자녀 양육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도입 △노동 시장에서의 남녀평등 사회환경 조성 △일하는 부모 보험 시스템 도입 △육아휴직을 위한 대체인력 및 임금 대체수준 제고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한계점 개선과 인구특별회계 관리기관과 연계하는 거버넌스 구축안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독자적 기획·집행권·예산권이 없으며, 정책 개선, 예산 배정 설정 또한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이로 인해 인구 정책 기본 계획의 목표 달성과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국가인구와미래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장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임위원들과 신규정책·예산·배정 자체 심의 △사무처에서 이해집단 대표, 중앙부처, 지자체 등 의견 수렴·반영 △의결내용을 인구특별회계 관리기관·관계부처에 통보해 정책을 집행하는 안을 제시했다.
▲좌측부터 전주열 연구위원, 최성은 선임연구위원, 류영아 조사관, 김경찬 사무관
이와 함께 한국법제연구원 전주열 연구위원은 ‘초저출생 대응 특별회계 신설안 검토’라는 발제를 통해 “특별회계는 특정 사업을 완성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목적사업이 달성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특별회계 재원을 형성하고, 지출을 계획해 집행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어 “소관 중앙행정관이 관리·운영하거나 다른 부처나 지자체들로부터 사업계획을 받고 재원을 배분해 주는 정책 조정자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마련된다면 특별회계가 범부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기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인순 의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성은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응 정책이 직접적인 출산 지원 외 돌봄, 주거, 교육 등 광범위한 영역의 다차원적 사업을 포괄해 거버넌스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출산율과의 성과를 살피며 지원 수준을 확대·축소하는 ‘일몰심사제’도입을 고려하고, 지자체 출산 정책을 중앙정부 정책으로 통합해 재원 배분상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류영아 조사관은 “중앙정부 특별회계와 지방 기금이 ‘투트랙’ 구조로 간다면, 동일·유사 사업에 중복 지원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 특별회계는 저출산·인구감소 대응 중심으로, 지방 기금은 지방소멸 대응 중심으로 담당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이는 예산 투입 방향의 구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김경찬 사무관은 “저출산 및 인구정책 관련 예산안 확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특별회계 설치에 대해선 기재부와 함께 회계 규모, 사용처 등을 논의하고, 어느 예산에서 가져와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