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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 책방-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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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 책방-32

코로나의 맛(feat. 드디어 실물영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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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추석연휴가 시작되던 첫 날(9월9일) 기어이 영접하고야 말았다. “물 많이 드시구요. 소금물로 인후부 안쪽까지 자주 가글하세요. 인후통이 제일 심하다고 하셨죠? 5일분 처방 드릴테니까 고양시청 홈페이지나 포털 들어가셔서 검색하시면 주소지 근처에 당번약국 리스트 뜰 겁니다. 귀갓길에 약 받아가시면 됩니다. 일주일만 고생하시면 뭐 거의 괜찮아지실 겁니다. 격리기간 꼭 지키시구요.” 내과 전문의로 추정되는 의사 한 분과 짧게 전화 통화를 나누었다. 

코로나 환자로서의 첫번째 일정, 바로 비대면 진료체험이었다. 일산서구 보건소의 명절 당직 직원은 몹시 친절하고 신속했다. 키목신캅셀, 록스펜정, 페니라민정 3가지 약제 5일분을 받아들고 귀가했다. 1개월 전 코로나로 고생했던 동생 때문에 집에는 이미 삼소음 스틱 10개와 만성 기침에 잘 듣는 한약 20팩도 준비되어 있었다. 인후에 직접 분사하는 소염제 스프레이와 목캔디까지 갖추고나니 든든했다. 

가족들과 추석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연휴와 격리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국회 진료실에 휴진으로 인한 피해를 덜 주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쉬면서 그간 미뤄왔던 옷정리도 하고 시간이 없어서 못 보고 있었던 넷플릭스 시리즈물도 몰아봐야지 싶은 마음에 코로나 확진 직후의 당황스러움은 잠시나마 평정심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코로나 확진, 다양한 증상으로 인한 힘든 시간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이 헛꿈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귀가 직후부터 묘하게도 ‘이제부터 코로나 환자 역할 시작이야!’라고 몸에 오더가 입력된 것처럼 인후통과 고열로 인한 두통, 몸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청소도, 영화도 코로나 환자에게는 모두 사치스런 일이었다. 시간 맞춰 약을 먹는 데도 증상은 고만고만했고 1층 사시는 친정 어머니께서 문 앞으로 올려다주시는 각종 명절 음식들에도 도통 손이 가지를 않았다. 천돌혈 부위에 왕호두알 하나가 박혀있는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졌고 물을 넘기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동안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나누었던 그 많은 코로나 토크들이 파노라마처럼 샤샤샥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고생을 하셨건 거였구나…정말 힘든 시간이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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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진단 여부에 대한 질문을 건넸을 때 체감상 5명 중 4명은 “나도 확진이었소”라고 대답했다. 일일 확진자수가 62만명까지 치솟았던 지난 3월에 확진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시며 진료실에 들르셨고 삼소음, 소청룡탕, 갈근탕, 패독산 등의 보험처방을 내어드렸다. 

주변에 걸릴 사람들은 다 걸렸고 나를 뺀 모든 친정 식구들이 코로나로 인한 짧은 고생을 하고 지나간 터라 지금까지 안 걸린거 보면 난 백퍼 무증상 코로나 환자였음이 분명하다고 자신했었다. 도대체 누구에게서 받은 코로나일까? 확진일 이전의 일정을 돌이켜 보니 짧은 추석연휴를 앞둔 9월 초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마음으로 와인이나 한 잔 하자는 즐거운 저녁 모임이 릴레이로 잡혀있었다. 

 

3명만 입장하는 룸 좌석의 식당부터 양쪽 통창을 통해 맞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테라스 좌석, 쉐프님 서빙을 직접 받는 카운터 좌석의 식당까지 그 모든 모임에서 나와 다른 참석자들 모두는 침을 튀기며 열띤 토론을 벌였고 술잔이 부딪히는 쨍그렁한 사운드는 경쾌하기만 했다. 그 어드메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스르륵 내게 전달되었을 터이다. ‘이제 와서 동선을 역추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했었던 모든 지인들에게 나의 확진을 알리고 그들의 증상 유무를 체크하며 추석 안부를 챙겼다. 다행히 모두 코로나 확진의 과거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 빼고는 모두 별무증상이었다. 나의 코로나 막차 탑승을 걱정해 주면서도 격리해제가 되면 그 때 또 축하주를 마셔야 한다고 웃어대며 10월의 어느 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환자 내원 ‘지속’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18일까지 『헬쓰조선』에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의 공동 취재로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기사가 5주 연속 실렸었다. “코로나 19에 감염되면 발열, 인후통, 기침, 콧물, 코막힘,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보통 감염 후 3∼4주가 지나면 증상은 개선된다. 그러나 4주가 지나고 나서도 코로나 증상이 계속되거나 4주가 지난 후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long COVID’ 즉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진단한다. 

롱코비드는 적어도 2∼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롱코비드는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하며 지금까지 알려진 후유증은 코, 귀, 호흡기, 혈액, 심혈관, 정신적인 문제, 콩팥, 피부 등에서 발생한다. 코로나 확진자의 22∼40%가 한 가지 이상의 롱코비드 증상을 경험하며 가장 흔한 롱코비드 증상은 기침, 목소리 변화, 후각 저하, 난청, 어지럼증, 이명 순이다.” 

 

격리 첫 날 극심했던 증상은 5일차를 정점으로 점차 잦아들었고 7일차 아침부터는 거의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했다. 한약, 양약 복합 투여에 내가 가진 기본적인 면역력의 총합 덕분이었으리라!! 9월 15일 목요일 24시 드디어 격리가 해제되었다. 꼭 누군가가 “이제 당신은 자유의 몸입니다”라며 방에 드리워진 암막 커튼을 제껴주는 듯했다. 극적인 그리고 짜릿한 해방감을 만끽하고자 집앞 편의점으로 달려나가 벤엔제리스 하프 베이크드 아이스크림을 한 통 사들고야 말았다. ‘그래, 이 맛이야, 자유의 맛!’ 롱코비드의 후유증들은 다행히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지만 금요일 출근을 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까지도 롱코비드의 다양한 불편함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원장님, 코로나 걸리셨었다면서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역시 건강하신 분이네요. 이렇게 바로 회복되시고.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기 시작하면서 콧물이 싹 말라붙길래 그 고질적인 비염이 세상에나 마스크 때문에 다 사라졌구나 생각했었는데, 지난 4월엔가 코로나 걸리고 나서부터 그전보다 비염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그 때 주셨던 소청룡탕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 그 약 먹고 코세척하면 그나마 증상이 많이 덜해지더라구요.”

 

소설가 정대건은 9월 15일자 한겨레 신문의 『삶의 창』이라는 코너에 “미각을 잃은 사례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코로나 체험기를 투고했다.

“8월 초에 목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왔다. 2년 동안 익히 들어왔던 증상과 같았다. 나도 걸렸구나. 마침내, 이틀은 정신이 혼미했다. 의자에 앉아있을 힘도 없었다. 그러나 많이들 겪은 일이기에 그렇게까지 두렵지는 않았다. 일주일을 앓고 나자 잔기침은 계속 났지만 괜찮아졌다. 그런데 미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레몬즙 원액이나 엄청 매운 떡볶이를 먹어도 양치할 때 치약 맛도 나지 않는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내게는 너무 가혹한 후유증이었다. 이전과 다른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어디에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권하는 의사들이 있었다. 다른 곳에는 스테로이드로 효과를 못 본 사람에게 강황이 좋다는 말이 있었다. 보아하니 한의원에서 낸 기사였다. 둘 다 이해당사자들의 광고였다. 의료진의 전언도 신뢰할 수 없게 된 나는 블로그의 생생한 체험기들을 검색해 봤다. 10개월째 미각 상실이라는 글이 있었다. 스테로이드 치료도, 한의원 치료도 소용 없었다고 한다. 조만간 신경과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병상련의 마음과 동시에 나도 미각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절망적이었다.”


뚜렷한 해법 보이지 않는 코로나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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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글 말미에 향은 다행히 맡을 수 있게 되었으나 단맛은 아주 조금 느껴지는 정도에 머물러 있음을 고백하며 미각을 잃은 상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된다면 이 또한 장애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롱코비드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처방으로 본인의 컨디션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환자분들부터 정대건 소설가처럼 상당한 수준의 미각을 잃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증상들. 

이 다름에 최적화된 맞춤 처방이 가능한 의학이 한의학의 특장점 같기도 하다가도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에는 어찌보면 의학도, 한의학도 한없이 무기력한 것이 사실이다. 롱코비드도 그 정의만 내려져 있을 뿐, 환자 개개인의 지속적인 개인 방역과 증상 관찰 권고 이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 롱코비드의 독한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환자분들의 억울함과 불편함을 가까이에서 목도하면서도 깊이 공감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환자로서의 7일을 보낸 후 유난히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출근을 하여 진료실 책장을 살피던 중 연초에 흥미잔잔(!)하게 읽히는 제목들과 귀여운 문고판 사이즈에 이끌려 세트로 구비해 두었던 도서출판 은행나무의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물이 눈에 들어왔다. 원색의 북커버 디자인 또한 마음에 들어 한꺼번에 주문을 해서 쌓아만 두고 섣불리 펼쳐들지 못했던 책들이다. 그 중 어린 시절 자주 아팠던 경험 때문에 자연스럽게 질병과 죽음에 대한 의학적, 사회문화적 해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인문학 강의를 하게 된 최은주 작가의 『질병, 영원한 추상성』(2014)은 환자 입장에서의 질병, 의료, 의료문화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 주는 좋은 책이다. 같은 해에 출간된 『죽음, 지속의 사라짐』에도 의미있는 글들이 꽤 보이는데, 이 책은 다른 죽음에 관한 책들과 묶어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의학이 신종 질병을 발견할 때마다 질병은 유행한다. 이전까지는 불투명해서 불치로 방치해 두었던 질병이 치료 방향을 찾게 된다면, 개인은 신종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렇듯 대세와 유행은 질병을 초기에 근절한다는 달콤한 약속과 더불어 앎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킨다.” 

“질병 또한 신체의 부위에 나타난 비정상적인 것으로, 제거 대상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질병에 대해 ‘엄마 손은 약손’이나 ‘아브라카다브라’의 주문은 철없는 어린아이나 하는 것으로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몇 년 전 나는 각막염을 앓았다. 병원 검사와 치료를 받았지만 눈물이 나고 가려울 뿐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동네 병원이라서 제대로 진단을 하지 못했나 싶어서 대학병원까지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았으나 알레르기성이라고만 말해 주었다. 그때부터 나의 시력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눈물이 날 때는 눈물 약을 사용하고 눈을 쉬게 할 도리밖에 없었다. 오래 일하면 생기는 시력 저하와 눈물의 증상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져야만 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 해도 비정상적이거나 질병 상태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병원 치료로도 아프기 이전의 몸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완치의 개념은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해지는 것이지 아프기 이전과 똑같은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몸은 나의 의식을 건드리면서 어떤 조치를 위하도록 요구하지만 증상을 불가피하게 내 몸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따르는 것이다.” 

“눈부신 의료기술의 발달과 반대로 여전히 의학 분야에서 놓치거나 간과하는 구멍들이 있다. 그 구멍들은 의학 개발이 지향하는 방향성과도 관계가 있다. 생명 구제의 지평이 질병 자체의 제거 및 절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므로 거기에 달라붙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부수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은 종양을 떼어 내는 수술만 받고 항암 치료는 포기했다. 그가 수집한 정보 중에는 주류적인 의학의 입장 뿐만 아니라 그에 불일치하는 대안적 입장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쪽이 옳은가?’의 문제에서 그가 내린 결정은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삶에 미칠 직접적 영향과 관련한 위험의 전망은 지식을 놓고서 의심과 맹신이라는 문제를 한층 복잡한 층위에 올려놓는다.”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고생한 환자는 좋다는 여러 가지 치료를 경험한다. 상이한 접근법을 가진 다양한 주장들을 저울질하면서 어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어떠한 압도적인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수고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경쟁적인 치료법을 찾는 중에 환자의 행동 양식이 갖춰지는데, 이 속에는 라이프스타일과 존경과 같은 것들이 결합하면서 추천받은 의사에게 결정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 속에도 여러 위험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전문가들 또한 불일치하기 때문에 최종적 권위자가 없는 체계에서 전문가 체계를 뒷받침하는 가장 선호되는 신념들조차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각 환자들에게 알맞은 치료법을 찾아 주기 위해 객관적인 법칙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을 기적을 발견하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의사의 권위와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하고 싶은 마음, 또 그만큼 가까이에 달라붙어 있는 의심 간의 투쟁은 소비 시장이 부추기는 개인적 불충분함에 대한 공포, 불안, 고통에서 기인하는 또 다른 문제이다.”

자신의 고유한 삶에 대한 책임은 의사보다 개인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내가 나의 고통에 먼저 관여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경우엔 약사나 의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아는 체를 한다. 반면 그 상태를 벗어났을 때 불안에 떨며 완전히 의사에게 몸을 맡긴다. 이 양극의 행동이 한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어느 쪽도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약의 효과 이전에 내게 부과된 고통을 먼저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극복할 정도의 고유한 차원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의학기술이 명명하기 전까지 모호한 상태의 병은 병으로 의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에 의해 매개되는 지식 주장들이 권위와 진실성을 부여받아 언어적으로 결정되면(진단), 일상 전체가 위험 분위기에 놓인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이 분위기에 맞춰져 제한된다. 신화가 그렇게 결정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에 대한 편집증 때문에 질병 보유자가 되고, 행복에 대한 편집증 때문에 불행에 도취된다. 그것에서 빠져나와 바라보라. 내가 도취된 내 몸 자체가 아니라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보일 것이다. 그것은 어떠면 '조성된' 위험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한의사는 항상 국민 곁에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대한의사협회는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한약 복용을 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하며 『Nature』와 『Lancet』에 기고된 코로나19에 검증되지 않은 중국의 전통의학 치료 조장에 대한 중국 전문가의 비판글을 인용했다(『코로나19 한방 치료 급여해달라고? 의료계, 한의계 규탄』, 의협신문, 2020.09). 그 후로도 의협은 지속적으로 코로나19에 비대면 한의치료는 위험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까지 한의협의 비대면 진료 시도를 반대해왔다(2021년 12월). 그러나 불굴의 의지의 한국인들로 구성된 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운영해왔고 2021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센터를 통해 진료받은 8423명을 대상으로 한의진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택치료자의 약 94.4%가 진료에 만족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2022년 6월). 

 

서울역 중앙광장에는 “코로나19, 한의사는 항상 국민 곁에 있습니다”라는 대형 광고판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한의사 너네들이 설마? 코로나를?’ 혹은 ‘한의원 아니었으면 이 코로나 기침 안 나았을거야…’ 등등 그 광고판을 본 일반인들은 코로나의 맛을 겪은 각자의 경험을 근거 삼아 여러 다채로운 반응을 쏟아낼 것이다. 내 몸이 아파보니 환자란 그런 존재였다. 그저 쉬고 싶고 보호받고 싶으며 위로받고 싶은 나약한 존재. 만사가 귀찮아서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모두 짐스럽게 느껴지는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진 상태. 민생 앞에 여야의 다툼이 볼썽사나운 뻘짓으로 여겨지듯이 허약해진 심신으로 방황하는 환자들 앞에 한·양방의 상호비방은 소음일 뿐인 것이다. 두 개의 태풍과 짧았던 추석연휴가 코로나 투병으로 금세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퇴근길의 여의도에는 부쩍 차가워진 가을이 도착해 있었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의 맨 마지막 구절을 떠올려본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신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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