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흡한 제도화를 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6일 ‘3차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을 ‘제도화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국내 비대면 진료서비스 도입을 위한 제도적 방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사회적 합의 가능한 최소한의 비대면 진료로 제도화해야”
먼저 ‘비대면 진료 서비스 도입을 위한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오픈루트 김유석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설명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 접근성, 편의성 및 선택권 확대와 신기술 활용한 의료서비스 개선 등의 기대가 있는 반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점과 의료전달체계 붕괴, 시설‧장비구입 및 관리 비용 등 의료비 상승에 대한 우려를 쟁점으로 꼽았다.
김유식 실장은 “2021년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등 다수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의료계와 산업계, 수요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역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합의 가능한 최소한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 및 제도화를 위한 최소한의 비대면 진료 모델로 △경증질환 및 만성질환 대상으로 우선 실시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 제한 △비대면 진료 횟수 제한, 진료방식은 진료과목, 시설/장비를 고려하여 선택 △1차 의료기관 위주로 실시 △비대면 진료 개시 여부는 의사와 환자 간 협의를 거쳐 의사가 최종 결정 △비대면 진료 플랫폼 외에 화상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도 가능할 것 등을 제안했다.
또한 △대면진료와 동일한 책임 원칙하에 비대면 진료의 특성 및 한계를 고려해 면책사유 추가 △현행 수준의 수가를 적용하되 진료 내용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후 논의 △개인의료정보는 기존 의료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보호 및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승현 교수는 “우리가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실종된 채 단순히 시대적 흐름이란 이유로, 환자에게 편의성을 준다는 이유로, 혁신적이란 이유로 자꾸만 이야기되고 있다”며 “정작 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그리겠단 접근은 본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유 교수는 “근본적으로 왜 비대면 진료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환자들의 건강이 좋아질지, 예방중심의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꾸 방법론적인 부분만 접근하지 근본적으로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확대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은 아닌가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대중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서비스 면에서는 외국 기업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현실, 그 대표적인 것이 의료라고 생각한다”며 “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는가에 대해 흔히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올해 1~5월까지 국내에서 1000만 건의 처방이 내려졌다. 전체의 3.6%에 달하는 비중인데 이정도면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희선 부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자료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있는데, 디테일의 강한 나라라서 그런지 일본은 후생성과 여러 내각, 산업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같이 논의해서 안을 만들고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도록 계속 고쳐나가고, 유권해석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단순히 정책을 만들어서 실행하기 바빴지만 이제 어느 정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부분이나 정책 설계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 부연구위원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우선은 정부와 산업계, 의료계가 같이 데이터를 같이 모으고, 같이 고민해서 제도적인 설계를 함께 고민해나갈 때 비로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